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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성범죄자 수년간 보육원 성추행에도 모르는 ‘보호관찰’ 왜?
입력 2019.09.17 (16:23) 수정 2019.09.17 (16:56) 취재후
보육원서 자원봉사자 6년간 아동 8명 성추행…알고 보니, 보호관찰 기간 버젓이
제주보호관찰소 "혼자서 160명 담당…적극 관리 한계", 전국 상황도 마찬가지
[취재후] 성범죄자 수년간 보육원 성추행에도 모르는 ‘보호관찰’ 왜?
제주지역 한 보육원에서 6년간 아동 8명을 성추행한 20대 자원봉사자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1년을 확정받았습니다.

이 자원봉사자는 범행 당시 동종 전과때문에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는데, 범행이 수차례 계속될 동안 보호관찰소도 해당 보육원도 아동들의 피해 사실을 몰랐습니다.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보호관찰제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걸까요.

■ '보호관찰' 받으면서도 버젓이 성범죄

제주도 내 보육원에서 10년 넘게 자원봉사를 하던 A씨의 범죄가 드러난 건 지난해 7월입니다.

당시 보육원에서 아동 대상 집단 성 상담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한 피해 아동이 관련 내용을 질문하면서 심리상담가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겁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8살 이하 남자 원생 8명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장난감을 사주겠다는 식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산 뒤 자신의 차로 데려가 음란한 행위를 시키는 등 성적 학대행위를 한 겁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이미 성범죄 전과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습니다.

지난 2006년 두 차례 유사 범죄로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A씨는, 보육원 자원봉사를 하던 지난 2016년에도 놀이터에서 시설 원생이 아닌, 3살 남자아이를 추행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재범이 우려돼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졌지만, A씨의 범행은 버젓이 계속됐습니다.

집행유예기간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A씨는 정신감정 결과 '소아성기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소아에 대한 변태적 성 충동이 강하고 지속적인 정신 상태여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겁니다.

치료감호 명령과 함께 실형이 내려진 A씨는 사회로부터 격리됐지만, 피해 아동 8명은 여전히 충격과 공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보육원과 보호관찰소는 왜 몰랐나?


무려 6년간 시설 아이들을 대상으로 A씨의 범죄가 계속됐는데도 왜 보육원 원장과 직원들은 몰랐던 걸까요.

보육원 측은 지난 2012년부터 A씨와 원생의 단독 외출을 허락했습니다. A씨가 2006년 고등학생 시절부터 자원봉사했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허락했다는 게 보육원 측 답변입니다.

보육원 측은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이 항소심에서 기각되면서 징역형을 받은 사실조차 몰랐고, 피해 원아의 외상이 없다보니 피해 사실을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관할 행정시는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 대상 아동에 대한 성적 폭력 등 아동학대 행위가 확인된 경우 시설 폐쇄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아동복지법 제56조에 따라 이달 초 시설장 교체 조치를 명령했습니다.

장기간 범행이 이뤄졌기 때문에 시설 폐쇄까지 고려했지만, A씨가 시설 종사자가 아닌 자원봉사자인 점 등을 고려한 겁니다. 특히 제주지역 보육원에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원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다른 시·도로 옮겨가야만 하는 상황을 고려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A씨의 보호관찰 업무를 담당하던 제주보호관찰소가 A씨가 보육원을 드나드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2006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등 세 차례나 남자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확인됐는데도 면담 과정에서 아동과 접촉이 있었는지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입니다.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진 2016년 이후 A씨는 5차례나 또 추행을 저질렀는데, 보호관찰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제주보호관찰소 측은 "법무부가 제작한 성폭력사범 지도감독 매뉴얼에 따라 월 1회 이상 집중면담을 하고 임상심리사와 상담전문가에 의한 연계상담도 월 1회에서 2회 진행했다"며 "규정에 맞춰 대상자를 관리 감독했으나 주거지와 직장 위주로 관리하고 있고, 재범사실의 경우 대상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하는 경우 사전 인지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보호관찰제도 특성상 보호관찰관이 대상자와의 라포(친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범죄성향 및 생활 태도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하나, 2017년 당시 A씨를 감독했던 직원이 담당한 대상자가 260명이나 돼서 적극적인 감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보호관찰에 구멍이 났다는 점을 시인한 셈입니다.

