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기자 꿀! 정보] 100년 전 고종이 대접한 맛…황실연회음식

입력 2019.09.23 (08:33) 수정 2019.09.2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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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똑! 기자 꿀! 정보 시간입니다.

옛부터 좋은 음식이나 귀한 음식을 이야기할 때 수라상이나 진상품 등 왕이 드시던 음식을 예로 들죠.

그만큼 왕의 음식은 일반 사람에게는 흔히 접하지 못하는 재료와 조리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김기흥 기자, 오늘은 왕이 외국에서 온 손님, 국빈들에게 대접했던 황실연회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셨다고요?

[기자]

왕의 수라상에는 몇 가지 반찬이 올라갔을 것으로 보세요?

[앵커]

18첩 아닌가요? 너무 많은 거 같은데요.

첩에는 김치 등을 제외하니깐 9첩도 많은 거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첩에는 국과 밥, 찌개, 장 등을 제외하기 때문에 9첩도 많은 건데요.

수라상에는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도 12가지 반찬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상차림은 받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아랫사람에게는 밥상, 어른에게는 진짓상, 임금에게는 수라상으로 구분이 되는데요.

임금이 외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대접한 음식은 정말 특별할 수밖에 없는데 꿩과 숭어, 천엽, 게 알 등 27가지 재료를 사용하면서 각각의 조리법을 달리하여 지지거나 굽고 삶아 재료의 본연의 맛을 살린 열구자탕 등 17가지의 종류의 음식이 한상 차려졌는데요.

황실의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리포트]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100여 년 전의 맛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주방장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음식은 조선 시대 제26대 왕인 고종이 국빈에게 대접한 연회 음식인데요.

부드러운 메밀 면 위에 얇게 편 달걀에 고기를 넣고 송편 모양으로 만든 알쌈과 고기채 등을 고명으로 올려낸 따뜻한 골동면도 준비되고 있고요.

꿩과 숭어, 천엽, 게 알 등 27가지 재료를 각각 조리해서 색을 맞춰 배열한 열구자탕 등 모두 17종류의 음식을 한 상 가득 펼쳐낸 황제의 식탁 시연 행사가 지난주 열렸습니다.

[이지선/황실연회음식 행사 관계자 : "이번 행사는 미국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가 대한제국에 방문하여 1905년 9월 20일 중명전에서 베풀어진 국빈 연회 만찬 메뉴(시연 행사)입니다."]

연회 음식의 조리법은 20세기 초에 발간된 진연의궤와 조선요리제법 등의 전통 음식 요리책을 기반으로 재현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음식 재료의 고증에 더욱 신경 썼다고 합니다.

[유재덕/황실연회음식 행사 조리장 : "고종대의 진연의궤의 찬품 기록을 기본으로 해서 재료를 확인하였고요.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살구씨, 돌배를 사용하여 연회상을 만들었습니다."]

예로부터 궁중에서는 어물 중 숭어를 많이 사용했는데요.

약재로 쓰일 만큼 몸에 좋은 숭어를 푹 쪄서 만든 수어증도 고종의 연회 음식이었고요.

노른자와 흰자의 고운 빛깔을 생선에 씌워 부친 음식인 전유어와 각종 재료를 넣은 간장에 꿀을 더해 만든 장김치 등 기존 한식과는 사뭇 다른데요.

[한복려/궁중 음식 연구가 : "궁중 음식이라는 것은 임금과 왕족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다양하게 만든 음식이 궁중 음식이고 또 법도와 예의를 지키면서 만든 것이 궁중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궁중의 연회상, 잔칫상은 다른 상보다 음식을 조화롭게 쌓아 올리는 고임새가 두드려지며 종이나 비단으로 만든 꽃인 상화를 올리는 등 더욱 화려해집니다.

이렇게 재현된 조선 시대 고종의 연회 음식은 덕수궁 석조전에서 11월 말까지 영상과 사진으로 공개되는데요.

당시 메뉴판과 그릇 등도 함께 전시되어 왕의 음식을 더욱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엔 조선 시대의 궁궐 경복궁입니다.

매년 550만 명 정도가 찾는 관광명소인데요.

특히 경복궁 내 음식을 조리하던 소주방에는 후식과 별식을 만들던 ‘생과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조선 시대 왕에게는 초조반상과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그리고 야참으로 구성된 다섯 번의 상이 올려졌는데요.

그중 점심상과 야참에 생과방의 후식, 별식 메뉴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전고운/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 : "경복궁 생과방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실제 궁중 약차와 궁중 병과 메뉴를 오늘날에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유료 체험 행사가 있습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하며 궁중 병과와 약차의 메뉴를 직접 선택하여 생과방 내에서 체험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조선 시대 왕의 후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밀가루에 꿀 등을 넣고 기름에 튀겨낸 '약과'와 튀긴 밥알을 꿀과 물엿에 섞어 주고 백년초 액으로 색을 낸 뒤 굳혀서 만든 ‘쌀강정’도 있고요.

밀가루를 반죽한 뒤 모양을 내고 바싹하게 튀긴 다음 꿀과 계피 등을 섞어 준 ‘매작과’와 술을 넣어 잘 쉬지 않는 떡인 '증편'.

그리고 과즙에 녹말 등을 넣고 졸여 굳힌 과편 등을 약차와 함께 즐겼는데요.

조선 시대 중종의 경우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날 때 치료를 위해 오미자차를 자주 마셨고요.

순조는 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귤껍질과 인삼이 들어간 삼귤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전지민/서울시 송파구 : "왕이 있던 공간에서 왕이 즐겼던 디저트를 먹으니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조선 시대 왕이 즐겼던 귀한 음식!

