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부당한 공권력’ 확인됐어도 고문 수사관 훈장은 그대로

입력 2019.10.04 (21:34) 수정 2019.10.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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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60년대 동백림 간첩단 사건을 비롯해 과거에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그 공로로 훈장을 받은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인권 침해와 사건 조작 등을 이유로 134건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고, 이 중 71건은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됐는데요,

이렇게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정부가 그 잘못된 공로자들의 서훈을 취소한 건 13건에 불과합니다.

취소할 근거가 충분한 사건들이 적지 않지만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고 원칙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뉴스/1967년 :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근교구로동에 수출 전용공업단지가 준공됐습니다."]

1960년대 국가는 구로공단을 조성하면서 강제로 토지를 수용했습니다.

그 땅의 주인이던 농민들은 불법 연행과 감금을 당해가며 땅을 빼앗기고 소송사기범으로까지 몰렸습니다.

재심 끝에 50여 년 만에야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농민들을 겁박해 농지를 강탈했던 공권력은, 스스로 훈장을 주고받았습니다.

당시 중앙정보부 직원의 상훈공적서.

소송사기단을 막아 국고 손실을 방지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한무섭/피해자 유족 : "정당하게 공을 세워서 포상받는 거야 뭐라고 할 수 없죠. 그런데 부당하게 우리 사유권을 조작해서..."]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사건을 주도한 보안사 언론대책반원 5명도, 고문으로 간첩 혐의를 뒤집어씌운 재일동포 유지길 사건의 보안사 직원 2명도, 부당한 공권력 행사였음이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보국훈장을 갖고 있습니다.

의료비 지원과 자녀 취업 때 가점 같은 혜택도 계속 받습니다.

훈장 취소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는 소극적입니다.

무궁화대훈장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을 받아 상훈법상 당연히 취소 대상이지만, 행안부는 재임을 부정하게 된다는 궁색한 이유를 들어 훈장을 취소하지 않았습니다.

훈장을 가려내고 취소하는 것은 애초 훈장을 추천한 각 부처에서 자료를 주지 않으면 할 수 없다며, 부당한 훈장이 얼마나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익표/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 "행안부가 너무 소극적인 거죠. 서훈취소를 할 수 있는 권한은 행안부에 있기 때문에 행안부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적극적으로 자료를 요구하고 확인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추악한 훈장'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면 진짜 훈장의 의미마저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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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4 21:37:05
    • 수정2019-10-04 21: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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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60년대 동백림 간첩단 사건을 비롯해 과거에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그 공로로 훈장을 받은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인권 침해와 사건 조작 등을 이유로 134건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고, 이 중 71건은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됐는데요,

이렇게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정부가 그 잘못된 공로자들의 서훈을 취소한 건 13건에 불과합니다.

취소할 근거가 충분한 사건들이 적지 않지만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고 원칙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뉴스/1967년 :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근교구로동에 수출 전용공업단지가 준공됐습니다."]

1960년대 국가는 구로공단을 조성하면서 강제로 토지를 수용했습니다.

그 땅의 주인이던 농민들은 불법 연행과 감금을 당해가며 땅을 빼앗기고 소송사기범으로까지 몰렸습니다.

재심 끝에 50여 년 만에야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농민들을 겁박해 농지를 강탈했던 공권력은, 스스로 훈장을 주고받았습니다.

당시 중앙정보부 직원의 상훈공적서.

소송사기단을 막아 국고 손실을 방지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한무섭/피해자 유족 : "정당하게 공을 세워서 포상받는 거야 뭐라고 할 수 없죠. 그런데 부당하게 우리 사유권을 조작해서..."]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사건을 주도한 보안사 언론대책반원 5명도, 고문으로 간첩 혐의를 뒤집어씌운 재일동포 유지길 사건의 보안사 직원 2명도, 부당한 공권력 행사였음이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보국훈장을 갖고 있습니다.

의료비 지원과 자녀 취업 때 가점 같은 혜택도 계속 받습니다.

훈장 취소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는 소극적입니다.

무궁화대훈장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을 받아 상훈법상 당연히 취소 대상이지만, 행안부는 재임을 부정하게 된다는 궁색한 이유를 들어 훈장을 취소하지 않았습니다.

훈장을 가려내고 취소하는 것은 애초 훈장을 추천한 각 부처에서 자료를 주지 않으면 할 수 없다며, 부당한 훈장이 얼마나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익표/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 "행안부가 너무 소극적인 거죠. 서훈취소를 할 수 있는 권한은 행안부에 있기 때문에 행안부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적극적으로 자료를 요구하고 확인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추악한 훈장'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면 진짜 훈장의 의미마저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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