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50년간 지정된 의사자는 516명” 어떻게 보십니까?

입력 2019.09.26 (17:10) 수정 2019.09.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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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KBS 뉴스에선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를 두고 정부가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사실을 전해드렸습니다. 이후 의사자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과연 의사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지금까지 지정된 의사자들은 얼마나 되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건국 이래 의사자 수는 모두 합쳐 '516명'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에 가해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생명, 재산을 구하러 나서, 다치거나 사망한 이들은 예우를 받아 마땅합니다. 우리는 이런 분들을 의사자(義死者), 말 그대로 '의롭게 사망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의사자와 그 유족, 가족들에 대해 그에 걸맞은 예우와 지원을 하기 위해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예우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살신성인의 행동과 숭고한 용기를 기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법 제정의 목적인데요.

KBS 취재 결과, 정부가 현행 의사상자예우법의 전신인 '재해구제로인한의사상자구호법(재해구호법)'을 제정한 1970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지정한 의사자는 516명이었습니다.

당시 제정된 재해구호법이 수난, 화재, 교통사고 및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타인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의 위해를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또는 신체상의 중대한 장해를 입은 자에게 국가가 보상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던 한정된 취지였음을 감안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본격적인 의사자 지정은 이 법이 '의사상자보호법'으로 개정된 1991년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국가에서 인정받은 의사자는 357명입니다.

타인을 구하려다 부상을 입은 의상자의 경우엔 수가 더 적습니다. 1970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인정된 의상자 수는 277명입니다.

법적 요건에 맞춰 지정이 되는 이상 의사자 수를 산술적으로 많다, 적다로 표현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KBS가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지난 5년(2014~2018년) 동안의 의사상자 자료를 보면, 이 기간에 의사상자 신청 건수는 총 180건인 반면 의사상자로 인정된 사람은 97명으로, 신청 대비 인정 비율은 약 5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의사자로 지정된 수는 단 1명이었습니다.

■의사자 요건 두고 논란도

의사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직무 외의 행위로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를 하다 △사망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처럼 엄격한 절차와 기준을 거쳐야 의사자로 인정되기에,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더라도 의사상자로 인정받긴 쉽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이 보도된 뒤 각계에서는 의사자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적어도 '탄력적 적용'을 할 수는 있지 않느냐는 건데요. 그러나 이 같은 엄격한 요건도 의사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나 앞선 심사 대상들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진재용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의사상자 결정은 보건복지부의 심의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데 법에 제시된 요건을 폭넓게 적극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의사자로 지정될 경우 뒤따르는 여러 혜택이나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 국가 재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법에서 인정 요건을 엄격하게 두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보상금·취업보호조치

의사자로 지정될 경우 우선 국가에서 지정한 보상금을 받게 됩니다. 2019년 기준 2억 2,172만 원입니다. 의상자의 경우 부상 등급에 따라 의사자 유족에게 지급되는 금액의 일부 비율이 차등 지급됩니다.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의사자에 대한 보상액으로 지출됩니다.

이 외에도 의사자의 유가족(배우자, 자녀, 부모, 조부모 및 형제자매), 의상자(1~6급) 본인에게는 의료급여법에 근거해 의료급여가 지급됩니다. 의사상자 자녀에 대해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 고등학교 입학금 및 수업료, 초·중·고 부교재비 및 학용품비가 지급되고, 이는 유가족이 일정기간 내에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공직 지원 시에도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에 근거해 의사자의 배우자 및 자녀, 1 ~ 6급 의상자 및 배우자·자녀들은 3~5%의 가산점을 받게 됩니다. 무주택인 의사자 유족 및 의상자의 경우 주택특별공급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KBS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는 고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 여부를 재심사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유족이 임 교수의 의사자 불인정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온 만큼, 이를 다시 심사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임 교수의 의사자 지정 여부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의사상자심사위원회 회의에서 결론이 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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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50년간 지정된 의사자는 516명” 어떻게 보십니까?
    • 입력 2019-09-26 17:10:36
    • 수정2019-09-26 17:10:41
    취재후·사건후
지난 24일 KBS 뉴스에선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를 두고 정부가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사실을 전해드렸습니다. 이후 의사자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과연 의사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지금까지 지정된 의사자들은 얼마나 되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건국 이래 의사자 수는 모두 합쳐 '516명'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에 가해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생명, 재산을 구하러 나서, 다치거나 사망한 이들은 예우를 받아 마땅합니다. 우리는 이런 분들을 의사자(義死者), 말 그대로 '의롭게 사망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의사자와 그 유족, 가족들에 대해 그에 걸맞은 예우와 지원을 하기 위해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예우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살신성인의 행동과 숭고한 용기를 기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법 제정의 목적인데요.

