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까지 일한다? 일본을 통해 본 ‘65세 고용의무’ 주의점

입력 2019.09.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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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0세 정년 이후에도 기업들이 고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계속고용은 말 그대로 60세 이후에도 고령 노동자를 내보내지 않고 계속 고용하도록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옵션으로 ①재고용 ②정년연장 ③정년폐지 등을 스스로 택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제외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는 '계속고용장려금'을 지원한다.

일본이 정년연장과 계속고용제도를 택한 것은 연금수급연령을 상향 조정하면서 60세 이후 고령층의 생활보장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를 통해 기업에서 일하는 많은 고령 노동자의 고용이 확보될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건강 등 특정한 문제가 없으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고, 2013년엔 희망자 전원에 대해서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미래투자회의를 열고 계속고용 대상을 만 7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하고 내년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2016년 기준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고연령자 고용상황'을 보면 노동자 31명 이상 기업 가운데 희망자 전원이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은 74.1%, 70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은 2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81.3%, 정년연장 기업은 16.1%, 정년제 폐지 기업은 2.7%로 절대적 기업이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통해 고령자들에게 계속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 고령자 고용률 OECD 평균보다 높지만 고용의 질이 문제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와 고용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은 2016년 기준 68%로 OECD 평균 62.1%, 미국 64.1%, 프랑스 53.7%보다 높고 정년 65세인 일본 73.6%보다는 크게 낮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것은 60세 이후 일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을 만큼 복지제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률을 봐도 우리나라 고령자 고용률은 2016년 기준 66.1%로 OECD 평균 58.4%, 미국 61.8%, 프랑스 49.9% 등보다 높고 역시 일본 71.4%보다는 낮다.

고령화와 함께 우리나라 고령자 고용률이 꾸준히 증가해왔음을 시계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1997년 63.8%였던 고령자 고용률이 IMF 외환위기로 고용상황이 악화되면서 급격히 떨어져 2000년엔 57.8%까지 내려가긴 했지만, 위기를 극복한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2019년 6월 기준 67.9%까지 올라가 많은 고령자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고, 또 고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고령자들의 일자리 질이다. 고용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상당수가 임시, 일용노동자로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임시직 비율은 모든 조사 대상국 가운데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계속고용제도가 일자리 질을 높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현재의 임시, 일용직 위주인 고령자 일자리를 과연 '계속고용제도'가 대체할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면 대체할 수는 없지만 임시직 비율을 줄일 수는 있다. 왜냐면 고령자 임시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는 55세 이전에 기업에서 일하다 나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애초부터 임시직을 전전하던 고령자 노동자도 많지만 분명한 건 계속고용제도를 시행할 경우 임시직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많은 고령자들이 65세까지 기업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다.

기업에서 계속고용을 통해 고령자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기업 근무로 넘어갈 수 없는 임시직 노동자나 자영업에 실패하고 임시직으로 내려온 고령자들에겐 일자리사업과 복지제도를 통한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다만 일본의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할 경우 고령 노동자 임금 수준이 문제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일본사회의 명과 암'이라는 보고서에서 "고령 노동자들이 일하던 회사에서 정년 이후 임금과 근무 조건에 대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때 대부분 임금이 삭감되는데, 정년 이후 업무내용은 변화가 없는데도 임금이 하락한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일본의 계속고용자들 중 정년 후 업무내용에 변화가 없는 사람들이 50.7%이고, 이 가운데 77.2%가 임금이 감소했다"며 "적지 않은 고령자들이 불리한 처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물론 60세 이상 노동자의 업무효율성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금수준 하향 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일 수 있다. 다만 퇴직 전 하던 일을 같은 시간, 같은 업무강도로 그대로 할 경우 임금수준이 떨어지면 노동자들과의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제도가 시행될 경우 '동일임금, 동일노동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업무량과 비례해 임금이 지급되도록 감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중소기업에선 근로조건에 변화가 있을 경우 근무조건 변화와 임금 변화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도록 의무화하고 현장에서 이를 잘 지키는지 감독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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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세까지 일한다? 일본을 통해 본 ‘65세 고용의무’ 주의점
    • 입력 2019-09-21 08:01:42
    취재K
정부가 60세 정년 이후에도 기업들이 고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계속고용은 말 그대로 60세 이후에도 고령 노동자를 내보내지 않고 계속 고용하도록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옵션으로 ①재고용 ②정년연장 ③정년폐지 등을 스스로 택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제외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는 '계속고용장려금'을 지원한다.

