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북한 땅?’ 논란의 함박도, 가까이서 보니…

입력 2019.09.24 (19:28) 수정 2019.09.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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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권 논란' 중심에 선 함박도

최근 서해에 위치한 함박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함박도의 관할권에서부터 시작됐다. 함박도의 등기부상 주소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로 나타나는데, 현재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관 기사] [취재후] “‘우리 땅’ 함박도에 북한군 주둔”?…빌미 준 정부

'함박도가 한국 땅인가, 북한 땅인가'를 놓고 시끌시끌하더니, 최근에는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북한이 함박도에 해안포 또는 방사포 시설을 설치해 수도권 지역을 위협하고 있고, 이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함박도와 인천국제공항은 불과 45km 떨어져 있다. 서울과의 거리도 80여 km다. 만약 함박도에 해안포·방사포 등 북한의 공격 무기들이 있다면 충분히 남한 수도권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지도에 표기된 함박도지도에 표기된 함박도

국방부는 '함박도 관할권 논란'과 관련해 '함박도는 서해북방한계선(NLL) 이북에 있다'는 유엔군사령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북한 땅이라는 얘기다. '함박도 요새화 논란'에 대해선 "함박도에 감시 장비와 레이더가 설치돼 있지만, 해안포는 배치되지 않았다"며 남북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논란의 불씨가 가라앉지 않자, 국방부는 함박도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우리 측 섬인 말도(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소재)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초청해 브리핑을 했다. 말도에서 직접 육안으로 함박도를 확인하며 취재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軍 "함박도는 NLL 북쪽 약 700m에 위치한 북측 관할도서"

말도에서 촬영한 함박도 [사진 출처 : 국방부 공동취재단]말도에서 촬영한 함박도 [사진 출처 : 국방부 공동취재단]

군 관계자는 먼저 함박도 관할권에 대해 "일제강점기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만들어진 지도를 보면 함박도는 황해-경기 도계선에서 황해도에 속해있다"고 밝혔다. 최근에 만들어진 25,000 대 1 대축적 군사지도에도 함박도는 NLL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함박도는 NLL 기준 북쪽 700m에 있으며, 정전 협정상 도계선 기준으로 보면 약 1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북한 관할이 맞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현재 함박도가 행정상 남한 땅으로 등록돼 있는 이유는 1978년 당시 내무부의 지시에 따라 강화군에서 함박도를 강화군청 소속 도서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그 때 기록이 지금까지 내려온 건데,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함박도를 우리 땅으로 등록한) 행정 절차상의 관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지만, 사실관계 확인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관계부처와 확인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민관 합동검증팀'을 꾸려 함박도 지적지 등록 경위와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 경위 등을 살펴보고 있다.

軍 "함박도에 해안포 없다…지형상 배치 여건도 안 돼"

함박도의 북한군 군사시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군 관계자는 "함박도는 함지박처럼 생겼다고 해서 함박도다. 그만큼 지형이 울퉁불퉁한데, 평탄화될 수 있는 화포를 갖다 놓을 장소가 없다"며 해안포나 방사포를 배치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고 밝혔다.

말도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함박도 [사진 출처 : 국방부 공동취재단]말도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함박도 [사진 출처 : 국방부 공동취재단]

이어 "선박이 오면 (말도에서) 다 관측이 된다"며 "2017년 5월부터 함박도에 시설 조성 공사가 있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함박도에 화포가 반입되는 징후는 전혀 포착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 '해안포 포문 개방'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절개지에 숙영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파놓은 구덩이를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덩이의 구멍 자체도 북쪽을 향해 있다"면서 "해안포를 갖다놨다면 남쪽을 지향해야 하는데 북쪽을 지향하고 있어 해안포가 아니라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軍 "함박도 군사시설은 '항해용 레이더'와 '숙영 막사'"

군 관계자는 해안포는 없지만 함박도에 감시시설과 병사 30명 규모의 숙영 막사 등 크게 두 가지 군사시설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함박도에는 섬 정상에 철탑이 있고, 그 주변에 감시초소로 보이는 시설물과 숙영막사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인공기와 철탑 레이더가 보이는 함박도 [사진 출처 : 국방부 공동취재단]인공기와 철탑 레이더가 보이는 함박도 [사진 출처 : 국방부 공동취재단]

군 관계자는 "철탑에는 레이더와 감시 장비가 있는데 이는 군사용 레이더가 아닌 일반 상선이나 어선에 장착하는 항해용 레이더"라며 "해당 레이더는 항공기의 고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 3차원 레이더가 아닌 2차원 레이더로 해상에 떠다니는 선박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차원 레이더는 우리 해군 고속단정에서 사용하는 레이더와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반경 40㎞ 이내의 선박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함박도에서 45km 떨어진 인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감시하기에는 레이더 성능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군 관계자는 레이더가 군사시설보다 불법 어로 활동을 막는 용도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술적 용도, 군사 용도의 레이더라면 산꼭대기에 노출되도록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이 함박도를 중국 어선 단속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말도 등 인근 도서 지역 주민들은 혹시나 있을 북한군의 도발 위협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말도 이장 홍근기 씨는 "함박도에 북한 군사시설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26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주민뿐 아니라 군인들도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연로하신 분들은 불안한 마음을 많이 표출하고 있다"며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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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4 19:28:45
    • 수정2019-09-24 19:29:39
    취재K
'관할권 논란' 중심에 선 함박도

