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병든 새우’③ 병든 새우는 어떻게 국경을 넘었나?

입력 2019.09.10 (14:21) 수정 2020.01.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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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부와 경찰이 의뢰한 검사에서 새우 흰반점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검체는 전체 65건 가운데 6개다. 이 가운데 5건을 베트남의 '트랑칸 씨푸드(이하 트랑칸)'와 계열사가 수출한 것으로 확인했다. 트랑칸은 베트남의 새우 수출업체 가운데 5위 안에 드는 대형 업체로 짱 뚜안 칸(이하 짱 칸)이 대표다.

트랑칸은 한국업체와 검역 방해를 공모한 정황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동영상에는 트랑칸 대표인 짱 칸의 딸이자 영업 담당자인 짱 응옥찐이 국내 한 업체에 검역 방해를 제안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새우 상자를 묶는 줄의 '색'이나 '수'를 달리해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제품을 컨테이너의 특정 위치에 선적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나머지 제품들은 바이러스 등 질병에 걸린 '병든 새우'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찰은 트랑칸과 공모해 질병에 걸린 새우를 수입한 혐의로 한 새우 수입업체를 수사하고 있다. 국내 새우 수입 실적 1위인 다이아몬드 새우와 계열사들이다. 이들 회사는 트랑칸으로부터 거의 독점적으로 새우를 수입한다. 입수한 동영상에는 짱 응옥찐이 검역을 피해 새우를 수출하는 예시로 다이아몬드 새우로 수출한 컨테이너 작업도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취재진은 공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베트남 트랑칸의 본사를 찾았다. 그곳에서 다이아몬드 새우로 수출할 제품에 대한 '수상한 포장' 장면을 포착했다. 제품 대부분을 노란색 6줄로 묶었는데 일부 제품만 흰색 1줄을 더해 7줄로 묶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한 트랑칸 측의 해명은 일관성이 없었다. 대표인 짱 칸은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노동자가 가공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반면, 한국 담당 직원인 장 응우옌은 새우의 크기와 제조 일자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취재팀이 만난 국내 새우 수입업자들은 당국의 검역을 회피하려는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이아몬드 새우 측은 "검역을 방해한 일은 전혀 없고, 6줄로 묶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공모 의혹을 부인했다.

■ 베트남의 큰 손 '트랑칸 씨푸드'

베트남 남부 박리우에 있는 트랑칸 씨푸드(Trang Khanh Seafood)베트남 남부 박리우에 있는 트랑칸 씨푸드(Trang Khanh Seafood)

트랑칸 씨푸드는 베트남 새우 수출업체 350여 개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업체다. 대표는 짱 뚜안 칸, 일명 짱 칸으로 베트남 새우 업계의 큰손이다. 트랑칸 계열이 우리나라 수출한 검역대상 냉동새우는 1,167톤이다. 베트남 수출 물량의 63%다. 또, 베트남산 부적합 판정 18건 중 10건을 트랑칸 계열이 수출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수입한 베트남산 검역대상 냉동새우의 63%는 트랑칸 제품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수입한 베트남산 검역대상 냉동새우의 63%는 트랑칸 제품

트랑칸은 새우를 국내로 수출할 때 트랑칸 외에도 여러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우선 짱 칸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다이 로이'가 있다. 다음으로 짱 칸의 딸인 짱 응옥찐이 대표로 있는 '응옥찐 박리우 씨푸드'다. 해당 업체는 주소가 트랑칸과 같은 서류상 회사다.

다이 로이 이사회 의장과 트랑칸 사장은 이름과 전화번호가 같은 동일인물다이 로이 이사회 의장과 트랑칸 사장은 이름과 전화번호가 같은 동일인물

트랑칸 영업부와 응옥찐 사장은 이름과 전화번호가 같은 동일인물트랑칸 영업부와 응옥찐 사장은 이름과 전화번호가 같은 동일인물

수출업체가 명의를 달리하는 이유는 검역 때문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정밀검사 비율이 오르거나 수입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명의가 하나뿐이라면 타격을 그대로 받지만, 법인을 여러 개 만들거나 다른 법인의 명의를 빌리면 부적합 판정의 영향을 피해갈 수 있다.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 트랑칸 씨푸드의 내부자료 '컨테이너 작업도'

지난 4월 17일 트랑칸이 수출한 컨테이너의 작업도지난 4월 17일 트랑칸이 수출한 컨테이너의 작업도

트랑칸을 취재하던 중 한 장의 문서를 입수했다. 내부자료인 '컨테이너 작업도'였다. 냉동 흰다리새우 12,900kg을 2,580상자에 나눠 담아 컨테이너에 실었다는 내용이다. 컨테이너 번호(TEMU9233307/C173962)와 창고 관리자의 서명도 있다.

문서에는 특이한 표시가 있었다. 1,688 상자를 가로와 세로 2줄씩 '4줄'로 묶었고, 892상자를 가로와 세로 3줄씩 '6줄'로 묶었다는 것이다. 줄의 색은 모두 노란색(Vàng)이었다. 껍질을 까지 않아 머리와 꼬리가 모두 붙어있는 HOSO(Head on Shell on) 냉동 흰다리새우로 종류가 같고, 500g 포장에 20마리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크기도 같은데 다른 방식으로 묶었다.

우선 문서의 진위를 확인했다. 컨테이너 번호로 화물을 추적했다. 실제 국내로 수입된 화물이 맞았다. 수입자는 국내 최대의 HOSO 냉동새우 수입업체인 '다이아몬드 새우'였다. 화물은 지난 4월 17일 트랑칸의 창고를 떠났고, 이틀 뒤인 19일 호찌민 항을 출발해 닷새 만인 24일 인천항에 도착했다.

