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강한 태풍 예고…19호 ‘하기비스’ 어디로?

입력 2019.10.06 (16:05) 수정 2019.10.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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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오늘(6일) 새벽 발생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빠름'을 의미하는 '하기비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태풍은 어디를 향할까요?

‘하기비스’ 올해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 예상

오늘(6일) 오전 천리안 2A호에서 촬영한 19호 태풍 ‘하기비스’오늘(6일) 오전 천리안 2A호에서 촬영한 19호 태풍 ‘하기비스’

'하기비스'는 오늘(6일) 오후 4시 현재 괌 동쪽 약 1,050km 해상에서 시속 36km의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직 발생 초기여서 세력은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중심기압 990hPa, 최대풍속은 초속 24m(시속 86km)로 태풍의 기준(중심 최대풍속 초속 17m 이상)을 조금 넘어선 수준입니다. 그러나 위성 영상에서 보듯 태풍의 몸집이 어마어마합니다. 한반도 면적보다 몇 배를 더 뒤덮을 만한 구름대를 머금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생 초기부터 폭넓은 구름을 동반한 태풍은 매우 강한 세력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태풍의 발생 위치가 태평양 한복판, 즉 뜨거운 열대 해상인 데다, 육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곳이라는 점도 발달에 매우 유리한 조건입니다. 실제 기상청은 이 태풍이 올해 발생한 19개의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하겠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기존 올해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한 태풍은 9호 '레끼마'로 최성기 때 중심기압이 930hPa, 최대풍속은 초속 50m(시속 180km)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하기비스'는 세력을 점점 더 키워 오는 10일에는 중심기압 920hPa, 최대풍속은 초속 53m(시속 191km)까지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빠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빠르게 발달하는 것입니다.

5일 뒤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접근 예상

기상청에서 오늘(6일) 오후 4시에 발표한 ‘하기비스’ 예상 진로도기상청에서 오늘(6일) 오후 4시에 발표한 ‘하기비스’ 예상 진로도

이렇게 위력적인 태풍이 한반도로 오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우시죠. 그러나 아직 한반도와의 거리가 3천500km 정도나 떨어져 있어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한국 기상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기상 당국은 태풍 예보를 앞으로 5일까지만 제공합니다. 현재까지 3국의 5일 뒤 태풍 예상 위치는 공통으로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반도와의 거리가 천 km 이상 떨어진 먼 곳입니다. 이곳을 지나는 태풍은 주변 기압계에 따라 타이완이든, 중국이든, 한반도든, 일본이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개천절 태풍’ 적중했다는 ‘윈디(windy)’, 이번에는?


윈디(windy)에서 제공하는 유럽중기예보센터 예측 모델(ECMWF, 위)과 미국 대기해양청 예측 모델(GFS, 아래)윈디(windy)에서 제공하는 유럽중기예보센터 예측 모델(ECMWF, 위)과 미국 대기해양청 예측 모델(GFS, 아래)

3국의 기상 당국 모두 태풍 예측 정보를 고작(?) 5일 앞만 내다보는 것과 달리, 10일 뒤 예상까지 시원하게 제공하는 곳이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는 '윈디(windy)'라는 해외 민간 기상 정보 업체입니다. 오늘 정오 기준 '윈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ECMWF(유럽중기예보센터) 모델의 예측 정보를 살펴보면, '하기비스'의 중심으로 추정되는 'L(Low pressure, 저기압)'이 13일쯤 일본 규슈 남쪽 해상까지 접근한 뒤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14일 일본 열도를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예보 모델을 GFS(미국 대기해양청 예측 시스템)로 바꾸어 보면 태풍은 일본 규슈 남쪽까지 가지 않고, 시코쿠 남쪽 해상에서 방향을 동쪽으로 꺾어 일본 본토를 향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반도에 덜 위협적인 진로입니다.

여기서 잠시 '윈디'라는 곳에 대해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개천절 태풍'을 열흘 전부터 예측했다며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요. 사실 '윈디'는 예보를 발표하는 곳은 아닙니다. 만약 직접 예보를 생산한다면 위와 같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예보를 발표하지 않겠죠.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나 미국 대기해양청(NOAA) 등에서 생산하는 기상 예측 모델을 사용자들이 보기 좋게 그래픽으로 표현해 제공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윈디'가 슈퍼컴퓨터가 예측한 몇 가지 모델을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라면, 한·미·일 등 각국의 기상 당국은 이러한 모델들을 포함해 위성 등 관측 자료 및 예보관의 경험을 종합적으로 재해석해 태풍 예보를 발표하는 것입니다.

“일본 향할 가능성 커…한반도 영향 여부는 두고 봐야”

그래서 '어디로?'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하기비스'는 앞으로 5일 동안 서쪽으로 이동해 오는 11일쯤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해상까지 북상한다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답입니다.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는 기상 선진국들의 예측 모델들도 서로 매우 큰 편차를 보여서 유동적인 상황입니다만, 일본을 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도 "태풍이 일본 규슈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주변 기압계의 큰 변화로 진로와 이동 속도의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밝히며, "태풍의 강도와 규모가 커서 우리나라 영향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일본에 상륙하더라도 한반도 육상이나 해상 중 어느 한 곳에 태풍특보가 발표된다면 '하기비스'는 올해 8번째 영향 태풍으로 기록됩니다. 이 경우 올해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해로 기록됩니다. 태풍의 한반도 영향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태풍 정보가 발표될 때마다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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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가장 강한 태풍 예고…19호 ‘하기비스’ 어디로?
    • 입력 2019-10-06 16:05:44
    • 수정2019-10-06 17:23:15
    취재K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오늘(6일) 새벽 발생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빠름'을 의미하는 '하기비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태풍은 어디를 향할까요?

