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용의자, 평소엔 이런 사람이었다

입력 2019.09.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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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56세 이 모 씨에 대한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이 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이자 지난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인물입니다.

94년 당시 판결문 등을 통해 당시 이 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 처제를 살해한 수법은 어떠했는지 알아봅니다.


아내에게 "이혼 못 하게 문신 새기겠다"

이 씨는 94년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항소하면서 이런 이유를 댑니다.

"처제들이 아내가 없는 동안에 반찬을 만들어 주러 집에도 왔고, 나는 장모의 제사에도 가는 등 서로 원만한 관계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씨는 대외적으로는 비교적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던 사람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하지만 글머리에 설명된 대로 이 씨는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조사됐습니다. 그만큼 외부에 드러나는 성격과 실제 성격은 차이가 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당시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이 씨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이 더 있습니다.

이 씨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94년 1월 자신의 동서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아내와 이혼을 하겠지만, 쉽게 이혼하지 않겠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다시는 결혼하지 못하도록 문신을 새기겠다"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발언입니다.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면서 아내에게 문신을 새겨버리겠다고, 그것도 자신의 동서에게 말할만한 내용은 아닌 겁니다. 이를 볼 때, 이 씨의 평소 성격에 대해 짐작해볼 만 합니다.

"과도한 구타습관"...아내는 '하혈'까지

또 다른 설명도 있습니다. 이 씨는 상습적으로 아내와 아들을 폭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판부는 "아내에 대해서도 동서가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을 무시하는 말을 한다는 이유로 재떨이를 집어 던지며 손과 발로 무차별 구타하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씨는 아내를 폭행해 '하혈'까지 시킨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재판부는 "아내가 1차로 가출했다가 귀가한 다음 날 아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아내의 얼굴, 목, 아랫배 등을 마구 때려 하혈까지 하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이 씨는 외적으로는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상습적으로 폭행을 하던 가장이었던 겁니다.


아내에게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

자신의 아내를 향한 발언은 또 있습니다.

93년 12월 이 씨의 폭력 등에 못 견뎌 가출한 아내는 이 씨에게 전화했더니 이런 말을 전해 듣습니다. 이 씨가 처제를 살해하기 약 20일 전에 자신의 아내에게 한 말입니다.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

이 말을 들은 이 씨의 아내는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겠죠. 아내는 '내 가족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이 씨는 '상관 말라'는 식으로 아내에게 화를 냈습니다.

이런 증오감은 결국 처제 살해까지 불렀습니다.


결국 '처제 살해'...수법은 '화성연쇄살인'과 유사

이 씨는 이 과정에서 당시 미성년자였던 처제를 결국 살해하게 됩니다.

1994년 1월 이 씨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이모 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망치 등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다음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처제를 살해한 수법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비슷합니다. 처제의 시신은 스타킹 등으로 꽁꽁 묶여져 있거나 싸여져 있었습니다. 스타킹은 피해자인 처제가 신고있던 것이거나, 이 씨 아내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5차 사건은 1987년 1월 10일 화성시 태안읍 황계리 논에서 18살 홍 모양이 스타킹으로 몸이 묶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9차 사건의 피해자는 13살 김 모양으로 1990년 11월 15일 화성시 태안읍 병점5리에서 역시 스타킹에 묶인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대부분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도 피해자의 스타킹이나 양말 등이 이용된 겁니다.

처제 살해 뒤 처가 가는 차에서 '담담'...'화성 사건' 때도 그랬을까

마지막으로 이 씨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을 하나 더 소개합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처제를 살해하고 이틀 뒤 처형에게 '처제가 사망해 유기된 채로 발견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습니다.

그리고 이 씨는 자신의 동서와 같은 차를 타고 처가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피해자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누가 살해한 것인지' 등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담담한 모습'은 사형선고를 내린 1, 2심 재판부의 판단에도 반영됐습니다.

이 '담담한 모습'을 보이기 4년 전, 이 씨는 '화성연쇄살인' 9차 사건을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 중입니다.

