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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그 사회복지사는 왜 3천배를 해야했을까?
입력 2019.09.14 (12:00) 수정 2019.09.14 (15:19) 취재후
[취재후] 그 사회복지사는 왜 3천배를 해야했을까?
■ 사회복지관에서 직원에게 종교 강요.. 성경공부에 3천배까지
■ 세금으로 운영..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선의의 권유'가 아닌 '직장 내 괴롭힘'

오 씨는 2년 전 광주의 한 재가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상상과 달랐습니다. 센터장은 수시로 성경 공부를 하자고 요구했습니다. 주말이면 남편이 목사로 있는 교회에 나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센터장의 녹취를 들어보면, "같이 성경공부도 하고 기도도 한다면서 왜 안오냐"며, "이왕이면 우리 교회 나올 사람을 써라 이런 게 솔직히 있다"고 말합니다. 오 씨는 결국 올해 2월 해고됐습니다. 그는 "교회와 직장을 분리하겠다는 생각을 갖기까지는 여태까지 만들어 온 나만의 철학과 결정이 있었다"며 "직장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게 우선인데 상처를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김기홍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복지관을 조계종 복지재단에서 위탁하던 때 일입니다. 채용 과정에서부터 조계종에 대한 필기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침 회의에서는 '아재아재 바라아재'로 시작하는 법문을 읊었습니다.

매년 3천배 행사에도 참여해야 했습니다. 참가비도 냈습니다.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해 50분 동안 절하고 10분 동안 쉬는 일정은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김 씨는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다는 좋은 의미라고는 하지만, 왜 휴일까지 쪼개서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기부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시민단체 '사회복지 119'에서 사회복지사의 제보를 분석해보니, '페이백과 종교·후원 강요' 고충이 13.8%였습니다. 임금 체불(19.5%), 폭언과 괴롭힘(18.7%)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을 만큼 만연했습니다.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보도가 나간 뒤 많은 분들이 댓글로 "애초에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을 알고 들어간 것 아니냐", "싫으면 다른 곳에 가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관을 운영하는 데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들어갑니다. 기본 경비 전액이 시·군·구에서 지원됩니다. 물론 보조금과 별개로 후원금을 받아서 법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사업을 벌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복지관의 목적에 맞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사회복지사업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복지의 전문성, 지역사회 복지체계 구축 등을 목적으로 삼습니다. 3천배와 성경 읽기 등 종교행위는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노인복지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복지법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할 수 있습니다. 건물과 토지 등에 대해 조세와 기타 공과금을 감면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그러니 '절이 싫어서 중이 떠난다'고 해도, 세금이 투입되는 기관이 목적과 다르게 운영된다는 문제는 남게 됩니다.

내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소문이 빠른 데다가 같은 재단이 여러 곳의 복지관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곳에서 그만두면 여러 곳에서 일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다 보니 종사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위탁이 해지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제기를 했다가 일터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 사회복지사들은 본인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렸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 사회복지사들은 본인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렸습니다.취재진이 만난 대부분 사회복지사들은 본인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렸습니다.

■ 근로기준법 위반.. "직장 내 괴롭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가 위법하다고 지적합니다. 정병민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 행사에 참여할 것을 지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권유나 제안에 불과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적정 범위를 넘는 지시를 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부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는 참지 말고 대응하라고 권유했습니다. 형법상 협박과 강요에 해당할 정도로 판단되면 고발·고소 조치를 하고, 그렇지 않아도 노동청에 진정을 넣거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관리·감독 권한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종교행위 강요에 대한 특별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했습니다. 특별신고기간은 끝났지만 상시로 접수합니다. 아, 물론 KBS 제보창구도 항상 열려 있습니다.

