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플라스마 기기 안전”하다는 업체…아토피 아이가 써도 괜찮나요?

입력 2019.09.23 (14:54) 수정 2019.09.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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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개선과 피부 탄력은 물론 아토피 증상 개선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 KBS는 지난 17일,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에서 오존이 다량 발생한다는 KBS 시험 결과와 오존의 인체 유해성에 관해 전해드렸습니다.

[연관기사] [끈질긴K] 주름 개선·모공 축소?…‘오존’ 내뿜는 플라스마 미용기기
[연관기사] [끈질긴K] ‘플라스마 피부미용기기’ 오존 흡입 문제없나?…관리 기준 없어

사실 인위적으로 플라스마를 만들어낼 때 오존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기층의 절연파괴 현상이 일어나 오존(O₃)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제조업체도 이 부분은 인정합니다. 관건은 '기계에서 얼마만큼 오존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오존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는지' 두 가지였습니다.

제조사는 업체만의 기술로 오존 발생을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정도로 최소화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제조사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안전기준수치보다 90% 낮은 0.006ppm의 평균 오존 수치의 결과를 받음으로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라고 공지합니다.

KBS의 시험 결과와 62배 차이 나는 수치입니다.


■ 오존 측정 방법의 부재…"KBS 시험은 신뢰할 수 있나요?"

"실제로 사용자가 노출될 위험 요인을 판단하기 위해 단기간에 배출되는 오염량을 측정하고, 피부에 밀착하고 호흡기계와의 실제 거리를 고려해서 비교적 짧은 거리를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 이종태 /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사실 취재진이 보도했던 것처럼,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을 측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한국에는 공기청정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양을 측정하는 기준 정도만 있을 뿐이죠.

그렇다 보니 시청자분들이 KBS의 시험 결과를 어떻게 믿게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기계에서 얼마만큼 오존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오존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측정 거리와 운전시간을 어떻게 설정할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제보자는 물론 제조업체에서 의뢰했던 시험방법과 시험조건도 참고했습니다. 모두 공기청정기 기준(KS C 9314)을 이용했고, 측정 거리만 0.5cm~5cm로 서로 달랐습니다.

취재진은 기존에 있던 공기청정기 시험방법 'KS C 9314'를 이용해 측정거리(0.5cm)와 운전시간(10분)의 시험조건을 설정했습니다. 짧은 측정 거리(0.5cm)를 통해 기계에서 나오는 오존을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해선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의 시험 결과가 보도에 활용되는 게 부담스럽다"라는 이유로 여러 곳의 시험기관에서 시험을 거절했습니다. 처음 제보를 받고 한 달 만에 한 국가공인 시험인증기관에 측정 의뢰를 할 수 있었습니다.


■ 호흡 영역 안의 오존…업체는 "안전하다" 자신

"호흡기 영역은 보통 60cm에서 측정한 농도는 호흡기로 흡수된다고 일반적으로 가정을 합니다. 물론 그 거리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략 어느 정도 기준 이상으로 나오는 경우면 호흡기에 노출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 박동욱 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대학 교수

KBS가 국가공인 시험인증기관에서 받아본 오존 시험성적서는 제조업체의 것과 다르게 꽤 높은 농도였습니다. 취재진이 받아본 시험성적서가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다음 문제는 얼마나 많은 오존이 인체에 흡입될 것인가였습니다.

보통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는 기계를 얼굴 등에 문질러가며 사용합니다. 코나 입을 포함한 호흡기 주변에서 오존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실 취재진은 제조업체와도 여러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험 의뢰 전, 보도 전, 그리고 보도 후에도 만나 시험방법과 조건, 결과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와 업체 소개로 만난 조광섭 전자바이오물리학과 교수는 측정 거리에 따라 오존 농도는 급격히 줄어든다고 주장합니다. 코 밑 인중에서 호흡기까지 당도하는 오존의 양과 볼에서 호흡기까지 당도하는 오존의 양이 다르다는 겁니다. 오존도 여느 공기와 마찬가지로 확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재진과 취재진이 자문한 전문가들이 걱정한 부분은 '호흡'이었습니다. 실제로 인간이 호흡을 통해 공기를 들이마시기 때문입니다.