이 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TV와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동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그때도 잔혹한 살해 상황을 전해 들으면서 '담담한 모습'으로 TV를 지켜보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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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평소엔 이런 사람이었다
    • 입력 2019-09-19 17:02:34
    취재K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56세 이 모 씨에 대한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이 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이자 지난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인물입니다.

94년 당시 판결문 등을 통해 당시 이 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또 처제를 살해한 수법은 어떠했는지 알아봅니다.


아내에게 "이혼 못 하게 문신 새기겠다"

이 씨는 94년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항소하면서 이런 이유를 댑니다.

"처제들이 아내가 없는 동안에 반찬을 만들어 주러 집에도 왔고, 나는 장모의 제사에도 가는 등 서로 원만한 관계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씨는 대외적으로는 비교적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던 사람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하지만 글머리에 설명된 대로 이 씨는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조사됐습니다. 그만큼 외부에 드러나는 성격과 실제 성격은 차이가 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당시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이 씨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이 더 있습니다.

이 씨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94년 1월 자신의 동서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아내와 이혼을 하겠지만, 쉽게 이혼하지 않겠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다시는 결혼하지 못하도록 문신을 새기겠다"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발언입니다.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면서 아내에게 문신을 새겨버리겠다고, 그것도 자신의 동서에게 말할만한 내용은 아닌 겁니다. 이를 볼 때, 이 씨의 평소 성격에 대해 짐작해볼 만 합니다.

"과도한 구타습관"...아내는 '하혈'까지

또 다른 설명도 있습니다. 이 씨는 상습적으로 아내와 아들을 폭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판부는 "아내에 대해서도 동서가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을 무시하는 말을 한다는 이유로 재떨이를 집어 던지며 손과 발로 무차별 구타하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씨는 아내를 폭행해 '하혈'까지 시킨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재판부는 "아내가 1차로 가출했다가 귀가한 다음 날 아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아내의 얼굴, 목, 아랫배 등을 마구 때려 하혈까지 하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이 씨는 외적으로는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상습적으로 폭행을 하던 가장이었던 겁니다.


아내에게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

자신의 아내를 향한 발언은 또 있습니다.

93년 12월 이 씨의 폭력 등에 못 견뎌 가출한 아내는 이 씨에게 전화했더니 이런 말을 전해 듣습니다. 이 씨가 처제를 살해하기 약 20일 전에 자신의 아내에게 한 말입니다.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

이 말을 들은 이 씨의 아내는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겠죠. 아내는 '내 가족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이 씨는 '상관 말라'는 식으로 아내에게 화를 냈습니다.

이런 증오감은 결국 처제 살해까지 불렀습니다.


결국 '처제 살해'...수법은 '화성연쇄살인'과 유사

이 씨는 이 과정에서 당시 미성년자였던 처제를 결국 살해하게 됩니다.

1994년 1월 이 씨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이모 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망치 등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다음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처제를 살해한 수법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비슷합니다. 처제의 시신은 스타킹 등으로 꽁꽁 묶여져 있거나 싸여져 있었습니다. 스타킹은 피해자인 처제가 신고있던 것이거나, 이 씨 아내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5차 사건은 1987년 1월 10일 화성시 태안읍 황계리 논에서 18살 홍 모양이 스타킹으로 몸이 묶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9차 사건의 피해자는 13살 김 모양으로 1990년 11월 15일 화성시 태안읍 병점5리에서 역시 스타킹에 묶인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대부분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도 피해자의 스타킹이나 양말 등이 이용된 겁니다.

처제 살해 뒤 처가 가는 차에서 '담담'...'화성 사건' 때도 그랬을까

마지막으로 이 씨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을 하나 더 소개합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처제를 살해하고 이틀 뒤 처형에게 '처제가 사망해 유기된 채로 발견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습니다.

그리고 이 씨는 자신의 동서와 같은 차를 타고 처가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피해자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누가 살해한 것인지' 등을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담담한 모습'은 사형선고를 내린 1, 2심 재판부의 판단에도 반영됐습니다.

이 '담담한 모습'을 보이기 4년 전, 이 씨는 '화성연쇄살인' 9차 사건을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 중입니다.

이 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TV와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동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그때도 잔혹한 살해 상황을 전해 들으면서 '담담한 모습'으로 TV를 지켜보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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