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수천명 사망 추정” 핵폭탄 허리케인…‘지구온난화’ 때문?

입력 2019.09.1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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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도리안 피해 지역 시신 수습 작업

카리브 해의 섬나라 바하마는 지상 낙원으로 비유되던 유명 휴양지였습니다. 하지만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할퀴고 간 섬을 찾은 외신들은 "핵폭탄이 떨어진 것 같다", "전쟁터를 떠오르게 한다"고 참상을 전했습니다.

허리케인이 바하마를 떠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추산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듀앤 샌즈 바하마 보건장관은 최종 사망자 수가 "충격적인 수준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피난 중 헤어졌다 다시 만난 가족들피난 중 헤어졌다 다시 만난 가족들

바하마 언론 "사망자 수천 명" 헤드라인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현지시간 9일 매쉬 하버(Mash harbour)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신 수습 작업 현장을 보도했습니다.

매쉬 하버는 바하마 그레이트 아바코 섬에서 가장 인구가 많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시신 발굴을 위해 유리와 나무 등 잔해를 치우는 불도저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바하마 정부의 공식 사망자 집계는 지난 월요일 이후 멈춰 있습니다. 현재 바하마에서 허리케인으로 숨진 사람은 50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의 취재 현장에서도 5구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지만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듀언 샌즈 바하마 보건장관은 "사망자 수를 모를뿐더러, 예상 범위를 정하는 것도 꺼려진다"며 "하지만 희생자 수가 엄청나고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사망자 수가 수천 명까지 추정된다고 헤드라인을 쓰고 있습니다. 지역 영안실은 수많은 시신으로 이미 포화 상태이고, 나머지는 냉장 컨테이너에 보관됩니다.

재난 뒤 실종된 사람들의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목적의 사이트인 'DorianPeopleSearch.com'에는 현재 수천 명의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허리케인 지나간 뒤 폐허가 된 바하마허리케인 지나간 뒤 폐허가 된 바하마

생존 투쟁에 내몰린 허리케인 이재민 7만 명

미 뉴욕타임스는 폐허가 된 바하마에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이재민들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풍과 홍수로 현재 7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던 집을 잃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야말로 목숨만 건진 수천 명의 사람이 바하마의 수도인 나소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원래 살던 지역에는 전력은 물론 식수마저 없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삶에 내몰렸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그레이트 아바코 섬의 트레저 케이에 살던 51살 카를라 퍼거슨은 나소 공항에 도착해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녀의 가족이 지니고 있는 짐은 기증받은 옷가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바하마 정부는 아바코 섬 한 곳에서만 식량과 물·임시 거처가 필요한 주민 1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구호품 기다리는 바하마 이재민들구호품 기다리는 바하마 이재민들

"핵폭탄 떨어진 듯".. 바하마 가장 큰 걱정은 '미래'

하지만 사회 기반시설마저 모두 부서진 탓에 구호는 더디게 이뤄지는 상태입니다.

영국 BBC는 인프라의 90%가 손상되거나 파괴된 매쉬 하버의 주민들이 원조가 너무 느리게 도착해 불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쉬 하버의 주민 테페토 데이비스는 "부상자들을 옮기기 위해 부서진 차에서 휘발유를 퍼내야 했다"며 "식량도 약품도 물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우린 여기에서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 데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은 피해 현장의 식수가 오염돼 수인성 질병이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국제개발국(USAID)의 책임자 마크 그린은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것 같다"고 아바코 섬을 본 충격을 전했습니다.

삶의 터전을 허리케인에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미래입니다. 적십자 대변인 제넬 엘리는 "사람들은 다음 단계뿐만 아니라 어떻게 수입을 얻고 미래의 삶이 어떻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나란히 늘어선 4개의 폭풍 위성사진 (출처 : NASA)나란히 늘어선 4개의 폭풍 위성사진 (출처 : NASA)

초강력 허리케인 원인은? "지구 온난화"

한편 수만 명의 삶을 파괴한 초강력 허리케인을 지구 온난화가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기후 변화가 허리케인을 더 파괴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제기후변화협의회(IPCC)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에 갇힌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바다의 열은 허리케인이나 태풍 등 열대성 폭풍우의 에너지원입니다. 이 때문에 일단 폭풍이 형성되면 과거보다 빠르고 크게 강해진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1949년부터 2016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 속도는 10% 느려졌습니다. 허리케인은 진행 속도가 느릴수록 한 장소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그럴수록 해당 지역은 더 많은 비와 강풍에 노출돼 더 큰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리케인의 속도가 느려진 원인도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폭풍은 대기 상층부의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데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적도와 극지방의 온도 차가 낮아지면서 이 바람 세기가 약해졌다는 겁니다.

