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역시 스웨덴!!…‘플라이트 셰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입력 2019.10.04 (10:21) 수정 2019.10.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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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구시가지 감라스탄. 유럽에서도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곳이다. 대기도 얼마나 깨끗한지 중세로부터 내려온 고색창연한 건물들의 색깔이 주변 바다의 물색과 대비를 이뤄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이 감라스탄 구시가지 안에 노벨박물관이 있고, 어쩌면 올 연말 그곳에 스웨덴의 16살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이 영원히 기록될지도 모른다. 2019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툰베리가 추천되었기 때문이다.


툰베리는 지난 8월 '요트'를 타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4,800km 대서양을 건넜다.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와 오는 12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회의 COP25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툰베리가 이용한 경주용 보트 말리지아 2호는 '태양광' 요트다. 태양광 패널과 수중 터빈으로 전기를 생산하므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운항하는데, 대신 화장실이나 샤워 시설이 없고 끼니도 냉동건조식품으로만 해결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비행기로 5시간이면 갈 거리를 2주에 걸쳐 횡단한 툰베리는 뉴욕 맨해튼에 도착하자마자 "이번 여행이 예상한 만큼 불편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마침내 샤워도 하고 통조림 콩이나 옥수수 같은 동결건조식품이 아닌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툰베리가 이런 수고로움을 감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툰베리는 청년 환경운동가답게 평소 삶의 방식에 있어서도 친환경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 각국을 돌아다닐 때도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한다고. 항공기나 크루즈의 탄소(온실가스) 배출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툰베리가 사는 스웨덴에서는 비행기 이용을 줄이자는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이름하여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직역하면 '비행의 부끄러움'인데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온실가스의 주범인 비행기를 타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자는 움직임이다. 나아가서 비행기보다는 기차나 배 등 대체 교통수단 이용을 고려해보자는 촉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항공 여행이 얼마나 반(反)환경적일까?

사실 비행기는 같은 거리를 갈 때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하는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가 285g, 버스 68g, 기차 14g 정도로 비행기는 버스와 비교하면 4배 이상, 기차보다는 무려 20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또 영국 런던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비행기로 갈 경우(약 4시간 비행 거리) '탄소 예산'의 5분의 1을 소비하게 된다고 영국 BBC는 지적했다. 탄소 예산(carbon budget)이란 오는 2030년까지 치명적인 수준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말한다.

뿐만이 아니다. 차고 습한 대기 속을 나는 항공기의 뜨거운 배기가스와 찬 공기가 혼합돼 만들어지는 구름인 비행운 속의 수증기나 산화질소까지 고려하면 비행기의 배출가스 양은 적어도 두 배가 될 것이라고 BBC는 부연했다.


이처럼 비행기가 기후 변화의 최대주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항공 여행을 재고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고, 실제로 항공 여행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운동선수나 가수 등 유명인사들이 '지구를 위해 항공 여행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가 하면 각국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비행기에 승객 1인당 1.5유로~18유로(노선과 좌석에 따라 차등)에 달하는 '환경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그렇게 걷은 약 1억 8천만 유로(우리 돈 약 2,363억 원)는 철도 같은 환경친화적 교통수단 발전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1994년부터 '항공 여객세'를 도입한 영국도 지난해부터는 세율을 인상해 450파운드(우리 돈 약 67만 원)까지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오는 2021년부터 환경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 여객 1인당 7유로)를 부과하는 것과 동시에 유럽연합이 유럽 대륙 전체에 항공세를 부과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벨기에 역시 지난 3월 열렸던 환경장관회의에서 EU 회원국 내 모든 항공에 환경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도 점차 가시화돼 '플라이트 셰임' 운동을 맨 처음 시작한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항공기 국내선 이용객이 3% 줄었고, 세계자연기금 WWF도 같은 기간 스웨덴 국민의 23%가 비행기 여행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도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FlightFree 2020' 캠페인이 시작됐다.

물론 '플라이트 셰임 운동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해외 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기사도 있으며 이 같은 운동이 진정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이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지난 2일) 영국 BBC의 보도는 희망적이다. BBC는 스위스 은행인 UBS가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사람 6천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전했는데, 이에 따르면 21%가 지난해 비행기 이용 횟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UBS는 이런 추세라면 해마다 4~5%씩 성장해 15년마다 두 배가 돼왔던 비행기 탑승객 증가세도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 ‘플라이트 셰임’ 운동에 동참하는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우선 △비행기보다는 될 수 있으면 기차나 배 등 대체 운송 수단을 이용하고,
△국제회의는 화상통화로 대체하며
△비행기를 꼭 타야만 한다면 승객 1인당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기 위해 되도록 많은 승객이 타는 비행기를 타고,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보다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며
△비행기 연료를 줄이기 위해 짐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항공편을 이용한 해외 직구를 삼가며,
△단거리 항공편은 장거리보다 연비가 좋지 않으므로 최대한 타지 않기 등의 행동강령을 실천할 수 있다고 전문가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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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4 10:21:27
    • 수정2019-10-04 15: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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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구시가지 감라스탄. 유럽에서도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곳이다. 대기도 얼마나 깨끗한지 중세로부터 내려온 고색창연한 건물들의 색깔이 주변 바다의 물색과 대비를 이뤄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이 감라스탄 구시가지 안에 노벨박물관이 있고, 어쩌면 올 연말 그곳에 스웨덴의 16살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이 영원히 기록될지도 모른다. 2019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툰베리가 추천되었기 때문이다.


