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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형 회사까지 털어버려요?”…경찰 또 ‘강압 수사’
입력 2019.09.15 (09:02) 수정 2019.09.15 (09:09) 탐사K
[탐사K] “형 회사까지 털어버려요?”…경찰 또 ‘강압 수사’
광주지방경찰청 전경

■ 추적, 경찰의 ‘수상한 보험사기 수사’

지난해 10월, 광주지방경찰청은 보험사기 혐의로 38살 김 모 씨를 입건했습니다. 김 씨가 범행을 설계하고, 주변 사람들이 고의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냈다는 혐의였습니다.

경찰은 공범으로 김 씨의 주변 인물 10여 명을 소환했습니다. 김 씨의 아내와 친구, 사촌 형, 사촌 형 회사의 직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시기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수사는 석 달 만인 지난해 12월 중단됐습니다. 이후 1년 동안 추가 조사도 없었고, 이유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KBS 탐사보도부는 이 수사 당시 경찰 신문 과정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녹음 파일 속에는 경찰의 폭언과 협박, 자백 유도 등 강압수사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 “형 회사까지 싹 털어버릴까요?”…가족 들먹이며 피의자 협박

보험 사기 사건에 연루된 35살 전 모 씨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전 씨는 주범으로 지목된 김 씨의 후배입니다. 경찰 조사 당시 전 씨는 지난해 7월, 광주의 한 주차장에서 김 씨의 아내가 몰던 승용차와 고의로 사고를 낸 혐의를 추궁받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13일, 전 씨의 2차 조사 당시 녹음된 담당 경찰관의 육성입니다.


경찰이 조사 시작부터 전 씨를 강하게 몰아붙입니다. '징역', '응징' 같은 말로 자백을 요구했습니다. 추궁은 20분 넘게 계속됐습니다. 전 씨는 "공모한 적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조사 시작 27분쯤, 이번에는 경찰이 전 씨의 형을 수사하겠다는 음성이 확인됩니다. 월급에 대해 질문을 하던 경찰이 전 씨가 일하는 형의 회사가 제대로 회계처리를 했는지 털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전 씨가 형과 보험사기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반발했지만, 경찰은 그 자리에서 형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담당 경찰관은 차마 기사에 옮기기 어려운 폭언도 거리낌 없이 내뱉었습니다. 주범으로 지목한 김 씨를 지칭한 언사였습니다. 자신에게 욕을 하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2시간 30여 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은 대부분 시간을 전 씨의 자백을 유도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다른 피의자들이 모두 자백을 했다"거나, "잘못을 인정하면 구속은 면케 해주겠다." 등 '압박'과 '회유'가 반복됐습니다.

조사 50분쯤, 전 씨는 경찰에게 '공모에 의한 사고'임을 자백합니다. 전 씨는 그러나,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조사 당시 자백은 강압과 회유에 못 이긴 나머지 자신의 의사와 달리 내뱉은 '허위 자백'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강압 못 이겨 허위 자백’…피의자에게 진술 불러준 경찰

‘강압 수사에 허위 자백’ 주장 피의자 이 모 씨‘강압 수사에 허위 자백’ 주장 피의자 이 모 씨

지난해 8월, 가장 먼저 경찰 조사를 받은 김 씨의 사촌 형 39살 이 모 씨도 '허위 자백'을 주장했습니다. 이 씨 역시 강압 수사 피해를 호소하며, 조사 당시 자신이 기록한 메모를 공개했습니다.

이 씨가 작성한 경찰 조사 당시 메모이 씨가 작성한 경찰 조사 당시 메모

"뉴스 톱에 나올 사건이다.", "동생(김 씨) 감옥 보내기 싫으면 내가 손 내밀 때 말 들어요." 이 씨의 메모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경찰이) 공적으로 외부활동하는 걸 계속 꺼내며 심리를 압박", "두렵고 겁이 났다." 등 조사 당시 이 씨의 심경도 기록돼 있었습니다.

경찰관이 아예 자신이 원하는 진술을 조서에 적어넣을 것을 피의자에게 요구한 정황도 있습니다. 이 씨의 메모 끝에는 "마지막 부분에 '선처 부탁한다.'라고 써요."라는 경찰의 말이 적혀있습니다.