화물의 수량과 수입자, 컨테이너 번호가 트랑칸의 내부자료와 일치화물의 수량과 수입자, 컨테이너 번호가 트랑칸의 내부자료와 일치

검역기록도 확인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하 수품원)은 지난 4월 26일 다이아몬드 새우의 계열사인 선일수산 주식회사의 냉동새우 2,580상자를 임상검사 했다. 검사 결과는 모두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적합'이었다.

다이아몬드 계열 수입물량 중 트랑칸 내부자료와 중량이 일치하는 화물 확인다이아몬드 계열 수입물량 중 트랑칸 내부자료와 중량이 일치하는 화물 확인

■ "스카이프로 알려줄게요"


수입업자 : 머리 있는 새우를 봤는데 품질이 괜찮더군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새우를 왜 20%밖에 공급할 수 없는 거죠?
짱응옥찐 :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새우를 더) 구할 수 없어서죠.
수입업자 : (더) 구할 수 없단 말이죠?
짱응옥찐 : 말씀드렸듯이 새우 크기에 따라 다른데요. (500g에) 15, 20, 25마리처럼 큰 새우는 좋은 양식장을 구하면 5백에서 천 상자를 납품할 수 있어요. 그러나 컨테이너를 채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요. 원물(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새우)을 구하느냐에 달린 거죠. 
수입업자 : 한 컨테이너에 20% 정도만 바이러스 없는 새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거죠?
짱응옥찐 : 네, 그렇지만 (500g에) 50~60마리처럼 작은 새우는 100상자밖에 못해요.
수입업자 : 단지, 100상자요? 10%?
짱응옥찐 : 네, 작은 새우는 대부분 바이러스나 항생제 문제가 있어요.
수입업자 : 작은 새우는 좋은 양식장을 찾기 더 어렵다는 거죠?
짱응옥찐 : (양식어민들이) 자금이 충분하면 양식장에 투자할 텐데 그렇지 못해요.
수입업자 : 운이 안 좋을 때 한국 세관(검역)은 어떻게 통과하나요?
짱응옥찐 : 컨테이너에 실을 때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샘플이 어딨는지 알려줄게요.
수입업자 : 당신이 표시한 것처럼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새우는 어떤 거죠?
짱응옥찐 : 스카이프 같은 걸로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샘플이 어딨는지 알려줄게요. {장응우옌에게} 아까 그것(다이아몬드 새우 컨테이너 작업도) 좀 가져와 봐. {수입업자에게} 이미 그녀(장응우옌)에게 컨테이너 작업도를 가져오라고 했어요. 샘플을 어디에 싣는지 알려줄게요. 그쪽 직원들이 제품을 가져가고 모을 수 있게 할 거예요.
수입업자 : 새우를 냉동 보관하는데, 우리 창고가 아니거든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요?
짱응옥찐 : 저도 모르겠네요.
수입업자 : 다른 수입업자들은 어떻게 해요?
짱응옥찐 : 그것도 몰라요.


컨테이너 작업도를 준 사람은 트랑칸 대표 짱 칸의 딸인 짱 응옥찐이다. 받은 사람은 국내 한 수입업자였다. 수입업자는 응옥찐에게 어떻게 하면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지 물었고, 응옥찐은 '다이아몬드 새우'로 수출한 내부자료를 예시로 보여줬다. 그러면서 통화 기록을 추적하기 어려운 스카이프 같은 앱을 이용해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제품을 어디 실었는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게다가 응옥찐은 이후 해당 업체에 이메일까지 보냈다. 새우 크기에 따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새우를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었다. 500g 포장에 20마리가 들어가는 큰 새우는 30%, 30마리짜리는 15%, 50마리짜리 작은 새우는 10%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수법을 사용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랑칸 영업 담당자인 짱 응옥찐의 이메일트랑칸 영업 담당자인 짱 응옥찐의 이메일

■ "문 열면 바로 샘플이에요"

트랑칸 한국 담당자인 장 응우옌의 메시지트랑칸 한국 담당자인 장 응우옌의 메시지


당시 내부자료를 들고 왔던 사람은 트랑칸의 한국 담당 직원인 장 응우옌이다. 취재진은 응우옌이 수입업체 직원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도 확보했다. 수입업체 직원이 검역을 통과할 수 있게 안정성이 검증된 제품을 어떻게 선적하는지 묻자 "문 열면 바로 샘플"이라고 알려줬다.

지난 4월 19일 트랑칸이 수출한 컨테이너의 작업도지난 4월 19일 트랑칸이 수출한 컨테이너의 작업도

응우옌은 그러면서 문서 한 장과 사진 두 장을 첨부했다. 문서는 취재진이 앞에서 입수한 것과 같은 형식의 선적자료였다. 이번에는 2,610상자를 실었고, 가장 마지막에 실은 273상자만 노란색을 칠해서 줬다. 모두 분홍색 6줄(Hồng 6 dây)로 묶은 제품이었다. 사진 두 장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4줄로 묶은 모습과 안정성이 검증된 제품을 6줄로 묶은 모습이었다.

문서의 컨테이너 번호는 지워졌지만, 우리나라로 수출한 화물 같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중량 허용오차가 3%인 점을 고려해 500g 단위로 포장하는 제품을 485g씩만 실었기 때문이다. 냉동새우를 판매할 때 이윤율이 5%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입업체가 허용오차 안에서 중량을 속여 판 뒤 3% 정도 더 챙기는 건 꽤 짭짤한 수법이다.

추적을 위해 검역기록을 대조했다. 중량을 속이더라도 검역할 때는 500g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전체 중량은 13,050kg이다. 베트남에서 수출한 뒤 국내에서 검역하려면 열흘 이상 소요된다. 대략 5월 초를 전후해 국내에서 해당 중량만큼 검역한 기록을 찾아보니 '창조 씨푸드' 제품으로 압축됐다.