호흡 영역은 호흡기를 중심으로 대략 반경 30~60cm 구간을 이야기합니다. 제조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거리에 따라 오존의 농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호흡을 통해 인체로 빨려 들어가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업체는 자신 있게 안전하다고 담보하지만, 얼마나 많은 양의 오존이 인체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지 측정하는 공인된 기준도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기에선 높은 농도의 오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10분 외에는 배경에 오존이 '0'이라고 가정해도 1시간 기준 오존 주의보 수준 이상을 훌쩍 넘는 제품도 있습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선 최악의 상황(Worst Case)을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합니다.


■ 음이온은 라돈, 플라스마는 오존...'건강'이라는 달콤한 유혹

"개인적으로 오존의 농도가 높아서 그것을 말하자면 이 농도가 높아서 증상이 나타나고 그것을 피하는 그런 행동을 할 만큼 뚜렷하게 느껴지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홍윤철 서울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취재진과 취재진이 조언을 구한 전문가, 제조업체와 제조사에서 소개해준 전문가까지 모두가 공통되고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기준 마련의 필요성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용기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양을 측정하는 기준이 만들어진다면, 세계시장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사실 오존이 방출되는 제품들은 꽤 많습니다. 축사에서 사용하는 악취제거기는 물론, 공기청정기와 프린터, 헤어드라이어와 과일·채소 소독기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존 관련 인증이 부재하고, 발생하는 오존양을 측정하는 기준도 공기청정기를 제외하면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다 보니,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와 같은 전기제품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겁니다.

KBS의 보도 이후 식약처와 국가기술표준원 등은 제품안전정책협의회를 통해 오존 방출 제품에 대한 관리 감독 기관을 정하고, 필요한 대책들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한국을 강타한 '라돈 침대'도 음이온 뒤에 숨어있는 방사성 물질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플라스마와 오존은 공존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이 우리 옆의 생활제품에서 나오는지 모르는 품목들도 분명 많을 겁니다. KBS는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생활제품을 끝까지 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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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플라스마 기기 안전”하다는 업체…아토피 아이가 써도 괜찮나요?
    • 입력 2019-09-23 14:54:48
    • 수정2019-09-23 14:55:09
    취재후·사건후
주름 개선과 피부 탄력은 물론 아토피 증상 개선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 KBS는 지난 17일,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에서 오존이 다량 발생한다는 KBS 시험 결과와 오존의 인체 유해성에 관해 전해드렸습니다.

[연관기사] [끈질긴K] 주름 개선·모공 축소?…‘오존’ 내뿜는 플라스마 미용기기
[연관기사] [끈질긴K] ‘플라스마 피부미용기기’ 오존 흡입 문제없나?…관리 기준 없어

사실 인위적으로 플라스마를 만들어낼 때 오존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기층의 절연파괴 현상이 일어나 오존(O₃)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제조업체도 이 부분은 인정합니다. 관건은 '기계에서 얼마만큼 오존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오존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는지' 두 가지였습니다.

제조사는 업체만의 기술로 오존 발생을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정도로 최소화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제조사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안전기준수치보다 90% 낮은 0.006ppm의 평균 오존 수치의 결과를 받음으로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라고 공지합니다.

KBS의 시험 결과와 62배 차이 나는 수치입니다.


■ 오존 측정 방법의 부재…"KBS 시험은 신뢰할 수 있나요?"

"실제로 사용자가 노출될 위험 요인을 판단하기 위해 단기간에 배출되는 오염량을 측정하고, 피부에 밀착하고 호흡기계와의 실제 거리를 고려해서 비교적 짧은 거리를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 이종태 /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사실 취재진이 보도했던 것처럼,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을 측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한국에는 공기청정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양을 측정하는 기준 정도만 있을 뿐이죠.

그렇다 보니 시청자분들이 KBS의 시험 결과를 어떻게 믿게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기계에서 얼마만큼 오존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오존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측정 거리와 운전시간을 어떻게 설정할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제보자는 물론 제조업체에서 의뢰했던 시험방법과 시험조건도 참고했습니다. 모두 공기청정기 기준(KS C 9314)을 이용했고, 측정 거리만 0.5cm~5cm로 서로 달랐습니다.

