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 “출입기자·포토라인이 뭡네까?”…‘충성경쟁’ 北기자들

입력 2019.09.13 (20:21) 수정 2019.10.0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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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판문점, 북미 정상을 둘러싼 북한 취재진

" 헤이! 무브!!!" " 컴온~!!"
지난 6월 판문점. 외신기자들의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급작스럽게 이뤄진 남북미 정상회동에서 화면에 가장 많이 잡힌 것이 북한 기자들의 등짝이니 그럴만합니다. 그렇게 북한 기자들은 남한과 외신기자들은 물론, 경호원들까지 제치고 카메라를 들이밀었습니다.

2018년 9월 평양 국제공항, 남북 정상 부부를 취재하는 북한 기자들2018년 9월 평양 국제공항, 남북 정상 부부를 취재하는 북한 기자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 기자들은 가장 선두에 서서 두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그 열의가 문 대통령 부부의 숙소인 백화원에도 이어지자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섰습니다.
"영철 부장이랑 다 나가자! 왜 여기까지 들어와?"

취재경계선으로 불리는 '포토라인'을 어기는 것은 기본, 생방송 중인 중계 화면까지 가리는 북한 기자들의 취재방식은 정도가 심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취재기준으로 북한 기자단을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 조선중앙TV 기자 출신 탈북민의 장진성 씨의 의견입니다. 이들에겐 취재보다 김정은 위원장, 북한 지도자를 잘 촬영해야 하는 정치적 임무가 먼저라는 겁니다.
"북한에는 출입기자라는 말 자체가 없어요...(중략)...김정은 위원장 현지시찰 동행할 때는 1호 카메라맨이라고 하죠. 조직지도부 산하 언론담당, 그 사람들이 갑니다."

 1990년, 제1차 남북 고위급 회담 당시 서울시민을 인터뷰하는 북한 기자 1990년, 제1차 남북 고위급 회담 당시 서울시민을 인터뷰하는 북한 기자

북한 기자들이 본격적으로 공개된 건 1990년 제1차 남북 고위급 회담 때입니다. 서울을 방문한 북측 대표단에는 연형묵 총리 등 간부들과 함께 기자단 50명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 기자들은 서울시민들에게 북한 당국의 입장을 강요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남측의 안내 규정을 무시하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죠. 하지만 이 역시 기자 개인의 취재물이 아닌, 북한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장진성 전 조선중앙TV 기자는 설명합니다. "북한은 지령취재에요. 오늘 여기 가서 이거 해라! 그렇게 당 정책 위주로만 취재하죠."

2000년 9월, ‘KBS 한민족 특별기획 〈백두에서 한라까지〉’ 생방송2000년 9월, ‘KBS 한민족 특별기획 〈백두에서 한라까지〉’ 생방송

그러나 고위급 회담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리고 북한기자단의 서울 방문이 잦아질수록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서울시민들은 소탈하게 북한 기자들과 대화했고, 북한 기자들도 남한 기자들과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나눠 먹으며 여유를 찾은 겁니다. 그리고 2000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최초의 남북 합동 방송도 성사되죠. 바로 백두산과 한라산, 서울을 연결한 생방송 'KBS 한민족 특별기획 <백두에서 한라까지>' 입니다.

그러나 이후 금강산 피살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남과 북을 오가던 취재진들의 발길도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2018년 2월, 평창에 도착한 북한 기자단2018년 2월, 평창에 도착한 북한 기자단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기자단이 다시 남한 땅을 밟습니다. 마치 1990년의 첫 만남처럼 북한 기자들은 한 치의 틈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짧은 농담 정도는 주고받게 됐다고 KBS 영상취재부 이창준 기자는 기억합니다.
"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다른 남북 행사 화면에서 아는 얼굴을 몇 명 찾았어요. 잘 계시는구나... 남북의 다른 이벤트가 있다면 우리 평창에서 보지 않았느냐, 잘 계셨느냐, 이렇게 안부를 붇고 싶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KBS 기자와 대화하는 북한 기자들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KBS 기자와 대화하는 북한 기자들

