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딸 위협했다고 죽도로 모자 내려친 집주인, 재판 결과는?

입력 2019.10.01 (11:34) 수정 2019.10.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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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 세입자, 주인집 딸에 '인사 안 한다'며 시비

지난해 추석 당일 밤 8시 무렵, 서울 강서구의 한 단독주택.

2층에 사는 세입자 38살 이 모 씨는 술에 취해 계단을 내려오다 1층 마당에서 빨래를 걷고 있던 주인집 딸(20세)을 발견합니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꼈는지, 이 씨는 주인집 딸이 자신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시비를 겁니다.

딸이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이 씨가 딸의 어깨를 붙잡았고 위협을 느낀 딸이 "아저씨 집에 들어가게 놔주세요"라며 아빠를 부릅니다.

마침 추석이라 아들 집에 와 있던 세입자의 64살 어머니.

소리를 듣고 뛰어나오더니 죄송하다면서도, 주인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가 커질 것이 두려웠는지 집으로 들어가려는 딸을 막아섭니다.

세입자의 어머니는 "너 들어가면 우리 아들 죽어"라더니 아들이 술에 취했고 공황장애에 장애인이라고 호소합니다.

겁에 질린 딸은 울면서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몇 분 지났을 무렵 1층에서 잠을 자던 집주인 48살 김 모 씨가 뛰쳐나옵니다.

딸의 외침에 다급해진 그는 중문에 있던 죽도를 집어 들어 세입자를 향해 내리칩니다.

뛰쳐나온 집주인, 죽도로 내리쳐…말리던 세입자 어머니도 맞아

아들이 맞는 걸 볼 수 없었는지 이를 막아선 세입자의 어머니.

때리려는 집주인과 말리려는 세입자 어머니가 옥신각신하다 세입자 어머니가 수차례 얻어맞습니다.

팔이 멍이 들 정도로 맞았던 그는 "팔이 부러졌다"고 소리쳤고, 아들 이 씨도 흥분해 덤벼듭니다.

딸이 아버지를 막아서는 바람에 더 이상의 폭행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 과정을 지켜본 이웃이 112에 신고를 하게 됨에 따라 추석날 밤 주택가에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집니다.

세입자는 진단서를 내밀며 집주인을 신고했고, 검찰은 특수상해·특수폭행치상 혐의를 들어 죽도를 휘두른 집주인 김 씨를 기소합니다.

세입자 이 씨는 딸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했고 인사 좀 하라고 했을 뿐인데 자신과 어머니가 수차례에 걸쳐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고 주장했고, 집주인 김 씨는 딸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맞섰습니다.

폭행이 발생하게 된 경위에 대해 양측의 구체적인 진술은 엇갈리는 지점이 있었고, 국민참여재판까지 받게 됩니다.

세입자 "나도 어머니도 다쳤다" …배심원들 "불가벌적 과잉방위" 재판부 무죄 선고

세입자 이 씨는 폭행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고 이로 인해 넘어지면서 '늑골을 침범한 다발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전치 6주의 진단서를 내밀었습니다.

그는 죽도에 맞아 넘어지면서 문밖에 있던 자동차와 부딪혔다고 주장했지만 문은 바깥에서 안쪽으로만 여는 구조라 앞뒤에 맞지 않았고, 신고했던 사람도 집밖에 쓰러져있던 사람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세입자가 사건 당시 구급차가 와 있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다가, 이틀 뒤에서야 병원에 내원한 것으로 드러나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을 샀습니다.

배심원들은 죽도로 내려친 횟수나 정당방위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었으나, 가해자가 불안한 가운데 벌어진 불가벌적(처벌할 수 없는) 과잉방위라는 점에 만장일치를 보았습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3일 배심원들의 판단을 토대로 "야간에 건강한 성인남성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딸이 위협을 당하고 있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저질러진 일"이라며 사건 1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집주인)이 평소 당뇨와 간경화 증상으로 몸이 좋지 않은 반면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피해자(세입자)가 술에 취했고, 정신질환도 있다는 말까지 들은 만큼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도를 들고 방위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딸에게 시비 걸다 어머니와 함께 맞은 것이 분해 집주인을 재판받게 한 세입자의 주장은 배심원이나 재판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추석날 두 집안의 얼굴을 붉히게 했던 이 사건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감정만 상하게 하고 일단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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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딸 위협했다고 죽도로 모자 내려친 집주인, 재판 결과는?
    • 입력 2019-10-01 11:34:42
    • 수정2019-10-01 17:30:04
    취재후·사건후
취한 세입자, 주인집 딸에 '인사 안 한다'며 시비

지난해 추석 당일 밤 8시 무렵, 서울 강서구의 한 단독주택.

