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빨대 꽂힌 희귀종 ‘올리브바다거북’, 국내에도 서식

입력 2019.09.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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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입니다. 당시 코에 빨대가 꽂힌 모습으로 큰 충격을 줬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하며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는 거북인데요. 그즈음 다른 사진 하나도 전해졌습니다.


바위섬이냐고요? 아닙니다. 멕시코 서남부 오악사카주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인근 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들입니다. 참치잡이 그물에 걸려 죽었는데 무려 3백 마리가 넘습니다. 1990년부터 바다거북 포획을 금지한 멕시코 당국도 사인 규명에 나섰습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뱃속 가득

최근 국내에서도 바다거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우리 바다에서 죽은 거북의 부검 현장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거북의 내장에서는 각종 제품 포장지 등 비닐을 비롯해 스티로폼, 헝겊, 낚싯줄, 전단지까지도 나왔습니다.

바다거북 부검 및 엑스레이 사진바다거북 부검 및 엑스레이 사진

바다거북 몸에서 나온 쓰레기바다거북 몸에서 나온 쓰레기

결국, 이 쓰레기들이 내장을 막거나 상처를 내 죽음에 이르게 된 겁니다. 올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부검한 20마리 가운데 5마리는 쓰레기를 먹었다가 폐사했고, 다른 5마리도 쓰레기가 폐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리브바다거북, 우리 바다에 나타났다?

올리브바다거북? 사실 좀 낯선 이름의 거북입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거북이라 해봤자 장수거북이나 코끼리거북 정도이니까 말이죠. 올리브바다거북은 영어로는 Olive Ridley Sea Turtle, 학명은 Lepidochelys olivacea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는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라 불렸습니다. 지금의 이름으로 인정받은 것도 불과 한 달 전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거북이 우리 바다에 산다는 겁니다.

강원도 양양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강원도 양양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

경북 포항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경북 포항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

사진 속의 거북은 보시다시피 안타깝게도 이미 죽은 상태였습니다. 2017년 강원도 양양과 경북 포항의 해변에서 발견됐습니다. 사실 이 거북은 멸종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이동하다가 그물에 걸려 죽거나 하면서 개체 수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제 사회에서도 올리브바다거북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국제협약(CITES)'의 부속서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허가된 경우가 아닌 이상 국제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올리브바다거북이 우리 바다에서 발견된 겁니다.

■한국 연안 서식 첫 '공식 확인'

2년 전 발견된 이 거북에 관해 연구를 진행한 건 앞서 언급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입니다. 올리브바다거북 사체 2구의 외관 특징과 유전자, 부패 정도 등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발견 당시, 우리 연안에서 서식하다가 2~3일 전에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학술지인 '커런트 허피톨로지[Current Herpetology(SCIⅡ)]' 2019년 8월호에 게재돼, 올리브바다거북의 한국 연안 서식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올리브바다거북'이란 이름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 우리 바다에서 발견됐다는 기사가 가끔 보도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등을 거치면서 올리브바다거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당시 조사 자료나 사체, 견본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에 인정받은 두 마리가 우리 바다에서 확인된 첫 '올리브바다거북'인 셈입니다.

■올리브바다거북, 따뜻한 태평양 '주 서식지'

사실 올리브바다거북은 따뜻한 바다를 좋아합니다. 특히 태평양 개체군은 주로 호주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번식한 후 따뜻한 태평양 해역을 회유하며 서식하기 때문에 북방한계가 아시아 남부에 국한돼 있습니다. 그래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출현 개체 수도 매우 적어 일본과 홍콩, 중국, 대만 등도 국가 차원에서 올리브바다거북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 바다에도 여름철 수온이 올라갔을 때 올리브바다거북이 올라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인정받은 두 마리 외에도 그동안 정말 많은 올리브바다거북이 다녀갔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올여름에도 다녀갔을 수도 있습니다.

■'해양보호생물' 추진…바다를 모두의 품에!

올리브바다거북의 서식이 확인됨에 따라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바다거북은 5종으로 늘었습니다. 기존에는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등 네 가지뿐이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이 거북들 모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구조ㆍ치료와 인공 증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리브바다거북도 곧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진은 "바다거북 사체 2구의 외관 특징 및 유전자 분석을 통해 올리브바다거북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며 "올리브바다거북의 출현으로 한국 연안에 서식하는 바다거북 종이 4종에서 5종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에서 빨대를 뽑자 피를 흘리며 소스라치게 놀라던 거북, 수백 마리의 거북 사체가 떠다니던 바다,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줄 모르고 비닐봉지와 자유롭게 유영하는 거북. 그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비닐봉지가 자연 상태로 썩어서 분해되는 데만 최소 20년이 걸립니다.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은 500년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이런 폐기물들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이를 무엇인지도 모른 채 거북과 고래 등 바다 동물들이 먹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올리브바다거북을 비롯한 우리 바다 동물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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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에 빨대 꽂힌 희귀종 ‘올리브바다거북’, 국내에도 서식
    • 입력 2019-09-10 16:23:51
    취재K
이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입니다. 당시 코에 빨대가 꽂힌 모습으로 큰 충격을 줬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전하며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는 거북인데요. 그즈음 다른 사진 하나도 전해졌습니다.


