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손해배상 책임 첫 인정

입력 2019.09.27 (14:54) 수정 2019.09.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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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호소는 종종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거래소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그동안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래소가 스스로 정한 '출금한도'를 넘어서 해킹을 당한 금액은 거래소 측이 이용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최근 나왔습니다.

■ 1일 출금 한도 2천만 원인데, 5천만 원 상당 해킹 피해

서울남부지법(판사 설민수)은 지난 25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 이용자 김 모 씨가 코인원을 상대로 해킹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천5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코인원은 비트코인 거래액 기준(2017년)으로 국내 2위, 전 세계 6위 규모를 기록한 바 있는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한 곳입니다. 법원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다 해킹 피해를 입은 이용자가 거래소를 상대로 승소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코인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고팔던 김 씨는 지난해 12월 해킹 피해를 당했습니다. 네덜란드 소재 IP에서 접속한 해커는 김 씨의 코인원 계정에 있던 5천여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모두 팔고 비트코인을 사들여 자신의 지갑(가상화폐 계좌)으로 전송했습니다.

당시 코인원은 가상화폐 송금을 통한 '1일 출금한도'를 2000만 원으로 공지했지만 실제로 김 씨의 계정에 대해선 출금한도 제한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지난 1월 코인원을 상대로 해킹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김 씨는 "거래소가 평소 이용자 접속 IP와 다른 해외 IP의 접속차단 등 최소한의 거래 안전장치를 충분히 설정하지 않았고, 출금한도를 1일 2000만 원으로 정했음에도 출금한도를 넘는 비트코인 송금이 이루어진 건 거래소의 잘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인원은 그러나 "이번 사건은 거래소 과실에 따라 원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탈취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거래소에게 해외 IP 접속차단 등 거래안전 장치를 할 의무가 없으며, 출금한도 제한은 정부 정책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비록 거래소의 공지내용과 다르게 이루어졌다고 해도 '의무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핵심 쟁점은 '일일 출금한도'…"한도 넘어 출금된 건 거래소 책임"

이번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거래소의 '일일 출금한도'가 있음에도 그 이상 출금이 이뤄진 점이었습니다. 그 동안 가상화폐 거래소와 이용자의 소송에서는 거래소의 정보보호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번 사건 역시 정보보호 측면에서 거래소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은이렇게 밝혔습니다.

"피고(코인원)가 보유하거나 관리하는 원고의 이 사건 계정 등에 대한 정보를 제3자가 취득해 이루어졌는지에 관해 보면 이를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다"

"해외 IP 접속차단이 거래 당시 대한민국 법률상 법률이 보호하는 자산이 아닌 가상화폐 등의 거래를 주선하는 피고의 영업에 대해 법령상 부과된 의무는 아니다"

법원은 그러나 거래소가 공지한 '일일 출금제한 금액'을 넘어서 출금된 경우, 거래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코인원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1일 가상화폐 출금한도가 조정된다. 각 거래 인증방법에 따라 가상화폐 출금한도가 상향되며 운영팀 심사 요청에 의해 최고 1억 원까지 출금한도를 상향'한다고 공지했다"

"코인원은 일일 가상화폐 출금한도 조치를 적어도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피고 거래소 제도의 일환으로 소개함으로써 그 거래를 유도하는 외관을 형성했고, 이러한 외관과 달리 실제로 일일 가상화폐 출금한도에 대하여 제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

법원은 다만 △일일 가상화폐 출금한도 조치가 (김 씨의 계정에) 실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2000만 원 상당에 해당하는 가상화폐는 출금이 가능했던 점 △가상화폐는 그 가격이 특정되지 않은 자산으로 거래 당시의 상황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되며 가격변동의 제한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김씨의 손해액을 2500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이번 법원 판결로 그동안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일일 출금한도' 이상의 해킹 피해를 당했던 투자자들의 유사소송이 잇따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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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손해배상 책임 첫 인정
    • 입력 2019-09-27 14:54:35
    • 수정2019-09-27 14:54:58
    취재K
가상화폐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호소는 종종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거래소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그동안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래소가 스스로 정한 '출금한도'를 넘어서 해킹을 당한 금액은 거래소 측이 이용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최근 나왔습니다.