※ KBS 제보는 전화 02-781-4444번이나, 카카오톡 → 플러스 친구 → 'KBS 제보'를 검색하셔서 친구 맺기를 하신 뒤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상 제보는 보도에 반영되면 사례하겠습니다. KBS 뉴스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 [취재후] 그 사회복지사는 왜 3천배를 해야했을까?
    • 입력 2019.09.14 (12:00)
    • 수정 2019.09.14 (15:19)
    취재후
[취재후] 그 사회복지사는 왜 3천배를 해야했을까?
■ 사회복지관에서 직원에게 종교 강요.. 성경공부에 3천배까지
■ 세금으로 운영..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선의의 권유'가 아닌 '직장 내 괴롭힘'

오 씨는 2년 전 광주의 한 재가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상상과 달랐습니다. 센터장은 수시로 성경 공부를 하자고 요구했습니다. 주말이면 남편이 목사로 있는 교회에 나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센터장의 녹취를 들어보면, "같이 성경공부도 하고 기도도 한다면서 왜 안오냐"며, "이왕이면 우리 교회 나올 사람을 써라 이런 게 솔직히 있다"고 말합니다. 오 씨는 결국 올해 2월 해고됐습니다. 그는 "교회와 직장을 분리하겠다는 생각을 갖기까지는 여태까지 만들어 온 나만의 철학과 결정이 있었다"며 "직장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게 우선인데 상처를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김기홍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복지관을 조계종 복지재단에서 위탁하던 때 일입니다. 채용 과정에서부터 조계종에 대한 필기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아침 회의에서는 '아재아재 바라아재'로 시작하는 법문을 읊었습니다.

매년 3천배 행사에도 참여해야 했습니다. 참가비도 냈습니다.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해 50분 동안 절하고 10분 동안 쉬는 일정은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김 씨는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다는 좋은 의미라고는 하지만, 왜 휴일까지 쪼개서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기부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시민단체 '사회복지 119'에서 사회복지사의 제보를 분석해보니, '페이백과 종교·후원 강요' 고충이 13.8%였습니다. 임금 체불(19.5%), 폭언과 괴롭힘(18.7%)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을 만큼 만연했습니다.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보도가 나간 뒤 많은 분들이 댓글로 "애초에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을 알고 들어간 것 아니냐", "싫으면 다른 곳에 가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관을 운영하는 데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들어갑니다. 기본 경비 전액이 시·군·구에서 지원됩니다. 물론 보조금과 별개로 후원금을 받아서 법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사업을 벌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복지관의 목적에 맞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사회복지사업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복지의 전문성, 지역사회 복지체계 구축 등을 목적으로 삼습니다. 3천배와 성경 읽기 등 종교행위는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노인복지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복지법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할 수 있습니다. 건물과 토지 등에 대해 조세와 기타 공과금을 감면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그러니 '절이 싫어서 중이 떠난다'고 해도, 세금이 투입되는 기관이 목적과 다르게 운영된다는 문제는 남게 됩니다.

내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소문이 빠른 데다가 같은 재단이 여러 곳의 복지관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곳에서 그만두면 여러 곳에서 일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다 보니 종사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위탁이 해지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제기를 했다가 일터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 사회복지사들은 본인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렸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 사회복지사들은 본인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렸습니다.취재진이 만난 대부분 사회복지사들은 본인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렸습니다.

■ 근로기준법 위반.. "직장 내 괴롭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가 위법하다고 지적합니다. 정병민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 행사에 참여할 것을 지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권유나 제안에 불과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적정 범위를 넘는 지시를 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부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는 참지 말고 대응하라고 권유했습니다. 형법상 협박과 강요에 해당할 정도로 판단되면 고발·고소 조치를 하고, 그렇지 않아도 노동청에 진정을 넣거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관리·감독 권한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종교행위 강요에 대한 특별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했습니다. 특별신고기간은 끝났지만 상시로 접수합니다. 아, 물론 KBS 제보창구도 항상 열려 있습니다.

※ KBS 제보는 전화 02-781-4444번이나, 카카오톡 → 플러스 친구 → 'KBS 제보'를 검색하셔서 친구 맺기를 하신 뒤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상 제보는 보도에 반영되면 사례하겠습니다. KBS 뉴스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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