메모 내용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찰관이 다른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자신이 시키는 대로 진술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 ‘내가 혐의가 있다고 생각하면 혐의 있다’…‘아니면 말고’식 수사

지난해 10월, 사촌 형 이 씨가 운영하는 직원 31살 정 모 씨도 보험사기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정 씨는 그러나 주범으로 지목된 김 씨와는 친분도 없는 데다 경찰이 지목한 '고의 사고'로 보험금을 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녹음파일에는 정 씨를 대하는 경찰의 수사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경찰은 조사를 받으러 온 정 씨에게 소환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20여 분 동안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담당 경찰이 느닷없이 정 씨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했습니다. 정 씨는 앞서 출석 통보를 받을 당시만 해도 참고인 신분이었습니다.

정 씨에 대한 경찰 조사 역시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자백'에 집중됐습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정 씨는 경찰의 질문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경찰 조사가 끝날 무렵, 담당 경찰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본인이 정말 (고의 사고임을) 모르고 탔으면 무혐의로 해주겠다", "정 씨가 억울할 수 있다", "김 씨와 친하게 지내지 마라." 등의 얘기를 했습니다.

‘피의자로 몰려 강압 수사 피해’ 정○○‘피의자로 몰려 강압 수사 피해’ 정○○

정 씨는 "정확한 물증 없이 강압수사를 하고, 자백하지 않자 '아니면 말고' 식으로 수사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정 씨는 그러면서 "강압수사는 영화에만 나오는 일인 줄 알았다"며, "그동안 국민을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공권력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최근 정 씨의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폭언, 욕설, 협박…무리한 경찰 수사 이유는?

강압수사 의혹 담당 경찰관강압수사 의혹 담당 경찰관

"당신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고,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며, 널리 알려진 '미란다 원칙'입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광주지방경찰청의 보험사기 수사는 그래서 충격적입니다. 폭언과 욕설, 협박 등 강압수사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왜 강압수사를 했던 걸까요? 또 그 수사는 왜 중단된 것일까요? KBS 탐사보도부는 경찰의 강압수사 이면에 숨겨진 석연치 않은 수사 과정을 오늘 밤 ‘KBS 뉴스9’을 통해 공개합니다.
  • [탐사K] “형 회사까지 털어버려요?”…경찰 또 ‘강압 수사’
    • 입력 2019.09.15 (09:02)
    • 수정 2019.09.15 (09:09)
    탐사K
[탐사K] “형 회사까지 털어버려요?”…경찰 또 ‘강압 수사’
광주지방경찰청 전경

■ 추적, 경찰의 ‘수상한 보험사기 수사’

지난해 10월, 광주지방경찰청은 보험사기 혐의로 38살 김 모 씨를 입건했습니다. 김 씨가 범행을 설계하고, 주변 사람들이 고의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냈다는 혐의였습니다.

경찰은 공범으로 김 씨의 주변 인물 10여 명을 소환했습니다. 김 씨의 아내와 친구, 사촌 형, 사촌 형 회사의 직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시기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수사는 석 달 만인 지난해 12월 중단됐습니다. 이후 1년 동안 추가 조사도 없었고, 이유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KBS 탐사보도부는 이 수사 당시 경찰 신문 과정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녹음 파일 속에는 경찰의 폭언과 협박, 자백 유도 등 강압수사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 “형 회사까지 싹 털어버릴까요?”…가족 들먹이며 피의자 협박

보험 사기 사건에 연루된 35살 전 모 씨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전 씨는 주범으로 지목된 김 씨의 후배입니다. 경찰 조사 당시 전 씨는 지난해 7월, 광주의 한 주차장에서 김 씨의 아내가 몰던 승용차와 고의로 사고를 낸 혐의를 추궁받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13일, 전 씨의 2차 조사 당시 녹음된 담당 경찰관의 육성입니다.


경찰이 조사 시작부터 전 씨를 강하게 몰아붙입니다. '징역', '응징' 같은 말로 자백을 요구했습니다. 추궁은 20분 넘게 계속됐습니다. 전 씨는 "공모한 적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조사 시작 27분쯤, 이번에는 경찰이 전 씨의 형을 수사하겠다는 음성이 확인됩니다. 월급에 대해 질문을 하던 경찰이 전 씨가 일하는 형의 회사가 제대로 회계처리를 했는지 털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전 씨가 형과 보험사기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반발했지만, 경찰은 그 자리에서 형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담당 경찰관은 차마 기사에 옮기기 어려운 폭언도 거리낌 없이 내뱉었습니다. 주범으로 지목한 김 씨를 지칭한 언사였습니다. 자신에게 욕을 하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2시간 30여 분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은 대부분 시간을 전 씨의 자백을 유도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다른 피의자들이 모두 자백을 했다"거나, "잘못을 인정하면 구속은 면케 해주겠다." 등 '압박'과 '회유'가 반복됐습니다.

