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충무공 영정 두 번이나 “교체 불가”…이유 알아보니

입력 2019.10.0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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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친일 행적과 복식 고증 오류로 논란이 된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정에 대해 문화재청이 문화체육관광부에 두 차례나 표준영정 해제 신청을 냈지만 모두 반려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KBS가 김영주 의원실(더불어민주당,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과 함께 문체부·문화재청의 내부 문서를 확인한 결과, 문화재청은 2010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현충사에 봉안된 충무공 영정을 정부표준영정에 해제해달라고 신청서를 냈습니다.

첫 번째 신청은 영정을 그린 고 장우성 화백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면서 친일 행적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는데, 문체부 영정심의위원회는 작가의 행적은 심의 규정에 나와 있지 않아 해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충무공 영정의 복식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새롭게 제기되자, 문화재청은 2017년 고증 오류를 이유로 두 번째 영정 해제 신청을 냅니다.

영정 속 복식은 소매가 길게 늘어져 있고, 옷고름의 매듭이 밖으로 드러나 있는데 이 두 가지 특징은 모두 19세기 무렵 등장하는 것으로 이순신 장군이 살았던 시기의 관복에는 쓰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영정 전문 화가로서 정부표준영정 제작에 여러 차례 참여한 권오창 화백은 "장우성 화백이 영정을 그린 1953년에 이미 '권응수 초상' 등 당대의 복식자료가 알려졌을 텐데도 조선 말기의 복식을 사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6·25 전쟁 중에 영정 제작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존 사료들을 검토하기 쉽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화재청의 해제 신청에 대해 2년에 걸쳐 여러 차례 심의를 한 문체부 영정심의위는 올해 6월, 또다시 반려 의견을 냈습니다.

충무공 영정 해제 신청에 반려를 결정한 문체부의 관련 문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제공.충무공 영정 해제 신청에 반려를 결정한 문체부의 관련 문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제공.

복식 오류를 위원회가 단정할 수 없고, 표준영정이 해제되면 혼란과 갈등이 야기될 우려가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반려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심의위원들도 복식 고증이 잘못됐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심의위원은 "정부표준영정 1호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위원회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국민들의 여론도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충무공 영정 교체를 주장해온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두 번에 걸친 반려 사유가 모두 석연치 않다. 충무공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문제가 제기된 지 10년이 되도록 해결에 나서지 않는 문체부와 문화재청은 직무 태만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이와 관련해, 문체부를 대상으로 공익 감사를 청구하는 신청서를 감사원에 제출했습니다. 문체부 관련 부서와 영정심의위의 결정이 적절했는지를 살펴봐 달라는 것인데, 2010년에 시작된 충무공 영정을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진행될지 공은 감사원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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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충무공 영정 두 번이나 “교체 불가”…이유 알아보니
    • 입력 2019-10-01 07:04:56
    취재K
화가의 친일 행적과 복식 고증 오류로 논란이 된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정에 대해 문화재청이 문화체육관광부에 두 차례나 표준영정 해제 신청을 냈지만 모두 반려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KBS가 김영주 의원실(더불어민주당,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과 함께 문체부·문화재청의 내부 문서를 확인한 결과, 문화재청은 2010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현충사에 봉안된 충무공 영정을 정부표준영정에 해제해달라고 신청서를 냈습니다.

첫 번째 신청은 영정을 그린 고 장우성 화백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면서 친일 행적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는데, 문체부 영정심의위원회는 작가의 행적은 심의 규정에 나와 있지 않아 해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충무공 영정의 복식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새롭게 제기되자, 문화재청은 2017년 고증 오류를 이유로 두 번째 영정 해제 신청을 냅니다.

영정 속 복식은 소매가 길게 늘어져 있고, 옷고름의 매듭이 밖으로 드러나 있는데 이 두 가지 특징은 모두 19세기 무렵 등장하는 것으로 이순신 장군이 살았던 시기의 관복에는 쓰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영정 전문 화가로서 정부표준영정 제작에 여러 차례 참여한 권오창 화백은 "장우성 화백이 영정을 그린 1953년에 이미 '권응수 초상' 등 당대의 복식자료가 알려졌을 텐데도 조선 말기의 복식을 사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6·25 전쟁 중에 영정 제작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존 사료들을 검토하기 쉽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화재청의 해제 신청에 대해 2년에 걸쳐 여러 차례 심의를 한 문체부 영정심의위는 올해 6월, 또다시 반려 의견을 냈습니다.

충무공 영정 해제 신청에 반려를 결정한 문체부의 관련 문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제공.
복식 오류를 위원회가 단정할 수 없고, 표준영정이 해제되면 혼란과 갈등이 야기될 우려가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반려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심의위원들도 복식 고증이 잘못됐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심의위원은 "정부표준영정 1호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위원회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국민들의 여론도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충무공 영정 교체를 주장해온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두 번에 걸친 반려 사유가 모두 석연치 않다. 충무공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문제가 제기된 지 10년이 되도록 해결에 나서지 않는 문체부와 문화재청은 직무 태만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이와 관련해, 문체부를 대상으로 공익 감사를 청구하는 신청서를 감사원에 제출했습니다. 문체부 관련 부서와 영정심의위의 결정이 적절했는지를 살펴봐 달라는 것인데, 2010년에 시작된 충무공 영정을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진행될지 공은 감사원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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