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속 ‘한국땅 독도’ 기념주화 출시…발행처는?

입력 2019.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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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간 갈등이 두달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극일' 분위기 속에 국민들은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고, 매년 진행되던 독도방어훈련은 올해는 동해영토수호훈련으로 확대돼 8월 말 실시됐습니다. 7월 중순엔 일본이 도쿄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에 독도로 추정되는 섬을 표기한 일본 지도를 게재해 우리 정부가 공식 항의하는 일도 있었죠.


이런 와중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표기된 기념주화가 발행돼 눈길을 끕니다. 지난 7월 발행돼 국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5온스(155.5g)짜리 순은 색채 기념주화로, 푸른 바다에 동도와 서도가 떠 있는 모습이 마치 실물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DOKDO'라는 영문 표기에, 'THE LAND of KOREA', 즉 '한국의 땅'이라는 뜻의 문구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화는 어디서 발행된 것일까요? 당연히 우리나라겠지, 생각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TANZANIA'라는 글씨와 탄자니아의 국장 문양입니다. 액면가 '3000 Shillings(탄자니아 화폐단위)'라고 표기돼 있는, 탄자니아 중앙은행에서 발행된 엄연한 법정 통화인데요.

어떻게 독도 기념주화가 머나먼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발행돼 국내에 들어왔을까요. 발행 기준이 엄격한 우리나라에 비해 외국에선 기념주화 발행이 훨씬 빈번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요만 있다면 일종의 수익사업으로 다양한 주제의 기념주화를 발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사실 독도가 한국땅으로 표기된 기념주화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2005년에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2000실링 짜리 독도 기념주화가 발행됐습니다.


또 2010년 벤쿠버동계올림픽 직후에는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기념주화가 영국령인 남태평양의 투발루에서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앞면에는 김연아 선수의 모습이, 뒷면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얼굴이 새겨지게 된 것이죠. 이 밖에도 김수환 추기경의 기념주화가 2009년 라이베리아에서, 6·25 전쟁 60주년 기념주화가 2010년 니우에에서 발행되는 등 한국과 관련된 기념주화가 제3국에서 발행되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습니다.

다시 독도로 돌아가 볼까요. 이렇게 제3국에서 발행된 독도 기념주화가 유통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독도 기념주화를 발행한 적은 아직 없습니다. 또 당장은 발행 계획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외교적 민감성 등을 고려한 조치라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0여년 전부터 국내외 화폐와 우표를 수집하고 분석해 온 이상현 ㈜태인 대표는 "기념주화는 금·은 등 금속의 소재적 가치, 미적 가치와 희소성 때문에 전 세계 수집가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며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자칫 일본이 먼저 기념주화를 발행할 경우 국제적인 선점 효과가 우려된다."며 "이제 우리가 독도 기념주화 발행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2014년 국회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독도 기념주화가 우간다에서 발행됐는데, 언제까지 외국에서 들여올 것인가" 하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듬해 국감에서는 "고인돌도 기념주화를 만드는데, 더 중요한 독도와 관련된 기념주화는 왜 안 만드냐." 하는 지적이 나오는 등 독도 기념주화 발행 문제는 종종 제기돼 왔습니다.


물론 조폐공사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도 기념메달을 제작해 판매한 적은 있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릅니다. 기념주화(coin)는 국가적인 행사 등을 기념해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통화'로, 강제통용력을 갖습니다. 즉, 만약 누군가 액면가 '3만원'이라고 표기된 기념주화를 한국은행에 가지고 가면 지폐 3만원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죠. 반면 기념메달(medal)은 통화 기능이 없는 순수 기념 목적의 금속 장식물로, 원칙적으로 별다른 제약 없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무게감이나 상징성, 희소성이 정식 기념주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북한의 경우 이미 15년 전인 2004년 은화, 동화, 알류미늄화 등 모두 8종의 독도 기념주화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우리의 기념주화 발행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 속에 2012년 한국은행법이 개정돼, 현재는 '널리 업적을 기릴 필요가 있는 인물이나 국내외적으로 뜻깊은 사건·행사·문화재'의 경우 기념주화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독도는 문화재의 일종인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적 상징성으로 볼 때 검토 대상이 되기는 충분해 보입니다.

