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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으면 ‘윽’…‘가을 불청객’ 은행을 어찌하오리까
입력 2019.09.16 (07:02) 취재K
밟으면 ‘윽’…‘가을 불청객’ 은행을 어찌하오리까
'툭'

이맘때 길을 걷다 보면 발밑에서 뭔가 터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꼬리한 냄새가 훅 올라와서 내려다보면 어김없이 '은행 열매'다.

높고 푸른 하늘,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못지 않게 은행 특유의 냄새도 가을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열매가 맺힐 때부터 썩어버렸나 싶을 정도로 저절로 코를 막게 되는 냄새는 가을을 실감케 한다.

가을의 상징이 됐다지만 구린내가 좋을 리 없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은행 냄새를 호소하는 민원이 줄을 이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봄부터 '은행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전국 가로수 30% 차지…문제는 암나무

산림청과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은행나무는 전국 곳곳의 거리에 100만 그루 정도 심어져 있다. 전국 가로수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인기를 끈 건 가로수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매연 등 각종 공해가 심한 도심에서도 잘 자란다. 가을에 잎이 노랗게 물들면 아름답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오염된 땅을 회복시키는 능력도 있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질소 등 오염물질을 흡수해서 정화하는 능력까지 있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로 나뉘는데, 냄새의 주변인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수나무만 심었다면 냄새 없이 아름다운 단풍만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수나무만 골라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나무는 꽃이나 열매를 확인하기 전에는 암·수를 구분하기 어렵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데는 짧게는 15년에서 길게는 30년 가까이 걸린다. 수십 년을 키운 후에 가로수로 심을 수가 없으니 무조건 심고 본 결과 '냄새 테러'가 빈번하게 된 것이다.


냄새 원인은 열매의 겉껍질

동국대 여인형 교수(화학과)가 월간 '화학세계'에 2017년 12월 기고한 글을 보면, 은행 열매 냄새의 원인은 겉껍질(외피층)에 있다.

겉껍질에는 탄소 4~6개로 이뤄진 지방산이 포함돼 있는데, 이 지방산의 냄새가 발 고린내와 비슷하다. 뷰티릭산, 헥사노인산 등인데 피부와 눈 점막 등에 닿으면 자극을 줄 수 있어서 은행 열매를 깔 때는 조심해야 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이 열매는 사실 보통 나무의 열매가 아니라 변형된 씨앗이다.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기 전에 초식동물이나 새가 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냄새를 풍겨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은행 열매의 냄새는 고약하지만, 쓰임새는 훌륭하다. 열매에는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어서 노화를 막아준다. 열량도 100g당 180kcal로 낮아서 대표적 다이어트 식품이다.


지자체, 은행 열매 제거에 안간힘

독한 냄새 때문에 은행 열매를 없애달라는 민원이 가을철마다 계속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는 은행과의 전쟁을 연례행사로 치르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닥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거둬들이거나 나무에 달린 열매를 떨어뜨려 수거하는 것이다.

그보다 좀 더 근본적인 방법은 일찌감치 열매를 거둬들이는 방법이다. 경기 안양시는 지난 5월 약품을 뿌려 열매를 수거했다. 열매가 맺히기 시작할 때 싹을 잘라버린 셈이다. 경기 안산시도 지난 5월 열매의 결실을 70~80% 줄이는 적화제를 살포했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열매를 맺는 암나무를 없애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해 교체 대상 1,600여 그루 중 지난해까지 760여 그루를 바꿨다.

암·수 구분이 어려운 은행나무를 어떻게 수나무인지 알고 교체할 수 있을까.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은행나무 성감별 DNA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손톱 크기만 한 은행나무 잎으로도 DNA 분석을 해서 암·수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다. 1년생 은행나무에서도 구별할 수 있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비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에서 은행나무 5,300여 그루가 교체되거나 제거됐다.