‘하기비스’ 올해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 예상

오늘(6일) 오전 천리안 2A호에서 촬영한 19호 태풍 ‘하기비스’
'하기비스'는 오늘(6일) 오후 4시 현재 괌 동쪽 약 1,050km 해상에서 시속 36km의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직 발생 초기여서 세력은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중심기압 990hPa, 최대풍속은 초속 24m(시속 86km)로 태풍의 기준(중심 최대풍속 초속 17m 이상)을 조금 넘어선 수준입니다. 그러나 위성 영상에서 보듯 태풍의 몸집이 어마어마합니다. 한반도 면적보다 몇 배를 더 뒤덮을 만한 구름대를 머금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생 초기부터 폭넓은 구름을 동반한 태풍은 매우 강한 세력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태풍의 발생 위치가 태평양 한복판, 즉 뜨거운 열대 해상인 데다, 육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곳이라는 점도 발달에 매우 유리한 조건입니다. 실제 기상청은 이 태풍이 올해 발생한 19개의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하겠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기존 올해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한 태풍은 9호 '레끼마'로 최성기 때 중심기압이 930hPa, 최대풍속은 초속 50m(시속 180km)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하기비스'는 세력을 점점 더 키워 오는 10일에는 중심기압 920hPa, 최대풍속은 초속 53m(시속 191km)까지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빠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빠르게 발달하는 것입니다.

5일 뒤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접근 예상

기상청에서 오늘(6일) 오후 4시에 발표한 ‘하기비스’ 예상 진로도
이렇게 위력적인 태풍이 한반도로 오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우시죠. 그러나 아직 한반도와의 거리가 3천500km 정도나 떨어져 있어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한국 기상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기상 당국은 태풍 예보를 앞으로 5일까지만 제공합니다. 현재까지 3국의 5일 뒤 태풍 예상 위치는 공통으로 오키나와 남동쪽 해상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반도와의 거리가 천 km 이상 떨어진 먼 곳입니다. 이곳을 지나는 태풍은 주변 기압계에 따라 타이완이든, 중국이든, 한반도든, 일본이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개천절 태풍’ 적중했다는 ‘윈디(windy)’, 이번에는?


윈디(windy)에서 제공하는 유럽중기예보센터 예측 모델(ECMWF, 위)과 미국 대기해양청 예측 모델(GFS, 아래)
3국의 기상 당국 모두 태풍 예측 정보를 고작(?) 5일 앞만 내다보는 것과 달리, 10일 뒤 예상까지 시원하게 제공하는 곳이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는 '윈디(windy)'라는 해외 민간 기상 정보 업체입니다. 오늘 정오 기준 '윈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ECMWF(유럽중기예보센터) 모델의 예측 정보를 살펴보면, '하기비스'의 중심으로 추정되는 'L(Low pressure, 저기압)'이 13일쯤 일본 규슈 남쪽 해상까지 접근한 뒤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14일 일본 열도를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예보 모델을 GFS(미국 대기해양청 예측 시스템)로 바꾸어 보면 태풍은 일본 규슈 남쪽까지 가지 않고, 시코쿠 남쪽 해상에서 방향을 동쪽으로 꺾어 일본 본토를 향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반도에 덜 위협적인 진로입니다.

여기서 잠시 '윈디'라는 곳에 대해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개천절 태풍'을 열흘 전부터 예측했다며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요. 사실 '윈디'는 예보를 발표하는 곳은 아닙니다. 만약 직접 예보를 생산한다면 위와 같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예보를 발표하지 않겠죠.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나 미국 대기해양청(NOAA) 등에서 생산하는 기상 예측 모델을 사용자들이 보기 좋게 그래픽으로 표현해 제공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윈디'가 슈퍼컴퓨터가 예측한 몇 가지 모델을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라면, 한·미·일 등 각국의 기상 당국은 이러한 모델들을 포함해 위성 등 관측 자료 및 예보관의 경험을 종합적으로 재해석해 태풍 예보를 발표하는 것입니다.

“일본 향할 가능성 커…한반도 영향 여부는 두고 봐야”

그래서 '어디로?'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하기비스'는 앞으로 5일 동안 서쪽으로 이동해 오는 11일쯤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해상까지 북상한다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답입니다. 이후의 진로에 대해서는 기상 선진국들의 예측 모델들도 서로 매우 큰 편차를 보여서 유동적인 상황입니다만, 일본을 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도 "태풍이 일본 규슈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주변 기압계의 큰 변화로 진로와 이동 속도의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밝히며, "태풍의 강도와 규모가 커서 우리나라 영향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일본에 상륙하더라도 한반도 육상이나 해상 중 어느 한 곳에 태풍특보가 발표된다면 '하기비스'는 올해 8번째 영향 태풍으로 기록됩니다. 이 경우 올해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해로 기록됩니다. 태풍의 한반도 영향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태풍 정보가 발표될 때마다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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