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코끼리와 함께!…인간의 공존 실험

입력 2019.09.28 (21:47) 수정 2019.09.2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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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 멸종위기종 야생 코끼리가 살고 있는 걸 모르는 분들 많으신데요.

동남아시아와 맞닿아 있는 윈난성 시솽반나주에는 수백 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농가 경작지가 망가지고, 인명피해도 발생하는 등 만만찮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야생 코끼리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그 실험 현장을 안양봉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열대우림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중국 유일의 야생 코끼리 서식지, 남부 윈난성입니다.

그런데 이 야생 코끼리가 밀림에만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게 문제입니다.

[타오치전/시솽반나주 주민 : "올해만 4~5명이 죽었어요. 아래 마을에서도 사람이 죽었고, 윗 마을에서도 그랬어요"]

야생 코끼리와 인간의 공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부처상이 중생을 굽어봅니다.

아름다운 사원에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머리는 코끼리... 몸은 공작새 모습을 했습니다.

코끼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은 거리에서도 확인됩니다.

부처를 숭상하고 코끼리를 귀하게 여기는 이곳의 풍습은 태국과 같은 민족인 중국 소수민족 다이족에서 유래했습니다.

야생 코끼리 보호구 중 가장 큰 멍야쯔 보호구입니다.

깊은 숲, 많은 강수량과 물, 충분한 먹거리....

야생 코끼리가 살기에 알맞은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저우상구어/보호구 안내인 : "중국에는 예전에 코끼리가 많았습니다.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중국 북쪽에서 이동해 남쪽 윈난으로 내려 왔습니다."]

잎이 넓은 이 나무는 코끼리가 좋아하는 먹거리입니다

[뉘한은/보호구 안내인 : "코끼리가 파초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싱 싱하기 때문입니다. 먹기도 편합니다. 파초나무의 싱싱한 잎과 열매를 좋아합니다."]

중국에 살고 있는 야생 코끼리는 모두 300여 마리입니다.

그 가운데 절반인 150여 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곳이 야생 코끼리 보후구로 지정된 것은 1985년 입니다.

점차 늘어나는 코끼리 개체수...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있습니다.

보호구 근처에서 만난 한 마을 주민입니다.

[왕중후아/관핑 마을 주민 : "우리는 코끼리가 무서워요. 코끼리랑 거리를 두고 피해 다닙니다."]

거리를 두지 않았다가는 큰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코끼리에 밟혀 죽습니다. 따황바 마을에 많습니다. 매일 나타납니다."]

매일 야생 코끼리가 나타난다는 따황바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차 밭 주변에 배설물만 남겨놓고 사라진 뒤였습니다.

[타오치전/따황바 마을 주민 : "코끼리가 밭에 와서 먹을 수 있는 건 먹고, 못 먹는 건 모두 밟아 버립니다."]

실제 코끼리 떼가 덮친 옥수수밭은 제대로 남은 옥수수가 없습니다.

더 큰 위험은 사람입니다.

["(밭에서 일하는 데) 코끼리가 쫓아왔어요. 너무 놀랬어요. 내려와서 오토바이를 타고, 농기구도 못챙기고 바로 도망쳤어요."]

하루 16~18시간 씩 이동하며 먹는 습성이 있는 야생 코끼리는 인간 마을이나 경작지라고 해서 가리지 않습니다.

또 2월에서 4월 물이 귀한 건기에, 짝짓기 철 까지 겹치면 시솽반나주는 난리가 납니다.

["차량 9대가 부서졌습니다. 그중 지린성 관광객을 태운 버스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지린성 관광객 : "코끼리가 우리 버스로 왔습니다. 그리고는머리로 버스 문을 들이받았습니다."]

시 당국이 주민들에게 보낸 경보 문자를 보면 취재진이 이곳을 찾았던 날,

이날 하루에만 징훙시 지역에서 목격된 야생 코끼리가 모두 12곳에 71 마리입니다.

지난 91년 부터 14년까지 윈난성에서 코끼리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55명, 부상자는 305명이나 됩니다.

코끼리 때문에 못살겠다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그런데 코끼리 입장에서 보면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인간입니다. 이렇게 끝없이 경작지가 들어서면 서식 환경이 안좋아지고 있는 겁니다.

때문에 야생 코끼리와 인간의 공존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코끼리 출몰이 잦은 마을 집을 삥둘러 높이 2.5미터의 강철 파이프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가오따중/샹옌징촌 주민 : "집까지 들어와서 먹을 거를 다 먹었어요. 밀가루, 옥수수 다 먹습니다. 울타리 생긴 뒤로는 못들어 옵니다."]

길목마다 설치한 코끼리 비상 경보 문자 전광판...

주민들께 발송되는 시당국의 비상 문자, 마을 멀찍이 남겨 둔 코끼리 먹거리용 경작지도 공존을 위한 실험입니다.

멸종위기종 1급 아시아 코끼리... 야생 코끼리와 인간의 공존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래 봅니다.

