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법부, 제대로 ‘개혁’ 되고 있나?

입력 2019.10.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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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 '사법개혁' 공전?

지난달로 닻을 올린 지 만 2년이 된 '김명수 사법부'. 김 대법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취임 일성으로 '사법개혁'을 내세웠습니다. 전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사법부로서 '개혁'은 필수적인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옆 동네(검찰)가 개혁으로 몸살을 앓는 것과 비교해 '사법개혁'은 어느새 관심에서 비껴간 모양새입니다. 그런 탓일까요? 김명수 표 개혁이 과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법행정자문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첫발…"개혁안 맞나?"

지난달 김 대법원장의 개혁안 중 하나인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출범했습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자문회의에 법원행정처가 전담하던 사법행정 권한을 맡긴다는 게 김 대법원장의 구상입니다. 하지만 구성을 들여다보면 법관은 6명, 비(非)법관은 4명으로 여전히 법원의 비중이 큽니다. 또 대법원장이 의결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이 법원 외부의 견제와 감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민의 요구"라며 "현재 사법행정자문회의를 구성하는 비법관 4명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방청도 되지 않아 제대로 감시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자문회의 제도는 법관을 위한 제도에 그치고 오히려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를 뒷받침 할 수 있다"며 "자문회의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비판을 안고 지난달 26일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첫 회의. 자문회의는 앞으로의 회의록을 원칙적으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면 익명화 처리도 가능하고, 의결하면 회의록 비공개도 가능합니다. 야심 차게 출범한 사법행정자문회의 첫 결과물치고는 기대에 못 미쳐 보입니다.


■'추천제 법원장' '전보 인사 최소화' 취지는 좋은데….

역시 사법행정권 남용을 막자는 취지로 지난해 상설화된 법관대표회의도 최근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법관대표들은 추천제 법원장 제도를 확대하고 법관들의 의사에 어긋나는 전보인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의결했습니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줄여야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사법 농단' 출발점이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았고 따라서 '사법개혁'을 논의할 때 법관 인사의 독립이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제도는 한 판사가 특정 지역에만 머무는 '고인 물'이 되게 하고, 결국 지역 토호와 유착하는 '사법 비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재판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인 것은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지역 법관 제도 역시 지역 토호들과의 유착 등 폐해로 폐지됐다"면서 "한 법관이 오래 한 지역에 머물면 지역 사회 네트워킹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개혁의 방향은 맞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뜻입니다.


■"법원행정처 등 탈(脫)판사화가 핵심"

그렇다면 법원 개혁은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요? 서선영 전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변호사)은 "법원행정처의 탈(脫)판사화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 의견에는 행정처의 탈판사화가 빠졌습니다. 서 전 위원은 "법원행정처에 법관을 두지 않겠다는 것을 말만 하고 법안으로는 만들려 하지 않고 있다"며 "대법원장이 누가 오든 불가역적인 탈판사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안에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법 농단'의 핵심인 법원행정처에 대해서도 법관의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면서 어떻게 '사법개혁'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비판입니다. 대법원이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으려는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있습니다.

대법원도 할 말은 많습니다. 법원행정처에 법관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대체 인력을 수급하고 기존 업무를 축소·폐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또 현재의 법 조항으로도 충분히 단계적으로 비법관화를 실현할 수 있고 실제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또 대법원장이 이미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개혁안을 주도하기에 한계가 있고, 열심히 만든 사법 개혁 관련법은 정작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점도 걸림돌이라는 입장입니다. 정리하면 누구보다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는 충만한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리니 지켜봐달라는 말입니다.

내일(2일)부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사법개혁'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사법부에서는 대동소이한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법개혁'의 중차대함을 고려하면, 기다린 2년이라는 시간이 부족하다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이제 '사법개혁'의 결과물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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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수 사법부, 제대로 ‘개혁’ 되고 있나?
    • 입력 2019-10-01 18:35:16
    취재K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 '사법개혁' 공전?

지난달로 닻을 올린 지 만 2년이 된 '김명수 사법부'. 김 대법원장은 지난 2017년 9월 취임 일성으로 '사법개혁'을 내세웠습니다. 전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사법부로서 '개혁'은 필수적인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옆 동네(검찰)가 개혁으로 몸살을 앓는 것과 비교해 '사법개혁'은 어느새 관심에서 비껴간 모양새입니다. 그런 탓일까요? 김명수 표 개혁이 과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법행정자문회의·전국법관대표회의 첫발…"개혁안 맞나?"

지난달 김 대법원장의 개혁안 중 하나인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출범했습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자문회의에 법원행정처가 전담하던 사법행정 권한을 맡긴다는 게 김 대법원장의 구상입니다. 하지만 구성을 들여다보면 법관은 6명, 비(非)법관은 4명으로 여전히 법원의 비중이 큽니다. 또 대법원장이 의결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이 법원 외부의 견제와 감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민의 요구"라며 "현재 사법행정자문회의를 구성하는 비법관 4명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방청도 되지 않아 제대로 감시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자문회의 제도는 법관을 위한 제도에 그치고 오히려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를 뒷받침 할 수 있다"며 "자문회의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비판을 안고 지난달 26일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첫 회의. 자문회의는 앞으로의 회의록을 원칙적으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면 익명화 처리도 가능하고, 의결하면 회의록 비공개도 가능합니다. 야심 차게 출범한 사법행정자문회의 첫 결과물치고는 기대에 못 미쳐 보입니다.


■'추천제 법원장' '전보 인사 최소화' 취지는 좋은데….

역시 사법행정권 남용을 막자는 취지로 지난해 상설화된 법관대표회의도 최근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법관대표들은 추천제 법원장 제도를 확대하고 법관들의 의사에 어긋나는 전보인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의결했습니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줄여야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사법 농단' 출발점이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았고 따라서 '사법개혁'을 논의할 때 법관 인사의 독립이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제도는 한 판사가 특정 지역에만 머무는 '고인 물'이 되게 하고, 결국 지역 토호와 유착하는 '사법 비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재판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인 것은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지역 법관 제도 역시 지역 토호들과의 유착 등 폐해로 폐지됐다"면서 "한 법관이 오래 한 지역에 머물면 지역 사회 네트워킹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개혁의 방향은 맞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뜻입니다.


■"법원행정처 등 탈(脫)판사화가 핵심"

그렇다면 법원 개혁은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요? 서선영 전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변호사)은 "법원행정처의 탈(脫)판사화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 의견에는 행정처의 탈판사화가 빠졌습니다. 서 전 위원은 "법원행정처에 법관을 두지 않겠다는 것을 말만 하고 법안으로는 만들려 하지 않고 있다"며 "대법원장이 누가 오든 불가역적인 탈판사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안에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법 농단'의 핵심인 법원행정처에 대해서도 법관의 권한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하면서 어떻게 '사법개혁'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비판입니다. 대법원이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으려는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려있습니다.

대법원도 할 말은 많습니다. 법원행정처에 법관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대체 인력을 수급하고 기존 업무를 축소·폐지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또 현재의 법 조항으로도 충분히 단계적으로 비법관화를 실현할 수 있고 실제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또 대법원장이 이미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개혁안을 주도하기에 한계가 있고, 열심히 만든 사법 개혁 관련법은 정작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점도 걸림돌이라는 입장입니다. 정리하면 누구보다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는 충만한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리니 지켜봐달라는 말입니다.

내일(2일)부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사법개혁'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 사법부에서는 대동소이한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법개혁'의 중차대함을 고려하면, 기다린 2년이라는 시간이 부족하다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이제 '사법개혁'의 결과물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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