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재산 절반 요구했던 임우재, 1%도 못 받게 된 이유

입력 2019.09.27 (07:02) 수정 2019.09.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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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재산 분할 절반 인정하는 게 법원 판례
1% 안되는 임우재-이부진 재산분할은 특유재산 때문
오랜 별거기간 등이 감안된 듯

세간에 관심을 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남편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벌인 이혼소송에서 재산 분할 규모는 141억 원이라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이 사장의 재산 규모는 1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대웅 부장판사)는 26일 이 사장과 임 전 고문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위해 임 전 고문에게 141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자녀의 친권·양육권은 1심과 같이 이 사장에게 주되, 임 전 고문의 자녀 면접 교섭 기회를 추가했다. 면접 횟수를 월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명절과 방학 시기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최근 법원 판례

최근 판례를 보면 이혼 시 배우자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는 것은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법원은 이혼 소송이 제기되면 부부가 결혼 기간 공동으로 노력해 형성한 재산(공동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 재산을 분할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배우의 재산이 각각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구분하는 절차를 거친다.

법원은 최근 공동 재산을 나눌 때 상대편 배우자의 몫을 높여 잡는 추세다. 바깥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가정주부의 경우에도 자녀 양육 등을 노동으로 인정해 최대 50%까지 재산분할을 명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추세와 달리 임 전 고문이 인정받은 재산 분할 규모는 141억 원. 이 사장 재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9% 정도에 불과했다. 왜 그랬을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재산 분할의 대상이 공동 형성 재산에 한한다는 점이다. 즉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만 분할 대상이고, 결혼 전에 형성된 재산이나 결혼 후 한 쪽이 상속이나 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이라 해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혼 후 늘어난 재산도 이를 유지하고 증가하는 데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누게 돼 있다.


이 사장의 재산 중 대부분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등 그룹 관련 주식이다. 삼성물산 지분 5.51%, 그리고 삼성SDS 주식 3.9%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 2조 원가량 됐던 이 지분의 가치는 26일 종가 기준으로 1조 5,416억 원 정도로 계산된다. 그런데 이 삼성 주식은 이미 결혼 전에 부친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것이 대부분인 만큼 남편 임 전 고문의 몫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 주식을 대부분 제외하고 평가한 나머지 이 사장의 재산을 법원은 700억 원 정도로 본 것으로 추정된다. 1심 재판에서는 평가 재산을 570억 원 정도로 봤는데 1심 이후 2년여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 사장의 재산이 증가하면서 분할 대상 재산도 늘어난 것이다.

또 2심 재판부는 재산 분할 비율을 1심의 15%에서 20%로 다소 올렸고, 이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는 141억 원으로 결정됐다.

오랜 별거 기간도 고려된 듯

이번 판결에 대해 이 사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감사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임 전 고문 측은 판결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친권을 인정받지 못한 데다 재산 분할 규모도 청구액에 크게 미치지 못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재산분할 규모가 86억 원으로 결정되자 임 전 고문 측은 이에 불복했다. 임 전 고문 측은 재산 결혼 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특유 재산 형성에 기여가 어느 정도 인정될 경우 특유 재산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는 최근 법원 판례를 들어 재산 분할 규모를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업주부에게도 재산의 50%를 인정하는 판결이 흔한 상황에서 이 사장과의 혼인 기간이 20년이 됐고, 삼성 그룹에서 임원으로 재직해 온 임 전 고문에게 전업주부보다 낮은 기여도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법원이 임 전 고문의 기여도를 낮게 본 이유는 뭘까.

