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기름통 들고 교무실 돌진한 아버지, 무슨 일 있었길래?

입력 2019.09.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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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른 아침, 인천 부평구의 한 초등학교.

20L(리터)의 기름통을 든 50대 남성 A 씨가 나타났습니다.

이른 아침 시간이었던지라 별다른 제지 없이 후문으로 학교에 잠입한 A 씨.

그는 본관 건물 1층 행정실 앞에 통에 들어있던 등유를 들이부은 다음, 2층 교무실에 들어가 기름을 뿌리고 라이터를 꺼내 "다 죽여버리겠다"며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웁니다.

청소하고 있던 학교 관계자가 이를 목격하고 A 씨를 제지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다급히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기어이 학교 건물에 불을 붙인 A 씨, 대치하고 있던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해 다행히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물론, 학부모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던 소동의 주인공은 이 학교에 9살 딸을 보내고 있던 아이의 아버지.

사건의 발단은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월요일 새벽 3시경, 곤히 자고 있던 딸을 깨우는 A 씨.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는데 다짜고짜 "이전에 호박을 팔고 받은 돈 5천 원이 없어졌는데 어디에 사용했느냐"라고 다그칩니다.

아이가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라고 하자,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멍이 들 정도로 아이를 구타합니다.

아이는 그날 학교를 결석했고, 이튿날 아이를 상담하던 교사들이 아이가 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합니다.

며칠 뒤 직접 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찾아온 A 씨.

교사들에게 "학교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학교가 전부 책임을 져라"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친권을 포기할 테니 앞으로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말하고 아이를 학교에 두고 집에 가버립니다.

학교 측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이날 저녁 아이는 보호시설에 인도됩니다.

그리고 며칠 안 돼 인천가정법원에서 A 씨에게 접근금지 등의 임시조치가 내려집니다.

이에 격분한 A 씨는 술을 마시고 학교에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난 24일, 1심 법원은 방화미수와 아동학대 혐의로 A 씨에게 집행유예 없는 징역 3년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3년간 취업 제한(아동 관련 기관) 등을 선고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어린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 약 950명이 이용하는 초등학교 건물로, 방화범행이 경찰관에 의해 제지 되지 않았더라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의 이른 시각에 일어난 것이기는 하나 이로 인해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게 됐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가 본인의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피해자의 어머니이자 가해자의 배우자가 선처를 탄원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폭력 범죄로 수차례 형사처분을 받았고, 징역형 선고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이가 제 것인 양 학대하는 것도 모자라, 수백 명의 아이가 머무르는 공공시설에 불을 질렀던 A 씨는 결국 감옥에 갇히는 처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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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기름통 들고 교무실 돌진한 아버지, 무슨 일 있었길래?
    • 입력 2019-09-26 11:35:09
    취재후·사건후
지난 6월 이른 아침, 인천 부평구의 한 초등학교.

20L(리터)의 기름통을 든 50대 남성 A 씨가 나타났습니다.

이른 아침 시간이었던지라 별다른 제지 없이 후문으로 학교에 잠입한 A 씨.

그는 본관 건물 1층 행정실 앞에 통에 들어있던 등유를 들이부은 다음, 2층 교무실에 들어가 기름을 뿌리고 라이터를 꺼내 "다 죽여버리겠다"며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웁니다.

청소하고 있던 학교 관계자가 이를 목격하고 A 씨를 제지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다급히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기어이 학교 건물에 불을 붙인 A 씨, 대치하고 있던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해 다행히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물론, 학부모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던 소동의 주인공은 이 학교에 9살 딸을 보내고 있던 아이의 아버지.

사건의 발단은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월요일 새벽 3시경, 곤히 자고 있던 딸을 깨우는 A 씨.

A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는데 다짜고짜 "이전에 호박을 팔고 받은 돈 5천 원이 없어졌는데 어디에 사용했느냐"라고 다그칩니다.

아이가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라고 하자,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멍이 들 정도로 아이를 구타합니다.

아이는 그날 학교를 결석했고, 이튿날 아이를 상담하던 교사들이 아이가 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합니다.

며칠 뒤 직접 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찾아온 A 씨.

교사들에게 "학교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학교가 전부 책임을 져라"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친권을 포기할 테니 앞으로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말하고 아이를 학교에 두고 집에 가버립니다.

학교 측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이날 저녁 아이는 보호시설에 인도됩니다.

그리고 며칠 안 돼 인천가정법원에서 A 씨에게 접근금지 등의 임시조치가 내려집니다.

이에 격분한 A 씨는 술을 마시고 학교에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난 24일, 1심 법원은 방화미수와 아동학대 혐의로 A 씨에게 집행유예 없는 징역 3년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3년간 취업 제한(아동 관련 기관) 등을 선고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어린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 약 950명이 이용하는 초등학교 건물로, 방화범행이 경찰관에 의해 제지 되지 않았더라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의 이른 시각에 일어난 것이기는 하나 이로 인해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게 됐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가 본인의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피해자의 어머니이자 가해자의 배우자가 선처를 탄원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폭력 범죄로 수차례 형사처분을 받았고, 징역형 선고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이가 제 것인 양 학대하는 것도 모자라, 수백 명의 아이가 머무르는 공공시설에 불을 질렀던 A 씨는 결국 감옥에 갇히는 처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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