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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미래로] 유해 발굴 전사자…특별한 귀향
입력 2019.09.14 (08:20) 수정 2019.09.14 (08:47)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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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미래로] 유해 발굴 전사자…특별한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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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 이후, 비무장지대 내 유해발굴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유해나 유품 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한 6.25 참전용사의 유해가 가족에게 전달됐는데요.

이를 기념하는 특별한 귀환행사까지 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13만 명 넘는 전사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오늘 통일로미래로에서는 60년 넘게 우리 땅 어디엔가에서 귀향을 기다리는 6.25 전사자와 가족들 모습 취재했습니다.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비목/무명용사의 철모와 돌무덤을 보고 지은 노래 :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형님이) 나를 안고 그때가 한 4살인가 5살 정도. 가슴 아프죠."]

살아가면서 모두가 맞이하는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장성배 씨만 홀로 형을 잃었던 66년 전 그 때 그 시간 속에 멈춰 있습니다.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형이) 군 복무를 마치고 와서 그때 당시에 일사후퇴라는 게 있어. 그때 또 간 거예요. 자기가 자원해서. 안 갔으면 산 거 아니야. 왜 두 번째 가느냐 이거야."]

6.25 당시, 전략적 요충지였던 백마고지를 둘러싸고 격렬한 고지전이 계속됐던 화살머리 고지, 이 전투에서 장석순 하사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겨진 가족에겐 청천벽력같이 시작된 긴 고통의 나날들이었습니다.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살아계실 때 통보가 왔나 봐. 그때부터 어머니는 사는 게 아니라 그냥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날 우시는 거지, 그냥."]

살아생전, 아들의 유해를 찾지 못한 부모님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채, 두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찾지 못한 건, 유해만이 아니었는데요.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내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형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했거든요."]

사진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

하지만 성배 씨는 형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66년 세월, 이제 바라는 것은, 오직 단 하나.

형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만약에 유해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온다면?) 무지하게 좋은 거죠. 유골이라도 보면.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잖아요. 우리 형님이 보고 있다면, 없는 집에서 태어나서 내 힘으로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어요."]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전국을 누비는 유해발굴 감식단 장병들 덕분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전사자의 유해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추석을 앞두고, 한 유가족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9월 5일.

특별한 귀환 행사가 열렸습니다.

20대의 모습으로 집을 떠났던 청년이 60년을 훌쩍 넘겨 마침내 그리운 가족 품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금부터 6.25 전쟁 시 대한민국을 지켜내시고 장렬히 산화하신 호국의 영웅 故 남궁선 용사님의 신원확인 통보행사인 귀환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5월, 비무장지대 내 화살머리 고지에서 유해로 발굴된 전사자가 이름을 되찾은 겁니다.

그 주인공은 故 남궁선 이등 중사.

스물 셋의 나이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정전협정을 불과 18일 앞두고 세상을 떠났는데요.

올 4월부터 시작된 유해 발굴 작업으로, 포탄 파편에 의한 다발성 골절의 유해 일부가 발견이 된 이후, 마침내, 완전한 형태의 유해로 최종 수습이 된 겁니다.

[허욱구/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 "개인 유품으로는 전투복에 착용돼 있던 단추라든지 만년필이 나왔고 기타 철모라든지 방탄조끼, 탄 이런 것들이 함께 주위에서 나왔습니다. 아드님 되시는 분이 지금부터 11년 전에 08년도에 병원을 찾아가셔서 시료 채취를 해놨던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신원확인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전자 정보를 제공한 지 11년.

아버지를 찾게 된 남궁왕우 씨는 이 순간을 누구보다 간절히 기대했다고 말합니다.

[남궁왕우/69살/故 남궁선 이등 중사 아들 : "기적이죠. 진짜 이건 상상도 못 하는 일이죠. 땅속에서 그렇게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면서 발굴해서 수습해서 DNA 검사를 해서 유가족을 찾아준다는 건 이건 진짜로 하늘에서 내렸다고 봐야죠."]

긴 기다림 끝에 오빠를 찾은 남궁분씨도 감격스럽기는 마찬가집니다.

[남궁분/83살/故 남궁선 이등중사 동생 : "엄마 아버지가 없으니까 부모처럼 오빠가 키운 거지. 아휴 꿈에도 생각도 안 했는데 만나니까 좋죠. 만나보니까."]

스물셋.

꽃다운 나이의 청년은 역사의 비극 속에서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족과 재회하기까지 6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는데요.

지금도 故 남궁선 이등 중사처럼 차가운 고지에서 따뜻한 귀향을 꿈꾸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수습된 전사자는 13만 3천여 명.

그중 만 여 명은 유해가 수습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확보한 유가족들의 유전자 정보는 3만 7천여 건뿐.

충분한 유전자 정보가 부족해 전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욱구/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 "가까운 보건소나 보건지소, 군 병원을 찾아가셔도 되고 저희 유해발굴단에 연락을 해주시면 저희 직원이 가서 직접 채취도 가능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서 133분 이외에 더 많은 남궁선 분과 같은 전사자분을 찾아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전쟁이 멈춘 지 66년.

이 땅을 살아가는 이웃들에겐 아직 죽음이 갈라놓은 아픔이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국가의 부름에,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청년들.