물론 여러 고려 사항이 있겠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망설이는 사이 독도 기념주화가 제3국에서 발행돼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아이러니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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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갈등 속 ‘한국땅 독도’ 기념주화 출시…발행처는?
    • 입력 2019-09-15 10:00:19
    취재K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간 갈등이 두달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극일' 분위기 속에 국민들은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고, 매년 진행되던 독도방어훈련은 올해는 동해영토수호훈련으로 확대돼 8월 말 실시됐습니다. 7월 중순엔 일본이 도쿄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에 독도로 추정되는 섬을 표기한 일본 지도를 게재해 우리 정부가 공식 항의하는 일도 있었죠.


이런 와중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표기된 기념주화가 발행돼 눈길을 끕니다. 지난 7월 발행돼 국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5온스(155.5g)짜리 순은 색채 기념주화로, 푸른 바다에 동도와 서도가 떠 있는 모습이 마치 실물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DOKDO'라는 영문 표기에, 'THE LAND of KOREA', 즉 '한국의 땅'이라는 뜻의 문구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화는 어디서 발행된 것일까요? 당연히 우리나라겠지, 생각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TANZANIA'라는 글씨와 탄자니아의 국장 문양입니다. 액면가 '3000 Shillings(탄자니아 화폐단위)'라고 표기돼 있는, 탄자니아 중앙은행에서 발행된 엄연한 법정 통화인데요.

어떻게 독도 기념주화가 머나먼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발행돼 국내에 들어왔을까요. 발행 기준이 엄격한 우리나라에 비해 외국에선 기념주화 발행이 훨씬 빈번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요만 있다면 일종의 수익사업으로 다양한 주제의 기념주화를 발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사실 독도가 한국땅으로 표기된 기념주화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2005년에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2000실링 짜리 독도 기념주화가 발행됐습니다.


또 2010년 벤쿠버동계올림픽 직후에는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기념주화가 영국령인 남태평양의 투발루에서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앞면에는 김연아 선수의 모습이, 뒷면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얼굴이 새겨지게 된 것이죠. 이 밖에도 김수환 추기경의 기념주화가 2009년 라이베리아에서, 6·25 전쟁 60주년 기념주화가 2010년 니우에에서 발행되는 등 한국과 관련된 기념주화가 제3국에서 발행되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습니다.

다시 독도로 돌아가 볼까요. 이렇게 제3국에서 발행된 독도 기념주화가 유통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독도 기념주화를 발행한 적은 아직 없습니다. 또 당장은 발행 계획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외교적 민감성 등을 고려한 조치라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0여년 전부터 국내외 화폐와 우표를 수집하고 분석해 온 이상현 ㈜태인 대표는 "기념주화는 금·은 등 금속의 소재적 가치, 미적 가치와 희소성 때문에 전 세계 수집가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며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자칫 일본이 먼저 기념주화를 발행할 경우 국제적인 선점 효과가 우려된다."며 "이제 우리가 독도 기념주화 발행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2014년 국회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독도 기념주화가 우간다에서 발행됐는데, 언제까지 외국에서 들여올 것인가" 하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듬해 국감에서는 "고인돌도 기념주화를 만드는데, 더 중요한 독도와 관련된 기념주화는 왜 안 만드냐." 하는 지적이 나오는 등 독도 기념주화 발행 문제는 종종 제기돼 왔습니다.


물론 조폐공사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도 기념메달을 제작해 판매한 적은 있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릅니다. 기념주화(coin)는 국가적인 행사 등을 기념해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통화'로, 강제통용력을 갖습니다. 즉, 만약 누군가 액면가 '3만원'이라고 표기된 기념주화를 한국은행에 가지고 가면 지폐 3만원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죠. 반면 기념메달(medal)은 통화 기능이 없는 순수 기념 목적의 금속 장식물로, 원칙적으로 별다른 제약 없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무게감이나 상징성, 희소성이 정식 기념주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북한의 경우 이미 15년 전인 2004년 은화, 동화, 알류미늄화 등 모두 8종의 독도 기념주화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우리의 기념주화 발행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 속에 2012년 한국은행법이 개정돼, 현재는 '널리 업적을 기릴 필요가 있는 인물이나 국내외적으로 뜻깊은 사건·행사·문화재'의 경우 기념주화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독도는 문화재의 일종인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적 상징성으로 볼 때 검토 대상이 되기는 충분해 보입니다.

물론 여러 고려 사항이 있겠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망설이는 사이 독도 기념주화가 제3국에서 발행돼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아이러니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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