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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아닌 ‘돈맹’ 요구하는 美…기재부 투입으로 승부수
입력 2019.09.18 (17:26) 취재K
동맹 아닌 ‘돈맹’ 요구하는 美…기재부 투입으로 승부수
청와대가 이달 말 시작될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을 이끌 정부 대표로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기획재정부 출신을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국방부와 외교부가 진두지휘해왔습니다. 경제 분야 인사가 협상을 맡게 되는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사상 첫 기재부 출신 SMA 협상 대표로 거론되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상 첫 기재부 출신 SMA 협상 대표로 거론되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상 첫 기재부 출신 투입…득과 실은?

정은보 전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 금융통입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의 협상 패턴을 보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디테일 싸움이었다. 주둔 비용의 세부 항목을 꼼꼼하게 따지는 과정이 협상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정 전 부위원장이 국방과 외교 분야의 디테일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돈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데, 이른바 '액수 전문가'를 투입할 경우 한미동맹의 정신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 예비역 장성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도한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거기에 우리도 똑같이 액수 싸움으로 들어갈 경우 안 그래도 위태로운 한미 동맹이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서명 당시 모습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서명 당시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 인사 투입은 '꽤 괜찮은 카드'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기존 10번의 협상과는 완전히 다른 협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온갖 동맹 비용을 끌어와서 48억 달러, 우리 돈 6조 원 요구를 예고한 상황에서 항목의 디테일 싸움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동맹보다는 '돈맹'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여기에 대한 맞대응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박원곤 교수는 "이번 11차 협상은 먼저 테이블에 총액을 올려두고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경우 기재부 출신이 훨씬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출신은 굵직굵직한 여러 분야의 예산을 더하고 더는 작업을 잘 하기 때문에, 이른바 '총액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온갖 비용 끌어온 총액 싸움…결국 정치적 결단에 따라 결정”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인건비와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11차 협상에선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전략자산 전개, 호르무즈 해협 연합체 구성 등에 대한 비용까지 포함해 안보 청구서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0차 협상 때 합의한 금액은 1조 389억 원.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서 국내에서 인상률이 높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은 그보다도 5배가 넘는 6조 원을 요구할 거란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미국을 방문해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을 만났다고 밝힌 뒤 "미국 측 인사들은 50억 달러는 과도한 요구이고 20억 달러 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돈 2조 4천억 원으로, 이것만으로도 10차 협상 액수의 두 배가 넘습니다.


총액 싸움 양상이 예고되면서 우리도 미군기지 토지 정화비용 등 각종 비용을 추산해 미국에 맞대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현재 용산기지 등 26개 주한미군 기지 오염 정화 작업에 투입될 비용은 1조 5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염 정화 비용은 8~9년 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문제"라면서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오염에 대해선 미국 측이 정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온갖 비용을 다 끌어온 총액 싸움으로 번지게 되면 결국 한미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주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맞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결국 이번 협상은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미가 동맹 비용을 두고 맞붙게 되는 상황에서 결국 양 지도자의 양보와 결단이 협상을 좌우할 거란 전망입니다. 북미 협상과 남북 대화 등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안보 현실 역시 협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 동맹 아닌 ‘돈맹’ 요구하는 美…기재부 투입으로 승부수
    • 입력 2019.09.18 (17:26)
    취재K
동맹 아닌 ‘돈맹’ 요구하는 美…기재부 투입으로 승부수
청와대가 이달 말 시작될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을 이끌 정부 대표로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기획재정부 출신을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국방부와 외교부가 진두지휘해왔습니다. 경제 분야 인사가 협상을 맡게 되는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사상 첫 기재부 출신 SMA 협상 대표로 거론되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상 첫 기재부 출신 SMA 협상 대표로 거론되는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상 첫 기재부 출신 투입…득과 실은?

정은보 전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 금융통입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의 협상 패턴을 보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디테일 싸움이었다. 주둔 비용의 세부 항목을 꼼꼼하게 따지는 과정이 협상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정 전 부위원장이 국방과 외교 분야의 디테일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돈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데, 이른바 '액수 전문가'를 투입할 경우 한미동맹의 정신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 예비역 장성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도한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거기에 우리도 똑같이 액수 싸움으로 들어갈 경우 안 그래도 위태로운 한미 동맹이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서명 당시 모습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서명 당시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 인사 투입은 '꽤 괜찮은 카드'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기존 10번의 협상과는 완전히 다른 협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온갖 동맹 비용을 끌어와서 48억 달러, 우리 돈 6조 원 요구를 예고한 상황에서 항목의 디테일 싸움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동맹보다는 '돈맹'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여기에 대한 맞대응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박원곤 교수는 "이번 11차 협상은 먼저 테이블에 총액을 올려두고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경우 기재부 출신이 훨씬 더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출신은 굵직굵직한 여러 분야의 예산을 더하고 더는 작업을 잘 하기 때문에, 이른바 '총액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온갖 비용 끌어온 총액 싸움…결국 정치적 결단에 따라 결정”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인건비와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11차 협상에선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전략자산 전개, 호르무즈 해협 연합체 구성 등에 대한 비용까지 포함해 안보 청구서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0차 협상 때 합의한 금액은 1조 389억 원.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서 국내에서 인상률이 높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은 그보다도 5배가 넘는 6조 원을 요구할 거란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미국을 방문해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을 만났다고 밝힌 뒤 "미국 측 인사들은 50억 달러는 과도한 요구이고 20억 달러 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돈 2조 4천억 원으로, 이것만으로도 10차 협상 액수의 두 배가 넘습니다.


총액 싸움 양상이 예고되면서 우리도 미군기지 토지 정화비용 등 각종 비용을 추산해 미국에 맞대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현재 용산기지 등 26개 주한미군 기지 오염 정화 작업에 투입될 비용은 1조 5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염 정화 비용은 8~9년 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문제"라면서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오염에 대해선 미국 측이 정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온갖 비용을 다 끌어온 총액 싸움으로 번지게 되면 결국 한미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주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맞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결국 이번 협상은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미가 동맹 비용을 두고 맞붙게 되는 상황에서 결국 양 지도자의 양보와 결단이 협상을 좌우할 거란 전망입니다. 북미 협상과 남북 대화 등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안보 현실 역시 협상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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