쌀 위주 직불금, 소규모 농가 위해 쓰인다…‘공익형 직불제’란?

입력 2019.09.10 (08:29) 수정 2019.09.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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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사)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

농민들이 국회 앞에 천막을 쳤습니다. 벌써 일주일째입니다. 목표는 '공익형 직불제' 실현입니다. 해묵은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꼭 법제화하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현실화를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농특위)도 마련했지만, 개혁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당정이 협의해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공익형 직불제'의 큰 틀을 제시했지만, 올 초 국회 파행으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인 이번 회기마저 흘려보낼 수 없는 농민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공익형 직불제'는 쌀 지원 중심의 현행 직불제도를 바꿔 농가 소득을 안정되게 하고 농촌의 공적 기능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아래의 표를 보면 현재 '직불금' 제도는 작물과 목적에 따라 여러 개로 쪼개져 있습니다. 각 직불금은 각기 다른 법률에 근거해 복잡하게 운영됩니다.


쌀이 과잉공급되는 상황인데도 벼농사를 짓는 농가에 주로 집중이 지원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매년 넘치는 쌀 공급물량은 35만 톤. 2017년 기준 전체 직불금(1조 6,960억 원) 가운데 80.7%가 쌀에 지원됐습니다.

재배지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을 주다 보니 중·소농 소득 안정에 제대로 도움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습니다. 3만㎡ 이상 경작하는 상위 7% 대농이 전체 직불금의 38.4%를 받고 있지만, 전체의 72%나 되는 소농은 직불금의 28%를 나눠 가져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오랜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도 이번에는 속도를 내려는 모양새입니다. 어제(9일) 국회의원 18명이 '농업소득보전법' 전부개정안(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대표발의)을 제출했습니다. 구체적인 '공익형 직불제' 개편 방안이 담겼는데, 앞으로 관련 법제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개정안]① 논·밭 직불제 통합, '소규모농가직불' 신설

먼저 6개로 쪼개져 있던 직불제를 합쳐 '공익형 직불제'로 통합 개편합니다. '공익형 직불제법'은 '기본형'과 '선택형' 직불금으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기본형'은 작물과 관계없이 '농지'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직불금입니다. 현행 쌀 직불, 밭 직불, 조건불리직불(농업 생산성이 낮고 정주 여건이 불리한 지역에 거주하는 농민에게 주는 직불금)이 '기본형'으로 통합됩니다.

'기본형' 위에 친환경 농경 등 특수한 목적을 달성한 농가는 '선택형' 직불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현행 친환경직불, 경관보전직불 등이 '선택형'으로 합쳐진다고 보면 됩니다.

일정 수준 이하의 소규모 농가는 재배 작물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같은 직불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습니다.

[개정안]② 쌀 변동직불금은 없애고 시장격리로 가격 조절

쌀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차후 보전해 주던 현행 '변동직불금'은 없어집니다. 대신 쌀이 과잉 공급될 우려가 있으면 미리 시장 격리할 수 있도록 법안에 명시했습니다. 사후보전이 아닌 '사전' 수급관리를 한다는 겁니다.

[개정안]③ 면적따라 직불금 차등…작을수록 지급↑

작물에 따른 차등은 두지 않지만, 재배 면적에 따라서는 직불금에 차등을 두기로 했습니다. 농가 규모를 3~4개 구간으로 나누고, 규모가 작은 농가일수록 높은 직불금을 줘 소득안정에 기여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개정안]④ 농민에게 환경 보호 등 의무 부과

농민들은 추가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농지 기능유지나 농약 사용 기준 등에 대한 교육을 받거나 과잉 생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가 부과됩니다.