바하마가 쑥대밭이 된 이유도 허리케인이 오랜 시간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도리안은 최고등급인 5등급 상태에서 바하마 상공에 이틀 가까이 정지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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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수천명 사망 추정” 핵폭탄 허리케인…‘지구온난화’ 때문?
    • 입력 2019-09-11 06:09:02
    글로벌 돋보기
허리케인 도리안 피해 지역 시신 수습 작업

카리브 해의 섬나라 바하마는 지상 낙원으로 비유되던 유명 휴양지였습니다. 하지만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할퀴고 간 섬을 찾은 외신들은 "핵폭탄이 떨어진 것 같다", "전쟁터를 떠오르게 한다"고 참상을 전했습니다.

허리케인이 바하마를 떠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추산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듀앤 샌즈 바하마 보건장관은 최종 사망자 수가 "충격적인 수준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피난 중 헤어졌다 다시 만난 가족들
바하마 언론 "사망자 수천 명" 헤드라인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현지시간 9일 매쉬 하버(Mash harbour)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신 수습 작업 현장을 보도했습니다.

매쉬 하버는 바하마 그레이트 아바코 섬에서 가장 인구가 많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시신 발굴을 위해 유리와 나무 등 잔해를 치우는 불도저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바하마 정부의 공식 사망자 집계는 지난 월요일 이후 멈춰 있습니다. 현재 바하마에서 허리케인으로 숨진 사람은 50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의 취재 현장에서도 5구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지만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듀언 샌즈 바하마 보건장관은 "사망자 수를 모를뿐더러, 예상 범위를 정하는 것도 꺼려진다"며 "하지만 희생자 수가 엄청나고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사망자 수가 수천 명까지 추정된다고 헤드라인을 쓰고 있습니다. 지역 영안실은 수많은 시신으로 이미 포화 상태이고, 나머지는 냉장 컨테이너에 보관됩니다.

재난 뒤 실종된 사람들의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목적의 사이트인 'DorianPeopleSearch.com'에는 현재 수천 명의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허리케인 지나간 뒤 폐허가 된 바하마
생존 투쟁에 내몰린 허리케인 이재민 7만 명

미 뉴욕타임스는 폐허가 된 바하마에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이재민들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풍과 홍수로 현재 7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던 집을 잃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야말로 목숨만 건진 수천 명의 사람이 바하마의 수도인 나소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원래 살던 지역에는 전력은 물론 식수마저 없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삶에 내몰렸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그레이트 아바코 섬의 트레저 케이에 살던 51살 카를라 퍼거슨은 나소 공항에 도착해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녀의 가족이 지니고 있는 짐은 기증받은 옷가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바하마 정부는 아바코 섬 한 곳에서만 식량과 물·임시 거처가 필요한 주민 1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구호품 기다리는 바하마 이재민들
"핵폭탄 떨어진 듯".. 바하마 가장 큰 걱정은 '미래'

하지만 사회 기반시설마저 모두 부서진 탓에 구호는 더디게 이뤄지는 상태입니다.

영국 BBC는 인프라의 90%가 손상되거나 파괴된 매쉬 하버의 주민들이 원조가 너무 느리게 도착해 불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쉬 하버의 주민 테페토 데이비스는 "부상자들을 옮기기 위해 부서진 차에서 휘발유를 퍼내야 했다"며 "식량도 약품도 물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우린 여기에서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 데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은 피해 현장의 식수가 오염돼 수인성 질병이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국제개발국(USAID)의 책임자 마크 그린은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것 같다"고 아바코 섬을 본 충격을 전했습니다.

삶의 터전을 허리케인에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미래입니다. 적십자 대변인 제넬 엘리는 "사람들은 다음 단계뿐만 아니라 어떻게 수입을 얻고 미래의 삶이 어떻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나란히 늘어선 4개의 폭풍 위성사진 (출처 : NASA)
초강력 허리케인 원인은? "지구 온난화"

한편 수만 명의 삶을 파괴한 초강력 허리케인을 지구 온난화가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기후 변화가 허리케인을 더 파괴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제기후변화협의회(IPCC)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에 갇힌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바다의 열은 허리케인이나 태풍 등 열대성 폭풍우의 에너지원입니다. 이 때문에 일단 폭풍이 형성되면 과거보다 빠르고 크게 강해진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1949년부터 2016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 속도는 10% 느려졌습니다. 허리케인은 진행 속도가 느릴수록 한 장소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그럴수록 해당 지역은 더 많은 비와 강풍에 노출돼 더 큰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허리케인의 속도가 느려진 원인도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폭풍은 대기 상층부의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데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적도와 극지방의 온도 차가 낮아지면서 이 바람 세기가 약해졌다는 겁니다.

바하마가 쑥대밭이 된 이유도 허리케인이 오랜 시간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도리안은 최고등급인 5등급 상태에서 바하마 상공에 이틀 가까이 정지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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