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가 들고나올 ‘새 방법’ 시나리오는?

입력 2019.09.20 (17:21) 수정 2019.09.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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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새로운 방법(a new method)'을 언급했습니다. 적어도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강조했던 '빅 딜', 즉 비핵화와 제재해제 등을 한꺼번에 주고받는 방법은 아닐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당장 북한은 트럼프의 새 계산법을 기대한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현지시간으로 오늘(2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새로운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23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해 협의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북핵 협상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새 방법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요?


① 합의 가능한 선에서 '동시적' 주고 받기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연말까지 북미가 일정한 성과를 내려면, 일단 합의 가능한 수준만 담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주고받기', 즉 동시적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변 핵시설 동결이나 폐기와 같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먼저 취해 비핵화 협상을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북한에 일부 '제재 해제' 등과 같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는 안입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 역시 19일 열린 컨퍼런스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시한과 방식에 대해선 뒤로 미루고, 일정한 수준의 단기적 목표 합의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영변 핵시설 폐기 후에 북한 전역에서 핵 개발 활동 중단되고, IAEA가 검증 작업에 들어가면 미국은 합리적인 수준의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② '영변 핵시설'이 협상의 중심 될 듯

새로운 협상 방법에선 협상 테이블에 '영변 핵시설' 이외의 것이 올라오긴 어려울 거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그리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 범위 설정과 신고 방법 등이 북미가 '주고받을' 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알렉산드라 벨 미국 군축·비확산센터(CACNP) 선임정책국장은 "핵사찰이 목표라면 사찰 가능한 영변 핵시설 목록부터 작성해야 하고, 이것이 미국에 큰 성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영변을 찾았던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도 "영변 대부분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기하는 것은 매우 큰 일이며 긍정적인 조치"라면서 "영변이 오래된 시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영변은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 있는 시설보다 신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영변만 폐기한다고 해서 북한 핵 프로그램을 끝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북한 핵 능력이 극적으로 감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영변 이외의 이른바 '플러스 알파'를 요구해서 협상이 결렬됐던 점에 비춰보면 영변 이외의 핵시설이나 무기 프로그램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언급했던 강선 우라늄 농축 시설이나 삭간몰에 있는 미사일 운용 기지, 또는 수소폭탄 제조 원료인 트리튬(tritium, 삼중수소) 제조 시설 등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습니다.

북핵 관련 발표하는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북핵 관련 발표하는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③ 인도적 지원·관광 등 제재 일부 해제 논의

미국이 제공할 인센티브로 '제재 일부 해제'가 논의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언급했습니다. 한국 외교부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도 이 지점입니다.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는 그동안 촘촘히 짜여져 있는 대북 제재를 완화해서 북한과 협상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이도훈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여전히 제재 해제를 강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의 틀은 유지하되 일부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때 대북 제재 5가지 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주고받기를 해야 하는데, 북미가 얼마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④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으로 안전 보장

북한이 꾸준히 요구해온 체제 안전보장 역시 미국이 제공할 인센티브로 논의에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실장은 "북한의 안전 보장이라는 논리 구조는 대부분 한미동맹 등과 얽혀있기 때문에 '스몰딜' 만으로는 안전보장 문제를 다 풀 수 없어서 적절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부 한미 연합훈련의 성격 변화나 규모의 대폭 축소, 조건부 전략자산 전개 등이 물망에 오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도 "한미 연합훈련 규모 축소,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잠정 합의하면 비용은 덜 들면서 효과적으로 북한을 억지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⑤ '종전선언' 효용성은 작아졌다

'새로운 방법'에선 입구론으로서의 종전선언의 효용은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홍민 연구실장은 협상 초기엔 종전선언이 획기적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예전같지 않다면서 안전보장이나 실질적인 상응 조치와 같은 구체적인 부분을 주고받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안전보장에 관련한 조치들이 합의가 된다면 실질적 종전선언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고, 결국 '준 평화협정'의 성격을 띄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안에 북미가 한 차례 합의를 이룬다면 결국 평화협정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⑥ 비건-김명길 협상에 힘 실릴 것

전문가들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국무부 차관으로 승진한 뒤, 대북 협상 대표를 겸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비건 대표의 협상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거라는 겁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비건 대표의 협상 상대는 김명길 전 주 베트남 북한대사라고 전했습니다. 김명길 전 대사는 트럼프의 발표 이후 담화를 내고 "북미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기대한다"면서 협상 결과를 낙관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북미 간 실무접촉이 2~3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 특보는 "앞으로 있을 실무협의라는 게 단순히 비핵화에 대한 실무협의를 넘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마음 속에 두고 접근할 가능성 크다고 본다"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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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0 17:21:42
    • 수정2019-09-20 17:29:14
    취재K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새로운 방법(a new method)'을 언급했습니다. 적어도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강조했던 '빅 딜', 즉 비핵화와 제재해제 등을 한꺼번에 주고받는 방법은 아닐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당장 북한은 트럼프의 새 계산법을 기대한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현지시간으로 오늘(2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새로운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23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해 협의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북핵 협상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새 방법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요?