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 [통일로 미래로] 유해 발굴 전사자…특별한 귀향
    • 입력 2019.09.14 (08:20)
    • 수정 2019.09.1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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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미래로] 유해 발굴 전사자…특별한 귀향
[앵커]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 이후, 비무장지대 내 유해발굴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유해나 유품 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한 6.25 참전용사의 유해가 가족에게 전달됐는데요.

이를 기념하는 특별한 귀환행사까지 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13만 명 넘는 전사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오늘 통일로미래로에서는 60년 넘게 우리 땅 어디엔가에서 귀향을 기다리는 6.25 전사자와 가족들 모습 취재했습니다.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비목/무명용사의 철모와 돌무덤을 보고 지은 노래 :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형님이) 나를 안고 그때가 한 4살인가 5살 정도. 가슴 아프죠."]

살아가면서 모두가 맞이하는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장성배 씨만 홀로 형을 잃었던 66년 전 그 때 그 시간 속에 멈춰 있습니다.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형이) 군 복무를 마치고 와서 그때 당시에 일사후퇴라는 게 있어. 그때 또 간 거예요. 자기가 자원해서. 안 갔으면 산 거 아니야. 왜 두 번째 가느냐 이거야."]

6.25 당시, 전략적 요충지였던 백마고지를 둘러싸고 격렬한 고지전이 계속됐던 화살머리 고지, 이 전투에서 장석순 하사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겨진 가족에겐 청천벽력같이 시작된 긴 고통의 나날들이었습니다.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살아계실 때 통보가 왔나 봐. 그때부터 어머니는 사는 게 아니라 그냥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날 우시는 거지, 그냥."]

살아생전, 아들의 유해를 찾지 못한 부모님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채, 두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찾지 못한 건, 유해만이 아니었는데요.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내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형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했거든요."]

사진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

하지만 성배 씨는 형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66년 세월, 이제 바라는 것은, 오직 단 하나.

형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장성배/72살/故 장석순 하사 동생 : "(만약에 유해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온다면?) 무지하게 좋은 거죠. 유골이라도 보면.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잖아요. 우리 형님이 보고 있다면, 없는 집에서 태어나서 내 힘으로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어요."]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전국을 누비는 유해발굴 감식단 장병들 덕분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전사자의 유해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추석을 앞두고, 한 유가족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9월 5일.

특별한 귀환 행사가 열렸습니다.

20대의 모습으로 집을 떠났던 청년이 60년을 훌쩍 넘겨 마침내 그리운 가족 품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금부터 6.25 전쟁 시 대한민국을 지켜내시고 장렬히 산화하신 호국의 영웅 故 남궁선 용사님의 신원확인 통보행사인 귀환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5월, 비무장지대 내 화살머리 고지에서 유해로 발굴된 전사자가 이름을 되찾은 겁니다.

그 주인공은 故 남궁선 이등 중사.

스물 셋의 나이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정전협정을 불과 18일 앞두고 세상을 떠났는데요.

올 4월부터 시작된 유해 발굴 작업으로, 포탄 파편에 의한 다발성 골절의 유해 일부가 발견이 된 이후, 마침내, 완전한 형태의 유해로 최종 수습이 된 겁니다.

[허욱구/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 "개인 유품으로는 전투복에 착용돼 있던 단추라든지 만년필이 나왔고 기타 철모라든지 방탄조끼, 탄 이런 것들이 함께 주위에서 나왔습니다. 아드님 되시는 분이 지금부터 11년 전에 08년도에 병원을 찾아가셔서 시료 채취를 해놨던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신원확인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전자 정보를 제공한 지 11년.

아버지를 찾게 된 남궁왕우 씨는 이 순간을 누구보다 간절히 기대했다고 말합니다.

[남궁왕우/69살/故 남궁선 이등 중사 아들 : "기적이죠. 진짜 이건 상상도 못 하는 일이죠. 땅속에서 그렇게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면서 발굴해서 수습해서 DNA 검사를 해서 유가족을 찾아준다는 건 이건 진짜로 하늘에서 내렸다고 봐야죠."]

긴 기다림 끝에 오빠를 찾은 남궁분씨도 감격스럽기는 마찬가집니다.

[남궁분/83살/故 남궁선 이등중사 동생 : "엄마 아버지가 없으니까 부모처럼 오빠가 키운 거지. 아휴 꿈에도 생각도 안 했는데 만나니까 좋죠. 만나보니까."]

스물셋.

꽃다운 나이의 청년은 역사의 비극 속에서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족과 재회하기까지 6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는데요.

지금도 故 남궁선 이등 중사처럼 차가운 고지에서 따뜻한 귀향을 꿈꾸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수습된 전사자는 13만 3천여 명.

그중 만 여 명은 유해가 수습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확보한 유가족들의 유전자 정보는 3만 7천여 건뿐.

충분한 유전자 정보가 부족해 전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욱구/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 "가까운 보건소나 보건지소, 군 병원을 찾아가셔도 되고 저희 유해발굴단에 연락을 해주시면 저희 직원이 가서 직접 채취도 가능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서 133분 이외에 더 많은 남궁선 분과 같은 전사자분을 찾아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전쟁이 멈춘 지 66년.

이 땅을 살아가는 이웃들에겐 아직 죽음이 갈라놓은 아픔이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국가의 부름에,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청년들.

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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