지난 4월 19일에서 보름 이내 수입된 화물 중 중량이 일치하는 화물 확인지난 4월 19일에서 보름 이내 수입된 화물 중 중량이 일치하는 화물 확인

창조 씨푸드의 제품은 겉면에 '호앙 퐁 씨푸드'라고 적혀 있지만, 검역기록을 확인하니 수출업체가 '호앙 민 히 씨푸드'였다. '호앙 민 히'의 사무실은 트랑칸 본사 앞이고, 주소를 찍어보면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가 뜬다. 서류상 회사라는 의심이 갔다. 제조업체에 전화했더니 '호앙 민 히'라는 곳은 모른단다.

취재진은 트랑칸 공장에서 창조 씨푸드로 수출하는 '호앙 퐁' 제품의 사진도 입수했다. 왜 트랑칸 공장에서 호앙 퐁 제품을 포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창조 씨푸드' 최 모 대표에게 물었지만, 최 대표는 "원래 베트남 업체들이 대리회사를 여러 개 쓴다"고 답한 뒤 한 달째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25일 트랑칸 씨푸드 공장에서 촬영된 창조 씨푸드 제품지난 4월 25일 트랑칸 씨푸드 공장에서 촬영된 창조 씨푸드 제품

다른 수입업자들도 트랑칸이 쓰는 수법을 알고 있는지 수소문했다. 그 과정에서 인천의 한 수입업자를 알게 됐다. 수입업자는 원래 항생제 검사를 피하려고 쓰는 수법이라고 알려줬다. 안정성이 검증된 제품을 앞에 내세운다고 이른바 '커튼 치기'로 불리며 다양한 검역은 물론 밀수에도 동원되는 널리 알려진 수법이었다.


수입업자 : A 양식장이 내츄럴 팜이라는 얘기는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키운 양식장이니까 검사해도 거의 100% 합격할 확률이 높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 양식장 물건을 가지고 와서 먼저 작업을 시켜요. 그다음에 거기다가 표시를 좀 해놔요. 표시를 한다든지 아니면 줄 묶음을 다르게 해놔요. 예를 들어서 보통 우리가 줄을 묶을 때는 세로 2번, 가로 2번 묶는다고요. 근데 그거는 세로 2번, 가로 3번을 해놓는 거죠. 선적할 때 컨테이너 안쪽에는 다른 농장에서 만든 것들 크기별로 쭉 선적하고, 맨 마지막에 문 앞에 A라는 내츄럴 팜에서 만든 물건을 거기다가 딱 올려놔요. 우리나라에 와서 그 창고하고 유착이라고 해야겠죠. 친분이 있으면 검사 왔을 때 이 물건으로 검사를 받게끔 해달라 이렇게 부탁을 하면은 웬만큼 친분이 있으면 그걸 들어줘요. 그러고 나서 들어와서 작업장에 팔레트에 물건을 쌓을 때 그렇게 만든 물건을 팔레트 맨 위에 올린다고요. 품질관리원에서 와서 중간에서 물건을 빼지는 않거든요. 그렇게 해서 그걸 가지고 검사를 받는 거죠. 그러면은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9.9%는 거의 다 이상이 없다고 나오는 거죠.


■ 경찰의 압수수색과 한계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대상은 트랑칸의 선적 자료에 명시된 수입업체, 다이아몬드 새우와 계열사 3곳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HOSO 냉동새우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대형업체다.

지난해 4월부터 HOSO 냉동새우에 대한 검역이 이뤄지면서 많은 수입업체가 베트남 새우의 수입을 중단했다. 검역 시작 전 1년 동안 베트남에서 HOSO 냉동새우를 수입한 국내 업체는 52개였지만, 검역을 시작한 이래 수입업체는 26개로 줄었다. 업계의 절반 가까이가 베트남산 새우 수입을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새우와 계열사는 달랐다. 이들은 검역 대상인 베트남산 HOSO 냉동새우의 59%를 수입했다. 부적합 판정을 받아 반송된 양을 제외해도 58%다. 또, 베트남산 물량의 대부분인 97%를 트랑칸 씨푸드와 계열사에서 수입했다.

국내로 수입되는 베트남산 냉동새우의 절반 이상을 취급하는 다이아몬드 계열국내로 수입되는 베트남산 냉동새우의 절반 이상을 취급하는 다이아몬드 계열

경찰은 7월 초 서울 송파구에 있는 다이아몬드 새우 본사와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냉동 창고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다이아몬드 새우가 트랑칸 씨푸드와 공모했다면, 서로 다른 줄로 묶었던 '흔적'이 있어야 하고, 다른 줄로 묶었던 그룹 사이에 바이러스 검출 확률이 달라야 했다.

그러나 경찰의 압수수색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보통 40피트 컨테이너로 냉동새우를 수입하면, 한 번에 2천5~6백 상자를 들여오는데 창고에 남은 양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대부분 시중으로 유통된 뒤였다. 결국, 경찰이 수품원에 맡긴 검체는 하나에 불과했다. 증거 확보에 실패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한 차례 영장을 기각해 경찰이 적절한 압수수색 시기를 놓친 점이 아쉬웠고, 압수수색 대상을 봉인된 컨테이너로 하지 않고, 창고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한계였다.

이후 경찰은 다이아몬드 새우의 협조를 받아 부산의 냉동창고도 다녀갔다. 여기서는 모두 6개의 검체를 거뒀고, 수품원에 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취재진이 확인했다. 검사 결과 검체 6개 가운데 4개에서 흰반점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 '6줄'의 비밀을 풀러 베트남으로

취재진은 베트남 수출업체 트랑칸이 박리우로 갔다. 수도 하노이에서 천 2백km 떨어진 메콩강의 중심도시 껀터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한 뒤 다시 육로로 1시간 반을 달렸다.

