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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임대 활성화’ 정책은 ‘갭투자 활성화’ 정책이었나
입력 2019.10.04 (16:48) 수정 2019.10.04 (16:48) 취재K
[취재K] ‘임대 활성화’ 정책은 ‘갭투자 활성화’ 정책이었나
"서울 집값 상승은 갭투자 때문"…긴급대책 낸 정부

지난 1일 정부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 과열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전격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집값이 이상기류를 보인다면서 '갭투자'와 '이상거래'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토교통부가 정의하는 갭투자는 '임대 보증금을 승계해 집을 매수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토부는 서울의 경우 갭투자 비율이 전체 주택매매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월별로 보면 서울 주택매매에서 갭투자 비율은 올해 3월 46.3%에서 매달 올라 8월 57.8%로 점차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축소를 유도하겠다면서 시가 9억 원 넘는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의 공적보증을 제한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쉽게 말해,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이 9억 원 이상의 다른 집에 대출을 받아 전세를 들어가려고 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전세대출 보증을 안해주겠다는 이야기다.

실수요자들이 이른바 '갈아타기'를 위해 주로 동원하는 방법이지만 정부는 이 같은 행위를 갭투자로 보고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1주택 갭투자'는 때려잡으면서 '수백 채 갭투자자' 외면

정부가 갭투자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정부가 장려한 것이나 다름없는 '합법적 갭투자자'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바로 갭투자로 임대주택을 마련한 임대주택사업자들이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 정동영 의원이 공개한 임대사업자 면면을 보면, 강서구에 사는 임대사업자 48살 진 모 씨가 가진 집 594호, 마포구 41살 김 모 씨가 가진 584호 등 한 사람당 수백 호를 가진 임대사업자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30명이 소유한 집이 무려 1만 1천 호에 달한다. 미성년자인 임대사업자들도 많았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10살 이 모 군이 19호의 임대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높은 전세가율을 이용한 '갭투자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증여만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면 10살이라고 해도 임대업을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물고 물리는 다주택 갭투자자로 인한 서민 임차인들의 피해는 심각하다. 2017년 33건에 불과했던 반환보증 사고는 2018년 372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7월 기준으로 이미 760건을 넘어섰다. 사고액은 1,681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전세금 반환보증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까지 합하면 갭투자 피해나 사기는 파악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갭투자자 잠적으로 인한 임차인의 보증금 피해는 물론, 부동산을 잘 모르는 서민들에게 갭투자를 하라고 유도해 컨설팅 비용이나 대출 비용을 챙기는 일종의 갭투자 컨설팅 사기까지 빈발하고 있다.


"등록하면 세금 깎아 드릴게요"…의무는 없고 혜택만?

'임대업 등록'이 갭투자자들의 마지막 도피처가 되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은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의 등록 임대사업자는 44만 명에 등록된 임대주택은 143만 호로 집계됐다. 2015년 기준 13만 8천 명, 59만 호와 비교하면 2배 증가한 숫자다.

임대업자 급증에는 정부가 안겨준 '세금 감면 종합선물세트'가 큰 힘을 발휘했다.

먼저 양도세 혜택이 있다.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등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특례(조세특례제한법 제97조의3),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조세특례제한법 97조의5) 등이 대표적인 세제 혜택이다.

종합소득세 최대 75% 감면과 재산세 25%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른 다주택자 중과세 배제도 모두 다주택자에게 주어진 세제상의 특혜다.

이같은 세제 혜택은 대부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이런 혜택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몰이 예정됐던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등은 적용 기간을 늘려주기까지 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적극적으로 권했던 현 정부가 임대용 다주택자를 두고서는 모순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담긴 8·2대책이 발표된 2017년 8월 2일, 같은 날 2017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기재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에는 임대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해주는 혜택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을 때 소위 의원들 가운데 박주현 의원(민주평화당)만 유일하게 '임대사업자 양도세 100% 감면안'의 3년 연장에 반대했다.

박주현 의원은 당시 조세소위에서 "이런 식으로 국민주택 33평 이하의 아파트를 얼마든지 사서 8년만 소유하고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을 받게 된다면 절대로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힌다"면서,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엉터리 제도"라고 비판했다.

3년 연장은 결국 1년 연장으로 줄어들었지만. 연장된 1년에 해당하는 2018년에 임대사업자들이 대거 등록하면서 상당수의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박주현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임대사업자와 누리던 것과 거의 차이가 없는 조건으로 세제 혜택은 남아있으면서 정작 중요한 임대사업 등록 의무화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은 빠진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다고 술회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인 세제혜택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보다 앞선 2017년 2월에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잔존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일시적 2주택자가 남아 있는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하는 양도기간이 5년까지 늘어난 것이다.