바위섬이냐고요? 아닙니다. 멕시코 서남부 오악사카주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인근 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들입니다. 참치잡이 그물에 걸려 죽었는데 무려 3백 마리가 넘습니다. 1990년부터 바다거북 포획을 금지한 멕시코 당국도 사인 규명에 나섰습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뱃속 가득

최근 국내에서도 바다거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우리 바다에서 죽은 거북의 부검 현장도 공개하고 있습니다. 거북의 내장에서는 각종 제품 포장지 등 비닐을 비롯해 스티로폼, 헝겊, 낚싯줄, 전단지까지도 나왔습니다.

바다거북 부검 및 엑스레이 사진
바다거북 몸에서 나온 쓰레기
결국, 이 쓰레기들이 내장을 막거나 상처를 내 죽음에 이르게 된 겁니다. 올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부검한 20마리 가운데 5마리는 쓰레기를 먹었다가 폐사했고, 다른 5마리도 쓰레기가 폐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리브바다거북, 우리 바다에 나타났다?

올리브바다거북? 사실 좀 낯선 이름의 거북입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거북이라 해봤자 장수거북이나 코끼리거북 정도이니까 말이죠. 올리브바다거북은 영어로는 Olive Ridley Sea Turtle, 학명은 Lepidochelys olivacea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는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라 불렸습니다. 지금의 이름으로 인정받은 것도 불과 한 달 전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거북이 우리 바다에 산다는 겁니다.

강원도 양양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
경북 포항에서 발견된 올리브바다거북
사진 속의 거북은 보시다시피 안타깝게도 이미 죽은 상태였습니다. 2017년 강원도 양양과 경북 포항의 해변에서 발견됐습니다. 사실 이 거북은 멸종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이동하다가 그물에 걸려 죽거나 하면서 개체 수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제 사회에서도 올리브바다거북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국제협약(CITES)'의 부속서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허가된 경우가 아닌 이상 국제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올리브바다거북이 우리 바다에서 발견된 겁니다.

■한국 연안 서식 첫 '공식 확인'

2년 전 발견된 이 거북에 관해 연구를 진행한 건 앞서 언급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입니다. 올리브바다거북 사체 2구의 외관 특징과 유전자, 부패 정도 등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발견 당시, 우리 연안에서 서식하다가 2~3일 전에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학술지인 '커런트 허피톨로지[Current Herpetology(SCIⅡ)]' 2019년 8월호에 게재돼, 올리브바다거북의 한국 연안 서식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올리브바다거북'이란 이름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 우리 바다에서 발견됐다는 기사가 가끔 보도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등을 거치면서 올리브바다거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당시 조사 자료나 사체, 견본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에 인정받은 두 마리가 우리 바다에서 확인된 첫 '올리브바다거북'인 셈입니다.

■올리브바다거북, 따뜻한 태평양 '주 서식지'

사실 올리브바다거북은 따뜻한 바다를 좋아합니다. 특히 태평양 개체군은 주로 호주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번식한 후 따뜻한 태평양 해역을 회유하며 서식하기 때문에 북방한계가 아시아 남부에 국한돼 있습니다. 그래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출현 개체 수도 매우 적어 일본과 홍콩, 중국, 대만 등도 국가 차원에서 올리브바다거북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 바다에도 여름철 수온이 올라갔을 때 올리브바다거북이 올라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인정받은 두 마리 외에도 그동안 정말 많은 올리브바다거북이 다녀갔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올여름에도 다녀갔을 수도 있습니다.

■'해양보호생물' 추진…바다를 모두의 품에!

올리브바다거북의 서식이 확인됨에 따라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바다거북은 5종으로 늘었습니다. 기존에는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등 네 가지뿐이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이 거북들 모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구조ㆍ치료와 인공 증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리브바다거북도 곧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연구실 연구진은 "바다거북 사체 2구의 외관 특징 및 유전자 분석을 통해 올리브바다거북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며 "올리브바다거북의 출현으로 한국 연안에 서식하는 바다거북 종이 4종에서 5종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에서 빨대를 뽑자 피를 흘리며 소스라치게 놀라던 거북, 수백 마리의 거북 사체가 떠다니던 바다,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줄 모르고 비닐봉지와 자유롭게 유영하는 거북. 그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비닐봉지가 자연 상태로 썩어서 분해되는 데만 최소 20년이 걸립니다.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은 500년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이런 폐기물들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이를 무엇인지도 모른 채 거북과 고래 등 바다 동물들이 먹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올리브바다거북을 비롯한 우리 바다 동물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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