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매춘부’ 발언한 류석춘…학생들 “터질 게 터졌다”

입력 2019.09.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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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막말' 논란이 이틀째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이 시작된 건 류 교수가 지난 19일 학부 전공과목인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매춘부'에 빗대 표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류 교수는 문제를 제기한 학생에겐 "궁금하면 (학생이 매춘을) 해볼래요?"라는 성희롱적이고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고, "나는 친일파가 맞다."라며 한·일간 역사 문제에서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여야 4당은 어제(21일) 일제히 논평을 내 류 교수의 발언을 비판했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 역시 "배상을 받아야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도를 넘어선 '혐오 발언'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지만, 정작 류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대응을 일절 거부하고 있어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 "터질 게 터졌죠"…교수님의 '신념', 학생들의 '체념'

류석춘 교수가 지난 16일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강의 자료입니다.류석춘 교수가 지난 16일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강의 자료입니다.

2학기 개강 후 오리엔테이션과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지난 19일이 사실상 첫 수업이었던 상황. 류 교수는 수업 전부터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쓴 '식민지 수탈론 비판', '臆斷(억단)과 獨善(독선)의 식민지 수탈론' 등의 자료를 온라인 게시판에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했습니다.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 A씨는 "류 교수가 위안부, 일제 강제징용 문제는 모두 반일 감정 프레임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며 "반일 여론이 지배하는 현 국사학계를 좌파적이라며 크게 비판하는 게 주된 수업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제는 강제 수탈을 한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한 것이라는 주장도 거듭 반복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수강생 B 씨는 류 교수가 자신의 신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답답해하며 "(학생들이)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증거가 다 있는데도 믿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학생들이 그동안 역사 교육을 잘못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는 것이라며, 어서 현실을 깨닫고 사실을 직시하라고 얘기했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사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입니다. "원래 그런 식의 발언을 하기로 유명하다", "교수님 성향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매 학기 비슷한 얘길 했는데 요즘이 민감한 시기라서 문제가 커진 것 같다"는 등 이제야 공론화가 된 게 신기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많은 학생이 류 교수의 역사관에 대해선 익히 알면서도 '체념' 수준까지 갔지만, 모욕적이고 성희롱적인 발언까지 나오자 더는 참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한 거로 보입니다. 관점과 생각의 차이를 넘어 '혐오'가 짙게 배어있었던 발언들. 학생들은 "더는 이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 "강단은 교수 개인 공간 아냐"…'혐오 발언'에 분노한 학생들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거 같아요. 강단과 대학 강의는 교수의 완전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없죠. 많은 학생이 문제의 심각성도 알고 다 같이 분노도 느끼고 있고 그래서 이슈가 되고 있잖아요. 이미 개인적인 문제, 그 이상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발전사회학 수강생 B 씨)

학생들은 강단의 무게를 강조했습니다. 수십 명의 학생을 앞에 두고 '교육'을 하는 현장인 만큼, 교수가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느끼고 발언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성범죄인 위안부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개별화시키고 매춘에 비유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학교가 이번 사태를 단순히 교수 한 사람의 일탈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공식적인 사과와 징계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연세대 사회학과 학생회도 어제(21일)저녁부터 늦은 시간까지 임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오늘 아침 류 교수를 규탄하는 의견서를 내놓았습니다. 학생회는 류석춘 교수의 발언을 '강의실 내 혐오 발언'으로 규정하고, 학내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들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특정 학생들을 향한 혐오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명백히 권력의 우위에 있는 교수가 학생에게 한 부당한 발언이며, 학교 측에 류석춘 교수의 징계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강생의 학습권 침해에 대하여 신속한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며 "'발전사회학' 수업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대체강사를 조속히 채용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수업에 장기간 공백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연세대 총학생회까지 나서서 류 교수의 추가적인 혐오·차별·부적절 발언 피해 사례를 제보해달라고 밝혔고, 정의기억연대는 이미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논란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강의실 곳곳 파고든 '막말 논란'…책임감부터 갖춰야!


대학교수의 막말 논란은 최근 들어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동의대학교의 한 교수는 지난 15일 강의 도중 "전쟁이 나면 여학생들은 제2의 위안부가 되고 남학생들은 총알받이가 된다", "박근혜를 죽여야 한다면서 세월호를 인위적으로 이렇게 했다(조작했다)"는 등의 말을 해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9일에는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의 한 교수가 "유흥업소에 가니 전북대 여학생들이 많았다"며 성희롱 발언을 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 교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거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했는데, 논란이 일자 대학 측은 강의를 폐강하고 교내 인권센터를 통해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이전엔 '강의 내용'이라는 이유로 용서됐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높은 인권 감수성을 갖춘 학생들은 이제 교수들에게도 특정 집단에 차별적이지 않은 관점, 편향되지 않은 정치적 견해, 그리고 왜곡되지 않은 역사관을 정당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단에서 한 말은 학생들에게 '정서적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잔인한 모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교수들이 먼저,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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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는 매춘부’ 발언한 류석춘…학생들 “터질 게 터졌다”
    • 입력 2019-09-22 09:30:09
    취재K
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막말' 논란이 이틀째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이 시작된 건 류 교수가 지난 19일 학부 전공과목인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매춘부'에 빗대 표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류 교수는 문제를 제기한 학생에겐 "궁금하면 (학생이 매춘을) 해볼래요?"라는 성희롱적이고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고, "나는 친일파가 맞다."라며 한·일간 역사 문제에서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여야 4당은 어제(21일) 일제히 논평을 내 류 교수의 발언을 비판했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 역시 "배상을 받아야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도를 넘어선 '혐오 발언'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지만, 정작 류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대응을 일절 거부하고 있어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 "터질 게 터졌죠"…교수님의 '신념', 학생들의 '체념'

