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도 ‘비상’…가축 방역 실태는?

입력 2019.09.28 (08:07) 수정 2019.09.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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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에서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우리보다 앞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요.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은 우리의 공동방역과 지원 제안에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북한의 수의 방역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북한의 방역 시스템과 실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양돈 농가를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

대규모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확진 농가와 주변 농가의 돼지는 긴급 매몰 처분되고 있고, 추가 감염 차단을 위한 집중 방역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 발생 지역의 감염경로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측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협력을 거듭 제안 하고 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9월 18일 : "(우리 측)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상황과 여기에 필요한 남북 방역협력 추진 필요성들에 대해서 대북 통지문을 오전에 전달했습니다."]

초기 발병 지역인 파주와 연천 모두 북한 인접 지역이고, 북한과 연결된 강과 하천이 있는 만큼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내려왔을 수도, 역으로 북한으로 전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보고한 만큼 북한 지역의 발병 현황과 방역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지역으로 보고 한 곳은 북-중 접경지역인 자강도 우시군의 북상 협동농장.

북한당국은 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했고, 나머지 22마리는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동제한, 소독 등의 추가 방역 조치도 철저하게 진행됐다고 보고했다.

이후 추가 발병 보고는 없는 상황.

그러나 강한 전염성을 고려할 때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당국도 지난달 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심각성과 대책을 강조한 만큼 내부 사정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위원/전 북한 수의공무원 : "노동신문이 그런 기사를 냈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거든요. 그 진행 상황이 너무나도 크고 그렇게 되니까 실질적으로 국제기구에 보고해야 될 필요성을 느꼈거든요. 전염병이 발생하면 비상가축방역위원회를 가동을 시키는데 이게 현재도 지금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평양, 사리원, 혜주 이런 큰 도시들과 농촌들에서 다 확산해서 현재 진행 중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최근 북한 조선중앙TV를 살펴보면 가축 방역 보도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중앙TV/6월 30일 : "신의주시에서 수의방역소를 새로 건설했습니다."]

자강도 우시군과는 4시간 거리이자, 북·중 접경 지역인 신의주. 이곳에는 새로운 수의 방역소가 설치됐다.

북한당국이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을 보고 한지 꼭 한 달 만이다.

[김영철/신의주 수의방역소장 : "우리는 이번에 시당 위원회의 지도 밑에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680㎡의 수의방역소와 비면옥 토기사를 꾸려놓았습니다."]

뒤이어 남포시에도 새 수의방역소가 설치됐다.

[조선중앙TV/8월 12일 : "시 안의 축산 단위들에서 집짐승의 폐사율을 극력 줄이면서 축산물생산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역만 다를 뿐 철저한 방역으로 가축 폐사율을 낮추고 생산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는 천편일률적인 보도내용.

북한 당국의 보도처럼 북한의 방역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 것일까?

[조선기록영화 ‘어버이 수령님 일꾼들과 함께 계시여’ :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인민들에게 고기를 풍족히 먹일 방도를 일꾼들과 거듭 의논하시며 고기 생산을 늘릴 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워주셨습니다."]

1960년대, 축산업의 집약화와 국유화를 빠른 속도로 진행시킨 북한당국.

북한의 국영축산, 공동축산 정책은 축산물 증산에는 기여했지만 전염병에 의한 가축의 집단폐사라는 취약점도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수의 방역을 강조했고, 국가적인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 가축병원들을 수의방역소로 개편하고 수의 방역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홍순길/북한 중앙수의방역소 부소장 : "우리 수령님께서 해방 후 우리 인민들에게 고기를 마음껏 먹이시려는 심정이 얼마나 간절하셨으면 수의 방역대책문제를 건국사업의 첫 결정으로 채택하도록 하셨겠습니까."]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부터 각종 축산 공장들을 현지 시찰하며 생산량 증가와 함께 수의 방역대책을 강조해 왔다.

[조선중앙TV/2017년 : "대천 땅에 돼지 바다가 펼쳐졌소. 좋은 종자 확보와 충분한 먹이 보장, 과학적인 사양관리와 철저한 수의 방역대책을 축산업 발전의 4대 고리로 틀어쥐고 그 관철을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야 합니다."]

지난 2017년엔 평양 건축종합대학내 축산기지가 수의 방역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수의 방역사업을 잘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김광룡/평양 건축종합대학 축산기지 지배인 : "네 그렇습니다. 수의 방역이자 곧 생산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체의 기술력으로 소독 시설까지 완비했다고 자랑하는 관계자.

["이산화염소수 기체를 분무해서 몸 겉면에 붙어있는 병균들과 잡균들을 다 멸균시켜 줍니다."]

