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내가 불출마 한다고?…물갈이론에 술렁이는 민주당

입력 2019.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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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8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교육부 간의 비공개 실무 당정협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부정 입학 논란으로 촉발된 대입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이 당정협의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의 관심사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유은혜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총선 불출마 의사를 굳히고 민주당 지도부와도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는 중앙일보의 1면 보도가 과연 사실인지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유 부총리가 이렇게 국회 출입기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건 지난해 9월 있었던 본인의 인사청문회 이후 꼭 1년 만일 겁니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불출마 결심 보도가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이 없이 나간 것"이라며 "지금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차 반복적으로 말씀드려왔는데, 지금 출마와 불출마를 제가 결정해서 이야기할 시기도 아니고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며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대체로 부인하면서도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임명권자, 즉 대통령의 뜻을 따르겠다며 여지를 남긴 걸로 해석됩니다.

유은혜 부총리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 열린 당정협의를 마치고 나와 기다리던 취재기자들을 향해 웃고 있다.유은혜 부총리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 열린 당정협의를 마치고 나와 기다리던 취재기자들을 향해 웃고 있다.

유 부총리와 함께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가 된 김현미 장관 역시 유 부총리와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사실무근"…미묘한 입장 변화

그런데 민주당 반응이 다소 미묘했습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해당 보도가 사실인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처음엔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고 했지만, 이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이런 대응을 두고 곧바로 여러 가지 해석과 추측이 뒤따랐습니다.

특히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이달 초 국회의원 평가를 앞두고 소속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내년 총선 불출마 의향이 있으면 사전 신고를 해달라고 했다는 소식과 맞물리며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당 지도부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중진 물갈이'에 나서려고 유 부총리와 김 장관 불출마를 필두로 판짜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중진들에 대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특히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너무 많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3선 이상 중진 의원 수는 14명으로 재선(12명), 초선(11명) 숫자를 앞섭니다.

경기도 역시 3선 이상 중진이 14명에 달해 재선(8명) 숫자를 크게 앞서고 초선(16명) 숫자와도 비슷합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청장노년층의 비율이 적정해야 사회가 활기차게 돌아가는 것처럼 정당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초·재선에 비해 다선이 많으면 아무래도 당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이전처럼 중진들에게 대놓고 '용퇴하라'고 윽박지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해찬 대표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공정한 경선룰에 의해 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따라 지난 7월 중앙위원회에서 권리당원 50%와 국민 안심 번호(일반인) 선거인단 50%로 구성된 여론조사 방식의 공천 경선 룰을 확정했기 때문입니다.

한 의원은 "이미 공천룰을 확정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당 지도부가 중진들에게 다짜고짜 출마하지 말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당 지도부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자발적인 불출마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유은혜 부총리·김현미 장관의 불출마설을 당 지도부의 누군가가 언론에 흘린 것이라면 이런 자발적인 불출마 흐름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당 관계자 역시 "원혜영 의원 말고도 중진 의원 중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들이 더 나와줘야 한다"면서 "5, 6명이라도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이 더 나오면 이달 말쯤 (이미 불출마 입장을 밝힌) 이해찬 대표와 함께 '불출마 공개 선언' 같은 것을 해주면 좋은 그림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발적 불출마 흐름' 과연 가능할까?…당내 갈등 비화 우려도

이런 당 지도부의 바람과는 달리 '자발적인 불출마 분위기'가 과연 만들어지겠느냐는 회의론도 여전합니다.

7선 이해찬 대표에 이어 최다선인 6선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종로 출마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출마를 전제로 입각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제외하면 다른 중진 의원들도 불출마 얘기만 나와도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얘기하자'며 손사래를 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물갈이 논의가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어제(17일) 인천 4선 송영길 의원이 자신의 지지자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며 이미 한 차례 작은 물결이 일기도 했습니다.

송 의원이 받은 메시지에는 '결격 사유가 있거나 물의를 일으켜 해당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누가 무슨 권리로 불출마를 강제할 수 있겠느냐'는 거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인천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송영길 의원이 지인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읽고 있다.(출처 : 뉴스1)1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인천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송영길 의원이 지인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읽고 있다.(출처 : 뉴스1)

