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금 사고 유흥주점 가고…쌈짓돈처럼 사용된 ‘교비’

입력 2019.10.01 (21:43) 수정 2019.10.02 (09: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지난해 사립유치원들의 회계부정 실태가 드러나 전국민적인 비판을 받았는데요,

사립대학교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2008년 3월부터 최근까지 11년 동안 전국의 사립대학교를 대상으로 한 교육부의 감사결과보고서 전문을 KBS가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분석해봤더니, 횡령이나 채용비리와 같은 위법, 부당행위로 ​339개 학교가 적발됐고 4천5백 건이 넘었습니다.

특히 학교 재정, 즉 돈과 관련된 비리 적발 건수는 천 백여 건으로, 금액은 4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사립대학교에 만연한 재정비리 실태와 교육부 감사에도 바뀌지 않는 이유를 유호윤, 정연욱 기자가 연이어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작성된 고려대 회계감사 결과입니다.

퇴직하는 교원 27명에게 기념품으로 1인당 순금 30돈을 지급했는데 규정의 두 배입니다.

비용 1억5천만 원도 모두 교비 회계 항목으로 처리됐습니다.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지난해까지 총 천 8백 만원에 달하는 보직 수당을 챙친 교직원들도 적발됐습니다.

엉뚱하게 지급된 보직 수당의 출처는 학생들에게 써야 하는 실험실습비, 학생지원비 등입니다.

심지어 부속병원 소속 교직원 13명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 6백만 원 넘게 결제했습니다.

고려대 측은 지적 사항에 대해 환수 조치가 진행중이며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정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북에 있는 백제예술대에선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교직원과 학교 총장이 법인카드를 유흥주점에서 사용했습니다.

유흥주점에서 쓴 금액만 1억 5천만 원 이상.

학교는 또 배우자나 지인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는 상임 이사에게 7백만 원을 여비로 지급했습니다.

[백제예술대 관계자/음성변조 : "(부정사용 금액)회수 조치 다 했습니다 충분히 반성하고 투명한 시스템에 의해서 하고 있습니다."]

교비를 마치 쌈짓돈처럼 써온 사학들의 민낯이 감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여전히 일부 사립대들은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방정균/사학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대변인 : "서울에 있는 유수의 큰 대학들은 개교 이래 단 한차례도 아직까지 종합감사를 받지 않는 대학이 있을 정도로 감사취약 지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학들은 지금도 독립성 침해 등을 이유로 외부 감사 도입 등이 담긴 정부의 감사 강화 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쌈짓돈처럼 사용된 사학 ‘교비’…감사 시늉만 하는 교육부

전국 모든 대학교들의 정보가 망라된 '대학알리미' 사이트입니다.

교육부 감사에 적발된 대학은 적발 내용을 30일 안에 이곳에 공개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11년간 알리미에 공시된 사립대 재정비리 액수 총액은 3천7백억 원, 같은 기간 교육부 감사보고서 상의 총액은 4천백억여 원입니다.

4백억 원가량의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대학이 감사 결과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공시하지 않은 대학이 어딘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상환한 후의 금액을 명시한 건지 처음 지적했을 때 그거를 공개한 건지 그거는 확인해봐야될 텐데요."]

감사 지적 사항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차의과학대학교는 2013년 교육부 감사에서 학교 교비 천백억여 원을 차병원의 인건비 등으로 전용해 쓴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해당 금액을 교비로 반환하라고 지시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 "한번에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라 이러기는 어렵잖아요.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갚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국고 지원금보다 더 많은 액수의 재정 비리를 저지른 대학도 있습니다.

극동대학교는 매년 90억여 원의 국고 지원을 받고 있지만, 적발된 회계부정 총액이 백억 원이 넘고, 대구예술대학교도 재단 횡령과 회계부정 규모가 국고지원금의 세 배가량 됩니다.