■ "혼자서 160명 관리"…느슨해진 보호관찰에 재범률 증가


제주보호관찰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제주에서 감독 중인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는 1,208명인데, 보호관찰관은 9명뿐입니다. 보호관찰관 1인당 134명을 담당해야 하는 겁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평균 보호관찰관 1인당 담당 건수는 115건이었는데, 당시 제주는 1인당 160건을 맡아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인 27명과 비교하면 5배나 많은 업무량입니다. 전국 평균 담당 건수도 OECD 주요국 평균보다 많아 인력 부족은 제주만이 아닌, 전국의 문제였습니다.

제주보호관찰소 관계자는 "A씨의 사건 발생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제주보호관찰소의 과중한 업무량을 감안할 때 보호관찰의 본래 기능 수행을 통해 효율적인 재범관리를 위해서는 보호관찰관의 증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고헌환 제주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미국은 1인당 54명, 영국은 15명, 일본은 21명을 관리하는 점에 비춰봤을 때 제주는 1인당 담당해야 할 대상자가 터무니없이 많다"며 "적어도 두 배 이상 보호관찰관을 증원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제주는 유입 인구 증가로 폭력 사범과 교통 사범도 덩달아 늘면서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 접수 건수가 2015년 359건에서 2년 사이 1,050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관찰관은 4명 는 게 전부입니다.

보호관찰제도가 제구실을 못 한 사이 전국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2009년 4.6%에서 지난해 5.1%로 10년 새 오히려 늘었는데, 제주는 전국 평균보다 더 높은 5.2%였습니다.

법무부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보호관찰 대상자들을 보다 내실 있게 관리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보호관찰관 196명 증원을 요청했지만 80여 명 증원만 인정받았으며, 아직 국회 심의를 남겨둔 상태여서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탭니다.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니라 '조두순과 같은 아동성범죄자 출소 반대' '정신질환 범죄자 국가 관리' 등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면서 재범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확인된 가운데, 보호관찰제도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자를 관리 가능한 수준의 인력 충원이 시급해 보입니다.
  • [취재후] 성범죄자 수년간 보육원 성추행에도 모르는 ‘보호관찰’ 왜?
    • 입력 2019.09.17 (16:23)
    • 수정 2019.09.17 (16:56)
    취재후
보육원서 자원봉사자 6년간 아동 8명 성추행…알고 보니, 보호관찰 기간 버젓이
제주보호관찰소 "혼자서 160명 담당…적극 관리 한계", 전국 상황도 마찬가지
[취재후] 성범죄자 수년간 보육원 성추행에도 모르는 ‘보호관찰’ 왜?
제주지역 한 보육원에서 6년간 아동 8명을 성추행한 20대 자원봉사자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1년을 확정받았습니다.

이 자원봉사자는 범행 당시 동종 전과때문에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는데, 범행이 수차례 계속될 동안 보호관찰소도 해당 보육원도 아동들의 피해 사실을 몰랐습니다.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보호관찰제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걸까요.

■ '보호관찰' 받으면서도 버젓이 성범죄

제주도 내 보육원에서 10년 넘게 자원봉사를 하던 A씨의 범죄가 드러난 건 지난해 7월입니다.

당시 보육원에서 아동 대상 집단 성 상담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한 피해 아동이 관련 내용을 질문하면서 심리상담가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겁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8살 이하 남자 원생 8명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장난감을 사주겠다는 식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산 뒤 자신의 차로 데려가 음란한 행위를 시키는 등 성적 학대행위를 한 겁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이미 성범죄 전과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더욱 충격을 안겼습니다.

지난 2006년 두 차례 유사 범죄로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A씨는, 보육원 자원봉사를 하던 지난 2016년에도 놀이터에서 시설 원생이 아닌, 3살 남자아이를 추행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재범이 우려돼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졌지만, A씨의 범행은 버젓이 계속됐습니다.

집행유예기간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A씨는 정신감정 결과 '소아성기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소아에 대한 변태적 성 충동이 강하고 지속적인 정신 상태여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겁니다.

치료감호 명령과 함께 실형이 내려진 A씨는 사회로부터 격리됐지만, 피해 아동 8명은 여전히 충격과 공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보육원과 보호관찰소는 왜 몰랐나?