트랑칸은 축구장 네댓 개 면적의 부지를 사무동과 공장, 각종 창고와 차고 건물로 사용하고 있었다. 울타리 내에서 일하는 직원만 9백 명이다. 트랑칸 씨푸드는 인근 까마우 지역에 있는 다이 로이와 함께 매년 수천 톤의 흰다리새우와 홍다리얼룩새우를 우리나라와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취재진은 장 응우옌의 안내로 공장 내부를 촬영했다. 직원들은 새우의 무게를 재고, 포장 용기에 담고, 급속냉동기로 옮기는 일을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급속냉동기에서 나온 새우에 덮개를 씌우고, 포장된 제품을 10개씩 상자에 넣는 것도 수작업이었다.

공장 깊숙이 들어가 보니 상자를 묶는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직원들은 한국의 다이아몬드 새우로 보내는 제품을 묶고 있었다. 노란색으로 가로, 세로 3줄씩 '6줄'을 묶었다. 컨테이너 작업도에서 본 표시 그대로였다. 의아한 건 흰색 한 줄을 더 넣어 가로 3줄, 세로 4줄, 모두 '7줄'을 묶은 제품도 있었다.

취재진은 장 응우옌에게 줄의 색과 수를 왜 다르게 하느냐고 물었다. 장의 대답은 제조 일자와 새우의 크기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줄을 다르게 묶은 채 창고에 보관한 뒤 컨테이너에 실을 때 '4줄'로 맞춘다는 얘기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제품도 그렇게 한다고 주장했다.

■ 내부자료에 당황하더니…'모르쇠'

수출되는 새우의 바이러스 등 질병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호주 제닉스에 의뢰했던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꺼냈다. 자료를 보여주면서 수출하기 전에 바이러스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물었다. 장 응우옌의 답변은 인터텍이라는 민간 검사기관을 통해 바이러스 검사를 했고, 베트남 정부의 수출검역도 통과해 문제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인터텍 검사결과를 요청했지만, 보여주겠다는 말만 할 뿐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트랑칸의 대표 짱 칸은 1968년생으로 화교다. 처음부터 수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한 건 아니었다. 호찌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수출업자의 얘기로는 원래 양식장에서 새우를 사들여 수출업자에게 넘기는 일을 했다. 주 고객은 화교인 만큼 중국인들이었다. 그러다 한국 수입업체들과 거래하면서 최근 몇 년 새 큰돈을 만졌다. 장 응우옌은 트랑칸이 한 해 4백 컨테이너, 8천 톤을 수출한다고 했다.

짱 칸은 우리가 방송국에서 왔다는 말에 촬영한 영상부터 보자고 했다. 영상을 모두 확인하자 마음이 놓였는지 질문에 답하겠다고 했다. 이에 트랑칸이 다이아몬드 새우로 수출한 내용을 담은 컨테이너 작업도를 꺼냈다. 짱 응옥찐이 준 서류였다. 응옥찐에게 서류를 가져다준 사람은 장 응우옌이었다. 그래서인지 짱 칸보다 장 응우옌의 눈이 먼저 커졌다.


장응우옌 : 아까 찍은 거 좀 보여주면 안 돼요?
짱뚜안칸 : 공장 찍은 영상 좀 보자고 해. 우리 공장이 안 깨끗하다는 내용이 방송되면 거래도 끊길 테고 그럼 우리보고 죽으라는 거니?
취 재 진 : 다름이 아니라 이거는 최근에 짱칸(트랑칸)에서 선일(다이아몬드)로 보낸 거거든요. 한국에 이 물건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저희가 여쭤보고 싶은 게 2,580상자를 이 번호로 보내신 건 맞죠?
장응우옌 : 이거는 확인해야 해요.
취 재 진 : 확인 좀 해주세요.
짱뚜안칸 : 그래서 뭐라고 얘기하니? 이걸(컨테이너 작업도) 어떻게 구했대?
장응우옌 : 이걸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어요. (응옥찐의 지시로 응우옌이 수입업자에 준 문서) 이건 내부인들만 볼 수 있는 건데…
다른남성 : 우리 내부인들만 아는 사항이잖아요.
짱뚜안칸 : 우리 내부 거잖아.


짱 칸과 장 응우옌은 자신들이 작성한 문서라는 것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취재는 거부했다. 다이 로이와의 관계도 부인했고, 짱 응옥찐과의 부녀 관계도 부인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객이 왔다며 취재진을 내보냈다.

취재진은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에도 짱 칸과 짱 응옥찐, 장 응우옌을 상대로 수차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질문은 새우 상자를 서로 다른 '색'과 '수'의 줄로 묶은 이유에 집중했다. 하지만 트랑칸 씨푸드의 답변은 일관성이 없었다. 지난 7월 26일 장 응우옌은 새우의 크기와 제조 일자 구분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닷새 뒤인 31일 짱 칸은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밤과 낮교대 근무조 중 어디의 책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분한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일관된 답변을 하지 않는 장 응우옌(왼쪽)과 짱 칸(오른쪽)같은 질문에 일관된 답변을 하지 않는 장 응우옌(왼쪽)과 짱 칸(오른쪽)

■ 반론 요청에 가처분 신청…'결국 기각'

취재진은 트랑칸 씨푸드의 최대 고객인 다이아몬드 새우와 접촉했다. 대표인 박 모 씨에게 검역방해 의혹에 대한 반론을 요청했다.