① 합의 가능한 선에서 '동시적' 주고 받기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연말까지 북미가 일정한 성과를 내려면, 일단 합의 가능한 수준만 담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주고받기', 즉 동시적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변 핵시설 동결이나 폐기와 같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먼저 취해 비핵화 협상을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북한에 일부 '제재 해제' 등과 같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는 안입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 역시 19일 열린 컨퍼런스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시한과 방식에 대해선 뒤로 미루고, 일정한 수준의 단기적 목표 합의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영변 핵시설 폐기 후에 북한 전역에서 핵 개발 활동 중단되고, IAEA가 검증 작업에 들어가면 미국은 합리적인 수준의 인센티브를 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② '영변 핵시설'이 협상의 중심 될 듯

새로운 협상 방법에선 협상 테이블에 '영변 핵시설' 이외의 것이 올라오긴 어려울 거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그리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 범위 설정과 신고 방법 등이 북미가 '주고받을' 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알렉산드라 벨 미국 군축·비확산센터(CACNP) 선임정책국장은 "핵사찰이 목표라면 사찰 가능한 영변 핵시설 목록부터 작성해야 하고, 이것이 미국에 큰 성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영변을 찾았던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도 "영변 대부분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기하는 것은 매우 큰 일이며 긍정적인 조치"라면서 "영변이 오래된 시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영변은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 있는 시설보다 신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영변만 폐기한다고 해서 북한 핵 프로그램을 끝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북한 핵 능력이 극적으로 감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영변 이외의 이른바 '플러스 알파'를 요구해서 협상이 결렬됐던 점에 비춰보면 영변 이외의 핵시설이나 무기 프로그램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언급했던 강선 우라늄 농축 시설이나 삭간몰에 있는 미사일 운용 기지, 또는 수소폭탄 제조 원료인 트리튬(tritium, 삼중수소) 제조 시설 등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습니다.

북핵 관련 발표하는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③ 인도적 지원·관광 등 제재 일부 해제 논의

미국이 제공할 인센티브로 '제재 일부 해제'가 논의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언급했습니다. 한국 외교부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도 이 지점입니다.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는 그동안 촘촘히 짜여져 있는 대북 제재를 완화해서 북한과 협상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이도훈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여전히 제재 해제를 강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의 틀은 유지하되 일부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때 대북 제재 5가지 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에 이를 두고 주고받기를 해야 하는데, 북미가 얼마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④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으로 안전 보장

북한이 꾸준히 요구해온 체제 안전보장 역시 미국이 제공할 인센티브로 논의에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실장은 "북한의 안전 보장이라는 논리 구조는 대부분 한미동맹 등과 얽혀있기 때문에 '스몰딜' 만으로는 안전보장 문제를 다 풀 수 없어서 적절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부 한미 연합훈련의 성격 변화나 규모의 대폭 축소, 조건부 전략자산 전개 등이 물망에 오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도 "한미 연합훈련 규모 축소,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잠정 합의하면 비용은 덜 들면서 효과적으로 북한을 억지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⑤ '종전선언' 효용성은 작아졌다

'새로운 방법'에선 입구론으로서의 종전선언의 효용은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홍민 연구실장은 협상 초기엔 종전선언이 획기적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예전같지 않다면서 안전보장이나 실질적인 상응 조치와 같은 구체적인 부분을 주고받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안전보장에 관련한 조치들이 합의가 된다면 실질적 종전선언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고, 결국 '준 평화협정'의 성격을 띄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안에 북미가 한 차례 합의를 이룬다면 결국 평화협정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⑥ 비건-김명길 협상에 힘 실릴 것

전문가들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국무부 차관으로 승진한 뒤, 대북 협상 대표를 겸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비건 대표의 협상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거라는 겁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비건 대표의 협상 상대는 김명길 전 주 베트남 북한대사라고 전했습니다. 김명길 전 대사는 트럼프의 발표 이후 담화를 내고 "북미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기대한다"면서 협상 결과를 낙관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북미 간 실무접촉이 2~3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 특보는 "앞으로 있을 실무협의라는 게 단순히 비핵화에 대한 실무협의를 넘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마음 속에 두고 접근할 가능성 크다고 본다"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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