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에 묶인 장사법…“한평생 함께했어도 장례 못 치러”

입력 2019.09.16 (19:28) 수정 2019.09.16 (19: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고독사.

삶을 마친 뒤에도 마지막 장례식까지도 쓸쓸히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무연고자 사망자들인데요,

한 평생 함께 살았어도 혈연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연고자로 분류돼 장례조차 마음대로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송락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검은색 리무진과 버스 사이로 소형 운구차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족이 없는 무연고자들입니다.

비영리단체가 가족들 대신 장례를 치러 줍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는 한 남성.

30년 넘게 삶을 함께 한 동거인입니다.

["잘 가…."]

법적 부부가 아니다보니 아내가 가족이 없다고 처리돼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게 됐습니다.

[박○○/무연고 사망자 동거인 : "사실혼이고 동거 같은 것은 남이다 이거예요. 내가 동작구청, 112, 182(경찰민원콜센터), 관악구청 다 알아 봤는데도 남이다 이거예요 서류상."]

어려운 살림에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잃을까 봐 혼인 신고를 안 한 게 너무나 후회됩니다.

박 씨 같은 비혼 가구나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늘고 있지만, 장사법은 여전히 혈연 개념에 묶여 있습니다.

현행 장사법은 배우자와 자녀, 부모와 형제 자매 등 직계가족만을 연고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2013년 1,200여 명이었던 무연고자 사망자 수는 지난해 2,400여 명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법적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마지막 장례식마저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박진옥/나눔과나눔 상임이사 : "장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라고 한다면 굳이 국가가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개인 간의 관계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부합하고 무연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최근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혈연 중심의 연고자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들이 나오고 있지만,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아직 단 한 건도 없습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혈연에 묶인 장사법…“한평생 함께했어도 장례 못 치러”
    • 입력 2019-09-16 19:33:20
    • 수정2019-09-16 19:55:23
    뉴스 7
[앵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고독사.

삶을 마친 뒤에도 마지막 장례식까지도 쓸쓸히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무연고자 사망자들인데요,

한 평생 함께 살았어도 혈연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연고자로 분류돼 장례조차 마음대로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송락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검은색 리무진과 버스 사이로 소형 운구차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족이 없는 무연고자들입니다.

비영리단체가 가족들 대신 장례를 치러 줍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는 한 남성.

30년 넘게 삶을 함께 한 동거인입니다.

["잘 가…."]

법적 부부가 아니다보니 아내가 가족이 없다고 처리돼 무연고자 장례를 치르게 됐습니다.

[박○○/무연고 사망자 동거인 : "사실혼이고 동거 같은 것은 남이다 이거예요. 내가 동작구청, 112, 182(경찰민원콜센터), 관악구청 다 알아 봤는데도 남이다 이거예요 서류상."]

어려운 살림에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잃을까 봐 혼인 신고를 안 한 게 너무나 후회됩니다.

박 씨 같은 비혼 가구나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늘고 있지만, 장사법은 여전히 혈연 개념에 묶여 있습니다.

현행 장사법은 배우자와 자녀, 부모와 형제 자매 등 직계가족만을 연고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2013년 1,200여 명이었던 무연고자 사망자 수는 지난해 2,400여 명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법적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마지막 장례식마저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박진옥/나눔과나눔 상임이사 : "장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라고 한다면 굳이 국가가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개인 간의 관계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부합하고 무연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최근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혈연 중심의 연고자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들이 나오고 있지만,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아직 단 한 건도 없습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