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마리중 1마리는 야생동물시장서 거래”…세계 동물의 날을 보내며

입력 2019.10.05 (07:00) 수정 2019.10.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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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일)는 '세계 동물의 날'이었다. 매년 4월 24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 10월 2일은 '세계 농장동물의 날', 그리고 10월 4일은 '세계 동물의 날'이다.

'세계 동물의 날'은 또 '성인(聖人) 프란치스코 측일'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2세기 이탈리아 중부 소도시 아씨시에서 태어나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며 살았던 인물로 동물과 환경, 생태학자들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이날 교회에서 반려동물 축복식을 거행하는 전통이 있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와 토끼, 백 살이 넘은 거북이 등 대상도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세계 동물의 날에 동물권과 동물 복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실 세계 동물의 날은 역사가 꽤 오래됐다. 1925년 3월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작가이자 애견학자인 하인리히 짐머만이 처음 기념했고, 1929년부터 매년 10월 4일에 기념해오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는 영국에 기반을 둔 동물복지자선단체 '네이처워치 재단Naturewatch Foundation'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물보호운동을 한 데 모으는 이벤트로서 이끌어가고 있다.

Worldanimalday 공식홈페이지에는 "동물들의 위상을 높여 지구상에서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라고 세계 동물의 날 미션을 밝히고 있으며, "동물들도 지각이 있는 존재이고 따라서 관심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교육과 인식전환을 통해 상기시키고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https://www.worldanimalday.org.uk/https://www.worldanimalday.org.uk/

현재는 동물과 관련한 가장 큰 기념일로서 세계 곳곳에서 이날을 기념해 동물의 권리와 복지 증진, 보호를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동물원 같은 단체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동물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시사 매체인 '뉴스위크'는 올해 '세계 동물을 날'을 맞아 충격적인 통계자료를 보도했는데 특히 야생동물 거래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뉴스위크는 '사이언스' 저널을 인용해 "적어도 5마리의 척추동물 중 1마리는 야생동물 거래 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다"고 전하고, 이는 이전에 나왔던 추산치보다 40~60%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그러면서 "야생동물 거래 시장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산업으로, 잡힌 동물들은 애완용으로 팔려가거나 죽여서 식용 고기 또는 약재, 심지어는 가구용으로 쓰이는 등 얻을 수 있는 이윤이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중은 이 엄청난 스케일(규모)과 생물학적 다양성에 미치는 정확한 함의나 영향 등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다"고 꼬집으면서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32,000여 종의 조류와 척추동물, 양서류와 파충류 등을 통틀어 18% 정도인 5,579종이 현재 국제적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현재 거래되고 있지 않은 3,000여 종도 머잖아 상업적으로 거래될 위험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런 추세대로라면 9,000종에 달하는 동물들이 곧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영리 단체인 '월드 애니멀 프로텍션World Animal Protection'도 "동물을 사고파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는 있지만, 옳은 일은 아니다"라며 "동물은 결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간의 탐욕을 위해 동물 착취가 계속된다면 결국 생물 다양성은 물론이고 인간의 생계와 경제에도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인간에 의한 동물의 희생은 사실 성경 구절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창세기에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이 제국주의와 산업화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배적 가치관이 돼버린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성(聖) 프란치스코 아시시는 달랐다. 신학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동물과 생태의 수호신으로서 동물과 생태환경을 '다스리고 정복하는 대상'이 아닌 '사랑하고 보살펴야 하는 대상'으로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성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축일이기도 한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지금껏 당연시해왔던 인간과 동물의 위계적 이분법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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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마리중 1마리는 야생동물시장서 거래”…세계 동물의 날을 보내며
    • 입력 2019-10-05 07:00:47
    • 수정2019-10-07 11:50:00
    취재K
어제(4일)는 '세계 동물의 날'이었다. 매년 4월 24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 10월 2일은 '세계 농장동물의 날', 그리고 10월 4일은 '세계 동물의 날'이다.

'세계 동물의 날'은 또 '성인(聖人) 프란치스코 측일'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2세기 이탈리아 중부 소도시 아씨시에서 태어나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며 살았던 인물로 동물과 환경, 생태학자들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이날 교회에서 반려동물 축복식을 거행하는 전통이 있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와 토끼, 백 살이 넘은 거북이 등 대상도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세계 동물의 날에 동물권과 동물 복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실 세계 동물의 날은 역사가 꽤 오래됐다. 1925년 3월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작가이자 애견학자인 하인리히 짐머만이 처음 기념했고, 1929년부터 매년 10월 4일에 기념해오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는 영국에 기반을 둔 동물복지자선단체 '네이처워치 재단Naturewatch Foundation'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물보호운동을 한 데 모으는 이벤트로서 이끌어가고 있다.

Worldanimalday 공식홈페이지에는 "동물들의 위상을 높여 지구상에서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라고 세계 동물의 날 미션을 밝히고 있으며, "동물들도 지각이 있는 존재이고 따라서 관심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교육과 인식전환을 통해 상기시키고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https://www.worldanimalday.org.uk/
현재는 동물과 관련한 가장 큰 기념일로서 세계 곳곳에서 이날을 기념해 동물의 권리와 복지 증진, 보호를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동물원 같은 단체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동물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시사 매체인 '뉴스위크'는 올해 '세계 동물을 날'을 맞아 충격적인 통계자료를 보도했는데 특히 야생동물 거래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뉴스위크는 '사이언스' 저널을 인용해 "적어도 5마리의 척추동물 중 1마리는 야생동물 거래 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다"고 전하고, 이는 이전에 나왔던 추산치보다 40~60%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그러면서 "야생동물 거래 시장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산업으로, 잡힌 동물들은 애완용으로 팔려가거나 죽여서 식용 고기 또는 약재, 심지어는 가구용으로 쓰이는 등 얻을 수 있는 이윤이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중은 이 엄청난 스케일(규모)과 생물학적 다양성에 미치는 정확한 함의나 영향 등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다"고 꼬집으면서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32,000여 종의 조류와 척추동물, 양서류와 파충류 등을 통틀어 18% 정도인 5,579종이 현재 국제적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현재 거래되고 있지 않은 3,000여 종도 머잖아 상업적으로 거래될 위험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런 추세대로라면 9,000종에 달하는 동물들이 곧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영리 단체인 '월드 애니멀 프로텍션World Animal Protection'도 "동물을 사고파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는 있지만, 옳은 일은 아니다"라며 "동물은 결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간의 탐욕을 위해 동물 착취가 계속된다면 결국 생물 다양성은 물론이고 인간의 생계와 경제에도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인간에 의한 동물의 희생은 사실 성경 구절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창세기에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이 제국주의와 산업화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배적 가치관이 돼버린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성(聖) 프란치스코 아시시는 달랐다. 신학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동물과 생태의 수호신으로서 동물과 생태환경을 '다스리고 정복하는 대상'이 아닌 '사랑하고 보살펴야 하는 대상'으로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성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축일이기도 한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지금껏 당연시해왔던 인간과 동물의 위계적 이분법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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