가축 사육에 있어서도 과학화, 현대화를 도입해 위생적인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렇게 소개되는 곳은 일부일 뿐, 대부분의 가축 사육장과는 괴리가 있다는 게 북한 수의공무원 출신 탈북민의 증언이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위원/전 북한 수의공무원 : "소독차 한 대 없습니다. 북한에. 소독차 저 구경 못 했어요. 지금 현재도 없고요. 그러니까 이런 측면에서 예방을 할 수
있는 이런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이런 시스템들을 갖춰야 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북한에 현존하는 상태에서 이게 좀 힘들고 정책으로 이야기하는 거에 비해서 실질적으로 투자나 이런 것들이 적게 진행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대변되는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부족을 겪은 북한. 북한의 수의 방역시스템도 이 시기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료 부족으로 인한 가축의 면역력 저하는 전염병에 취약성을 드러냈고, 재원 부족의 여파로 수의 방역체계는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북한당국은 수의 방역 책임도 ‘자력갱생’을 내세워 주민에게 전가했다. 국영 목장과 협동 농장 외 가정이나 학교, 탁아소, 기업소 등 개인 부업 축산을 장려하는 정책도 방역 관리 체계를 취약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김향미/개인 부업축산업자 : "저희 가정에서 돼지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 10년쯤 됐습니다. 돼지를 잘 키운다고 소문난다니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배우러 찾아오곤 합니다."]

개인 축산에 성공한 가정은 모범 가정으로 소개되고,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는데 방역 측면에선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위원/전 북한 수의공무원 : "농촌 지역의 농가들은 물론 도시에 있는 아파트, 화장실, 부엌, 베란다 이것을 이런 작은 공간을 이용해서 돼지를 다 기르고 있고요. 그러니까 돼지를 내가 집에서 한 마리 두 마리 키운다는 것이 우선 통계에 잡히지 않아요 이게.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까 관리를 할 수가 없고요. 열나면 시장에 나가서 항생제나 이런 거 가져다가 자체로 막 주사 놔서 치료하다가 완치가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이런 식의 처리 방법이 관행으로 남아 있거든요."]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강조되고 있는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도 감염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라순옥/만경대구역 가내축산관리위원장 : "축사에서 키우고 있는 오리와 닭 배설물을 돼지 먹이에 먹이 첨가제와 함께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이용하고 있는데 돼지 증체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화기관의 특성상 배설물에 탄수화물이 많이 섞여있는 조류.

이 때문에 북한에선 닭과 오리와 같은 조류 배설물을 돼지 먹이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런 돼지의 배설물까지 거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 특집프로그램 ‘축산으로 덕을 본다’ : "고리형 순환 생산 체계를 확립해서 축사에서 나오는 거름으로 먹이 풀판의 지력을 높여서 먹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해마다 많은 고기와 알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하나의 개체만 감염 돼도 집단으로 전염되는 위험성이 있다.

북한 방역체계는 일찌감치 그 한계를 드러냈다.

[KBS 뉴스9/2005년 : "북한이 오늘 북한 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정보 제공과 함께 퇴치장비와 약품을 제공해 줄 것을 우리측에 요청해 왔습니다."]

지난 2005년,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자 북한은 닭 수십만 마리를 매몰 처분한 후 남측에 필요한 장비와 약품을 요청했고, 2011년 구제역 파동 때도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구제역 발생 사실을 알리며 식량 지원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러한 수의 감염이 북한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2005년과 2011년은 남한에도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파동이 불어 닥친 뒤였다.

[우희종/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사실 한반도는 하나의 권역입니다. 결코, 사람의 어떤 행정구역처럼 북과 남이 갈린 것이 아니라 심지어 철새들도 태백산맥을 통해서 남으로 내려오고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것도 그런 점에서는 그러한 어떤 한반도 차원의 대응이 너무나 절실한 것이죠."]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협력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북 통지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이번 바이러스는 그 어떤 전염병보다 위험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정현규/박사/아시아양돈수의사회 : "무서운 이유는 구제역처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이러스성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구제역이나 이런 거에 비해서 폐사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또 하나는 바이러스가 구제역에 비해서 환경에서 살아남는 시간이. 아까 냉동육에서는 천일 이상 3년 이상 살아남는 다던지 워낙 저항성이 강합니다. 구제역이랑 비교해서도 현재까지 이 질병이 가축에선 제일 무서울 질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의 방역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남과 북. 한반도에서 가축도 인간도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남과 북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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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한도 ‘비상’…가축 방역 실태는?
    • 입력 2019-09-28 08:15:28
    • 수정2019-09-28 08:44:59
    남북의 창
[앵커]

국내에서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우리보다 앞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요.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은 우리의 공동방역과 지원 제안에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북한의 수의 방역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북한의 방역 시스템과 실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양돈 농가를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

대규모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확진 농가와 주변 농가의 돼지는 긴급 매몰 처분되고 있고, 추가 감염 차단을 위한 집중 방역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 발생 지역의 감염경로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측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협력을 거듭 제안 하고 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9월 18일 : "(우리 측)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상황과 여기에 필요한 남북 방역협력 추진 필요성들에 대해서 대북 통지문을 오전에 전달했습니다."]

