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고 싶다면 미국서 유학?…소프트 파워의 힘

입력 2019.09.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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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대통령 그리고 수상 등 세계 각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디에서 공부를 할까? 왕족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지도자들도 있고 국제적인 감각이나 지도자로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명문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국가의 지도자들은 주로 어느 나라에서 유학을 했을까? 영국의 싱크 탱크인 고등교육정책 연구소(Higher Education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가장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유학을 다녀온 국가는 미국으로 나타났다.

55개 국가, 62명 지도자 미국서 공부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올해 전 세계 195개 국가의 337명의 현직 국가 지도자들(국왕, 대통령, 수상)이 자국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에서 공부를 했는지 조사한 결과 55개 국가의 62명의 지도자들이 미국에서 대학교 이상의 고등 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같은 영어권 국가인 영국은 두 번째로 많은 정치 지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53개 국가의 59명의 지도자들이 영국에서 공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 가운데 1/3이 조금 넘는 121명이 미국과 영국의 교육을 받았다는 얘기다. 호주를 포함하면 337명 가운데 130명이 영어권 국가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쯤되면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되려면 적어도 영미권에서 유학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법하다.

자료: 영국 고등교육정책 연구소자료: 영국 고등교육정책 연구소

영어권 국가를 제외하면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은 국가 지도자들이 가장 많았다. 32개 국가에서 40명에 달하는 국가와 정부의 수반들이 프랑스에서 고등 교육을 받았다. 또 러시아와 호주에서도 각각 10명과 9명의 현직 정치 지도자들이 대학교 이상 고등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와 역사적 영향력이 중요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미국과 영국 그리고 호주 등에서 유학을 하는 배경에는 정치와 경제 등을 포함해 국제 사회에서 공용어로 사용되는 영어의 힘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역사적으로 이들 국가들이 다른 나라에 미친 영향력도 유학을 선택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면 상당수의 정치 지도자들이 영국과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이들 국가가 과거 식민 통치나 국가 원조 등을 통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미친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 가운데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인물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포함됐던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이들 국가의 엘리트들이 러시아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한 사례이다.


소프트 파워의 힘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대통령이나 수상 등의 정치 지도자들이 특정 국가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그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고 평가했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하버드 대학교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20세기는 부국강병을 토대로 한 하드 파워, 즉 경성 국가의 시대였다. 하지만 21세기는 교육, 문화, 예술 그리고 과학 기술 등을 토대로 한 소프트 파워, 즉 연성 국가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소프트파워가 곧 국력이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자료: 영국 고등교육정책 연구소자료: 영국 고등교육정책 연구소

고등교육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교육 분야에서 소프트 파워는 미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조사에서는 세계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영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58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미국이 58명 그리고 영국은 57명으로 역전됐고 올해도 미국이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특히 호주가 점점 더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미래의 정책 결정자 육성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특정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높이는 한 방법으로 미래의 정책 결정자들이 될 해외 인재를 유치해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정치 경제 사회 각각의 분야에서 엘리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자신이 공부한 국가를 가장 잘 대변하는 민간 대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해외 유학생에 대한 문호를 넓히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증강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고 국제 외교 무대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와 영국의 대학들이 해외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여러 이유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일 수도 있다.

영국의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교육 측면에서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측정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해마다 195개 유엔 회원국가의 현직 국가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어느 국가에서 고등 교육을 받았는지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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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4 07:01:37
    취재K
국왕, 대통령 그리고 수상 등 세계 각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디에서 공부를 할까? 왕족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지도자들도 있고 국제적인 감각이나 지도자로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명문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국가의 지도자들은 주로 어느 나라에서 유학을 했을까? 영국의 싱크 탱크인 고등교육정책 연구소(Higher Education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가장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유학을 다녀온 국가는 미국으로 나타났다.

55개 국가, 62명 지도자 미국서 공부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올해 전 세계 195개 국가의 337명의 현직 국가 지도자들(국왕, 대통령, 수상)이 자국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에서 공부를 했는지 조사한 결과 55개 국가의 62명의 지도자들이 미국에서 대학교 이상의 고등 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같은 영어권 국가인 영국은 두 번째로 많은 정치 지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53개 국가의 59명의 지도자들이 영국에서 공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 가운데 1/3이 조금 넘는 121명이 미국과 영국의 교육을 받았다는 얘기다. 호주를 포함하면 337명 가운데 130명이 영어권 국가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쯤되면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되려면 적어도 영미권에서 유학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법하다.

자료: 영국 고등교육정책 연구소
영어권 국가를 제외하면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은 국가 지도자들이 가장 많았다. 32개 국가에서 40명에 달하는 국가와 정부의 수반들이 프랑스에서 고등 교육을 받았다. 또 러시아와 호주에서도 각각 10명과 9명의 현직 정치 지도자들이 대학교 이상 고등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와 역사적 영향력이 중요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미국과 영국 그리고 호주 등에서 유학을 하는 배경에는 정치와 경제 등을 포함해 국제 사회에서 공용어로 사용되는 영어의 힘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역사적으로 이들 국가들이 다른 나라에 미친 영향력도 유학을 선택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면 상당수의 정치 지도자들이 영국과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이들 국가가 과거 식민 통치나 국가 원조 등을 통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미친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 가운데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인물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포함됐던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이들 국가의 엘리트들이 러시아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한 사례이다.


소프트 파워의 힘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대통령이나 수상 등의 정치 지도자들이 특정 국가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그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라고 평가했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하버드 대학교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20세기는 부국강병을 토대로 한 하드 파워, 즉 경성 국가의 시대였다. 하지만 21세기는 교육, 문화, 예술 그리고 과학 기술 등을 토대로 한 소프트 파워, 즉 연성 국가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소프트파워가 곧 국력이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자료: 영국 고등교육정책 연구소
고등교육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교육 분야에서 소프트 파워는 미국이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조사에서는 세계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영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58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미국이 58명 그리고 영국은 57명으로 역전됐고 올해도 미국이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특히 호주가 점점 더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미래의 정책 결정자 육성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특정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높이는 한 방법으로 미래의 정책 결정자들이 될 해외 인재를 유치해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정치 경제 사회 각각의 분야에서 엘리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자신이 공부한 국가를 가장 잘 대변하는 민간 대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해외 유학생에 대한 문호를 넓히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증강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고 국제 외교 무대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와 영국의 대학들이 해외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여러 이유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일 수도 있다.

영국의 고등교육정책 연구소는 교육 측면에서 국가의 소프트 파워를 측정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해마다 195개 유엔 회원국가의 현직 국가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해외 어느 국가에서 고등 교육을 받았는지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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