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 OECD 최고 자살률…노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입력 2019.09.29 (08:00) 수정 2019.09.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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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보면 2018년 자살로 숨진 사람은 13,670명으로 1년 전보다 9.7%, 1,207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얘기다.

자살 사망률(인구 10만 명 당)은 26.6명으로 1년 전보다 9.5% 늘었으며,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오던 자살률이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른 나라와 자살률을 비교해 보자. 우리나라의 연령표준화 자살률(인구 10만명 당을 기준으로 하되 OECD 기준 인구로 연령구조상 차이를 제거한 사망률)은 24.7명으로 OECD 평균 11.5명의 두배가 넘고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


■ 나이들수록 자살률 높아져…노인 자살 이유는?

특히, 노인일수록 자살률이 높았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을 비교해봤더니 10대는 5.8명, 20대 17.6명, 30대 27.5명, 40대 31.5명, 50대 33.4명, 60대 32.9명, 70대 48.9명, 80대 이상 69.8명으로 50대 이후 늘다가 70대 이후 자살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살률은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9 자살예방백서'에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2015년 기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18.8명보다 훨씬 높고 2위 슬로베니아 38.7명과도 큰 격차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22.8명으로 11위를 기록했고, 2000년대 초반 자살국가라는 오명으로 유명했던 핀란드도 15.1명으로 19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어떤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65세 노인의 21.1%가 우울증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6.7%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노인들 가운데 13.2%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도 갖고 있었다.

노인들이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게 하기위해서는 그 원인을 제거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 중 1위가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다.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27.7%가 바로 생활비 문제를 꼽았다.


이어 본인의 건강 문제가 27.6%, 부부·자녀·친구와의 갈등과 단절이 18.6%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노인들 뿐 아니라 노인이 될 중장년층에게도 슬픈 현실이다. 인생의 말년에 돈이 없어서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몸이 아파 더이상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현실이 고령층에게 큰 고통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이 버팀목이 돼 줘야 하겠지만 국가와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노인들의 경제상황, 특히 빈곤층 노인들의 경제상황은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들어 노인 일자리를 크게 늘리고는 있지만 노인 빈곤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 우리나라 노인 상대빈곤율, OECD 평균의 4배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빈곤율, 그러니까 우리나라 중위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소득이 50%도 되지 않는 노인들의 빈곤율은 46.7%에 달했다. 2014년 기준으로 국제비교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빈곤율은 48.8%로 미국 21%, 독일 8.5% 등과 비교해도 높고 OECD 평균 12.1%와 비교하면 4배나 높았다.


이같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평등의 핵심: 노인빈곤의 전망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노인일자리사업의 높은 빈곤개선 효과를 감안할 때 대폭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노인 기초연금(내년 4월부터 소득하위 40% 월 30만 원)도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기 완화해 기초보장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며 "노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노인세대는 자식 농사를 지으면 자식이 노인을 부양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던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세대이다. 한국전쟁 이후 궁핍한 시대를 이겨내고 자식 농사를 짓기에 바빴지만, 이제 황혼의 나이에 자식들에게도 손을 벌리지 못하고 국가에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 채 경제문제로 하루하루를 고민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노인복지 문제를 청년세대와의 갈등으로 치부하거나 복지논란으로 프레임을 짜기에는 노인들의 삶이 너무도 힘든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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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노인 OECD 최고 자살률…노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 입력 2019-09-29 08:00:31
    • 수정2019-09-29 08:44:01
    취재K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보면 2018년 자살로 숨진 사람은 13,670명으로 1년 전보다 9.7%, 1,207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얘기다.

자살 사망률(인구 10만 명 당)은 26.6명으로 1년 전보다 9.5% 늘었으며,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오던 자살률이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른 나라와 자살률을 비교해 보자. 우리나라의 연령표준화 자살률(인구 10만명 당을 기준으로 하되 OECD 기준 인구로 연령구조상 차이를 제거한 사망률)은 24.7명으로 OECD 평균 11.5명의 두배가 넘고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


■ 나이들수록 자살률 높아져…노인 자살 이유는?

특히, 노인일수록 자살률이 높았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을 비교해봤더니 10대는 5.8명, 20대 17.6명, 30대 27.5명, 40대 31.5명, 50대 33.4명, 60대 32.9명, 70대 48.9명, 80대 이상 69.8명으로 50대 이후 늘다가 70대 이후 자살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살률은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9 자살예방백서'에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2015년 기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18.8명보다 훨씬 높고 2위 슬로베니아 38.7명과도 큰 격차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22.8명으로 11위를 기록했고, 2000년대 초반 자살국가라는 오명으로 유명했던 핀란드도 15.1명으로 19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어떤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65세 노인의 21.1%가 우울증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6.7%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노인들 가운데 13.2%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도 갖고 있었다.

노인들이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게 하기위해서는 그 원인을 제거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 중 1위가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다.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27.7%가 바로 생활비 문제를 꼽았다.


이어 본인의 건강 문제가 27.6%, 부부·자녀·친구와의 갈등과 단절이 18.6%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노인들 뿐 아니라 노인이 될 중장년층에게도 슬픈 현실이다. 인생의 말년에 돈이 없어서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몸이 아파 더이상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현실이 고령층에게 큰 고통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이 버팀목이 돼 줘야 하겠지만 국가와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노인들의 경제상황, 특히 빈곤층 노인들의 경제상황은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들어 노인 일자리를 크게 늘리고는 있지만 노인 빈곤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 우리나라 노인 상대빈곤율, OECD 평균의 4배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빈곤율, 그러니까 우리나라 중위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소득이 50%도 되지 않는 노인들의 빈곤율은 46.7%에 달했다. 2014년 기준으로 국제비교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빈곤율은 48.8%로 미국 21%, 독일 8.5% 등과 비교해도 높고 OECD 평균 12.1%와 비교하면 4배나 높았다.


이같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평등의 핵심: 노인빈곤의 전망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노인일자리사업의 높은 빈곤개선 효과를 감안할 때 대폭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노인 기초연금(내년 4월부터 소득하위 40% 월 30만 원)도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기 완화해 기초보장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며 "노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노인세대는 자식 농사를 지으면 자식이 노인을 부양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던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세대이다. 한국전쟁 이후 궁핍한 시대를 이겨내고 자식 농사를 짓기에 바빴지만, 이제 황혼의 나이에 자식들에게도 손을 벌리지 못하고 국가에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 채 경제문제로 하루하루를 고민하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노인복지 문제를 청년세대와의 갈등으로 치부하거나 복지논란으로 프레임을 짜기에는 노인들의 삶이 너무도 힘든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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