KBS 취재 결과, 정부가 현행 의사상자예우법의 전신인 '재해구제로인한의사상자구호법(재해구호법)'을 제정한 1970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지정한 의사자는 516명이었습니다.

당시 제정된 재해구호법이 수난, 화재, 교통사고 및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타인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의 위해를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또는 신체상의 중대한 장해를 입은 자에게 국가가 보상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던 한정된 취지였음을 감안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본격적인 의사자 지정은 이 법이 '의사상자보호법'으로 개정된 1991년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국가에서 인정받은 의사자는 357명입니다.

타인을 구하려다 부상을 입은 의상자의 경우엔 수가 더 적습니다. 1970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인정된 의상자 수는 277명입니다.

법적 요건에 맞춰 지정이 되는 이상 의사자 수를 산술적으로 많다, 적다로 표현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KBS가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지난 5년(2014~2018년) 동안의 의사상자 자료를 보면, 이 기간에 의사상자 신청 건수는 총 180건인 반면 의사상자로 인정된 사람은 97명으로, 신청 대비 인정 비율은 약 5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의사자로 지정된 수는 단 1명이었습니다.

■의사자 요건 두고 논란도

의사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직무 외의 행위로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를 하다 △사망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처럼 엄격한 절차와 기준을 거쳐야 의사자로 인정되기에,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더라도 의사상자로 인정받긴 쉽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이 보도된 뒤 각계에서는 의사자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적어도 '탄력적 적용'을 할 수는 있지 않느냐는 건데요. 그러나 이 같은 엄격한 요건도 의사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나 앞선 심사 대상들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진재용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의사상자 결정은 보건복지부의 심의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데 법에 제시된 요건을 폭넓게 적극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의사자로 지정될 경우 뒤따르는 여러 혜택이나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 국가 재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법에서 인정 요건을 엄격하게 두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보상금·취업보호조치

의사자로 지정될 경우 우선 국가에서 지정한 보상금을 받게 됩니다. 2019년 기준 2억 2,172만 원입니다. 의상자의 경우 부상 등급에 따라 의사자 유족에게 지급되는 금액의 일부 비율이 차등 지급됩니다.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의사자에 대한 보상액으로 지출됩니다.

이 외에도 의사자의 유가족(배우자, 자녀, 부모, 조부모 및 형제자매), 의상자(1~6급) 본인에게는 의료급여법에 근거해 의료급여가 지급됩니다. 의사상자 자녀에 대해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 고등학교 입학금 및 수업료, 초·중·고 부교재비 및 학용품비가 지급되고, 이는 유가족이 일정기간 내에 신청을 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공직 지원 시에도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에 근거해 의사자의 배우자 및 자녀, 1 ~ 6급 의상자 및 배우자·자녀들은 3~5%의 가산점을 받게 됩니다. 무주택인 의사자 유족 및 의상자의 경우 주택특별공급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KBS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는 고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지정 여부를 재심사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유족이 임 교수의 의사자 불인정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온 만큼, 이를 다시 심사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임 교수의 의사자 지정 여부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의사상자심사위원회 회의에서 결론이 나게 됐습니다.

※ KBS 제보는 전화 02-781-4444번이나, 카카오톡 친구 검색창에서 'KBS 제보'를 찾아 채널 추가하신 뒤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 제보는 보도에 반영되면 사례하겠습니다. KBS 뉴스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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