이에 박 대표는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랑칸에게) 노란 끈으로만 두 줄씩 두 번 묶어달라고 얘기한다"며 공모 의혹을 부인했다. 또, "트랑칸은 사이즈별 분류작업을 용이하게 하고, 생산일자가 다른 경우에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줄을 추가한다"며 'KBS의 취재가 사실을 오인했다'는 취지의 답변서 한 부를 보냈다. 이후 선일수산과 다이아몬드 새우, 에메랄드 씨푸드, 크린 오션 등 네 회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2건의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KBS 탐사보도부의 취재가 명백히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더불어 법원은 "(선일수산도) 컨테이너에 선적되기 전에 일부 상자가 6줄의 끈으로 묶여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트랑칸 씨푸드 공장 안에서 촬영한 ‘6줄로 묶인’ 다이아몬드 새우 상자트랑칸 씨푸드 공장 안에서 촬영한 ‘6줄로 묶인’ 다이아몬드 새우 상자

검역을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16달 동안 트랑칸 씨푸드와 계열사의 검역대상 냉동새우를 수입한 국내업체는 예닐곱 곳이다. 이 가운데 다이아몬드 새우의 계열사인 선일수산 등이 1,064톤을 수입했다. 전체 1,167톤 가운데 9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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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병든 새우, 어떻게 국경 넘었나
[탐사K] ‘병든 새우’④ 새우 흑사병…호주와 한국의 대응은 천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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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병든 새우’③ 병든 새우는 어떻게 국경을 넘었나?
    • 입력 2019-09-10 14:21:58
    • 수정2020-01-03 17:16:54
    탐사K
KBS 탐사보도부와 경찰이 의뢰한 검사에서 새우 흰반점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검체는 전체 65건 가운데 6개다. 이 가운데 5건을 베트남의 '트랑칸 씨푸드(이하 트랑칸)'와 계열사가 수출한 것으로 확인했다. 트랑칸은 베트남의 새우 수출업체 가운데 5위 안에 드는 대형 업체로 짱 뚜안 칸(이하 짱 칸)이 대표다.

트랑칸은 한국업체와 검역 방해를 공모한 정황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동영상에는 트랑칸 대표인 짱 칸의 딸이자 영업 담당자인 짱 응옥찐이 국내 한 업체에 검역 방해를 제안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새우 상자를 묶는 줄의 '색'이나 '수'를 달리해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제품을 컨테이너의 특정 위치에 선적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나머지 제품들은 바이러스 등 질병에 걸린 '병든 새우'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경찰은 트랑칸과 공모해 질병에 걸린 새우를 수입한 혐의로 한 새우 수입업체를 수사하고 있다. 국내 새우 수입 실적 1위인 다이아몬드 새우와 계열사들이다. 이들 회사는 트랑칸으로부터 거의 독점적으로 새우를 수입한다. 입수한 동영상에는 짱 응옥찐이 검역을 피해 새우를 수출하는 예시로 다이아몬드 새우로 수출한 컨테이너 작업도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취재진은 공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베트남 트랑칸의 본사를 찾았다. 그곳에서 다이아몬드 새우로 수출할 제품에 대한 '수상한 포장' 장면을 포착했다. 제품 대부분을 노란색 6줄로 묶었는데 일부 제품만 흰색 1줄을 더해 7줄로 묶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한 트랑칸 측의 해명은 일관성이 없었다. 대표인 짱 칸은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노동자가 가공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반면, 한국 담당 직원인 장 응우옌은 새우의 크기와 제조 일자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취재팀이 만난 국내 새우 수입업자들은 당국의 검역을 회피하려는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이아몬드 새우 측은 "검역을 방해한 일은 전혀 없고, 6줄로 묶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공모 의혹을 부인했다.

■ 베트남의 큰 손 '트랑칸 씨푸드'

베트남 남부 박리우에 있는 트랑칸 씨푸드(Trang Khanh Seafood)
트랑칸 씨푸드는 베트남 새우 수출업체 350여 개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업체다. 대표는 짱 뚜안 칸, 일명 짱 칸으로 베트남 새우 업계의 큰손이다. 트랑칸 계열이 우리나라 수출한 검역대상 냉동새우는 1,167톤이다. 베트남 수출 물량의 63%다. 또, 베트남산 부적합 판정 18건 중 10건을 트랑칸 계열이 수출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수입한 베트남산 검역대상 냉동새우의 63%는 트랑칸 제품
트랑칸은 새우를 국내로 수출할 때 트랑칸 외에도 여러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우선 짱 칸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다이 로이'가 있다. 다음으로 짱 칸의 딸인 짱 응옥찐이 대표로 있는 '응옥찐 박리우 씨푸드'다. 해당 업체는 주소가 트랑칸과 같은 서류상 회사다.

다이 로이 이사회 의장과 트랑칸 사장은 이름과 전화번호가 같은 동일인물
트랑칸 영업부와 응옥찐 사장은 이름과 전화번호가 같은 동일인물
수출업체가 명의를 달리하는 이유는 검역 때문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정밀검사 비율이 오르거나 수입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명의가 하나뿐이라면 타격을 그대로 받지만, 법인을 여러 개 만들거나 다른 법인의 명의를 빌리면 부적합 판정의 영향을 피해갈 수 있다.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 트랑칸 씨푸드의 내부자료 '컨테이너 작업도'

지난 4월 17일 트랑칸이 수출한 컨테이너의 작업도
트랑칸을 취재하던 중 한 장의 문서를 입수했다. 내부자료인 '컨테이너 작업도'였다. 냉동 흰다리새우 12,900kg을 2,580상자에 나눠 담아 컨테이너에 실었다는 내용이다. 컨테이너 번호(TEMU9233307/C173962)와 창고 관리자의 서명도 있다.

문서에는 특이한 표시가 있었다. 1,688 상자를 가로와 세로 2줄씩 '4줄'로 묶었고, 892상자를 가로와 세로 3줄씩 '6줄'로 묶었다는 것이다. 줄의 색은 모두 노란색(Vàng)이었다. 껍질을 까지 않아 머리와 꼬리가 모두 붙어있는 HOSO(Head on Shell on) 냉동 흰다리새우로 종류가 같고, 500g 포장에 20마리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크기도 같은데 다른 방식으로 묶었다.

우선 문서의 진위를 확인했다. 컨테이너 번호로 화물을 추적했다. 실제 국내로 수입된 화물이 맞았다. 수입자는 국내 최대의 HOSO 냉동새우 수입업체인 '다이아몬드 새우'였다. 화물은 지난 4월 17일 트랑칸의 창고를 떠났고, 이틀 뒤인 19일 호찌민 항을 출발해 닷새 만인 24일 인천항에 도착했다.