여기에는 모두 57억 9,000만 원이 들었다. 1그루당 평균 108만 원을 썼다. 애써 키워놓은 나무가 없어지는 건 비용에 포함되지 않으니 냄새를 피하기 위해 꽤나 큰 비용을 쓰는 셈이다.
  • 밟으면 ‘윽’…‘가을 불청객’ 은행을 어찌하오리까
    • 입력 2019.09.16 (07:02)
    취재K
밟으면 ‘윽’…‘가을 불청객’ 은행을 어찌하오리까
'툭'

이맘때 길을 걷다 보면 발밑에서 뭔가 터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꼬리한 냄새가 훅 올라와서 내려다보면 어김없이 '은행 열매'다.

높고 푸른 하늘,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못지 않게 은행 특유의 냄새도 가을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열매가 맺힐 때부터 썩어버렸나 싶을 정도로 저절로 코를 막게 되는 냄새는 가을을 실감케 한다.

가을의 상징이 됐다지만 구린내가 좋을 리 없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은행 냄새를 호소하는 민원이 줄을 이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봄부터 '은행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전국 가로수 30% 차지…문제는 암나무

산림청과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은행나무는 전국 곳곳의 거리에 100만 그루 정도 심어져 있다. 전국 가로수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인기를 끈 건 가로수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매연 등 각종 공해가 심한 도심에서도 잘 자란다. 가을에 잎이 노랗게 물들면 아름답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오염된 땅을 회복시키는 능력도 있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질소 등 오염물질을 흡수해서 정화하는 능력까지 있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로 나뉘는데, 냄새의 주변인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린다. 수나무만 심었다면 냄새 없이 아름다운 단풍만 즐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수나무만 골라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나무는 꽃이나 열매를 확인하기 전에는 암·수를 구분하기 어렵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데는 짧게는 15년에서 길게는 30년 가까이 걸린다. 수십 년을 키운 후에 가로수로 심을 수가 없으니 무조건 심고 본 결과 '냄새 테러'가 빈번하게 된 것이다.


냄새 원인은 열매의 겉껍질

동국대 여인형 교수(화학과)가 월간 '화학세계'에 2017년 12월 기고한 글을 보면, 은행 열매 냄새의 원인은 겉껍질(외피층)에 있다.

겉껍질에는 탄소 4~6개로 이뤄진 지방산이 포함돼 있는데, 이 지방산의 냄새가 발 고린내와 비슷하다. 뷰티릭산, 헥사노인산 등인데 피부와 눈 점막 등에 닿으면 자극을 줄 수 있어서 은행 열매를 깔 때는 조심해야 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이 열매는 사실 보통 나무의 열매가 아니라 변형된 씨앗이다.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기 전에 초식동물이나 새가 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냄새를 풍겨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은행 열매의 냄새는 고약하지만, 쓰임새는 훌륭하다. 열매에는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어서 노화를 막아준다. 열량도 100g당 180kcal로 낮아서 대표적 다이어트 식품이다.


지자체, 은행 열매 제거에 안간힘

독한 냄새 때문에 은행 열매를 없애달라는 민원이 가을철마다 계속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는 은행과의 전쟁을 연례행사로 치르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닥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거둬들이거나 나무에 달린 열매를 떨어뜨려 수거하는 것이다.

그보다 좀 더 근본적인 방법은 일찌감치 열매를 거둬들이는 방법이다. 경기 안양시는 지난 5월 약품을 뿌려 열매를 수거했다. 열매가 맺히기 시작할 때 싹을 잘라버린 셈이다. 경기 안산시도 지난 5월 열매의 결실을 70~80% 줄이는 적화제를 살포했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열매를 맺는 암나무를 없애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해 교체 대상 1,600여 그루 중 지난해까지 760여 그루를 바꿨다.

암·수 구분이 어려운 은행나무를 어떻게 수나무인지 알고 교체할 수 있을까.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은행나무 성감별 DNA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손톱 크기만 한 은행나무 잎으로도 DNA 분석을 해서 암·수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다. 1년생 은행나무에서도 구별할 수 있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비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에서 은행나무 5,300여 그루가 교체되거나 제거됐다.

여기에는 모두 57억 9,000만 원이 들었다. 1그루당 평균 108만 원을 썼다. 애써 키워놓은 나무가 없어지는 건 비용에 포함되지 않으니 냄새를 피하기 위해 꽤나 큰 비용을 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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