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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태풍…더 중요해진 ‘방재’
입력 2019.09.14 (13:10) 취재K
더 강해진 태풍…더 중요해진 ‘방재’
지난 주말 한반도를 강타한 13호 태풍 '링링'은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3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으며, 2천600여 건의 시설물 피해가 집계됐습니다. 적지 않은 피해입니다만, 한편에서는 시민들의 높아진 안전 의식과 개선된 방재 기반 덕분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과연 이번 태풍의 위력과 피해 규모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태풍 대비는 과거보다 나아진 걸까요?

서울 순간 풍속 초속 28.4m 기록…역대 태풍 1위

'링링'은 서해로 북상해 황해도에 상륙했습니다. 태풍 중심이 가깝게 지난 서해 섬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강풍이 관측됐습니다. 흑산도에서 관측된 순간 풍속 초속 54.4m의 강풍은 역대 태풍 가운데 5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가거도와 북격렬비도에서도 초속 50m 안팎의 위력적인 강풍이 관측됐습니다.


내륙 지역도 섬 지역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경기도 양주(남방동 초속 42m), 강원도 원주(백운산 초속 41.2m) 등 중부 내륙 지역에서 초속 40m가 넘는 순간 풍속이 기록됐습니다. 서울에서는 초속 28.4m의 돌풍이 관측됐는데요. 이 기록은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서울에서 태풍 영향에 의해 기록된 바람으로는 가장 강한 바람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링링'이 2010년 '곤파스'나 2000년 '쁘라삐룬' 등을 제치고 역대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곤파스' 때는 전국에서 6명이 숨지고, 재산 피해는 1,673억 원에 달했습니다. '쁘라삐룬'은 28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2,52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아직 이번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최종 집계된 것은 아닙니다만, 바람의 위력으로 비교해 봤을 때 과거 태풍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과거보다 태풍 세졌지만, 피해 취약성은 줄어"

만일 '링링'이 수십 년 전 한반도에 상륙했다면 피해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반대로 2000년대 초반 한반도에 큰 피해를 냈던 '매미'나 '루사'가 지금 한반도에 들이닥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가정에 간접적으로 답을 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1979~2010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86개 태풍을 분석해 남한 지역의 태풍 취약성 변화를 조사했습니다(Park et al.,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2015).


연구진은 먼저 태풍의 강도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태풍의 최대 풍속과 강우량, 또 영향 범위 모두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과거보다 태풍이 점점 더 세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태풍 피해와 태풍 강도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태풍 피해는 이재민 수, 사상자 수, 재산 피해 등으로 나눠서 조사했습니다. 예상대로 이러한 인적·물적 피해는 태풍의 세기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사회·경제적인 여건의 변화는 태풍 피해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연구진은 방재 및 개인별 교육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1인당 소득'과 태풍 피해와의 연관성을 살펴봤는데요. 그 결과 태풍에 의한 피해는 1인당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적·물적 부문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3년 '매미'와 같은 태풍이 2019년에 상륙하더라도 피해는 과거만큼 크지는 않을 거란 의미입니다. 반대로 '링링'이 과거에 한반도를 내습했다면 훨씬 더 큰 상처를 남겼을 수도 있습니다.

증명 어려운 '방재의 가치', 그래도 중요한 이유

선진국일수록 태풍 피해가 적은 것을 보면 이러한 연구 결과가 당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구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태풍 피해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를 수행한 박두선 조선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발전할수록 태풍에 취약한 해안 지역에 경제력과 부가 집중됨에 따라 피해 규모가 늘어난다"면서 "그런데도 과거보다 취약성이 줄어든 것은 사회적인 방재 수준, 개인별 교육 수준이 그 이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력의 결과라는 얘기입니다.

