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오바마와 ‘주먹 인사’ 나눈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

입력 2019.09.19 (07:00) 수정 2019.09.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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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대통령과 'fist bump(피스트 범프)'라고 하는 '주먹 인사'를 나누는 소녀. 올해 국제엠네스티의 최고 영예인 '양심대사상'을 받은 16살 그레타 툰베리다.

2003년생으로 스웨덴 출신인 툰베리를 오바마는 트윗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지구의 가장 위대한 변호인. 그녀는 자신의 세대가 기후 변화의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툰베리는 최근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열린 기후 파업에 참여하고 나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녀는 오바마 앞에서 "너무 작아서 세계를 바꾸지 못하고 영향을 줄 수 없는 사람은 없다"며 "그러니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창의성을 발휘해보자"고 제안했고,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너와 나는 한팀"이라며 주먹 인사를 주고받았다.

툰베리는 미 상원 토론회에도 참석해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요구사항들을 밝혔다.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이 툰베리와 다른 젊은 환경운동가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투쟁에 '도덕적 명확성'을 가져왔다고 칭찬하자 "아무런 행동 없이 기후 변화를 논하려는 것이라면 칭찬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기성세대와 정치권을 향해서는 "당신들이 노력하는 것을 알지만 유감스럽게도 충분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나 다른 청소년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식견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미 상원 토론회에 참석한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트위터 캡처미 상원 토론회에 참석한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트위터 캡처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한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한 달 넘게 이어가면서 국제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른바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지구 온난화를 정치인들이 방치하고 있다'고 정면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툰베리의 이 같은 호소가 알려지자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동참하는 청소년들이 생겨났고 1년 만에 100여 개 도시에서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 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운동(Fridays for Future, #FridaysForFuture)'이라는 대규모 환경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해서 '청년환경운동의 아이콘'이 된 툰베리는 각국 정부와 지식인들을 향해 "애들인 우리 말은 듣지 않아도 좋지만, 과학적 진실만큼은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계속해서 쓴소리를 이어갔고 "10대 청소년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은 어른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툰베리를 프란치스코 교황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 등이 격려했고, 노르망디에서는 올해의 자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급기야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르면서 툰베리는 더욱 유명해졌다.

지난 5월 타임지 표지모델로 나온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트위터 캡처지난 5월 타임지 표지모델로 나온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트위터 캡처

한편 툰베리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로도 알려졌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하고 사회적 신호에 무감각하며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만 강박적으로 빠져드는 자폐성 장애의 일종으로 툰베리가 12살 때 진단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툰베리의 환경운동이 상당히 불안하다"고 우려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툰베리는 "이는 내가 때때로 표준으로 여겨지는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올바른 상황을 고려해볼 때 다르다는 것은 초능력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덕분에 관행을 벗어나서 사물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응수했다.

오는 23일 툰베리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12월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툰베리는 또 이번 뉴욕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편 대신 태양광 소형 요트를 타고 대서양 횡단을 결정해 주목받았다. 툰베리는 예전부터 뉴욕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싶어 했지만, 항공기나 유람선 등 배기가스를 대량으로 내뿜는 교통편의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해왔다. 그러던 중 태양광 패널과 수중 터빈을 이용한 약 18m 길이 경주용 보트 승선을 제안받았고, 영국 플리머스에서 미국 뉴욕까지 4,800여km를 2주에 걸쳐 횡단했다.

이 요트에는 샤워 시설이나 화장실 등이 없어 배 안에 비치된 양동이로 용변을 해결하고 소형 가스버너를 이용해 끓인 물을 부은 동결건조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툰베리는 "비행기를 타지 않음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가 실제 사안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기후 변화 문제를 공론화해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고,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해 그들이 무엇인가를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이라는 툰베리는 환경 다큐멘터리에서 바다를 뒤덮은 쓰레기와 플라스틱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고 환경 운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툰베리는 백악관 앞에서도 시위를 벌이며 기후변화 과학을 부정하고 반환경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도 정면으로 맞서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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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9 07:00:27
    • 수정2019-09-19 09: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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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대통령과 'fist bump(피스트 범프)'라고 하는 '주먹 인사'를 나누는 소녀. 올해 국제엠네스티의 최고 영예인 '양심대사상'을 받은 16살 그레타 툰베리다.