송 의원은 "논란이 된 메시지는 저의 의견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어느 분이 보내주신 내용 일부일 뿐"이라며 "이유야 어찌 됐든 저의 부주의로 이러한 내용이 보도돼 유감스럽다, 이 대표님 측에도 상황을 설명해 드렸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공개 해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도 이를 의식한 탓인지 오늘 의원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불출마와 용퇴설 등을 언급한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되는 이상한 뉴스들이 있는데 그런 것에 흔들리지 말라"고 의원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적, 객관적으로 총선까지 당을 잘 운영하겠다는 것을 의원들에게 약속한다"고 인위적인 물갈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추석이 지나자마자 불거진 여당 내 중진 물갈이 논란을 두고 "'총선의 계절'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는 건 새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고 묵은 것이 새것에 자리를 내주는 것처럼 여당의 물갈이도 자연스럽고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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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내가 불출마 한다고?…물갈이론에 술렁이는 민주당
    • 입력 2019-09-18 18:20:57
    여심야심
오늘(18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교육부 간의 비공개 실무 당정협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부정 입학 논란으로 촉발된 대입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이 당정협의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의 관심사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유은혜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총선 불출마 의사를 굳히고 민주당 지도부와도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는 중앙일보의 1면 보도가 과연 사실인지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유 부총리가 이렇게 국회 출입기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건 지난해 9월 있었던 본인의 인사청문회 이후 꼭 1년 만일 겁니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불출마 결심 보도가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이 없이 나간 것"이라며 "지금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차 반복적으로 말씀드려왔는데, 지금 출마와 불출마를 제가 결정해서 이야기할 시기도 아니고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며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대체로 부인하면서도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임명권자, 즉 대통령의 뜻을 따르겠다며 여지를 남긴 걸로 해석됩니다.

유은혜 부총리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 열린 당정협의를 마치고 나와 기다리던 취재기자들을 향해 웃고 있다.
유 부총리와 함께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가 된 김현미 장관 역시 유 부총리와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사실무근"…미묘한 입장 변화

그런데 민주당 반응이 다소 미묘했습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해당 보도가 사실인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처음엔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고 했지만, 이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이런 대응을 두고 곧바로 여러 가지 해석과 추측이 뒤따랐습니다.

특히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이달 초 국회의원 평가를 앞두고 소속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내년 총선 불출마 의향이 있으면 사전 신고를 해달라고 했다는 소식과 맞물리며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당 지도부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중진 물갈이'에 나서려고 유 부총리와 김 장관 불출마를 필두로 판짜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중진들에 대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특히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너무 많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3선 이상 중진 의원 수는 14명으로 재선(12명), 초선(11명) 숫자를 앞섭니다.

경기도 역시 3선 이상 중진이 14명에 달해 재선(8명) 숫자를 크게 앞서고 초선(16명) 숫자와도 비슷합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청장노년층의 비율이 적정해야 사회가 활기차게 돌아가는 것처럼 정당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초·재선에 비해 다선이 많으면 아무래도 당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이전처럼 중진들에게 대놓고 '용퇴하라'고 윽박지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해찬 대표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공정한 경선룰에 의해 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따라 지난 7월 중앙위원회에서 권리당원 50%와 국민 안심 번호(일반인) 선거인단 50%로 구성된 여론조사 방식의 공천 경선 룰을 확정했기 때문입니다.

한 의원은 "이미 공천룰을 확정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당 지도부가 중진들에게 다짜고짜 출마하지 말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당 지도부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자발적인 불출마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유은혜 부총리·김현미 장관의 불출마설을 당 지도부의 누군가가 언론에 흘린 것이라면 이런 자발적인 불출마 흐름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당 관계자 역시 "원혜영 의원 말고도 중진 의원 중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들이 더 나와줘야 한다"면서 "5, 6명이라도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이 더 나오면 이달 말쯤 (이미 불출마 입장을 밝힌) 이해찬 대표와 함께 '불출마 공개 선언' 같은 것을 해주면 좋은 그림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발적 불출마 흐름' 과연 가능할까?…당내 갈등 비화 우려도

이런 당 지도부의 바람과는 달리 '자발적인 불출마 분위기'가 과연 만들어지겠느냐는 회의론도 여전합니다.

7선 이해찬 대표에 이어 최다선인 6선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종로 출마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출마를 전제로 입각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제외하면 다른 중진 의원들도 불출마 얘기만 나와도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얘기하자'며 손사래를 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물갈이 논의가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어제(17일) 인천 4선 송영길 의원이 자신의 지지자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며 이미 한 차례 작은 물결이 일기도 했습니다.

송 의원이 받은 메시지에는 '결격 사유가 있거나 물의를 일으켜 해당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누가 무슨 권리로 불출마를 강제할 수 있겠느냐'는 거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인천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송영길 의원이 지인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읽고 있다.(출처 : 뉴스1)
송 의원은 "논란이 된 메시지는 저의 의견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어느 분이 보내주신 내용 일부일 뿐"이라며 "이유야 어찌 됐든 저의 부주의로 이러한 내용이 보도돼 유감스럽다, 이 대표님 측에도 상황을 설명해 드렸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공개 해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해찬 대표도 이를 의식한 탓인지 오늘 의원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불출마와 용퇴설 등을 언급한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되는 이상한 뉴스들이 있는데 그런 것에 흔들리지 말라"고 의원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적, 객관적으로 총선까지 당을 잘 운영하겠다는 것을 의원들에게 약속한다"고 인위적인 물갈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추석이 지나자마자 불거진 여당 내 중진 물갈이 논란을 두고 "'총선의 계절'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는 건 새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고 묵은 것이 새것에 자리를 내주는 것처럼 여당의 물갈이도 자연스럽고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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