화물의 수량과 수입자, 컨테이너 번호가 트랑칸의 내부자료와 일치
검역기록도 확인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하 수품원)은 지난 4월 26일 다이아몬드 새우의 계열사인 선일수산 주식회사의 냉동새우 2,580상자를 임상검사 했다. 검사 결과는 모두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적합'이었다.

다이아몬드 계열 수입물량 중 트랑칸 내부자료와 중량이 일치하는 화물 확인
■ "스카이프로 알려줄게요"


수입업자 : 머리 있는 새우를 봤는데 품질이 괜찮더군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새우를 왜 20%밖에 공급할 수 없는 거죠?
짱응옥찐 :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새우를 더) 구할 수 없어서죠.
수입업자 : (더) 구할 수 없단 말이죠?
짱응옥찐 : 말씀드렸듯이 새우 크기에 따라 다른데요. (500g에) 15, 20, 25마리처럼 큰 새우는 좋은 양식장을 구하면 5백에서 천 상자를 납품할 수 있어요. 그러나 컨테이너를 채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요. 원물(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새우)을 구하느냐에 달린 거죠. 
수입업자 : 한 컨테이너에 20% 정도만 바이러스 없는 새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거죠?
짱응옥찐 : 네, 그렇지만 (500g에) 50~60마리처럼 작은 새우는 100상자밖에 못해요.
수입업자 : 단지, 100상자요? 10%?
짱응옥찐 : 네, 작은 새우는 대부분 바이러스나 항생제 문제가 있어요.
수입업자 : 작은 새우는 좋은 양식장을 찾기 더 어렵다는 거죠?
짱응옥찐 : (양식어민들이) 자금이 충분하면 양식장에 투자할 텐데 그렇지 못해요.
수입업자 : 운이 안 좋을 때 한국 세관(검역)은 어떻게 통과하나요?
짱응옥찐 : 컨테이너에 실을 때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샘플이 어딨는지 알려줄게요.
수입업자 : 당신이 표시한 것처럼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새우는 어떤 거죠?
짱응옥찐 : 스카이프 같은 걸로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샘플이 어딨는지 알려줄게요. {장응우옌에게} 아까 그것(다이아몬드 새우 컨테이너 작업도) 좀 가져와 봐. {수입업자에게} 이미 그녀(장응우옌)에게 컨테이너 작업도를 가져오라고 했어요. 샘플을 어디에 싣는지 알려줄게요. 그쪽 직원들이 제품을 가져가고 모을 수 있게 할 거예요.
수입업자 : 새우를 냉동 보관하는데, 우리 창고가 아니거든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요?
짱응옥찐 : 저도 모르겠네요.
수입업자 : 다른 수입업자들은 어떻게 해요?
짱응옥찐 : 그것도 몰라요.


컨테이너 작업도를 준 사람은 트랑칸 대표 짱 칸의 딸인 짱 응옥찐이다. 받은 사람은 국내 한 수입업자였다. 수입업자는 응옥찐에게 어떻게 하면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지 물었고, 응옥찐은 '다이아몬드 새우'로 수출한 내부자료를 예시로 보여줬다. 그러면서 통화 기록을 추적하기 어려운 스카이프 같은 앱을 이용해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제품을 어디 실었는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게다가 응옥찐은 이후 해당 업체에 이메일까지 보냈다. 새우 크기에 따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새우를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었다. 500g 포장에 20마리가 들어가는 큰 새우는 30%, 30마리짜리는 15%, 50마리짜리 작은 새우는 10%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수법을 사용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랑칸 영업 담당자인 짱 응옥찐의 이메일
■ "문 열면 바로 샘플이에요"

트랑칸 한국 담당자인 장 응우옌의 메시지

당시 내부자료를 들고 왔던 사람은 트랑칸의 한국 담당 직원인 장 응우옌이다. 취재진은 응우옌이 수입업체 직원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도 확보했다. 수입업체 직원이 검역을 통과할 수 있게 안정성이 검증된 제품을 어떻게 선적하는지 묻자 "문 열면 바로 샘플"이라고 알려줬다.

지난 4월 19일 트랑칸이 수출한 컨테이너의 작업도
응우옌은 그러면서 문서 한 장과 사진 두 장을 첨부했다. 문서는 취재진이 앞에서 입수한 것과 같은 형식의 선적자료였다. 이번에는 2,610상자를 실었고, 가장 마지막에 실은 273상자만 노란색을 칠해서 줬다. 모두 분홍색 6줄(Hồng 6 dây)로 묶은 제품이었다. 사진 두 장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4줄로 묶은 모습과 안정성이 검증된 제품을 6줄로 묶은 모습이었다.

문서의 컨테이너 번호는 지워졌지만, 우리나라로 수출한 화물 같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중량 허용오차가 3%인 점을 고려해 500g 단위로 포장하는 제품을 485g씩만 실었기 때문이다. 냉동새우를 판매할 때 이윤율이 5%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입업체가 허용오차 안에서 중량을 속여 판 뒤 3% 정도 더 챙기는 건 꽤 짭짤한 수법이다.

추적을 위해 검역기록을 대조했다. 중량을 속이더라도 검역할 때는 500g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전체 중량은 13,050kg이다. 베트남에서 수출한 뒤 국내에서 검역하려면 열흘 이상 소요된다. 대략 5월 초를 전후해 국내에서 해당 중량만큼 검역한 기록을 찾아보니 '창조 씨푸드' 제품으로 압축됐다.