김경협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양도세 자료를 보면, 주택 매매에 따른 양도세 부과는 2012년 14만 8천 건이었지만, 3년 뒤인 2015년에는 28만 8천 건까지 늘어났다. 2012년 3년으로 늘어난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다른 부동산 부양조치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거래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거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다주택자가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준 셈"이라면서 "부동산 정책이 부처별로 완벽히 엇박자가 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강훈 변호사(민변 부동산팀장)도 "쉬운 전세대출을 이용해 임대업자들이 결국 사고를 친 것"이라면서 "처음부터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경계하고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했더라면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관도 뒤늦게 인정했지만, 부작용 그대로 남아

"등록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투기꾼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듯하다. 세제 혜택을 일부 축소하기로 기획재정부와 논의 중이다."

지난해 8월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 김현미 장관 역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과도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려는 후속조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지난해까지 등록만 마쳤으면 다주택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 때까지 양도세 감면 혜택은 앞으로 몇 년이 됐든 계속 유지되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역시 지난해 9·13 대책 이전에 등록한 주택에 대한 혜택은 여전히 계속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전문업체 파인드아파트의 김민규 대표는 "임대 활성화 정책이 양도세 등 세금을 합법적으로 피해갈 통로를 마련해준 셈"이라면서 "매물이 최소 5년 이상 잠기면서 소수 매물이 거래 전체를 대변하는 왜곡된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규 대표는 "집값 상승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임대 등록의 급격한 증가가 불을 지른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역시 "다주택자에게 조세회피처를 제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8·2 대책을 무력화시켰다"면서 "결과적으로 임대사업자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주거특위에서 활동했던 국회 기획재정위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거에 부동산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완화했던 비과세 특례 규정들을 찾아내 폐지, 비과세 기간 단축, 거주요건 강화 등 시급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엇박자가 난 정책 결정과정을 복기해 교훈을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정훈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이 임대사업자 활성화를 위해 맞춰졌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무리하게 추진된 면이 있다"면서 "임대 활성화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정부의 임대 활성화 정책을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수현 청와대 전 정책실장에게 임대 활성화 정책의 효과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 집값 상승과의 인과 관계에 대한 의견을 메일로 문의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더 설명하고 싶은 것도, 스스로 교정하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국가 정책은 자연인으로서 개인의 몫이 아니고 그에 대한 평가나 질책도 개인의 일을 넘어선다"면서 "당분간 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 [취재K] ‘임대 활성화’ 정책은 ‘갭투자 활성화’ 정책이었나
    • 입력 2019.10.04 (16:48)
    • 수정 2019.10.04 (16:48)
    취재K
[취재K] ‘임대 활성화’ 정책은 ‘갭투자 활성화’ 정책이었나
"서울 집값 상승은 갭투자 때문"…긴급대책 낸 정부

지난 1일 정부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 과열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전격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집값이 이상기류를 보인다면서 '갭투자'와 '이상거래'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토교통부가 정의하는 갭투자는 '임대 보증금을 승계해 집을 매수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토부는 서울의 경우 갭투자 비율이 전체 주택매매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월별로 보면 서울 주택매매에서 갭투자 비율은 올해 3월 46.3%에서 매달 올라 8월 57.8%로 점차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축소를 유도하겠다면서 시가 9억 원 넘는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의 공적보증을 제한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쉽게 말해,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이 9억 원 이상의 다른 집에 대출을 받아 전세를 들어가려고 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전세대출 보증을 안해주겠다는 이야기다.

실수요자들이 이른바 '갈아타기'를 위해 주로 동원하는 방법이지만 정부는 이 같은 행위를 갭투자로 보고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1주택 갭투자'는 때려잡으면서 '수백 채 갭투자자' 외면

정부가 갭투자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정부가 장려한 것이나 다름없는 '합법적 갭투자자'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바로 갭투자로 임대주택을 마련한 임대주택사업자들이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 정동영 의원이 공개한 임대사업자 면면을 보면, 강서구에 사는 임대사업자 48살 진 모 씨가 가진 집 594호, 마포구 41살 김 모 씨가 가진 584호 등 한 사람당 수백 호를 가진 임대사업자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30명이 소유한 집이 무려 1만 1천 호에 달한다. 미성년자인 임대사업자들도 많았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10살 이 모 군이 19호의 임대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높은 전세가율을 이용한 '갭투자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증여만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면 10살이라고 해도 임대업을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물고 물리는 다주택 갭투자자로 인한 서민 임차인들의 피해는 심각하다. 2017년 33건에 불과했던 반환보증 사고는 2018년 372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7월 기준으로 이미 760건을 넘어섰다. 사고액은 1,681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전세금 반환보증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까지 합하면 갭투자 피해나 사기는 파악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갭투자자 잠적으로 인한 임차인의 보증금 피해는 물론, 부동산을 잘 모르는 서민들에게 갭투자를 하라고 유도해 컨설팅 비용이나 대출 비용을 챙기는 일종의 갭투자 컨설팅 사기까지 빈발하고 있다.