류석춘 교수가 지난 16일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강의 자료입니다.
2학기 개강 후 오리엔테이션과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지난 19일이 사실상 첫 수업이었던 상황. 류 교수는 수업 전부터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쓴 '식민지 수탈론 비판', '臆斷(억단)과 獨善(독선)의 식민지 수탈론' 등의 자료를 온라인 게시판에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했습니다.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 A씨는 "류 교수가 위안부, 일제 강제징용 문제는 모두 반일 감정 프레임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며 "반일 여론이 지배하는 현 국사학계를 좌파적이라며 크게 비판하는 게 주된 수업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제는 강제 수탈을 한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한 것이라는 주장도 거듭 반복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수강생 B 씨는 류 교수가 자신의 신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답답해하며 "(학생들이)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증거가 다 있는데도 믿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학생들이 그동안 역사 교육을 잘못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는 것이라며, 어서 현실을 깨닫고 사실을 직시하라고 얘기했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사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입니다. "원래 그런 식의 발언을 하기로 유명하다", "교수님 성향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매 학기 비슷한 얘길 했는데 요즘이 민감한 시기라서 문제가 커진 것 같다"는 등 이제야 공론화가 된 게 신기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많은 학생이 류 교수의 역사관에 대해선 익히 알면서도 '체념' 수준까지 갔지만, 모욕적이고 성희롱적인 발언까지 나오자 더는 참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한 거로 보입니다. 관점과 생각의 차이를 넘어 '혐오'가 짙게 배어있었던 발언들. 학생들은 "더는 이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 "강단은 교수 개인 공간 아냐"…'혐오 발언'에 분노한 학생들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거 같아요. 강단과 대학 강의는 교수의 완전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없죠. 많은 학생이 문제의 심각성도 알고 다 같이 분노도 느끼고 있고 그래서 이슈가 되고 있잖아요. 이미 개인적인 문제, 그 이상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발전사회학 수강생 B 씨)

학생들은 강단의 무게를 강조했습니다. 수십 명의 학생을 앞에 두고 '교육'을 하는 현장인 만큼, 교수가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느끼고 발언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성범죄인 위안부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개별화시키고 매춘에 비유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학교가 이번 사태를 단순히 교수 한 사람의 일탈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공식적인 사과와 징계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연세대 사회학과 학생회도 어제(21일)저녁부터 늦은 시간까지 임시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오늘 아침 류 교수를 규탄하는 의견서를 내놓았습니다. 학생회는 류석춘 교수의 발언을 '강의실 내 혐오 발언'으로 규정하고, 학내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들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특정 학생들을 향한 혐오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명백히 권력의 우위에 있는 교수가 학생에게 한 부당한 발언이며, 학교 측에 류석춘 교수의 징계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강생의 학습권 침해에 대하여 신속한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며 "'발전사회학' 수업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대체강사를 조속히 채용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수업에 장기간 공백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연세대 총학생회까지 나서서 류 교수의 추가적인 혐오·차별·부적절 발언 피해 사례를 제보해달라고 밝혔고, 정의기억연대는 이미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논란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강의실 곳곳 파고든 '막말 논란'…책임감부터 갖춰야!


대학교수의 막말 논란은 최근 들어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동의대학교의 한 교수는 지난 15일 강의 도중 "전쟁이 나면 여학생들은 제2의 위안부가 되고 남학생들은 총알받이가 된다", "박근혜를 죽여야 한다면서 세월호를 인위적으로 이렇게 했다(조작했다)"는 등의 말을 해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9일에는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의 한 교수가 "유흥업소에 가니 전북대 여학생들이 많았다"며 성희롱 발언을 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 교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거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했는데, 논란이 일자 대학 측은 강의를 폐강하고 교내 인권센터를 통해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이전엔 '강의 내용'이라는 이유로 용서됐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높은 인권 감수성을 갖춘 학생들은 이제 교수들에게도 특정 집단에 차별적이지 않은 관점, 편향되지 않은 정치적 견해, 그리고 왜곡되지 않은 역사관을 정당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단에서 한 말은 학생들에게 '정서적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잔인한 모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교수들이 먼저,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가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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