취재진은 기존에 있던 공기청정기 시험방법 'KS C 9314'를 이용해 측정거리(0.5cm)와 운전시간(10분)의 시험조건을 설정했습니다. 짧은 측정 거리(0.5cm)를 통해 기계에서 나오는 오존을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해선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의 시험 결과가 보도에 활용되는 게 부담스럽다"라는 이유로 여러 곳의 시험기관에서 시험을 거절했습니다. 처음 제보를 받고 한 달 만에 한 국가공인 시험인증기관에 측정 의뢰를 할 수 있었습니다.


■ 호흡 영역 안의 오존…업체는 "안전하다" 자신

"호흡기 영역은 보통 60cm에서 측정한 농도는 호흡기로 흡수된다고 일반적으로 가정을 합니다. 물론 그 거리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략 어느 정도 기준 이상으로 나오는 경우면 호흡기에 노출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 박동욱 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대학 교수

KBS가 국가공인 시험인증기관에서 받아본 오존 시험성적서는 제조업체의 것과 다르게 꽤 높은 농도였습니다. 취재진이 받아본 시험성적서가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다음 문제는 얼마나 많은 오존이 인체에 흡입될 것인가였습니다.

보통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는 기계를 얼굴 등에 문질러가며 사용합니다. 코나 입을 포함한 호흡기 주변에서 오존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실 취재진은 제조업체와도 여러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험 의뢰 전, 보도 전, 그리고 보도 후에도 만나 시험방법과 조건, 결과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와 업체 소개로 만난 조광섭 전자바이오물리학과 교수는 측정 거리에 따라 오존 농도는 급격히 줄어든다고 주장합니다. 코 밑 인중에서 호흡기까지 당도하는 오존의 양과 볼에서 호흡기까지 당도하는 오존의 양이 다르다는 겁니다. 오존도 여느 공기와 마찬가지로 확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재진과 취재진이 자문한 전문가들이 걱정한 부분은 '호흡'이었습니다. 실제로 인간이 호흡을 통해 공기를 들이마시기 때문입니다.

호흡 영역은 호흡기를 중심으로 대략 반경 30~60cm 구간을 이야기합니다. 제조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거리에 따라 오존의 농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호흡을 통해 인체로 빨려 들어가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업체는 자신 있게 안전하다고 담보하지만, 얼마나 많은 양의 오존이 인체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지 측정하는 공인된 기준도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기에선 높은 농도의 오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10분 외에는 배경에 오존이 '0'이라고 가정해도 1시간 기준 오존 주의보 수준 이상을 훌쩍 넘는 제품도 있습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선 최악의 상황(Worst Case)을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합니다.


■ 음이온은 라돈, 플라스마는 오존...'건강'이라는 달콤한 유혹

"개인적으로 오존의 농도가 높아서 그것을 말하자면 이 농도가 높아서 증상이 나타나고 그것을 피하는 그런 행동을 할 만큼 뚜렷하게 느껴지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홍윤철 서울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취재진과 취재진이 조언을 구한 전문가, 제조업체와 제조사에서 소개해준 전문가까지 모두가 공통되고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기준 마련의 필요성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용기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양을 측정하는 기준이 만들어진다면, 세계시장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사실 오존이 방출되는 제품들은 꽤 많습니다. 축사에서 사용하는 악취제거기는 물론, 공기청정기와 프린터, 헤어드라이어와 과일·채소 소독기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존 관련 인증이 부재하고, 발생하는 오존양을 측정하는 기준도 공기청정기를 제외하면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다 보니,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와 같은 전기제품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겁니다.

KBS의 보도 이후 식약처와 국가기술표준원 등은 제품안전정책협의회를 통해 오존 방출 제품에 대한 관리 감독 기관을 정하고, 필요한 대책들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플라스마 피부 미용기기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한국을 강타한 '라돈 침대'도 음이온 뒤에 숨어있는 방사성 물질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플라스마와 오존은 공존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이 우리 옆의 생활제품에서 나오는지 모르는 품목들도 분명 많을 겁니다. KBS는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생활제품을 끝까지 쫓겠습니다.

※ KBS 제보는 전화 02-781-4444번이나, 카카오톡 → 플러스 친구 → 'KBS 제보'를 검색하셔서 친구 맺기를 하신 뒤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상 제보는 보도에 반영되면 사례하겠습니다. KBS 뉴스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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