■ 1일 출금 한도 2천만 원인데, 5천만 원 상당 해킹 피해

서울남부지법(판사 설민수)은 지난 25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 이용자 김 모 씨가 코인원을 상대로 해킹 피해를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천5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코인원은 비트코인 거래액 기준(2017년)으로 국내 2위, 전 세계 6위 규모를 기록한 바 있는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한 곳입니다. 법원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다 해킹 피해를 입은 이용자가 거래소를 상대로 승소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코인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고팔던 김 씨는 지난해 12월 해킹 피해를 당했습니다. 네덜란드 소재 IP에서 접속한 해커는 김 씨의 코인원 계정에 있던 5천여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모두 팔고 비트코인을 사들여 자신의 지갑(가상화폐 계좌)으로 전송했습니다.

당시 코인원은 가상화폐 송금을 통한 '1일 출금한도'를 2000만 원으로 공지했지만 실제로 김 씨의 계정에 대해선 출금한도 제한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김 씨는 지난 1월 코인원을 상대로 해킹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김 씨는 "거래소가 평소 이용자 접속 IP와 다른 해외 IP의 접속차단 등 최소한의 거래 안전장치를 충분히 설정하지 않았고, 출금한도를 1일 2000만 원으로 정했음에도 출금한도를 넘는 비트코인 송금이 이루어진 건 거래소의 잘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인원은 그러나 "이번 사건은 거래소 과실에 따라 원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탈취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거래소에게 해외 IP 접속차단 등 거래안전 장치를 할 의무가 없으며, 출금한도 제한은 정부 정책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비록 거래소의 공지내용과 다르게 이루어졌다고 해도 '의무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핵심 쟁점은 '일일 출금한도'…"한도 넘어 출금된 건 거래소 책임"

이번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거래소의 '일일 출금한도'가 있음에도 그 이상 출금이 이뤄진 점이었습니다. 그 동안 가상화폐 거래소와 이용자의 소송에서는 거래소의 정보보호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번 사건 역시 정보보호 측면에서 거래소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은이렇게 밝혔습니다.

"피고(코인원)가 보유하거나 관리하는 원고의 이 사건 계정 등에 대한 정보를 제3자가 취득해 이루어졌는지에 관해 보면 이를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다"

"해외 IP 접속차단이 거래 당시 대한민국 법률상 법률이 보호하는 자산이 아닌 가상화폐 등의 거래를 주선하는 피고의 영업에 대해 법령상 부과된 의무는 아니다"

법원은 그러나 거래소가 공지한 '일일 출금제한 금액'을 넘어서 출금된 경우, 거래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코인원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1일 가상화폐 출금한도가 조정된다. 각 거래 인증방법에 따라 가상화폐 출금한도가 상향되며 운영팀 심사 요청에 의해 최고 1억 원까지 출금한도를 상향'한다고 공지했다"

"코인원은 일일 가상화폐 출금한도 조치를 적어도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피고 거래소 제도의 일환으로 소개함으로써 그 거래를 유도하는 외관을 형성했고, 이러한 외관과 달리 실제로 일일 가상화폐 출금한도에 대하여 제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

법원은 다만 △일일 가상화폐 출금한도 조치가 (김 씨의 계정에) 실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2000만 원 상당에 해당하는 가상화폐는 출금이 가능했던 점 △가상화폐는 그 가격이 특정되지 않은 자산으로 거래 당시의 상황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되며 가격변동의 제한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김씨의 손해액을 2500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이번 법원 판결로 그동안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일일 출금한도' 이상의 해킹 피해를 당했던 투자자들의 유사소송이 잇따를 전망입니다.

※ KBS 제보는 전화 02-781-4444번이나, 카카오톡 친구 검색창에서 'KBS 제보'를 찾아 채널 추가하신 뒤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 제보는 보도에 반영되면 사례하겠습니다. KBS 뉴스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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