툰베리는 지난 8월 '요트'를 타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4,800km 대서양을 건넜다.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와 오는 12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회의 COP25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툰베리가 이용한 경주용 보트 말리지아 2호는 '태양광' 요트다. 태양광 패널과 수중 터빈으로 전기를 생산하므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운항하는데, 대신 화장실이나 샤워 시설이 없고 끼니도 냉동건조식품으로만 해결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비행기로 5시간이면 갈 거리를 2주에 걸쳐 횡단한 툰베리는 뉴욕 맨해튼에 도착하자마자 "이번 여행이 예상한 만큼 불편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마침내 샤워도 하고 통조림 콩이나 옥수수 같은 동결건조식품이 아닌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툰베리가 이런 수고로움을 감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툰베리는 청년 환경운동가답게 평소 삶의 방식에 있어서도 친환경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 각국을 돌아다닐 때도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한다고. 항공기나 크루즈의 탄소(온실가스) 배출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툰베리가 사는 스웨덴에서는 비행기 이용을 줄이자는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이름하여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직역하면 '비행의 부끄러움'인데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온실가스의 주범인 비행기를 타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자는 움직임이다. 나아가서 비행기보다는 기차나 배 등 대체 교통수단 이용을 고려해보자는 촉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항공 여행이 얼마나 반(反)환경적일까?

사실 비행기는 같은 거리를 갈 때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운송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하는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행기가 285g, 버스 68g, 기차 14g 정도로 비행기는 버스와 비교하면 4배 이상, 기차보다는 무려 20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또 영국 런던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비행기로 갈 경우(약 4시간 비행 거리) '탄소 예산'의 5분의 1을 소비하게 된다고 영국 BBC는 지적했다. 탄소 예산(carbon budget)이란 오는 2030년까지 치명적인 수준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말한다.

뿐만이 아니다. 차고 습한 대기 속을 나는 항공기의 뜨거운 배기가스와 찬 공기가 혼합돼 만들어지는 구름인 비행운 속의 수증기나 산화질소까지 고려하면 비행기의 배출가스 양은 적어도 두 배가 될 것이라고 BBC는 부연했다.


이처럼 비행기가 기후 변화의 최대주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항공 여행을 재고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고, 실제로 항공 여행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운동선수나 가수 등 유명인사들이 '지구를 위해 항공 여행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가 하면 각국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비행기에 승객 1인당 1.5유로~18유로(노선과 좌석에 따라 차등)에 달하는 '환경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그렇게 걷은 약 1억 8천만 유로(우리 돈 약 2,363억 원)는 철도 같은 환경친화적 교통수단 발전을 위해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1994년부터 '항공 여객세'를 도입한 영국도 지난해부터는 세율을 인상해 450파운드(우리 돈 약 67만 원)까지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오는 2021년부터 환경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 여객 1인당 7유로)를 부과하는 것과 동시에 유럽연합이 유럽 대륙 전체에 항공세를 부과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벨기에 역시 지난 3월 열렸던 환경장관회의에서 EU 회원국 내 모든 항공에 환경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도 점차 가시화돼 '플라이트 셰임' 운동을 맨 처음 시작한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항공기 국내선 이용객이 3% 줄었고, 세계자연기금 WWF도 같은 기간 스웨덴 국민의 23%가 비행기 여행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도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FlightFree 2020' 캠페인이 시작됐다.

물론 '플라이트 셰임 운동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해외 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기사도 있으며 이 같은 운동이 진정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이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지난 2일) 영국 BBC의 보도는 희망적이다. BBC는 스위스 은행인 UBS가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사람 6천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전했는데, 이에 따르면 21%가 지난해 비행기 이용 횟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UBS는 이런 추세라면 해마다 4~5%씩 성장해 15년마다 두 배가 돼왔던 비행기 탑승객 증가세도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 ‘플라이트 셰임’ 운동에 동참하는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우선 △비행기보다는 될 수 있으면 기차나 배 등 대체 운송 수단을 이용하고,
△국제회의는 화상통화로 대체하며
△비행기를 꼭 타야만 한다면 승객 1인당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기 위해 되도록 많은 승객이 타는 비행기를 타고,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보다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며
△비행기 연료를 줄이기 위해 짐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고,
△항공편을 이용한 해외 직구를 삼가며,
△단거리 항공편은 장거리보다 연비가 좋지 않으므로 최대한 타지 않기 등의 행동강령을 실천할 수 있다고 전문가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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