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산사태 나자 기쁨의 눈물 흘린 노르웨이

입력 2019.09.11 (07:06) 수정 2019.09.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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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배경이 된 나라 노르웨이.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북서쪽으로 떨어진 유명 관광지 베르겐과 트론헤임에 설치된 지진 감지계에 지난 5일(현지시각) 밤 9시쯤 큰 진동이 감지됐다.

같은 시각 노르웨이의 공영방송 NRK에서는 노르웨이 라우마 지역에 있는 해발 1,294m의 머넌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사태를 생중계하고 있었다. 머넌산 위의 '베슬레머넌'이라고 하는 봉우리가 5만 세제곱미터 규모의 바위와 토사를 쏟아내며 굉음 속에 무너져내리는 모습이었다.

TV로 이를 지켜보던 라우마 지역 주민들과 라르스 올라브 후스타드 라우마 시장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후스타드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주민들을 생각하면서 정말 기뻤고 그래서 눈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산사태가 일어났는데 기쁨의 눈물을?

노르웨이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이다. 자연히 산사태도 잦다. 특히 지난 1893년 베르달 지역에서 산사태가 농장을 덮쳐 116명이 숨지는 큰 인명피해를 겪은 이후로는 산사태 우려가 큰 6개 산에 실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해 운용해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로 근래 가장 무너질 위험이 높은 산으로 지목되어온 '베슬레머넌' 봉우리는 특히 최근 5년간 라우마 지역 주민들에게 큰 위협이자 골칫거리였다. 2014년 첫 산사태 경보가 발령된 이래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횟수만 무려 16차례. 물이 차고 얼 때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땅 때문에 연 평균 세 번씩은 주민 모두가 삶의 터전을 떠나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봉우리만 하릴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봉우리가 '마침내' 무너져내리자 주민들은 '앓던 이가 빠진 듯한 후련함'에 환호했다.

2009년부터 모니터되기 시작한 이 산에서 전문가들은 2014년부터는 강한 비로 인한 침식이 심해져 베슬레머넌 봉우리와 주변부 사면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따라서 라우마 지역과 인근 철로 부근 주민들에게 이주를 권고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날 수는 없다며 산사태 경보가 울릴 때마다 안전지대로 대피했다가 다시 돌아오길 반복했다.

이런 기다림의 수고를 줄이기 위해 도중에 인공 산사태를 일으켜보려고 산사면의 틈에 물을 주입하는 시도까지 이뤄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 만큼 항상 절박함과 불안감 속에 살아야했던 주민들이 느끼는 '해방감'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하기 충분했고, 게다가 믿음직한 경보 시스템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택에 인명 피해 없이 산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이 일은 노르웨이의 국가적 경사로 '해피 엔딩'을 맞게 됐다.


한편 셸-뵈르게 프레이베르그 노르웨이 석유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당국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런 재해가 더 잦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레이베르그 장관은 "한때 안전했던 장소에서조차 이제 이런 일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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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배경이 된 나라 노르웨이.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북서쪽으로 떨어진 유명 관광지 베르겐과 트론헤임에 설치된 지진 감지계에 지난 5일(현지시각) 밤 9시쯤 큰 진동이 감지됐다.

같은 시각 노르웨이의 공영방송 NRK에서는 노르웨이 라우마 지역에 있는 해발 1,294m의 머넌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사태를 생중계하고 있었다. 머넌산 위의 '베슬레머넌'이라고 하는 봉우리가 5만 세제곱미터 규모의 바위와 토사를 쏟아내며 굉음 속에 무너져내리는 모습이었다.

TV로 이를 지켜보던 라우마 지역 주민들과 라르스 올라브 후스타드 라우마 시장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후스타드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주민들을 생각하면서 정말 기뻤고 그래서 눈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산사태가 일어났는데 기쁨의 눈물을?

노르웨이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이다. 자연히 산사태도 잦다. 특히 지난 1893년 베르달 지역에서 산사태가 농장을 덮쳐 116명이 숨지는 큰 인명피해를 겪은 이후로는 산사태 우려가 큰 6개 산에 실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해 운용해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로 근래 가장 무너질 위험이 높은 산으로 지목되어온 '베슬레머넌' 봉우리는 특히 최근 5년간 라우마 지역 주민들에게 큰 위협이자 골칫거리였다. 2014년 첫 산사태 경보가 발령된 이래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횟수만 무려 16차례. 물이 차고 얼 때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땅 때문에 연 평균 세 번씩은 주민 모두가 삶의 터전을 떠나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봉우리만 하릴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봉우리가 '마침내' 무너져내리자 주민들은 '앓던 이가 빠진 듯한 후련함'에 환호했다.

2009년부터 모니터되기 시작한 이 산에서 전문가들은 2014년부터는 강한 비로 인한 침식이 심해져 베슬레머넌 봉우리와 주변부 사면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따라서 라우마 지역과 인근 철로 부근 주민들에게 이주를 권고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날 수는 없다며 산사태 경보가 울릴 때마다 안전지대로 대피했다가 다시 돌아오길 반복했다.

이런 기다림의 수고를 줄이기 위해 도중에 인공 산사태를 일으켜보려고 산사면의 틈에 물을 주입하는 시도까지 이뤄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 만큼 항상 절박함과 불안감 속에 살아야했던 주민들이 느끼는 '해방감'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하기 충분했고, 게다가 믿음직한 경보 시스템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택에 인명 피해 없이 산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이 일은 노르웨이의 국가적 경사로 '해피 엔딩'을 맞게 됐다.


한편 셸-뵈르게 프레이베르그 노르웨이 석유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당국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런 재해가 더 잦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레이베르그 장관은 "한때 안전했던 장소에서조차 이제 이런 일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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