2층에 사는 세입자 38살 이 모 씨는 술에 취해 계단을 내려오다 1층 마당에서 빨래를 걷고 있던 주인집 딸(20세)을 발견합니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꼈는지, 이 씨는 주인집 딸이 자신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시비를 겁니다.

딸이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이 씨가 딸의 어깨를 붙잡았고 위협을 느낀 딸이 "아저씨 집에 들어가게 놔주세요"라며 아빠를 부릅니다.

마침 추석이라 아들 집에 와 있던 세입자의 64살 어머니.

소리를 듣고 뛰어나오더니 죄송하다면서도, 주인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가 커질 것이 두려웠는지 집으로 들어가려는 딸을 막아섭니다.

세입자의 어머니는 "너 들어가면 우리 아들 죽어"라더니 아들이 술에 취했고 공황장애에 장애인이라고 호소합니다.

겁에 질린 딸은 울면서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몇 분 지났을 무렵 1층에서 잠을 자던 집주인 48살 김 모 씨가 뛰쳐나옵니다.

딸의 외침에 다급해진 그는 중문에 있던 죽도를 집어 들어 세입자를 향해 내리칩니다.

뛰쳐나온 집주인, 죽도로 내리쳐…말리던 세입자 어머니도 맞아

아들이 맞는 걸 볼 수 없었는지 이를 막아선 세입자의 어머니.

때리려는 집주인과 말리려는 세입자 어머니가 옥신각신하다 세입자 어머니가 수차례 얻어맞습니다.

팔이 멍이 들 정도로 맞았던 그는 "팔이 부러졌다"고 소리쳤고, 아들 이 씨도 흥분해 덤벼듭니다.

딸이 아버지를 막아서는 바람에 더 이상의 폭행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 과정을 지켜본 이웃이 112에 신고를 하게 됨에 따라 추석날 밤 주택가에 경찰과 구급차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집니다.

세입자는 진단서를 내밀며 집주인을 신고했고, 검찰은 특수상해·특수폭행치상 혐의를 들어 죽도를 휘두른 집주인 김 씨를 기소합니다.

세입자 이 씨는 딸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했고 인사 좀 하라고 했을 뿐인데 자신과 어머니가 수차례에 걸쳐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고 주장했고, 집주인 김 씨는 딸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맞섰습니다.

폭행이 발생하게 된 경위에 대해 양측의 구체적인 진술은 엇갈리는 지점이 있었고, 국민참여재판까지 받게 됩니다.

세입자 "나도 어머니도 다쳤다" …배심원들 "불가벌적 과잉방위" 재판부 무죄 선고

세입자 이 씨는 폭행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고 이로 인해 넘어지면서 '늑골을 침범한 다발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전치 6주의 진단서를 내밀었습니다.

그는 죽도에 맞아 넘어지면서 문밖에 있던 자동차와 부딪혔다고 주장했지만 문은 바깥에서 안쪽으로만 여는 구조라 앞뒤에 맞지 않았고, 신고했던 사람도 집밖에 쓰러져있던 사람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세입자가 사건 당시 구급차가 와 있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다가, 이틀 뒤에서야 병원에 내원한 것으로 드러나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을 샀습니다.

배심원들은 죽도로 내려친 횟수나 정당방위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었으나, 가해자가 불안한 가운데 벌어진 불가벌적(처벌할 수 없는) 과잉방위라는 점에 만장일치를 보았습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3일 배심원들의 판단을 토대로 "야간에 건강한 성인남성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딸이 위협을 당하고 있는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저질러진 일"이라며 사건 1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집주인)이 평소 당뇨와 간경화 증상으로 몸이 좋지 않은 반면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피해자(세입자)가 술에 취했고, 정신질환도 있다는 말까지 들은 만큼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도를 들고 방위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딸에게 시비 걸다 어머니와 함께 맞은 것이 분해 집주인을 재판받게 한 세입자의 주장은 배심원이나 재판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추석날 두 집안의 얼굴을 붉히게 했던 이 사건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감정만 상하게 하고 일단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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