"등록하면 세금 깎아 드릴게요"…의무는 없고 혜택만?

'임대업 등록'이 갭투자자들의 마지막 도피처가 되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은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의 등록 임대사업자는 44만 명에 등록된 임대주택은 143만 호로 집계됐다. 2015년 기준 13만 8천 명, 59만 호와 비교하면 2배 증가한 숫자다.

임대업자 급증에는 정부가 안겨준 '세금 감면 종합선물세트'가 큰 힘을 발휘했다.

먼저 양도세 혜택이 있다.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등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특례(조세특례제한법 제97조의3),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조세특례제한법 97조의5) 등이 대표적인 세제 혜택이다.

종합소득세 최대 75% 감면과 재산세 25%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른 다주택자 중과세 배제도 모두 다주택자에게 주어진 세제상의 특혜다.

이같은 세제 혜택은 대부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이런 혜택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몰이 예정됐던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등은 적용 기간을 늘려주기까지 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적극적으로 권했던 현 정부가 임대용 다주택자를 두고서는 모순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공교롭게도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담긴 8·2대책이 발표된 2017년 8월 2일, 같은 날 2017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기재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에는 임대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해주는 혜택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을 때 소위 의원들 가운데 박주현 의원(민주평화당)만 유일하게 '임대사업자 양도세 100% 감면안'의 3년 연장에 반대했다.

박주현 의원은 당시 조세소위에서 "이런 식으로 국민주택 33평 이하의 아파트를 얼마든지 사서 8년만 소유하고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을 받게 된다면 절대로 부동산 가격은 안 잡힌다"면서,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엉터리 제도"라고 비판했다.

3년 연장은 결국 1년 연장으로 줄어들었지만. 연장된 1년에 해당하는 2018년에 임대사업자들이 대거 등록하면서 상당수의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박주현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임대사업자와 누리던 것과 거의 차이가 없는 조건으로 세제 혜택은 남아있으면서 정작 중요한 임대사업 등록 의무화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은 빠진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다고 술회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인 세제혜택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보다 앞선 2017년 2월에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잔존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일시적 2주택자가 남아 있는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하는 양도기간이 5년까지 늘어난 것이다.

김경협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양도세 자료를 보면, 주택 매매에 따른 양도세 부과는 2012년 14만 8천 건이었지만, 3년 뒤인 2015년에는 28만 8천 건까지 늘어났다. 2012년 3년으로 늘어난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다른 부동산 부양조치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거래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거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다주택자가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준 셈"이라면서 "부동산 정책이 부처별로 완벽히 엇박자가 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강훈 변호사(민변 부동산팀장)도 "쉬운 전세대출을 이용해 임대업자들이 결국 사고를 친 것"이라면서 "처음부터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경계하고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했더라면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관도 뒤늦게 인정했지만, 부작용 그대로 남아

"등록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투기꾼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듯하다. 세제 혜택을 일부 축소하기로 기획재정부와 논의 중이다."

지난해 8월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 김현미 장관 역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과도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려는 후속조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지난해까지 등록만 마쳤으면 다주택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 때까지 양도세 감면 혜택은 앞으로 몇 년이 됐든 계속 유지되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역시 지난해 9·13 대책 이전에 등록한 주택에 대한 혜택은 여전히 계속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전문업체 파인드아파트의 김민규 대표는 "임대 활성화 정책이 양도세 등 세금을 합법적으로 피해갈 통로를 마련해준 셈"이라면서 "매물이 최소 5년 이상 잠기면서 소수 매물이 거래 전체를 대변하는 왜곡된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규 대표는 "집값 상승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임대 등록의 급격한 증가가 불을 지른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역시 "다주택자에게 조세회피처를 제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8·2 대책을 무력화시켰다"면서 "결과적으로 임대사업자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주거특위에서 활동했던 국회 기획재정위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거에 부동산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완화했던 비과세 특례 규정들을 찾아내 폐지, 비과세 기간 단축, 거주요건 강화 등 시급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엇박자가 난 정책 결정과정을 복기해 교훈을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정훈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이 임대사업자 활성화를 위해 맞춰졌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무리하게 추진된 면이 있다"면서 "임대 활성화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 정부의 임대 활성화 정책을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수현 청와대 전 정책실장에게 임대 활성화 정책의 효과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 집값 상승과의 인과 관계에 대한 의견을 메일로 문의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더 설명하고 싶은 것도, 스스로 교정하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국가 정책은 자연인으로서 개인의 몫이 아니고 그에 대한 평가나 질책도 개인의 일을 넘어선다"면서 "당분간 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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