취재 경쟁을 넘어 당과 지도자를 향한 충성경쟁을 벌여야 하는 북한 기자들, 한편으론 남한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탈하게 교류했던 북한 기자들을 내일(14) 아침 7시 50분 KBS 1TV <남북의 창>에서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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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 창] “출입기자·포토라인이 뭡네까?”…‘충성경쟁’ 北기자들
    • 입력 2019-09-13 20:21:54
    • 수정2019-10-07 08:03:15
    취재K
지난 6월 판문점, 북미 정상을 둘러싼 북한 취재진 " 헤이! 무브!!!" " 컴온~!!" 지난 6월 판문점. 외신기자들의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급작스럽게 이뤄진 남북미 정상회동에서 화면에 가장 많이 잡힌 것이 북한 기자들의 등짝이니 그럴만합니다. 그렇게 북한 기자들은 남한과 외신기자들은 물론, 경호원들까지 제치고 카메라를 들이밀었습니다. 2018년 9월 평양 국제공항, 남북 정상 부부를 취재하는 북한 기자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 기자들은 가장 선두에 서서 두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그 열의가 문 대통령 부부의 숙소인 백화원에도 이어지자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섰습니다. "영철 부장이랑 다 나가자! 왜 여기까지 들어와?" 취재경계선으로 불리는 '포토라인'을 어기는 것은 기본, 생방송 중인 중계 화면까지 가리는 북한 기자들의 취재방식은 정도가 심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취재기준으로 북한 기자단을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 조선중앙TV 기자 출신 탈북민의 장진성 씨의 의견입니다. 이들에겐 취재보다 김정은 위원장, 북한 지도자를 잘 촬영해야 하는 정치적 임무가 먼저라는 겁니다. "북한에는 출입기자라는 말 자체가 없어요...(중략)...김정은 위원장 현지시찰 동행할 때는 1호 카메라맨이라고 하죠. 조직지도부 산하 언론담당, 그 사람들이 갑니다."  1990년, 제1차 남북 고위급 회담 당시 서울시민을 인터뷰하는 북한 기자 북한 기자들이 본격적으로 공개된 건 1990년 제1차 남북 고위급 회담 때입니다. 서울을 방문한 북측 대표단에는 연형묵 총리 등 간부들과 함께 기자단 50명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 기자들은 서울시민들에게 북한 당국의 입장을 강요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남측의 안내 규정을 무시하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죠. 하지만 이 역시 기자 개인의 취재물이 아닌, 북한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장진성 전 조선중앙TV 기자는 설명합니다. "북한은 지령취재에요. 오늘 여기 가서 이거 해라! 그렇게 당 정책 위주로만 취재하죠." 2000년 9월, ‘KBS 한민족 특별기획 〈백두에서 한라까지〉’ 생방송 그러나 고위급 회담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리고 북한기자단의 서울 방문이 잦아질수록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서울시민들은 소탈하게 북한 기자들과 대화했고, 북한 기자들도 남한 기자들과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나눠 먹으며 여유를 찾은 겁니다. 그리고 2000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최초의 남북 합동 방송도 성사되죠. 바로 백두산과 한라산, 서울을 연결한 생방송 'KBS 한민족 특별기획 <백두에서 한라까지>' 입니다. 그러나 이후 금강산 피살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남과 북을 오가던 취재진들의 발길도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2018년 2월, 평창에 도착한 북한 기자단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기자단이 다시 남한 땅을 밟습니다. 마치 1990년의 첫 만남처럼 북한 기자들은 한 치의 틈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짧은 농담 정도는 주고받게 됐다고 KBS 영상취재부 이창준 기자는 기억합니다. "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다른 남북 행사 화면에서 아는 얼굴을 몇 명 찾았어요. 잘 계시는구나... 남북의 다른 이벤트가 있다면 우리 평창에서 보지 않았느냐, 잘 계셨느냐, 이렇게 안부를 붇고 싶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KBS 기자와 대화하는 북한 기자들 취재 경쟁을 넘어 당과 지도자를 향한 충성경쟁을 벌여야 하는 북한 기자들, 한편으론 남한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탈하게 교류했던 북한 기자들을 내일(14) 아침 7시 50분 KBS 1TV <남북의 창>에서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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