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탄핵 몰린 트럼프 녹취록 들여다보니…‘종용’과 ‘압박’ 사이

입력 2019.09.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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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탄핵 조사'를 촉발한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주요 내용을 아래 그래픽으로 직접 읽어 보시겠습니다.


A4 5쪽 분량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나눈 통화입니다.

핵심은 노골적인 압박이 있었느냐로 모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압박은 없었지만, 종용은 있었다."

양 정상은 이른바 '바이든 의혹'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이름을 모두 3번 언급합니다.

"바이든의 아들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이든은 기소를 막았다는 것을 자랑하며 돌아다녔습니다" "당신이 조사할 수 있다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누가 봐도 조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종용'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자랑스럽게 화답합니다.

"차기 검찰총장은 100% 내 사람" "그 또는 그녀는 그 상황을 조사할 것입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했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내자, 젤린스키 대통령이 '내가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라고 답한 것입니다.

젤린스키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트럼프) 당신이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어떤 추가 정보를 가졌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조사할 테니 정보를 달라는 거죠.

트럼프는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를 언급합니다.

줄리아니는 이 통화에서 5번 나왔습니다. 또 법무부 장관까지 동원합니다.

"나는 줄리아니가 당신에게 전화하도록 하고 또한 바 법무부 장관도 전화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꼭 어떤 음험한 음모를 꾸미는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원조' 등의 대가를 언급하거나 명시적으로 '위협'하며 수사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라는 말을 썼습니다. 보상, 대가를 뜻하는 말로 이를 직접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말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통화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사건이 있었지, 이렇게 거듭 언급하면서 이른바 '밑밥'을 깔았고, 이를 빠르게 눈치챈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사하겠다는 말을 화답한 것입니다.

트럼프 - 젤렌스키 유엔총회 정상회담트럼프 - 젤렌스키 유엔총회 정상회담

유엔총회 속 트럼프·젤렌스키 만났다…어떤 말을 했을까?

미 정국에 휘몰아친 탄핵 폭풍 속에 핵심 당사자 둘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늘 만났습니다.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입니다.

취재진들은 먼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물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압력을 느꼈습니까?"

젤렌스키 대통령의 답변 핵심은 이것입니다.

"나는 개방된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그것(녹취록)을 읽었겠지만 아무도 나를 밀어붙이지 않았습니다."라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옆자리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끼어들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압력이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열린 별도의 기자회견에서도 "그(젤렌스키)가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 대로, 그는 압력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외압 사실로…선거 개입 요청만으로 탄핵 충분"

이 같은 해명을 미국 민주당과 언론은 그대로 받아들일까요?

민주당은 공개된 녹취록이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선거의 진실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관여했음을 입증한다며 탄핵의 필요성을 확신시켜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발 데밍스 하원 법사위소속 의원은 "거의 모든 문장은 충격적인 권한 남용을 보여준다"고 말했고, 민주당 소속 하원 위원장 4명은 공동 성명에서 "외국 정부에 선거 개입 요청은 그것으로도 충분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미 CNN 방송의 크리스 실리자 에디터는 통화 녹취록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에 가깝다며 두 사람의 통화가 앞서 말한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로 주는 것)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원조'와 '바이든 조사'가 대가 관계였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탄핵 자체는 상원이 공화당을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통과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의혹' 사건 자체에 대해 민주당이 탄핵 조사에 들어간 만큼, 상당 기간, 그것도 내년 미국 대선까지 핵심 이슈로 미국 정가를 흔들 것이 분명합니다.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바이든 전 부통령까지 어느 한쪽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도가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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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6 16: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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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탄핵 조사'를 촉발한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주요 내용을 아래 그래픽으로 직접 읽어 보시겠습니다.


A4 5쪽 분량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나눈 통화입니다.

핵심은 노골적인 압박이 있었느냐로 모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압박은 없었지만, 종용은 있었다."

양 정상은 이른바 '바이든 의혹'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이름을 모두 3번 언급합니다.

"바이든의 아들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이든은 기소를 막았다는 것을 자랑하며 돌아다녔습니다" "당신이 조사할 수 있다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누가 봐도 조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종용'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자랑스럽게 화답합니다.

"차기 검찰총장은 100% 내 사람" "그 또는 그녀는 그 상황을 조사할 것입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했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내자, 젤린스키 대통령이 '내가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라고 답한 것입니다.

젤린스키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트럼프) 당신이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어떤 추가 정보를 가졌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조사할 테니 정보를 달라는 거죠.

트럼프는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를 언급합니다.

줄리아니는 이 통화에서 5번 나왔습니다. 또 법무부 장관까지 동원합니다.

"나는 줄리아니가 당신에게 전화하도록 하고 또한 바 법무부 장관도 전화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꼭 어떤 음험한 음모를 꾸미는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원조' 등의 대가를 언급하거나 명시적으로 '위협'하며 수사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라는 말을 썼습니다. 보상, 대가를 뜻하는 말로 이를 직접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말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통화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사건이 있었지, 이렇게 거듭 언급하면서 이른바 '밑밥'을 깔았고, 이를 빠르게 눈치챈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사하겠다는 말을 화답한 것입니다.

트럼프 - 젤렌스키 유엔총회 정상회담
유엔총회 속 트럼프·젤렌스키 만났다…어떤 말을 했을까?

미 정국에 휘몰아친 탄핵 폭풍 속에 핵심 당사자 둘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늘 만났습니다.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입니다.

취재진들은 먼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물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압력을 느꼈습니까?"

젤렌스키 대통령의 답변 핵심은 이것입니다.

"나는 개방된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그것(녹취록)을 읽었겠지만 아무도 나를 밀어붙이지 않았습니다."라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옆자리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끼어들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압력이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열린 별도의 기자회견에서도 "그(젤렌스키)가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 대로, 그는 압력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외압 사실로…선거 개입 요청만으로 탄핵 충분"

이 같은 해명을 미국 민주당과 언론은 그대로 받아들일까요?

민주당은 공개된 녹취록이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선거의 진실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관여했음을 입증한다며 탄핵의 필요성을 확신시켜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발 데밍스 하원 법사위소속 의원은 "거의 모든 문장은 충격적인 권한 남용을 보여준다"고 말했고, 민주당 소속 하원 위원장 4명은 공동 성명에서 "외국 정부에 선거 개입 요청은 그것으로도 충분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미 CNN 방송의 크리스 실리자 에디터는 통화 녹취록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에 가깝다며 두 사람의 통화가 앞서 말한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로 주는 것)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원조'와 '바이든 조사'가 대가 관계였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탄핵 자체는 상원이 공화당을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통과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의혹' 사건 자체에 대해 민주당이 탄핵 조사에 들어간 만큼, 상당 기간, 그것도 내년 미국 대선까지 핵심 이슈로 미국 정가를 흔들 것이 분명합니다.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바이든 전 부통령까지 어느 한쪽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도가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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