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거리에서…농성 노동자들의 추석 차례상

입력 2019.09.14 (07:35) 수정 2019.09.1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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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석인 어제 많은 사람들이 가족, 친지와 함께 차례를 지내며 함께 시간을 보냈을텐데요, 길거리에서 차례상을 올리며 추석을 보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기 농성장의 노동자들인데요, 길거리에서 추석을 맞는 이들의 모습을 김진호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중심,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에 선 25m CCTV 철탑 위로 추석 음식이 밧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철탑 아래 아스팔트엔 차례상이 놓였습니다.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다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철탑 위에서 복직 농성을 벌여 온 김용희 씨를 위한 차례상입니다.

[김용희/삼성 해고 노동자 : "(가족들이) 제가 빠지면 정말 재미가 없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현재 이 문제가 이렇게 오래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참 힘드네요."]

추석 연휴 이후 다음 주 화요일이면 철탑농성 100일째입니다.

삼성은 지금까지도 김 씨의 호소에 별다른 답이 없습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합동 차례상.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추석에 이어 올해도 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재개했습니다.

47일째 단식을 이어온 김수억 노조 지회장은 차례상 근처에도 못 가고 텐트 안에 누운 채 추석을 맞았습니다.

[김수억/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 : "공정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추석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는 길거리에서 보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김 지회장은 차례가 끝난 뒤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서울 요금소 지붕 위에서도 농성 노동자들의 차례가 치러졌습니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70일 넘게 농성을 이어온 요금소 수납원 노동자들입니다.

안전한 일자리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도 회사 로비에서 합동 차례를 지냈습니다.

풍성하고 따뜻한 한가위 명절지만, 한편에선 길 위의 노동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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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탑·거리에서…농성 노동자들의 추석 차례상
    • 입력 2019-09-14 07:40:15
    • 수정2019-09-14 07: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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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석인 어제 많은 사람들이 가족, 친지와 함께 차례를 지내며 함께 시간을 보냈을텐데요, 길거리에서 차례상을 올리며 추석을 보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기 농성장의 노동자들인데요, 길거리에서 추석을 맞는 이들의 모습을 김진호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중심, 강남역 사거리.

한복판에 선 25m CCTV 철탑 위로 추석 음식이 밧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철탑 아래 아스팔트엔 차례상이 놓였습니다.

삼성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다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철탑 위에서 복직 농성을 벌여 온 김용희 씨를 위한 차례상입니다.

[김용희/삼성 해고 노동자 : "(가족들이) 제가 빠지면 정말 재미가 없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현재 이 문제가 이렇게 오래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참 힘드네요."]

추석 연휴 이후 다음 주 화요일이면 철탑농성 100일째입니다.

삼성은 지금까지도 김 씨의 호소에 별다른 답이 없습니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합동 차례상.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추석에 이어 올해도 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농성을 재개했습니다.

47일째 단식을 이어온 김수억 노조 지회장은 차례상 근처에도 못 가고 텐트 안에 누운 채 추석을 맞았습니다.

[김수억/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 : "공정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추석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는 길거리에서 보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김 지회장은 차례가 끝난 뒤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서울 요금소 지붕 위에서도 농성 노동자들의 차례가 치러졌습니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70일 넘게 농성을 이어온 요금소 수납원 노동자들입니다.

안전한 일자리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도 회사 로비에서 합동 차례를 지냈습니다.

풍성하고 따뜻한 한가위 명절지만, 한편에선 길 위의 노동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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