일본이 정년연장과 계속고용제도를 택한 것은 연금수급연령을 상향 조정하면서 60세 이후 고령층의 생활보장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를 통해 기업에서 일하는 많은 고령 노동자의 고용이 확보될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건강 등 특정한 문제가 없으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고, 2013년엔 희망자 전원에 대해서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미래투자회의를 열고 계속고용 대상을 만 7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하고 내년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2016년 기준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고연령자 고용상황'을 보면 노동자 31명 이상 기업 가운데 희망자 전원이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은 74.1%, 70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은 2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81.3%, 정년연장 기업은 16.1%, 정년제 폐지 기업은 2.7%로 절대적 기업이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통해 고령자들에게 계속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 고령자 고용률 OECD 평균보다 높지만 고용의 질이 문제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와 고용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은 2016년 기준 68%로 OECD 평균 62.1%, 미국 64.1%, 프랑스 53.7%보다 높고 정년 65세인 일본 73.6%보다는 크게 낮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것은 60세 이후 일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을 만큼 복지제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률을 봐도 우리나라 고령자 고용률은 2016년 기준 66.1%로 OECD 평균 58.4%, 미국 61.8%, 프랑스 49.9% 등보다 높고 역시 일본 71.4%보다는 낮다.

고령화와 함께 우리나라 고령자 고용률이 꾸준히 증가해왔음을 시계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1997년 63.8%였던 고령자 고용률이 IMF 외환위기로 고용상황이 악화되면서 급격히 떨어져 2000년엔 57.8%까지 내려가긴 했지만, 위기를 극복한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2019년 6월 기준 67.9%까지 올라가 많은 고령자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고, 또 고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고령자들의 일자리 질이다. 고용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상당수가 임시, 일용노동자로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임시직 비율은 모든 조사 대상국 가운데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계속고용제도가 일자리 질을 높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현재의 임시, 일용직 위주인 고령자 일자리를 과연 '계속고용제도'가 대체할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면 대체할 수는 없지만 임시직 비율을 줄일 수는 있다. 왜냐면 고령자 임시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는 55세 이전에 기업에서 일하다 나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애초부터 임시직을 전전하던 고령자 노동자도 많지만 분명한 건 계속고용제도를 시행할 경우 임시직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많은 고령자들이 65세까지 기업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다.

기업에서 계속고용을 통해 고령자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기업 근무로 넘어갈 수 없는 임시직 노동자나 자영업에 실패하고 임시직으로 내려온 고령자들에겐 일자리사업과 복지제도를 통한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다만 일본의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할 경우 고령 노동자 임금 수준이 문제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일본사회의 명과 암'이라는 보고서에서 "고령 노동자들이 일하던 회사에서 정년 이후 임금과 근무 조건에 대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때 대부분 임금이 삭감되는데, 정년 이후 업무내용은 변화가 없는데도 임금이 하락한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일본의 계속고용자들 중 정년 후 업무내용에 변화가 없는 사람들이 50.7%이고, 이 가운데 77.2%가 임금이 감소했다"며 "적지 않은 고령자들이 불리한 처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물론 60세 이상 노동자의 업무효율성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금수준 하향 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일 수 있다. 다만 퇴직 전 하던 일을 같은 시간, 같은 업무강도로 그대로 할 경우 임금수준이 떨어지면 노동자들과의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제도가 시행될 경우 '동일임금, 동일노동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업무량과 비례해 임금이 지급되도록 감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중소기업에선 근로조건에 변화가 있을 경우 근무조건 변화와 임금 변화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도록 의무화하고 현장에서 이를 잘 지키는지 감독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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