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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후] ‘빠른 이유 있었네’ 렉카차 기사들의 영업비밀은?
입력 2019.09.14 (10:00) 사건후
[사건후] ‘빠른 이유 있었네’ 렉카차 기사들의 영업비밀은?
무선업체에 나타난 39살 견인차 기사

4년 전인 2015년 8월 어느 날.

사설 견인차(일명 레커차)를 운행하고 있는 39살 A씨가 울산 남구에 소재한 한 무선업체에 나타납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용 무전기 한 대를 집어 듭니다.

소방서의 무전 내용을 감청해 다른 견인차보다 먼저 사고현장에 도착하고자 휴대용 무전기를 구입한 겁니다.

119 울산소방본부 상황실은 교통사고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내용을 각 지역 소방서나 구급 차량에 송신하는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계기는 모르겠지만, A는 상황실과 현장 대원 사이에서 오가는 무선내용을 감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A는 그렇게 구입한 휴대용 기기를 119 무전을 감청할 수 있는 유사 주파수(무허가) 영역대에 맞춘 다음 교통사고 보고를 엿듣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견인차에 휴대용 무전기를 부착한 채 현장 무전 내용을 감청하고 다녔습니다.

휴대용 무전기로 119 상황보고 엿들어…너도나도 감청

실적을 올리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A와 친분이 있던 40살 견인차 운전기사 B가 등장합니다.

A가 으스대며 자랑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영업비밀(?)을 알아채고는 같은 무선업체에서 동일한 무전기 1대를 구입합니다.

그러고는 A에게 부탁해 유사 주파수 영역대를 알아둔 다음, 같은 방식으로 무전 내용을 감청하고 다녔습니다.

이번에는 10살 가까이 어린 견인차 운전자 C.

지난해 2월, 역시 A가 휴대용 무전기로 소방무전을 감청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한번 들어봐도 되느냐"라고 부탁합니다.

그런 C가 맘에 들었는지 A는 자신이 쓰던 휴대용 무전기를 건네줬고, C는 그해 7월부터 5개월 동안 자신의 견인차에 무전기를 들고 다니면서 범행에 동조합니다.

짐작하셨다시피 이들의 행동은 모두 불법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 넘겨진 세 사람

통신비밀보호법 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를 보면 누구든 법의 규정에 따르지 않고는 전기통신을 감청하거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청취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같은 법 16조)고 돼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국민 안전과 관련된 공공 정보를 개인적인 영리 행위에 악용했습니다.

세 사람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올해 7월 1심 선고를 받았습니다.

울산지방법원은 "개인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국가기관의 업무에 관한 내용을 감청했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중하고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범행 기간이 길었던 A와 B에게는 징역 8개월 및 자격정지 1년, 뒤늦게 범행에 합류한 C에게는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습니다(여기서 말하는 자격정지란 견인차 업무에 대한 자격 정지가 아니라, 공무원이 될 자격과 선거권 등 형법에서 말하는 공법상의 자격 정지를 뜻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들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 반성하고 있으며 동종 범행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2년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대신 A, B에게는 80시간의 사회봉사를 C에게는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불법 감청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고로 재판을 받으면서 세 사람에게는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겁니다.

사실 견인차 업자들의 불법 감청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경찰 무전 감청하다 적발된 견인차 기사도

지난해 8월에는 유사한 방식으로 경찰 무전을 도청한 전북 지역의 무전기 판매상 등 17명이 무더기 검거돼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이들은 사고 현장에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경찰들이 사용하는 음어도 배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위험 운전과 바가지 견인비 등으로 다른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일부 견인차 기사들…. 여기에 공공정보를 무단으로 엿들은 몇몇 범법자들까지 나오면서 선량하게 영업을 하는 견인차 기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견인차 업계가 자정 운동을 벌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픽 : 강준희]
  • [사건후] ‘빠른 이유 있었네’ 렉카차 기사들의 영업비밀은?
    • 입력 2019.09.14 (10:00)
    사건후
[사건후] ‘빠른 이유 있었네’ 렉카차 기사들의 영업비밀은?
무선업체에 나타난 39살 견인차 기사

4년 전인 2015년 8월 어느 날.

사설 견인차(일명 레커차)를 운행하고 있는 39살 A씨가 울산 남구에 소재한 한 무선업체에 나타납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용 무전기 한 대를 집어 듭니다.

소방서의 무전 내용을 감청해 다른 견인차보다 먼저 사고현장에 도착하고자 휴대용 무전기를 구입한 겁니다.

119 울산소방본부 상황실은 교통사고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내용을 각 지역 소방서나 구급 차량에 송신하는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계기는 모르겠지만, A는 상황실과 현장 대원 사이에서 오가는 무선내용을 감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A는 그렇게 구입한 휴대용 기기를 119 무전을 감청할 수 있는 유사 주파수(무허가) 영역대에 맞춘 다음 교통사고 보고를 엿듣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견인차에 휴대용 무전기를 부착한 채 현장 무전 내용을 감청하고 다녔습니다.

휴대용 무전기로 119 상황보고 엿들어…너도나도 감청

실적을 올리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A와 친분이 있던 40살 견인차 운전기사 B가 등장합니다.

A가 으스대며 자랑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영업비밀(?)을 알아채고는 같은 무선업체에서 동일한 무전기 1대를 구입합니다.

그러고는 A에게 부탁해 유사 주파수 영역대를 알아둔 다음, 같은 방식으로 무전 내용을 감청하고 다녔습니다.

이번에는 10살 가까이 어린 견인차 운전자 C.

지난해 2월, 역시 A가 휴대용 무전기로 소방무전을 감청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한번 들어봐도 되느냐"라고 부탁합니다.

그런 C가 맘에 들었는지 A는 자신이 쓰던 휴대용 무전기를 건네줬고, C는 그해 7월부터 5개월 동안 자신의 견인차에 무전기를 들고 다니면서 범행에 동조합니다.

짐작하셨다시피 이들의 행동은 모두 불법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 넘겨진 세 사람

통신비밀보호법 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를 보면 누구든 법의 규정에 따르지 않고는 전기통신을 감청하거나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청취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같은 법 16조)고 돼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국민 안전과 관련된 공공 정보를 개인적인 영리 행위에 악용했습니다.

세 사람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올해 7월 1심 선고를 받았습니다.

울산지방법원은 "개인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국가기관의 업무에 관한 내용을 감청했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중하고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범행 기간이 길었던 A와 B에게는 징역 8개월 및 자격정지 1년, 뒤늦게 범행에 합류한 C에게는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습니다(여기서 말하는 자격정지란 견인차 업무에 대한 자격 정지가 아니라, 공무원이 될 자격과 선거권 등 형법에서 말하는 공법상의 자격 정지를 뜻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들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 반성하고 있으며 동종 범행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2년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대신 A, B에게는 80시간의 사회봉사를 C에게는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불법 감청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사고로 재판을 받으면서 세 사람에게는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겁니다.

사실 견인차 업자들의 불법 감청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경찰 무전 감청하다 적발된 견인차 기사도

지난해 8월에는 유사한 방식으로 경찰 무전을 도청한 전북 지역의 무전기 판매상 등 17명이 무더기 검거돼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이들은 사고 현장에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경찰들이 사용하는 음어도 배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위험 운전과 바가지 견인비 등으로 다른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일부 견인차 기사들…. 여기에 공공정보를 무단으로 엿들은 몇몇 범법자들까지 나오면서 선량하게 영업을 하는 견인차 기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견인차 업계가 자정 운동을 벌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픽 : 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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