윈난성 시솽반나에서 안양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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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 코끼리와 함께!…인간의 공존 실험
    • 입력 2019-09-28 22:08:51
    • 수정2019-09-28 22:33:24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중국에 멸종위기종 야생 코끼리가 살고 있는 걸 모르는 분들 많으신데요.

동남아시아와 맞닿아 있는 윈난성 시솽반나주에는 수백 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농가 경작지가 망가지고, 인명피해도 발생하는 등 만만찮은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야생 코끼리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그 실험 현장을 안양봉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열대우림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중국 유일의 야생 코끼리 서식지, 남부 윈난성입니다.

그런데 이 야생 코끼리가 밀림에만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게 문제입니다.

[타오치전/시솽반나주 주민 : "올해만 4~5명이 죽었어요. 아래 마을에서도 사람이 죽었고, 윗 마을에서도 그랬어요"]

야생 코끼리와 인간의 공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부처상이 중생을 굽어봅니다.

아름다운 사원에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머리는 코끼리... 몸은 공작새 모습을 했습니다.

코끼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은 거리에서도 확인됩니다.

부처를 숭상하고 코끼리를 귀하게 여기는 이곳의 풍습은 태국과 같은 민족인 중국 소수민족 다이족에서 유래했습니다.

야생 코끼리 보호구 중 가장 큰 멍야쯔 보호구입니다.

깊은 숲, 많은 강수량과 물, 충분한 먹거리....

야생 코끼리가 살기에 알맞은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저우상구어/보호구 안내인 : "중국에는 예전에 코끼리가 많았습니다.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중국 북쪽에서 이동해 남쪽 윈난으로 내려 왔습니다."]

잎이 넓은 이 나무는 코끼리가 좋아하는 먹거리입니다

[뉘한은/보호구 안내인 : "코끼리가 파초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싱 싱하기 때문입니다. 먹기도 편합니다. 파초나무의 싱싱한 잎과 열매를 좋아합니다."]

중국에 살고 있는 야생 코끼리는 모두 300여 마리입니다.

그 가운데 절반인 150여 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곳이 야생 코끼리 보후구로 지정된 것은 1985년 입니다.

점차 늘어나는 코끼리 개체수...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있습니다.

보호구 근처에서 만난 한 마을 주민입니다.

[왕중후아/관핑 마을 주민 : "우리는 코끼리가 무서워요. 코끼리랑 거리를 두고 피해 다닙니다."]

거리를 두지 않았다가는 큰일을 겪을 수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코끼리에 밟혀 죽습니다. 따황바 마을에 많습니다. 매일 나타납니다."]

매일 야생 코끼리가 나타난다는 따황바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차 밭 주변에 배설물만 남겨놓고 사라진 뒤였습니다.

[타오치전/따황바 마을 주민 : "코끼리가 밭에 와서 먹을 수 있는 건 먹고, 못 먹는 건 모두 밟아 버립니다."]

실제 코끼리 떼가 덮친 옥수수밭은 제대로 남은 옥수수가 없습니다.

더 큰 위험은 사람입니다.

["(밭에서 일하는 데) 코끼리가 쫓아왔어요. 너무 놀랬어요. 내려와서 오토바이를 타고, 농기구도 못챙기고 바로 도망쳤어요."]

하루 16~18시간 씩 이동하며 먹는 습성이 있는 야생 코끼리는 인간 마을이나 경작지라고 해서 가리지 않습니다.

또 2월에서 4월 물이 귀한 건기에, 짝짓기 철 까지 겹치면 시솽반나주는 난리가 납니다.

["차량 9대가 부서졌습니다. 그중 지린성 관광객을 태운 버스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지린성 관광객 : "코끼리가 우리 버스로 왔습니다. 그리고는머리로 버스 문을 들이받았습니다."]

시 당국이 주민들에게 보낸 경보 문자를 보면 취재진이 이곳을 찾았던 날,

이날 하루에만 징훙시 지역에서 목격된 야생 코끼리가 모두 12곳에 71 마리입니다.

지난 91년 부터 14년까지 윈난성에서 코끼리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55명, 부상자는 305명이나 됩니다.

코끼리 때문에 못살겠다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그런데 코끼리 입장에서 보면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인간입니다. 이렇게 끝없이 경작지가 들어서면 서식 환경이 안좋아지고 있는 겁니다.

때문에 야생 코끼리와 인간의 공존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코끼리 출몰이 잦은 마을 집을 삥둘러 높이 2.5미터의 강철 파이프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가오따중/샹옌징촌 주민 : "집까지 들어와서 먹을 거를 다 먹었어요. 밀가루, 옥수수 다 먹습니다. 울타리 생긴 뒤로는 못들어 옵니다."]

길목마다 설치한 코끼리 비상 경보 문자 전광판...

주민들께 발송되는 시당국의 비상 문자, 마을 멀찍이 남겨 둔 코끼리 먹거리용 경작지도 공존을 위한 실험입니다.

멸종위기종 1급 아시아 코끼리... 야생 코끼리와 인간의 공존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래 봅니다.

윈난성 시솽반나에서 안양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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