조사 50분쯤, 전 씨는 경찰에게 '공모에 의한 사고'임을 자백합니다. 전 씨는 그러나,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조사 당시 자백은 강압과 회유에 못 이긴 나머지 자신의 의사와 달리 내뱉은 '허위 자백'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강압 못 이겨 허위 자백’…피의자에게 진술 불러준 경찰

‘강압 수사에 허위 자백’ 주장 피의자 이 모 씨‘강압 수사에 허위 자백’ 주장 피의자 이 모 씨

지난해 8월, 가장 먼저 경찰 조사를 받은 김 씨의 사촌 형 39살 이 모 씨도 '허위 자백'을 주장했습니다. 이 씨 역시 강압 수사 피해를 호소하며, 조사 당시 자신이 기록한 메모를 공개했습니다.

이 씨가 작성한 경찰 조사 당시 메모이 씨가 작성한 경찰 조사 당시 메모

"뉴스 톱에 나올 사건이다.", "동생(김 씨) 감옥 보내기 싫으면 내가 손 내밀 때 말 들어요." 이 씨의 메모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경찰이) 공적으로 외부활동하는 걸 계속 꺼내며 심리를 압박", "두렵고 겁이 났다." 등 조사 당시 이 씨의 심경도 기록돼 있었습니다.

경찰관이 아예 자신이 원하는 진술을 조서에 적어넣을 것을 피의자에게 요구한 정황도 있습니다. 이 씨의 메모 끝에는 "마지막 부분에 '선처 부탁한다.'라고 써요."라는 경찰의 말이 적혀있습니다.

메모 내용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찰관이 다른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자신이 시키는 대로 진술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 ‘내가 혐의가 있다고 생각하면 혐의 있다’…‘아니면 말고’식 수사

지난해 10월, 사촌 형 이 씨가 운영하는 직원 31살 정 모 씨도 보험사기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정 씨는 그러나 주범으로 지목된 김 씨와는 친분도 없는 데다 경찰이 지목한 '고의 사고'로 보험금을 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녹음파일에는 정 씨를 대하는 경찰의 수사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경찰은 조사를 받으러 온 정 씨에게 소환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20여 분 동안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담당 경찰이 느닷없이 정 씨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했습니다. 정 씨는 앞서 출석 통보를 받을 당시만 해도 참고인 신분이었습니다.

정 씨에 대한 경찰 조사 역시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자백'에 집중됐습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정 씨는 경찰의 질문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경찰 조사가 끝날 무렵, 담당 경찰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본인이 정말 (고의 사고임을) 모르고 탔으면 무혐의로 해주겠다", "정 씨가 억울할 수 있다", "김 씨와 친하게 지내지 마라." 등의 얘기를 했습니다.

‘피의자로 몰려 강압 수사 피해’ 정○○‘피의자로 몰려 강압 수사 피해’ 정○○

정 씨는 "정확한 물증 없이 강압수사를 하고, 자백하지 않자 '아니면 말고' 식으로 수사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정 씨는 그러면서 "강압수사는 영화에만 나오는 일인 줄 알았다"며, "그동안 국민을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공권력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최근 정 씨의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폭언, 욕설, 협박…무리한 경찰 수사 이유는?

강압수사 의혹 담당 경찰관강압수사 의혹 담당 경찰관

"당신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고,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며, 널리 알려진 '미란다 원칙'입니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광주지방경찰청의 보험사기 수사는 그래서 충격적입니다. 폭언과 욕설, 협박 등 강압수사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왜 강압수사를 했던 걸까요? 또 그 수사는 왜 중단된 것일까요? KBS 탐사보도부는 경찰의 강압수사 이면에 숨겨진 석연치 않은 수사 과정을 오늘 밤 ‘KBS 뉴스9’을 통해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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