태풍은 기후 변화에 따라 앞으로 점점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고, 경제가 발전하면 태풍 위험이 큰 해안가에는 더 많은 시설물이 들어설 것입니다. 되짚어 생각해 보면 앞으로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방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방재의 효과를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방재의 중요성이 과소 평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연구도 태풍 피해에 있어 방재 효과를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만, 변화 경향으로 미루어 봤을 때 앞으로 방재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려 줍니다. 이번 태풍 '링링'이 남긴 교훈이자 경고이기도 합니다.
  • 더 강해진 태풍…더 중요해진 ‘방재’
    • 입력 2019.09.14 (13:10)
    취재K
더 강해진 태풍…더 중요해진 ‘방재’
지난 주말 한반도를 강타한 13호 태풍 '링링'은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3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으며, 2천600여 건의 시설물 피해가 집계됐습니다. 적지 않은 피해입니다만, 한편에서는 시민들의 높아진 안전 의식과 개선된 방재 기반 덕분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과연 이번 태풍의 위력과 피해 규모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태풍 대비는 과거보다 나아진 걸까요?

서울 순간 풍속 초속 28.4m 기록…역대 태풍 1위

'링링'은 서해로 북상해 황해도에 상륙했습니다. 태풍 중심이 가깝게 지난 서해 섬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강풍이 관측됐습니다. 흑산도에서 관측된 순간 풍속 초속 54.4m의 강풍은 역대 태풍 가운데 5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가거도와 북격렬비도에서도 초속 50m 안팎의 위력적인 강풍이 관측됐습니다.


내륙 지역도 섬 지역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경기도 양주(남방동 초속 42m), 강원도 원주(백운산 초속 41.2m) 등 중부 내륙 지역에서 초속 40m가 넘는 순간 풍속이 기록됐습니다. 서울에서는 초속 28.4m의 돌풍이 관측됐는데요. 이 기록은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서울에서 태풍 영향에 의해 기록된 바람으로는 가장 강한 바람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링링'이 2010년 '곤파스'나 2000년 '쁘라삐룬' 등을 제치고 역대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곤파스' 때는 전국에서 6명이 숨지고, 재산 피해는 1,673억 원에 달했습니다. '쁘라삐룬'은 28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2,52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습니다. 아직 이번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최종 집계된 것은 아닙니다만, 바람의 위력으로 비교해 봤을 때 과거 태풍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과거보다 태풍 세졌지만, 피해 취약성은 줄어"

만일 '링링'이 수십 년 전 한반도에 상륙했다면 피해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반대로 2000년대 초반 한반도에 큰 피해를 냈던 '매미'나 '루사'가 지금 한반도에 들이닥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가정에 간접적으로 답을 줄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1979~2010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86개 태풍을 분석해 남한 지역의 태풍 취약성 변화를 조사했습니다(Park et al.,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2015).


연구진은 먼저 태풍의 강도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태풍의 최대 풍속과 강우량, 또 영향 범위 모두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과거보다 태풍이 점점 더 세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태풍 피해와 태풍 강도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태풍 피해는 이재민 수, 사상자 수, 재산 피해 등으로 나눠서 조사했습니다. 예상대로 이러한 인적·물적 피해는 태풍의 세기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사회·경제적인 여건의 변화는 태풍 피해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연구진은 방재 및 개인별 교육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1인당 소득'과 태풍 피해와의 연관성을 살펴봤는데요. 그 결과 태풍에 의한 피해는 1인당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적·물적 부문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3년 '매미'와 같은 태풍이 2019년에 상륙하더라도 피해는 과거만큼 크지는 않을 거란 의미입니다. 반대로 '링링'이 과거에 한반도를 내습했다면 훨씬 더 큰 상처를 남겼을 수도 있습니다.

증명 어려운 '방재의 가치', 그래도 중요한 이유

선진국일수록 태풍 피해가 적은 것을 보면 이러한 연구 결과가 당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구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태풍 피해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를 수행한 박두선 조선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발전할수록 태풍에 취약한 해안 지역에 경제력과 부가 집중됨에 따라 피해 규모가 늘어난다"면서 "그런데도 과거보다 취약성이 줄어든 것은 사회적인 방재 수준, 개인별 교육 수준이 그 이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력의 결과라는 얘기입니다.

태풍은 기후 변화에 따라 앞으로 점점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고, 경제가 발전하면 태풍 위험이 큰 해안가에는 더 많은 시설물이 들어설 것입니다. 되짚어 생각해 보면 앞으로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방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방재의 효과를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방재의 중요성이 과소 평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연구도 태풍 피해에 있어 방재 효과를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만, 변화 경향으로 미루어 봤을 때 앞으로 방재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려 줍니다. 이번 태풍 '링링'이 남긴 교훈이자 경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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