재판부는 가사 소송의 성격상 판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두 부부 사이의 부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1999년 결혼해 혼인 기간이 20년에 달하지만, 혼인 몇 년 뒤부터 관계가 악화해 별거 기간이 절반이 넘는 10~11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이런 부부 관계를 설명한 뒤 임 전 고문의 재산 기여도가 크지 않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이 임 전 고문이 주장한 아들에 대한 공동 친권을 인정하지 않고, 면접교섭권만 월 2회 인정한 것도 이미 오래전 파탄 난 혼인 관계를 감안 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고문의 대리인은 "우리 쪽 입장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판결에) 여러 의문이 있다"며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했는데 상고 여부 등은 판결문을 보면서 임 전 고문과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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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부진 재산 절반 요구했던 임우재, 1%도 못 받게 된 이유
    • 입력 2019-09-27 07:02:50
    • 수정2019-09-28 17:02:26
    취재K
최근 재산 분할 절반 인정하는 게 법원 판례<br />1% 안되는 임우재-이부진 재산분할은 특유재산 때문<br />오랜 별거기간 등이 감안된 듯
세간에 관심을 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남편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벌인 이혼소송에서 재산 분할 규모는 141억 원이라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이 사장의 재산 규모는 1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대웅 부장판사)는 26일 이 사장과 임 전 고문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위해 임 전 고문에게 141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자녀의 친권·양육권은 1심과 같이 이 사장에게 주되, 임 전 고문의 자녀 면접 교섭 기회를 추가했다. 면접 횟수를 월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명절과 방학 시기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최근 법원 판례

최근 판례를 보면 이혼 시 배우자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는 것은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법원은 이혼 소송이 제기되면 부부가 결혼 기간 공동으로 노력해 형성한 재산(공동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 재산을 분할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배우의 재산이 각각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구분하는 절차를 거친다.

법원은 최근 공동 재산을 나눌 때 상대편 배우자의 몫을 높여 잡는 추세다. 바깥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가정주부의 경우에도 자녀 양육 등을 노동으로 인정해 최대 50%까지 재산분할을 명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추세와 달리 임 전 고문이 인정받은 재산 분할 규모는 141억 원. 이 사장 재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9% 정도에 불과했다. 왜 그랬을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재산 분할의 대상이 공동 형성 재산에 한한다는 점이다. 즉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만 분할 대상이고, 결혼 전에 형성된 재산이나 결혼 후 한 쪽이 상속이나 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이라 해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결혼 후 늘어난 재산도 이를 유지하고 증가하는 데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나누게 돼 있다.


이 사장의 재산 중 대부분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등 그룹 관련 주식이다. 삼성물산 지분 5.51%, 그리고 삼성SDS 주식 3.9%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 2조 원가량 됐던 이 지분의 가치는 26일 종가 기준으로 1조 5,416억 원 정도로 계산된다. 그런데 이 삼성 주식은 이미 결혼 전에 부친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것이 대부분인 만큼 남편 임 전 고문의 몫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 주식을 대부분 제외하고 평가한 나머지 이 사장의 재산을 법원은 700억 원 정도로 본 것으로 추정된다. 1심 재판에서는 평가 재산을 570억 원 정도로 봤는데 1심 이후 2년여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 사장의 재산이 증가하면서 분할 대상 재산도 늘어난 것이다.

또 2심 재판부는 재산 분할 비율을 1심의 15%에서 20%로 다소 올렸고, 이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는 141억 원으로 결정됐다.

오랜 별거 기간도 고려된 듯

이번 판결에 대해 이 사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감사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임 전 고문 측은 판결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친권을 인정받지 못한 데다 재산 분할 규모도 청구액에 크게 미치지 못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재산분할 규모가 86억 원으로 결정되자 임 전 고문 측은 이에 불복했다. 임 전 고문 측은 재산 결혼 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특유 재산 형성에 기여가 어느 정도 인정될 경우 특유 재산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는 최근 법원 판례를 들어 재산 분할 규모를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업주부에게도 재산의 50%를 인정하는 판결이 흔한 상황에서 이 사장과의 혼인 기간이 20년이 됐고, 삼성 그룹에서 임원으로 재직해 온 임 전 고문에게 전업주부보다 낮은 기여도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법원이 임 전 고문의 기여도를 낮게 본 이유는 뭘까.

재판부는 가사 소송의 성격상 판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두 부부 사이의 부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1999년 결혼해 혼인 기간이 20년에 달하지만, 혼인 몇 년 뒤부터 관계가 악화해 별거 기간이 절반이 넘는 10~11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이런 부부 관계를 설명한 뒤 임 전 고문의 재산 기여도가 크지 않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이 임 전 고문이 주장한 아들에 대한 공동 친권을 인정하지 않고, 면접교섭권만 월 2회 인정한 것도 이미 오래전 파탄 난 혼인 관계를 감안 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고문의 대리인은 "우리 쪽 입장과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판결에) 여러 의문이 있다"며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했는데 상고 여부 등은 판결문을 보면서 임 전 고문과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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