초기 발병 지역인 파주와 연천 모두 북한 인접 지역이고, 북한과 연결된 강과 하천이 있는 만큼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내려왔을 수도, 역으로 북한으로 전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보고한 만큼 북한 지역의 발병 현황과 방역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지역으로 보고 한 곳은 북-중 접경지역인 자강도 우시군의 북상 협동농장.

북한당국은 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했고, 나머지 22마리는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동제한, 소독 등의 추가 방역 조치도 철저하게 진행됐다고 보고했다.

이후 추가 발병 보고는 없는 상황.

그러나 강한 전염성을 고려할 때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당국도 지난달 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심각성과 대책을 강조한 만큼 내부 사정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위원/전 북한 수의공무원 : "노동신문이 그런 기사를 냈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거든요. 그 진행 상황이 너무나도 크고 그렇게 되니까 실질적으로 국제기구에 보고해야 될 필요성을 느꼈거든요. 전염병이 발생하면 비상가축방역위원회를 가동을 시키는데 이게 현재도 지금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평양, 사리원, 혜주 이런 큰 도시들과 농촌들에서 다 확산해서 현재 진행 중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최근 북한 조선중앙TV를 살펴보면 가축 방역 보도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중앙TV/6월 30일 : "신의주시에서 수의방역소를 새로 건설했습니다."]

자강도 우시군과는 4시간 거리이자, 북·중 접경 지역인 신의주. 이곳에는 새로운 수의 방역소가 설치됐다.

북한당국이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을 보고 한지 꼭 한 달 만이다.

[김영철/신의주 수의방역소장 : "우리는 이번에 시당 위원회의 지도 밑에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680㎡의 수의방역소와 비면옥 토기사를 꾸려놓았습니다."]

뒤이어 남포시에도 새 수의방역소가 설치됐다.

[조선중앙TV/8월 12일 : "시 안의 축산 단위들에서 집짐승의 폐사율을 극력 줄이면서 축산물생산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역만 다를 뿐 철저한 방역으로 가축 폐사율을 낮추고 생산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는 천편일률적인 보도내용.

북한 당국의 보도처럼 북한의 방역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 것일까?

[조선기록영화 ‘어버이 수령님 일꾼들과 함께 계시여’ :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인민들에게 고기를 풍족히 먹일 방도를 일꾼들과 거듭 의논하시며 고기 생산을 늘릴 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워주셨습니다."]

1960년대, 축산업의 집약화와 국유화를 빠른 속도로 진행시킨 북한당국.

북한의 국영축산, 공동축산 정책은 축산물 증산에는 기여했지만 전염병에 의한 가축의 집단폐사라는 취약점도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수의 방역을 강조했고, 국가적인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 가축병원들을 수의방역소로 개편하고 수의 방역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홍순길/북한 중앙수의방역소 부소장 : "우리 수령님께서 해방 후 우리 인민들에게 고기를 마음껏 먹이시려는 심정이 얼마나 간절하셨으면 수의 방역대책문제를 건국사업의 첫 결정으로 채택하도록 하셨겠습니까."]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부터 각종 축산 공장들을 현지 시찰하며 생산량 증가와 함께 수의 방역대책을 강조해 왔다.

[조선중앙TV/2017년 : "대천 땅에 돼지 바다가 펼쳐졌소. 좋은 종자 확보와 충분한 먹이 보장, 과학적인 사양관리와 철저한 수의 방역대책을 축산업 발전의 4대 고리로 틀어쥐고 그 관철을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야 합니다."]

지난 2017년엔 평양 건축종합대학내 축산기지가 수의 방역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수의 방역사업을 잘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김광룡/평양 건축종합대학 축산기지 지배인 : "네 그렇습니다. 수의 방역이자 곧 생산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체의 기술력으로 소독 시설까지 완비했다고 자랑하는 관계자.

["이산화염소수 기체를 분무해서 몸 겉면에 붙어있는 병균들과 잡균들을 다 멸균시켜 줍니다."]

