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폭력의 굴레속 아버지와 아들…법원이 내린 판단은?

입력 2019.09.11 (1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토요일이었던 2017년 7월 22일.

강원도 원주에 사는 50대 남성 A 씨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잊지 못할 날이었을 것 같습니다.

불금의 열기가 채 식지 않았을 그 날 새벽, 21살 아들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늦게 귀가했다며 잔소리를 하는 아버지.

평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잔소리를 들은 아들은 아버지에게 주먹을 휘두릅니다.

아들의 주먹과 발에 얼굴과 가슴, 엉덩이 등에 상처를 입은 아버지는 그날 새벽 5시 무렵 112에 신고합니다.

경찰을 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 더 화가 나 아버지를 폭행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전치 10주의 골절상을 입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릅니다.

아들의 반성과 사과도 없어 화가 날 대로 난 아버지 A 씨는 이 사건을 재판으로 가게 합니다.

하지만 재판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인 2018년 1월, 아버지는 또 한 번 치욕스러운 일을 겪습니다.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아들. 아버지를 이불로 뒤집어씌운 뒤 주먹과 발로 폭행합니다.

이 일로 아버지는 다시 전치 4주의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아들은 존속상해 혐의로 기소됐고 2번째 폭행이 있었던 그해 8월, 1심 재판부는 아들에게 집행유예 없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판결문에서 "아버지인 피해자를 상대로 요치(치료를 필요로 하는) 10주간의 상해를 가한 뒤 그에 대한 형사재판 등 처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다시 요치 약 4주간의 상해를 가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범행 후 상당 기간이 지났음에도 피해자와 사이에 합의가 되지도 않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첫 번째 폭행 후 1년이 넘은 시점까지도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겁니다.

아들은 항소했고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난 지난달 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춘천지방법원은 "원심판결 이후 피해자(아버지)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피고인이 초범이며 범행동기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이)유년기부터 부모의 갈등과 가정폭력을 경험하였으며 그로 인해 누적된 상처가 치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남의 가정사를 속속들이 알긴 어렵지만, 아들이 원만한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들이 진심으로 사과했는지 아비 된 도리로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르지만, 어찌 됐건 아버지가 가해자를 용서한 것으로 나옵니다.

성장 과정에서 가정폭력을 겪은 아들. 그런 아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도 결국 아들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서 부모란 무엇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래픽 : 권세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건후] 폭력의 굴레속 아버지와 아들…법원이 내린 판단은?
    • 입력 2019-09-11 11:00:14
    취재후·사건후
토요일이었던 2017년 7월 22일.

강원도 원주에 사는 50대 남성 A 씨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잊지 못할 날이었을 것 같습니다.

불금의 열기가 채 식지 않았을 그 날 새벽, 21살 아들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늦게 귀가했다며 잔소리를 하는 아버지.

평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잔소리를 들은 아들은 아버지에게 주먹을 휘두릅니다.

아들의 주먹과 발에 얼굴과 가슴, 엉덩이 등에 상처를 입은 아버지는 그날 새벽 5시 무렵 112에 신고합니다.

경찰을 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 더 화가 나 아버지를 폭행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전치 10주의 골절상을 입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릅니다.

아들의 반성과 사과도 없어 화가 날 대로 난 아버지 A 씨는 이 사건을 재판으로 가게 합니다.

하지만 재판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인 2018년 1월, 아버지는 또 한 번 치욕스러운 일을 겪습니다.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아들. 아버지를 이불로 뒤집어씌운 뒤 주먹과 발로 폭행합니다.

이 일로 아버지는 다시 전치 4주의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아들은 존속상해 혐의로 기소됐고 2번째 폭행이 있었던 그해 8월, 1심 재판부는 아들에게 집행유예 없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판결문에서 "아버지인 피해자를 상대로 요치(치료를 필요로 하는) 10주간의 상해를 가한 뒤 그에 대한 형사재판 등 처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다시 요치 약 4주간의 상해를 가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범행 후 상당 기간이 지났음에도 피해자와 사이에 합의가 되지도 않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첫 번째 폭행 후 1년이 넘은 시점까지도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겁니다.

아들은 항소했고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난 지난달 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춘천지방법원은 "원심판결 이후 피해자(아버지)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피고인이 초범이며 범행동기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이)유년기부터 부모의 갈등과 가정폭력을 경험하였으며 그로 인해 누적된 상처가 치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남의 가정사를 속속들이 알긴 어렵지만, 아들이 원만한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들이 진심으로 사과했는지 아비 된 도리로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르지만, 어찌 됐건 아버지가 가해자를 용서한 것으로 나옵니다.

성장 과정에서 가정폭력을 겪은 아들. 그런 아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도 결국 아들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서 부모란 무엇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래픽 : 권세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