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위례지점은 왜 DLF 사태의 중심이 됐을까?

입력 2019.10.0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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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오늘(1일) 파생결합상품 검사 중간결과 발표

금융감독원은 검사에 착수한 지 한 달여만인 오늘(1일)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합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은행 내부 통제와 경영진 판단에 문제가 없었는지,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 발생 이후 40명·70억 피해 집중된 우리은행 위례 신도시 지점 사례 주목

특히 최초의 손실 확정 고객은 물론 전액 손실자가 발생한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지점 사례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KBS는 지난달 16일부터 <[끈질긴 K]“평생 파출부로 모은 9천만 원까지”…우리은행 한 지점서 DLF 40명·70억 피해>를 시작으로, 열흘 동안 3편의 방송 리포트와 3편의 디지털 기사(편☜숫자를 클릭하시면 세 편을 다 보실 수 있습니다.)를 통해 '우리은행 DLF 사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위례신도시 지점의 문제를 처음으로 조명해 집중적인 보도를 했고, 이후 속보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시청자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당장 우리은행 계좌를 해지하고, 앞으로 우리은행을 이용하지 않겠다"며 분노를 느낀 분이 많았습니다. "이제 은행을 믿지 못하겠고, 은행이 권하는 모든 금융 상품은 가입하지 않겠다"며 은행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위례지점 피해자들은 답답하고 억울했던 마음이 뉴스를 보고 나서 풀렸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위례지점과 우리은행 본사, 국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집회를 열고 피케팅을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보도 이후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가입자 40명, 투자원금이 70억 원'으로 피해가 몰렸단 점이 알려져, 다른 신문과 방송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고 관련 기사량도 부쩍 늘었습니다.

피해자들에게는 비극의 시작인 위례지점이, 우리은행 DLF 사태의 상징적인 장소가 돼버린 셈입니다.

피해자들 위례지점 항의 방문(2019.9.19)피해자들 위례지점 항의 방문(2019.9.19)

우리은행 위례신도시 지점은 왜 DLF 사태의 중심이 됐나...여유자금 많아서?

하지만 "신도시 특성상 피해자들이 여윳돈을 가지고 투자했을 것"이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주변보다 시세가 저렴한 위례신도시는 강남권에서 드물게 분양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데, 피해자들 역시 수억 원을 대출받은 뒤, 대출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을 준다는 은행 말에 투자했을 거란 얘기입니다.

심지어 "여유 있는 사람들이 더 욕심을 부리다가 당한 거다", "하이리턴, 하이리스크"란 냉소적인 댓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위례지점 피해자 20여 명은 대부분 이자에 무리한 욕심을 냈거나, 대출을 받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보도한 적 없는 위례지점 피해자들의 깊숙한 이야기를 좀 더 소개하려는 이유입니다.

50년 페인트칠해 번 부부·내 집 마련 꿈꾸던 월세 세입자 전 재산 날려

가정주부인 60대 여성 A 씨는 지난 5월 말, 위례지점에서 독일 국채 DLF에 5억 원을 넣었는데, 넉 달 만에 천만 원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지난 26일 만기가 됐는데 100% 손실이 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돈은 50년간 페인트칠을 해온 남편과 A 씨 부부가 함께 모은 전 재산이었습니다. 평생 모은 이 돈으로 집 한 채를 장만했다가 위례신도시에 이사 오면서 팔았는데, 매매 대금을 전부 날리게 된 겁니다.


40대 여성 한 모 씨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졌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을 전세 주고, 위례신도시에서 월세살이하고 있었습니다.

차액 1억 원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채권형 상품에 넣어뒀습니다. 언제 집을 살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5월 부지점장 전화를 받고 나서 모든 계획이 물거품 됐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입한 결정적 계기는 사실 '연이율 4%'가 아니었습니다. "만기가 짧고, 독일 국채니까 안전하다"는 당시 부지점장 김 모 씨의 말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상품이 1억 원부터 가입이 가능한 초고위험 상품이지만, 거액을 넣었으니까 모두 여윳돈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들에게 이 돈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보상이자,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희망이었습니다.

핵심은 우리은행의 무리한 영업... 선착순 문자 보내며 과도한 영업한 지점장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원금을 100% 잃을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 상품을 우리은행이 무리하게 팔았다는 겁니다.