지난 4월 19일에서 보름 이내 수입된 화물 중 중량이 일치하는 화물 확인
창조 씨푸드의 제품은 겉면에 '호앙 퐁 씨푸드'라고 적혀 있지만, 검역기록을 확인하니 수출업체가 '호앙 민 히 씨푸드'였다. '호앙 민 히'의 사무실은 트랑칸 본사 앞이고, 주소를 찍어보면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가 뜬다. 서류상 회사라는 의심이 갔다. 제조업체에 전화했더니 '호앙 민 히'라는 곳은 모른단다.

취재진은 트랑칸 공장에서 창조 씨푸드로 수출하는 '호앙 퐁' 제품의 사진도 입수했다. 왜 트랑칸 공장에서 호앙 퐁 제품을 포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창조 씨푸드' 최 모 대표에게 물었지만, 최 대표는 "원래 베트남 업체들이 대리회사를 여러 개 쓴다"고 답한 뒤 한 달째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25일 트랑칸 씨푸드 공장에서 촬영된 창조 씨푸드 제품
다른 수입업자들도 트랑칸이 쓰는 수법을 알고 있는지 수소문했다. 그 과정에서 인천의 한 수입업자를 알게 됐다. 수입업자는 원래 항생제 검사를 피하려고 쓰는 수법이라고 알려줬다. 안정성이 검증된 제품을 앞에 내세운다고 이른바 '커튼 치기'로 불리며 다양한 검역은 물론 밀수에도 동원되는 널리 알려진 수법이었다.


수입업자 : A 양식장이 내츄럴 팜이라는 얘기는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키운 양식장이니까 검사해도 거의 100% 합격할 확률이 높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 양식장 물건을 가지고 와서 먼저 작업을 시켜요. 그다음에 거기다가 표시를 좀 해놔요. 표시를 한다든지 아니면 줄 묶음을 다르게 해놔요. 예를 들어서 보통 우리가 줄을 묶을 때는 세로 2번, 가로 2번 묶는다고요. 근데 그거는 세로 2번, 가로 3번을 해놓는 거죠. 선적할 때 컨테이너 안쪽에는 다른 농장에서 만든 것들 크기별로 쭉 선적하고, 맨 마지막에 문 앞에 A라는 내츄럴 팜에서 만든 물건을 거기다가 딱 올려놔요. 우리나라에 와서 그 창고하고 유착이라고 해야겠죠. 친분이 있으면 검사 왔을 때 이 물건으로 검사를 받게끔 해달라 이렇게 부탁을 하면은 웬만큼 친분이 있으면 그걸 들어줘요. 그러고 나서 들어와서 작업장에 팔레트에 물건을 쌓을 때 그렇게 만든 물건을 팔레트 맨 위에 올린다고요. 품질관리원에서 와서 중간에서 물건을 빼지는 않거든요. 그렇게 해서 그걸 가지고 검사를 받는 거죠. 그러면은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9.9%는 거의 다 이상이 없다고 나오는 거죠.


■ 경찰의 압수수색과 한계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대상은 트랑칸의 선적 자료에 명시된 수입업체, 다이아몬드 새우와 계열사 3곳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HOSO 냉동새우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대형업체다.

지난해 4월부터 HOSO 냉동새우에 대한 검역이 이뤄지면서 많은 수입업체가 베트남 새우의 수입을 중단했다. 검역 시작 전 1년 동안 베트남에서 HOSO 냉동새우를 수입한 국내 업체는 52개였지만, 검역을 시작한 이래 수입업체는 26개로 줄었다. 업계의 절반 가까이가 베트남산 새우 수입을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새우와 계열사는 달랐다. 이들은 검역 대상인 베트남산 HOSO 냉동새우의 59%를 수입했다. 부적합 판정을 받아 반송된 양을 제외해도 58%다. 또, 베트남산 물량의 대부분인 97%를 트랑칸 씨푸드와 계열사에서 수입했다.

국내로 수입되는 베트남산 냉동새우의 절반 이상을 취급하는 다이아몬드 계열
경찰은 7월 초 서울 송파구에 있는 다이아몬드 새우 본사와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냉동 창고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다이아몬드 새우가 트랑칸 씨푸드와 공모했다면, 서로 다른 줄로 묶었던 '흔적'이 있어야 하고, 다른 줄로 묶었던 그룹 사이에 바이러스 검출 확률이 달라야 했다.

그러나 경찰의 압수수색은 성공적이지 않았다. 보통 40피트 컨테이너로 냉동새우를 수입하면, 한 번에 2천5~6백 상자를 들여오는데 창고에 남은 양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대부분 시중으로 유통된 뒤였다. 결국, 경찰이 수품원에 맡긴 검체는 하나에 불과했다. 증거 확보에 실패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한 차례 영장을 기각해 경찰이 적절한 압수수색 시기를 놓친 점이 아쉬웠고, 압수수색 대상을 봉인된 컨테이너로 하지 않고, 창고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한계였다.

이후 경찰은 다이아몬드 새우의 협조를 받아 부산의 냉동창고도 다녀갔다. 여기서는 모두 6개의 검체를 거뒀고, 수품원에 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취재진이 확인했다. 검사 결과 검체 6개 가운데 4개에서 흰반점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 '6줄'의 비밀을 풀러 베트남으로

취재진은 베트남 수출업체 트랑칸이 박리우로 갔다. 수도 하노이에서 천 2백km 떨어진 메콩강의 중심도시 껀터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한 뒤 다시 육로로 1시간 반을 달렸다.

트랑칸은 축구장 네댓 개 면적의 부지를 사무동과 공장, 각종 창고와 차고 건물로 사용하고 있었다. 울타리 내에서 일하는 직원만 9백 명이다. 트랑칸 씨푸드는 인근 까마우 지역에 있는 다이 로이와 함께 매년 수천 톤의 흰다리새우와 홍다리얼룩새우를 우리나라와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취재진은 장 응우옌의 안내로 공장 내부를 촬영했다. 직원들은 새우의 무게를 재고, 포장 용기에 담고, 급속냉동기로 옮기는 일을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급속냉동기에서 나온 새우에 덮개를 씌우고, 포장된 제품을 10개씩 상자에 넣는 것도 수작업이었다.