가을 햇살 가득한 궁궐에서 경험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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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 기자 꿀! 정보] 100년 전 고종이 대접한 맛…황실연회음식
    • 입력 2019-09-23 08:35:06
    • 수정2019-09-25 20: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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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똑! 기자 꿀! 정보 시간입니다. 옛부터 좋은 음식이나 귀한 음식을 이야기할 때 수라상이나 진상품 등 왕이 드시던 음식을 예로 들죠. 그만큼 왕의 음식은 일반 사람에게는 흔히 접하지 못하는 재료와 조리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김기흥 기자, 오늘은 왕이 외국에서 온 손님, 국빈들에게 대접했던 황실연회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셨다고요? [기자] 왕의 수라상에는 몇 가지 반찬이 올라갔을 것으로 보세요? [앵커] 18첩 아닌가요? 너무 많은 거 같은데요. 첩에는 김치 등을 제외하니깐 9첩도 많은 거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첩에는 국과 밥, 찌개, 장 등을 제외하기 때문에 9첩도 많은 건데요. 수라상에는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도 12가지 반찬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상차림은 받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아랫사람에게는 밥상, 어른에게는 진짓상, 임금에게는 수라상으로 구분이 되는데요. 임금이 외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대접한 음식은 정말 특별할 수밖에 없는데 꿩과 숭어, 천엽, 게 알 등 27가지 재료를 사용하면서 각각의 조리법을 달리하여 지지거나 굽고 삶아 재료의 본연의 맛을 살린 열구자탕 등 17가지의 종류의 음식이 한상 차려졌는데요. 황실의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리포트]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100여 년 전의 맛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주방장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음식은 조선 시대 제26대 왕인 고종이 국빈에게 대접한 연회 음식인데요. 부드러운 메밀 면 위에 얇게 편 달걀에 고기를 넣고 송편 모양으로 만든 알쌈과 고기채 등을 고명으로 올려낸 따뜻한 골동면도 준비되고 있고요. 꿩과 숭어, 천엽, 게 알 등 27가지 재료를 각각 조리해서 색을 맞춰 배열한 열구자탕 등 모두 17종류의 음식을 한 상 가득 펼쳐낸 황제의 식탁 시연 행사가 지난주 열렸습니다. [이지선/황실연회음식 행사 관계자 : "이번 행사는 미국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가 대한제국에 방문하여 1905년 9월 20일 중명전에서 베풀어진 국빈 연회 만찬 메뉴(시연 행사)입니다."] 연회 음식의 조리법은 20세기 초에 발간된 진연의궤와 조선요리제법 등의 전통 음식 요리책을 기반으로 재현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음식 재료의 고증에 더욱 신경 썼다고 합니다. [유재덕/황실연회음식 행사 조리장 : "고종대의 진연의궤의 찬품 기록을 기본으로 해서 재료를 확인하였고요.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살구씨, 돌배를 사용하여 연회상을 만들었습니다."] 예로부터 궁중에서는 어물 중 숭어를 많이 사용했는데요. 약재로 쓰일 만큼 몸에 좋은 숭어를 푹 쪄서 만든 수어증도 고종의 연회 음식이었고요. 노른자와 흰자의 고운 빛깔을 생선에 씌워 부친 음식인 전유어와 각종 재료를 넣은 간장에 꿀을 더해 만든 장김치 등 기존 한식과는 사뭇 다른데요. [한복려/궁중 음식 연구가 : "궁중 음식이라는 것은 임금과 왕족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다양하게 만든 음식이 궁중 음식이고 또 법도와 예의를 지키면서 만든 것이 궁중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궁중의 연회상, 잔칫상은 다른 상보다 음식을 조화롭게 쌓아 올리는 고임새가 두드려지며 종이나 비단으로 만든 꽃인 상화를 올리는 등 더욱 화려해집니다. 이렇게 재현된 조선 시대 고종의 연회 음식은 덕수궁 석조전에서 11월 말까지 영상과 사진으로 공개되는데요. 당시 메뉴판과 그릇 등도 함께 전시되어 왕의 음식을 더욱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엔 조선 시대의 궁궐 경복궁입니다. 매년 550만 명 정도가 찾는 관광명소인데요. 특히 경복궁 내 음식을 조리하던 소주방에는 후식과 별식을 만들던 ‘생과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조선 시대 왕에게는 초조반상과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그리고 야참으로 구성된 다섯 번의 상이 올려졌는데요. 그중 점심상과 야참에 생과방의 후식, 별식 메뉴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전고운/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 : "경복궁 생과방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실제 궁중 약차와 궁중 병과 메뉴를 오늘날에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유료 체험 행사가 있습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하며 궁중 병과와 약차의 메뉴를 직접 선택하여 생과방 내에서 체험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조선 시대 왕의 후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밀가루에 꿀 등을 넣고 기름에 튀겨낸 '약과'와 튀긴 밥알을 꿀과 물엿에 섞어 주고 백년초 액으로 색을 낸 뒤 굳혀서 만든 ‘쌀강정’도 있고요. 밀가루를 반죽한 뒤 모양을 내고 바싹하게 튀긴 다음 꿀과 계피 등을 섞어 준 ‘매작과’와 술을 넣어 잘 쉬지 않는 떡인 '증편'. 그리고 과즙에 녹말 등을 넣고 졸여 굳힌 과편 등을 약차와 함께 즐겼는데요. 조선 시대 중종의 경우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날 때 치료를 위해 오미자차를 자주 마셨고요. 순조는 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귤껍질과 인삼이 들어간 삼귤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전지민/서울시 송파구 : "왕이 있던 공간에서 왕이 즐겼던 디저트를 먹으니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조선 시대 왕이 즐겼던 귀한 음식! 가을 햇살 가득한 궁궐에서 경험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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