최근 서해에 위치한 함박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함박도의 관할권에서부터 시작됐다. 함박도의 등기부상 주소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로 나타나는데, 현재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관 기사] [취재후] “‘우리 땅’ 함박도에 북한군 주둔”?…빌미 준 정부

'함박도가 한국 땅인가, 북한 땅인가'를 놓고 시끌시끌하더니, 최근에는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북한이 함박도에 해안포 또는 방사포 시설을 설치해 수도권 지역을 위협하고 있고, 이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함박도와 인천국제공항은 불과 45km 떨어져 있다. 서울과의 거리도 80여 km다. 만약 함박도에 해안포·방사포 등 북한의 공격 무기들이 있다면 충분히 남한 수도권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지도에 표기된 함박도
국방부는 '함박도 관할권 논란'과 관련해 '함박도는 서해북방한계선(NLL) 이북에 있다'는 유엔군사령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북한 땅이라는 얘기다. '함박도 요새화 논란'에 대해선 "함박도에 감시 장비와 레이더가 설치돼 있지만, 해안포는 배치되지 않았다"며 남북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논란의 불씨가 가라앉지 않자, 국방부는 함박도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우리 측 섬인 말도(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소재)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초청해 브리핑을 했다. 말도에서 직접 육안으로 함박도를 확인하며 취재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軍 "함박도는 NLL 북쪽 약 700m에 위치한 북측 관할도서"

말도에서 촬영한 함박도 [사진 출처 : 국방부 공동취재단]
군 관계자는 먼저 함박도 관할권에 대해 "일제강점기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만들어진 지도를 보면 함박도는 황해-경기 도계선에서 황해도에 속해있다"고 밝혔다. 최근에 만들어진 25,000 대 1 대축적 군사지도에도 함박도는 NLL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함박도는 NLL 기준 북쪽 700m에 있으며, 정전 협정상 도계선 기준으로 보면 약 1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북한 관할이 맞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현재 함박도가 행정상 남한 땅으로 등록돼 있는 이유는 1978년 당시 내무부의 지시에 따라 강화군에서 함박도를 강화군청 소속 도서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그 때 기록이 지금까지 내려온 건데,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함박도를 우리 땅으로 등록한) 행정 절차상의 관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지만, 사실관계 확인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관계부처와 확인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민관 합동검증팀'을 꾸려 함박도 지적지 등록 경위와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 경위 등을 살펴보고 있다.

軍 "함박도에 해안포 없다…지형상 배치 여건도 안 돼"

함박도의 북한군 군사시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군 관계자는 "함박도는 함지박처럼 생겼다고 해서 함박도다. 그만큼 지형이 울퉁불퉁한데, 평탄화될 수 있는 화포를 갖다 놓을 장소가 없다"며 해안포나 방사포를 배치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고 밝혔다.

말도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함박도 [사진 출처 : 국방부 공동취재단]
이어 "선박이 오면 (말도에서) 다 관측이 된다"며 "2017년 5월부터 함박도에 시설 조성 공사가 있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함박도에 화포가 반입되는 징후는 전혀 포착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 '해안포 포문 개방'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절개지에 숙영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파놓은 구덩이를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덩이의 구멍 자체도 북쪽을 향해 있다"면서 "해안포를 갖다놨다면 남쪽을 지향해야 하는데 북쪽을 지향하고 있어 해안포가 아니라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軍 "함박도 군사시설은 '항해용 레이더'와 '숙영 막사'"

군 관계자는 해안포는 없지만 함박도에 감시시설과 병사 30명 규모의 숙영 막사 등 크게 두 가지 군사시설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함박도에는 섬 정상에 철탑이 있고, 그 주변에 감시초소로 보이는 시설물과 숙영막사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인공기와 철탑 레이더가 보이는 함박도 [사진 출처 : 국방부 공동취재단]
군 관계자는 "철탑에는 레이더와 감시 장비가 있는데 이는 군사용 레이더가 아닌 일반 상선이나 어선에 장착하는 항해용 레이더"라며 "해당 레이더는 항공기의 고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 3차원 레이더가 아닌 2차원 레이더로 해상에 떠다니는 선박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차원 레이더는 우리 해군 고속단정에서 사용하는 레이더와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반경 40㎞ 이내의 선박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함박도에서 45km 떨어진 인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감시하기에는 레이더 성능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군 관계자는 레이더가 군사시설보다 불법 어로 활동을 막는 용도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술적 용도, 군사 용도의 레이더라면 산꼭대기에 노출되도록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이 함박도를 중국 어선 단속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말도 등 인근 도서 지역 주민들은 혹시나 있을 북한군의 도발 위협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말도 이장 홍근기 씨는 "함박도에 북한 군사시설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26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주민뿐 아니라 군인들도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연로하신 분들은 불안한 마음을 많이 표출하고 있다"며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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