무려 6년간 시설 아이들을 대상으로 A씨의 범죄가 계속됐는데도 왜 보육원 원장과 직원들은 몰랐던 걸까요.

보육원 측은 지난 2012년부터 A씨와 원생의 단독 외출을 허락했습니다. A씨가 2006년 고등학생 시절부터 자원봉사했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허락했다는 게 보육원 측 답변입니다.

보육원 측은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이 항소심에서 기각되면서 징역형을 받은 사실조차 몰랐고, 피해 원아의 외상이 없다보니 피해 사실을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관할 행정시는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 대상 아동에 대한 성적 폭력 등 아동학대 행위가 확인된 경우 시설 폐쇄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아동복지법 제56조에 따라 이달 초 시설장 교체 조치를 명령했습니다.

장기간 범행이 이뤄졌기 때문에 시설 폐쇄까지 고려했지만, A씨가 시설 종사자가 아닌 자원봉사자인 점 등을 고려한 겁니다. 특히 제주지역 보육원에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원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다른 시·도로 옮겨가야만 하는 상황을 고려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A씨의 보호관찰 업무를 담당하던 제주보호관찰소가 A씨가 보육원을 드나드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2006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등 세 차례나 남자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확인됐는데도 면담 과정에서 아동과 접촉이 있었는지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입니다.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진 2016년 이후 A씨는 5차례나 또 추행을 저질렀는데, 보호관찰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제주보호관찰소 측은 "법무부가 제작한 성폭력사범 지도감독 매뉴얼에 따라 월 1회 이상 집중면담을 하고 임상심리사와 상담전문가에 의한 연계상담도 월 1회에서 2회 진행했다"며 "규정에 맞춰 대상자를 관리 감독했으나 주거지와 직장 위주로 관리하고 있고, 재범사실의 경우 대상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하는 경우 사전 인지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보호관찰제도 특성상 보호관찰관이 대상자와의 라포(친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범죄성향 및 생활 태도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하나, 2017년 당시 A씨를 감독했던 직원이 담당한 대상자가 260명이나 돼서 적극적인 감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보호관찰에 구멍이 났다는 점을 시인한 셈입니다.

■ "혼자서 160명 관리"…느슨해진 보호관찰에 재범률 증가


제주보호관찰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제주에서 감독 중인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는 1,208명인데, 보호관찰관은 9명뿐입니다. 보호관찰관 1인당 134명을 담당해야 하는 겁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평균 보호관찰관 1인당 담당 건수는 115건이었는데, 당시 제주는 1인당 160건을 맡아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인 27명과 비교하면 5배나 많은 업무량입니다. 전국 평균 담당 건수도 OECD 주요국 평균보다 많아 인력 부족은 제주만이 아닌, 전국의 문제였습니다.

제주보호관찰소 관계자는 "A씨의 사건 발생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제주보호관찰소의 과중한 업무량을 감안할 때 보호관찰의 본래 기능 수행을 통해 효율적인 재범관리를 위해서는 보호관찰관의 증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고헌환 제주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미국은 1인당 54명, 영국은 15명, 일본은 21명을 관리하는 점에 비춰봤을 때 제주는 1인당 담당해야 할 대상자가 터무니없이 많다"며 "적어도 두 배 이상 보호관찰관을 증원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제주는 유입 인구 증가로 폭력 사범과 교통 사범도 덩달아 늘면서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 접수 건수가 2015년 359건에서 2년 사이 1,050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관찰관은 4명 는 게 전부입니다.

보호관찰제도가 제구실을 못 한 사이 전국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2009년 4.6%에서 지난해 5.1%로 10년 새 오히려 늘었는데, 제주는 전국 평균보다 더 높은 5.2%였습니다.

법무부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보호관찰 대상자들을 보다 내실 있게 관리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보호관찰관 196명 증원을 요청했지만 80여 명 증원만 인정받았으며, 아직 국회 심의를 남겨둔 상태여서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탭니다.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니라 '조두순과 같은 아동성범죄자 출소 반대' '정신질환 범죄자 국가 관리' 등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면서 재범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확인된 가운데, 보호관찰제도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자를 관리 가능한 수준의 인력 충원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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