 당시 위례신도시지점 부지점장 김 씨 당시 위례신도시지점 부지점장 김 씨

부지점장 김 씨는 주로 1억 원 이상 고액을 맡겨둔 사람들에게 "선착순이다, 곧 마감된다"는 홍보 문자를 10차례 넘게 보냈고, 영업장에 찾아오라는 전화도 수시로 했습니다.

최소투자금액 1억 원 중 9천만 원뿐인 가정도우미에게 천만 원을 끌어모아 투자하게 했고, 주택담보 대출금 2억 원을 갚으러 간 40대 주부에게 "대출부터 갚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상품을 팔았습니다.

심지어 치매 판정을 받은 80대 어르신도 1억 천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실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은행의 무책임한 영업과 대응방침

이게 다 김 씨 개인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위례지점에서 판매된 독일 국채 DLF 투자 원금은 70억 원. 우리은행 전체 판매잔액 1,255억의 5.5%에 수준입니다.

나머지 94.5%, 천 백80억 원가량은 전국의 또 다른 우리은행 영업점의 또 다른 '부지점장'에게서 판매됐다는 얘기입니다.

그 배경엔 내년 2월 연임을 앞두고 비이자 수익을 강조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성과주의 경영 전략이 있었습니다.

실제, 우리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1조 1,790억 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2019년 상반기 은행별 수익구조 현황'을 보면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비이자 이익은 5천억 원으로 국민은행과 함께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결국, 성과주의를 내세운 우리은행 본사의 영업 지침과 부지점장의 무리한 투자 권유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늘 금감원의 결론은?... 적법한 절차 거친 상품 아니면 형사고발 가능성

안타깝게도 피해자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과거 KIKO나 동양사태 때도 그랬습니다. 계약서에 자필 서명을 했고 원금 손실 가능성도 안내받았으니,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지 않는 한 보상 여부와 보상 비율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불완전판매 판정이 나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소송과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과거 LIG의 사기 CP(기업어음) 발행 때처럼 '사기성'이 인정되거나 판매 은행 측이 자본시장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진다면 얘기는 달라질 겁니다. 의도적으로 '고객을 기망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렇습니다.

해당 사모펀드 상품들을 출시하기 전 은행 내부 상품위원회 등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도 쟁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형사 고발하는 방안도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과 면담을 한 피해자 측과 금융 소비자단체들은 이런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피해자들과 함께 금감원의 결과발표와 이후 과정을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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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위례지점은 왜 DLF 사태의 중심이 됐을까?
    • 입력 2019-10-01 07:04:56
    취재K
금감원, 오늘(1일) 파생결합상품 검사 중간결과 발표

금융감독원은 검사에 착수한 지 한 달여만인 오늘(1일)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합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은행 내부 통제와 경영진 판단에 문제가 없었는지,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 발생 이후 40명·70억 피해 집중된 우리은행 위례 신도시 지점 사례 주목

특히 최초의 손실 확정 고객은 물론 전액 손실자가 발생한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지점 사례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KBS는 지난달 16일부터 <[끈질긴 K]“평생 파출부로 모은 9천만 원까지”…우리은행 한 지점서 DLF 40명·70억 피해>를 시작으로, 열흘 동안 3편의 방송 리포트와 3편의 디지털 기사(편☜숫자를 클릭하시면 세 편을 다 보실 수 있습니다.)를 통해 '우리은행 DLF 사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위례신도시 지점의 문제를 처음으로 조명해 집중적인 보도를 했고, 이후 속보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시청자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당장 우리은행 계좌를 해지하고, 앞으로 우리은행을 이용하지 않겠다"며 분노를 느낀 분이 많았습니다. "이제 은행을 믿지 못하겠고, 은행이 권하는 모든 금융 상품은 가입하지 않겠다"며 은행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위례지점 피해자들은 답답하고 억울했던 마음이 뉴스를 보고 나서 풀렸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위례지점과 우리은행 본사, 국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집회를 열고 피케팅을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보도 이후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가입자 40명, 투자원금이 70억 원'으로 피해가 몰렸단 점이 알려져, 다른 신문과 방송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고 관련 기사량도 부쩍 늘었습니다.

피해자들에게는 비극의 시작인 위례지점이, 우리은행 DLF 사태의 상징적인 장소가 돼버린 셈입니다.

피해자들 위례지점 항의 방문(2019.9.19)
우리은행 위례신도시 지점은 왜 DLF 사태의 중심이 됐나...여유자금 많아서?