[박용진 :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구조로 되게 되는 데에는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 무성의한 자세 이런 것들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해마다 사립대에 지원하는 재정 규모는 7천억 원 안팎, 교육부는 지난 6월부터 석 달간 사학비리를 뿌리뽑겠다며 신고센터를 운영해 3백 건의 신고를 받았지만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앵커의 눈] 금 사고 유흥주점 가고…쌈짓돈처럼 사용된 ‘교비’
    • 입력 2019-10-01 21:47:36
    • 수정2019-10-02 09:36:06
    뉴스 9
[앵커] 지난해 사립유치원들의 회계부정 실태가 드러나 전국민적인 비판을 받았는데요, 사립대학교들의 사정은 어떨까요. 2008년 3월부터 최근까지 11년 동안 전국의 사립대학교를 대상으로 한 교육부의 감사결과보고서 전문을 KBS가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분석해봤더니, 횡령이나 채용비리와 같은 위법, 부당행위로 ​339개 학교가 적발됐고 4천5백 건이 넘었습니다. 특히 학교 재정, 즉 돈과 관련된 비리 적발 건수는 천 백여 건으로, 금액은 4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사립대학교에 만연한 재정비리 실태와 교육부 감사에도 바뀌지 않는 이유를 유호윤, 정연욱 기자가 연이어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작성된 고려대 회계감사 결과입니다. 퇴직하는 교원 27명에게 기념품으로 1인당 순금 30돈을 지급했는데 규정의 두 배입니다. 비용 1억5천만 원도 모두 교비 회계 항목으로 처리됐습니다.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지난해까지 총 천 8백 만원에 달하는 보직 수당을 챙친 교직원들도 적발됐습니다. 엉뚱하게 지급된 보직 수당의 출처는 학생들에게 써야 하는 실험실습비, 학생지원비 등입니다. 심지어 부속병원 소속 교직원 13명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에서 6백만 원 넘게 결제했습니다. 고려대 측은 지적 사항에 대해 환수 조치가 진행중이며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정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북에 있는 백제예술대에선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교직원과 학교 총장이 법인카드를 유흥주점에서 사용했습니다. 유흥주점에서 쓴 금액만 1억 5천만 원 이상. 학교는 또 배우자나 지인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는 상임 이사에게 7백만 원을 여비로 지급했습니다. [백제예술대 관계자/음성변조 : "(부정사용 금액)회수 조치 다 했습니다 충분히 반성하고 투명한 시스템에 의해서 하고 있습니다."] 교비를 마치 쌈짓돈처럼 써온 사학들의 민낯이 감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여전히 일부 사립대들은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방정균/사학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대변인 : "서울에 있는 유수의 큰 대학들은 개교 이래 단 한차례도 아직까지 종합감사를 받지 않는 대학이 있을 정도로 감사취약 지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학들은 지금도 독립성 침해 등을 이유로 외부 감사 도입 등이 담긴 정부의 감사 강화 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쌈짓돈처럼 사용된 사학 ‘교비’…감사 시늉만 하는 교육부 전국 모든 대학교들의 정보가 망라된 '대학알리미' 사이트입니다. 교육부 감사에 적발된 대학은 적발 내용을 30일 안에 이곳에 공개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11년간 알리미에 공시된 사립대 재정비리 액수 총액은 3천7백억 원, 같은 기간 교육부 감사보고서 상의 총액은 4천백억여 원입니다. 4백억 원가량의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 대학이 감사 결과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공시하지 않은 대학이 어딘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음성변조 : "상환한 후의 금액을 명시한 건지 처음 지적했을 때 그거를 공개한 건지 그거는 확인해봐야될 텐데요."] 감사 지적 사항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차의과학대학교는 2013년 교육부 감사에서 학교 교비 천백억여 원을 차병원의 인건비 등으로 전용해 쓴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해당 금액을 교비로 반환하라고 지시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 "한번에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라 이러기는 어렵잖아요.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갚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국고 지원금보다 더 많은 액수의 재정 비리를 저지른 대학도 있습니다. 극동대학교는 매년 90억여 원의 국고 지원을 받고 있지만, 적발된 회계부정 총액이 백억 원이 넘고, 대구예술대학교도 재단 횡령과 회계부정 규모가 국고지원금의 세 배가량 됩니다. [박용진 :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구조로 되게 되는 데에는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 무성의한 자세 이런 것들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해마다 사립대에 지원하는 재정 규모는 7천억 원 안팎, 교육부는 지난 6월부터 석 달간 사학비리를 뿌리뽑겠다며 신고센터를 운영해 3백 건의 신고를 받았지만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