늦게나마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국회 통과라는 산을 넘어야 하고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도 마련해야 합니다. 일부 농민 단체에서는 쌀 변동직불금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시장격리를 통해 쌀값이 제대로 조절될 수 있을지 불안한 겁니다. 250만 농민들의 숙원이 이번에는 해결될 수 있을지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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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쌀 위주 직불금, 소규모 농가 위해 쓰인다…‘공익형 직불제’란?
    • 입력 2019-09-10 08:29:16
    • 수정2019-09-10 13:08:31
    취재K
사진 출처 : (사)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

농민들이 국회 앞에 천막을 쳤습니다. 벌써 일주일째입니다. 목표는 '공익형 직불제' 실현입니다. 해묵은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꼭 법제화하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현실화를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농특위)도 마련했지만, 개혁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당정이 협의해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공익형 직불제'의 큰 틀을 제시했지만, 올 초 국회 파행으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인 이번 회기마저 흘려보낼 수 없는 농민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공익형 직불제'는 쌀 지원 중심의 현행 직불제도를 바꿔 농가 소득을 안정되게 하고 농촌의 공적 기능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아래의 표를 보면 현재 '직불금' 제도는 작물과 목적에 따라 여러 개로 쪼개져 있습니다. 각 직불금은 각기 다른 법률에 근거해 복잡하게 운영됩니다.


쌀이 과잉공급되는 상황인데도 벼농사를 짓는 농가에 주로 집중이 지원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매년 넘치는 쌀 공급물량은 35만 톤. 2017년 기준 전체 직불금(1조 6,960억 원) 가운데 80.7%가 쌀에 지원됐습니다.

재배지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을 주다 보니 중·소농 소득 안정에 제대로 도움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습니다. 3만㎡ 이상 경작하는 상위 7% 대농이 전체 직불금의 38.4%를 받고 있지만, 전체의 72%나 되는 소농은 직불금의 28%를 나눠 가져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오랜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도 이번에는 속도를 내려는 모양새입니다. 어제(9일) 국회의원 18명이 '농업소득보전법' 전부개정안(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대표발의)을 제출했습니다. 구체적인 '공익형 직불제' 개편 방안이 담겼는데, 앞으로 관련 법제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개정안]① 논·밭 직불제 통합, '소규모농가직불' 신설

먼저 6개로 쪼개져 있던 직불제를 합쳐 '공익형 직불제'로 통합 개편합니다. '공익형 직불제법'은 '기본형'과 '선택형' 직불금으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기본형'은 작물과 관계없이 '농지'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직불금입니다. 현행 쌀 직불, 밭 직불, 조건불리직불(농업 생산성이 낮고 정주 여건이 불리한 지역에 거주하는 농민에게 주는 직불금)이 '기본형'으로 통합됩니다.

'기본형' 위에 친환경 농경 등 특수한 목적을 달성한 농가는 '선택형' 직불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현행 친환경직불, 경관보전직불 등이 '선택형'으로 합쳐진다고 보면 됩니다.

일정 수준 이하의 소규모 농가는 재배 작물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같은 직불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습니다.

[개정안]② 쌀 변동직불금은 없애고 시장격리로 가격 조절

쌀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차후 보전해 주던 현행 '변동직불금'은 없어집니다. 대신 쌀이 과잉 공급될 우려가 있으면 미리 시장 격리할 수 있도록 법안에 명시했습니다. 사후보전이 아닌 '사전' 수급관리를 한다는 겁니다.

[개정안]③ 면적따라 직불금 차등…작을수록 지급↑

작물에 따른 차등은 두지 않지만, 재배 면적에 따라서는 직불금에 차등을 두기로 했습니다. 농가 규모를 3~4개 구간으로 나누고, 규모가 작은 농가일수록 높은 직불금을 줘 소득안정에 기여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개정안]④ 농민에게 환경 보호 등 의무 부과

농민들은 추가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농지 기능유지나 농약 사용 기준 등에 대한 교육을 받거나 과잉 생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가 부과됩니다.


늦게나마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국회 통과라는 산을 넘어야 하고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도 마련해야 합니다. 일부 농민 단체에서는 쌀 변동직불금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시장격리를 통해 쌀값이 제대로 조절될 수 있을지 불안한 겁니다. 250만 농민들의 숙원이 이번에는 해결될 수 있을지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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