하지만 "신도시 특성상 피해자들이 여윳돈을 가지고 투자했을 것"이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주변보다 시세가 저렴한 위례신도시는 강남권에서 드물게 분양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데, 피해자들 역시 수억 원을 대출받은 뒤, 대출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을 준다는 은행 말에 투자했을 거란 얘기입니다.

심지어 "여유 있는 사람들이 더 욕심을 부리다가 당한 거다", "하이리턴, 하이리스크"란 냉소적인 댓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위례지점 피해자 20여 명은 대부분 이자에 무리한 욕심을 냈거나, 대출을 받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보도한 적 없는 위례지점 피해자들의 깊숙한 이야기를 좀 더 소개하려는 이유입니다.

50년 페인트칠해 번 부부·내 집 마련 꿈꾸던 월세 세입자 전 재산 날려

가정주부인 60대 여성 A 씨는 지난 5월 말, 위례지점에서 독일 국채 DLF에 5억 원을 넣었는데, 넉 달 만에 천만 원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지난 26일 만기가 됐는데 100% 손실이 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돈은 50년간 페인트칠을 해온 남편과 A 씨 부부가 함께 모은 전 재산이었습니다. 평생 모은 이 돈으로 집 한 채를 장만했다가 위례신도시에 이사 오면서 팔았는데, 매매 대금을 전부 날리게 된 겁니다.


40대 여성 한 모 씨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졌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을 전세 주고, 위례신도시에서 월세살이하고 있었습니다.

차액 1억 원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채권형 상품에 넣어뒀습니다. 언제 집을 살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5월 부지점장 전화를 받고 나서 모든 계획이 물거품 됐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입한 결정적 계기는 사실 '연이율 4%'가 아니었습니다. "만기가 짧고, 독일 국채니까 안전하다"는 당시 부지점장 김 모 씨의 말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상품이 1억 원부터 가입이 가능한 초고위험 상품이지만, 거액을 넣었으니까 모두 여윳돈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들에게 이 돈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보상이자,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희망이었습니다.

핵심은 우리은행의 무리한 영업... 선착순 문자 보내며 과도한 영업한 지점장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원금을 100% 잃을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 상품을 우리은행이 무리하게 팔았다는 겁니다.

 당시 위례신도시지점 부지점장 김 씨
부지점장 김 씨는 주로 1억 원 이상 고액을 맡겨둔 사람들에게 "선착순이다, 곧 마감된다"는 홍보 문자를 10차례 넘게 보냈고, 영업장에 찾아오라는 전화도 수시로 했습니다.

최소투자금액 1억 원 중 9천만 원뿐인 가정도우미에게 천만 원을 끌어모아 투자하게 했고, 주택담보 대출금 2억 원을 갚으러 간 40대 주부에게 "대출부터 갚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상품을 팔았습니다.

심지어 치매 판정을 받은 80대 어르신도 1억 천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실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은행의 무책임한 영업과 대응방침

이게 다 김 씨 개인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위례지점에서 판매된 독일 국채 DLF 투자 원금은 70억 원. 우리은행 전체 판매잔액 1,255억의 5.5%에 수준입니다.

나머지 94.5%, 천 백80억 원가량은 전국의 또 다른 우리은행 영업점의 또 다른 '부지점장'에게서 판매됐다는 얘기입니다.

그 배경엔 내년 2월 연임을 앞두고 비이자 수익을 강조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성과주의 경영 전략이 있었습니다.

실제, 우리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1조 1,790억 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2019년 상반기 은행별 수익구조 현황'을 보면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비이자 이익은 5천억 원으로 국민은행과 함께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결국, 성과주의를 내세운 우리은행 본사의 영업 지침과 부지점장의 무리한 투자 권유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늘 금감원의 결론은?... 적법한 절차 거친 상품 아니면 형사고발 가능성

안타깝게도 피해자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과거 KIKO나 동양사태 때도 그랬습니다. 계약서에 자필 서명을 했고 원금 손실 가능성도 안내받았으니,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지 않는 한 보상 여부와 보상 비율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불완전판매 판정이 나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소송과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과거 LIG의 사기 CP(기업어음) 발행 때처럼 '사기성'이 인정되거나 판매 은행 측이 자본시장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진다면 얘기는 달라질 겁니다. 의도적으로 '고객을 기망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렇습니다.

해당 사모펀드 상품들을 출시하기 전 은행 내부 상품위원회 등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도 쟁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형사 고발하는 방안도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과 면담을 한 피해자 측과 금융 소비자단체들은 이런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피해자들과 함께 금감원의 결과발표와 이후 과정을 계속해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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