가축 사육에 있어서도 과학화, 현대화를 도입해 위생적인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렇게 소개되는 곳은 일부일 뿐, 대부분의 가축 사육장과는 괴리가 있다는 게 북한 수의공무원 출신 탈북민의 증언이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위원/전 북한 수의공무원 : "소독차 한 대 없습니다. 북한에. 소독차 저 구경 못 했어요. 지금 현재도 없고요. 그러니까 이런 측면에서 예방을 할 수
있는 이런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이런 시스템들을 갖춰야 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북한에 현존하는 상태에서 이게 좀 힘들고 정책으로 이야기하는 거에 비해서 실질적으로 투자나 이런 것들이 적게 진행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대변되는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부족을 겪은 북한. 북한의 수의 방역시스템도 이 시기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료 부족으로 인한 가축의 면역력 저하는 전염병에 취약성을 드러냈고, 재원 부족의 여파로 수의 방역체계는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북한당국은 수의 방역 책임도 ‘자력갱생’을 내세워 주민에게 전가했다. 국영 목장과 협동 농장 외 가정이나 학교, 탁아소, 기업소 등 개인 부업 축산을 장려하는 정책도 방역 관리 체계를 취약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김향미/개인 부업축산업자 : "저희 가정에서 돼지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 10년쯤 됐습니다. 돼지를 잘 키운다고 소문난다니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배우러 찾아오곤 합니다."]

개인 축산에 성공한 가정은 모범 가정으로 소개되고,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는데 방역 측면에선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충희/굿 파머스 연구위원/전 북한 수의공무원 : "농촌 지역의 농가들은 물론 도시에 있는 아파트, 화장실, 부엌, 베란다 이것을 이런 작은 공간을 이용해서 돼지를 다 기르고 있고요. 그러니까 돼지를 내가 집에서 한 마리 두 마리 키운다는 것이 우선 통계에 잡히지 않아요 이게.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까 관리를 할 수가 없고요. 열나면 시장에 나가서 항생제나 이런 거 가져다가 자체로 막 주사 놔서 치료하다가 완치가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이런 식의 처리 방법이 관행으로 남아 있거든요."]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강조되고 있는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도 감염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라순옥/만경대구역 가내축산관리위원장 : "축사에서 키우고 있는 오리와 닭 배설물을 돼지 먹이에 먹이 첨가제와 함께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이용하고 있는데 돼지 증체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화기관의 특성상 배설물에 탄수화물이 많이 섞여있는 조류.

이 때문에 북한에선 닭과 오리와 같은 조류 배설물을 돼지 먹이로 이용하고 있는데, 이런 돼지의 배설물까지 거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 특집프로그램 ‘축산으로 덕을 본다’ : "고리형 순환 생산 체계를 확립해서 축사에서 나오는 거름으로 먹이 풀판의 지력을 높여서 먹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해마다 많은 고기와 알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하나의 개체만 감염 돼도 집단으로 전염되는 위험성이 있다.

북한 방역체계는 일찌감치 그 한계를 드러냈다.

[KBS 뉴스9/2005년 : "북한이 오늘 북한 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정보 제공과 함께 퇴치장비와 약품을 제공해 줄 것을 우리측에 요청해 왔습니다."]

지난 2005년,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자 북한은 닭 수십만 마리를 매몰 처분한 후 남측에 필요한 장비와 약품을 요청했고, 2011년 구제역 파동 때도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구제역 발생 사실을 알리며 식량 지원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러한 수의 감염이 북한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2005년과 2011년은 남한에도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파동이 불어 닥친 뒤였다.

[우희종/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사실 한반도는 하나의 권역입니다. 결코, 사람의 어떤 행정구역처럼 북과 남이 갈린 것이 아니라 심지어 철새들도 태백산맥을 통해서 남으로 내려오고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것도 그런 점에서는 그러한 어떤 한반도 차원의 대응이 너무나 절실한 것이죠."]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협력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북 통지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이번 바이러스는 그 어떤 전염병보다 위험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정현규/박사/아시아양돈수의사회 : "무서운 이유는 구제역처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이러스성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구제역이나 이런 거에 비해서 폐사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또 하나는 바이러스가 구제역에 비해서 환경에서 살아남는 시간이. 아까 냉동육에서는 천일 이상 3년 이상 살아남는 다던지 워낙 저항성이 강합니다. 구제역이랑 비교해서도 현재까지 이 질병이 가축에선 제일 무서울 질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의 방역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남과 북. 한반도에서 가축도 인간도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남과 북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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