공장 깊숙이 들어가 보니 상자를 묶는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직원들은 한국의 다이아몬드 새우로 보내는 제품을 묶고 있었다. 노란색으로 가로, 세로 3줄씩 '6줄'을 묶었다. 컨테이너 작업도에서 본 표시 그대로였다. 의아한 건 흰색 한 줄을 더 넣어 가로 3줄, 세로 4줄, 모두 '7줄'을 묶은 제품도 있었다.

취재진은 장 응우옌에게 줄의 색과 수를 왜 다르게 하느냐고 물었다. 장의 대답은 제조 일자와 새우의 크기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줄을 다르게 묶은 채 창고에 보관한 뒤 컨테이너에 실을 때 '4줄'로 맞춘다는 얘기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제품도 그렇게 한다고 주장했다.

■ 내부자료에 당황하더니…'모르쇠'

수출되는 새우의 바이러스 등 질병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호주 제닉스에 의뢰했던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꺼냈다. 자료를 보여주면서 수출하기 전에 바이러스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물었다. 장 응우옌의 답변은 인터텍이라는 민간 검사기관을 통해 바이러스 검사를 했고, 베트남 정부의 수출검역도 통과해 문제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인터텍 검사결과를 요청했지만, 보여주겠다는 말만 할 뿐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트랑칸의 대표 짱 칸은 1968년생으로 화교다. 처음부터 수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한 건 아니었다. 호찌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수출업자의 얘기로는 원래 양식장에서 새우를 사들여 수출업자에게 넘기는 일을 했다. 주 고객은 화교인 만큼 중국인들이었다. 그러다 한국 수입업체들과 거래하면서 최근 몇 년 새 큰돈을 만졌다. 장 응우옌은 트랑칸이 한 해 4백 컨테이너, 8천 톤을 수출한다고 했다.

짱 칸은 우리가 방송국에서 왔다는 말에 촬영한 영상부터 보자고 했다. 영상을 모두 확인하자 마음이 놓였는지 질문에 답하겠다고 했다. 이에 트랑칸이 다이아몬드 새우로 수출한 내용을 담은 컨테이너 작업도를 꺼냈다. 짱 응옥찐이 준 서류였다. 응옥찐에게 서류를 가져다준 사람은 장 응우옌이었다. 그래서인지 짱 칸보다 장 응우옌의 눈이 먼저 커졌다.


장응우옌 : 아까 찍은 거 좀 보여주면 안 돼요?
짱뚜안칸 : 공장 찍은 영상 좀 보자고 해. 우리 공장이 안 깨끗하다는 내용이 방송되면 거래도 끊길 테고 그럼 우리보고 죽으라는 거니?
취 재 진 : 다름이 아니라 이거는 최근에 짱칸(트랑칸)에서 선일(다이아몬드)로 보낸 거거든요. 한국에 이 물건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저희가 여쭤보고 싶은 게 2,580상자를 이 번호로 보내신 건 맞죠?
장응우옌 : 이거는 확인해야 해요.
취 재 진 : 확인 좀 해주세요.
짱뚜안칸 : 그래서 뭐라고 얘기하니? 이걸(컨테이너 작업도) 어떻게 구했대?
장응우옌 : 이걸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어요. (응옥찐의 지시로 응우옌이 수입업자에 준 문서) 이건 내부인들만 볼 수 있는 건데…
다른남성 : 우리 내부인들만 아는 사항이잖아요.
짱뚜안칸 : 우리 내부 거잖아.


짱 칸과 장 응우옌은 자신들이 작성한 문서라는 것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취재는 거부했다. 다이 로이와의 관계도 부인했고, 짱 응옥찐과의 부녀 관계도 부인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객이 왔다며 취재진을 내보냈다.

취재진은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에도 짱 칸과 짱 응옥찐, 장 응우옌을 상대로 수차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질문은 새우 상자를 서로 다른 '색'과 '수'의 줄로 묶은 이유에 집중했다. 하지만 트랑칸 씨푸드의 답변은 일관성이 없었다. 지난 7월 26일 장 응우옌은 새우의 크기와 제조 일자 구분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닷새 뒤인 31일 짱 칸은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밤과 낮교대 근무조 중 어디의 책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분한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일관된 답변을 하지 않는 장 응우옌(왼쪽)과 짱 칸(오른쪽)
■ 반론 요청에 가처분 신청…'결국 기각'

취재진은 트랑칸 씨푸드의 최대 고객인 다이아몬드 새우와 접촉했다. 대표인 박 모 씨에게 검역방해 의혹에 대한 반론을 요청했다.

이에 박 대표는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랑칸에게) 노란 끈으로만 두 줄씩 두 번 묶어달라고 얘기한다"며 공모 의혹을 부인했다. 또, "트랑칸은 사이즈별 분류작업을 용이하게 하고, 생산일자가 다른 경우에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줄을 추가한다"며 'KBS의 취재가 사실을 오인했다'는 취지의 답변서 한 부를 보냈다. 이후 선일수산과 다이아몬드 새우, 에메랄드 씨푸드, 크린 오션 등 네 회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2건의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KBS 탐사보도부의 취재가 명백히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더불어 법원은 "(선일수산도) 컨테이너에 선적되기 전에 일부 상자가 6줄의 끈으로 묶여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트랑칸 씨푸드 공장 안에서 촬영한 ‘6줄로 묶인’ 다이아몬드 새우 상자
검역을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16달 동안 트랑칸 씨푸드와 계열사의 검역대상 냉동새우를 수입한 국내업체는 예닐곱 곳이다. 이 가운데 다이아몬드 새우의 계열사인 선일수산 등이 1,064톤을 수입했다. 전체 1,167톤 가운데 9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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