2003년생으로 스웨덴 출신인 툰베리를 오바마는 트윗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지구의 가장 위대한 변호인. 그녀는 자신의 세대가 기후 변화의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툰베리는 최근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열린 기후 파업에 참여하고 나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녀는 오바마 앞에서 "너무 작아서 세계를 바꾸지 못하고 영향을 줄 수 없는 사람은 없다"며 "그러니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창의성을 발휘해보자"고 제안했고,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너와 나는 한팀"이라며 주먹 인사를 주고받았다.

툰베리는 미 상원 토론회에도 참석해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요구사항들을 밝혔다.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이 툰베리와 다른 젊은 환경운동가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투쟁에 '도덕적 명확성'을 가져왔다고 칭찬하자 "아무런 행동 없이 기후 변화를 논하려는 것이라면 칭찬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기성세대와 정치권을 향해서는 "당신들이 노력하는 것을 알지만 유감스럽게도 충분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나 다른 청소년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식견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미 상원 토론회에 참석한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트위터 캡처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한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한 달 넘게 이어가면서 국제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른바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지구 온난화를 정치인들이 방치하고 있다'고 정면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툰베리의 이 같은 호소가 알려지자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동참하는 청소년들이 생겨났고 1년 만에 100여 개 도시에서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 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운동(Fridays for Future, #FridaysForFuture)'이라는 대규모 환경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해서 '청년환경운동의 아이콘'이 된 툰베리는 각국 정부와 지식인들을 향해 "애들인 우리 말은 듣지 않아도 좋지만, 과학적 진실만큼은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계속해서 쓴소리를 이어갔고 "10대 청소년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은 어른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툰베리를 프란치스코 교황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 등이 격려했고, 노르망디에서는 올해의 자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급기야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르면서 툰베리는 더욱 유명해졌다.

지난 5월 타임지 표지모델로 나온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트위터 캡처
한편 툰베리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로도 알려졌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하고 사회적 신호에 무감각하며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만 강박적으로 빠져드는 자폐성 장애의 일종으로 툰베리가 12살 때 진단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툰베리의 환경운동이 상당히 불안하다"고 우려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툰베리는 "이는 내가 때때로 표준으로 여겨지는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올바른 상황을 고려해볼 때 다르다는 것은 초능력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덕분에 관행을 벗어나서 사물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응수했다.

오는 23일 툰베리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12월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툰베리는 또 이번 뉴욕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항공편 대신 태양광 소형 요트를 타고 대서양 횡단을 결정해 주목받았다. 툰베리는 예전부터 뉴욕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싶어 했지만, 항공기나 유람선 등 배기가스를 대량으로 내뿜는 교통편의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해왔다. 그러던 중 태양광 패널과 수중 터빈을 이용한 약 18m 길이 경주용 보트 승선을 제안받았고, 영국 플리머스에서 미국 뉴욕까지 4,800여km를 2주에 걸쳐 횡단했다.

이 요트에는 샤워 시설이나 화장실 등이 없어 배 안에 비치된 양동이로 용변을 해결하고 소형 가스버너를 이용해 끓인 물을 부은 동결건조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툰베리는 "비행기를 타지 않음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가 실제 사안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기후 변화 문제를 공론화해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고,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해 그들이 무엇인가를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이라는 툰베리는 환경 다큐멘터리에서 바다를 뒤덮은 쓰레기와 플라스틱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고 환경 운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툰베리는 백악관 앞에서도 시위를 벌이며 기후변화 과학을 부정하고 반환경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도 정면으로 맞서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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