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해양플랜트 현대중, 하청업체에 “돈 덜 받아라”

입력 2019.10.07 (06:42) 수정 2019.10.0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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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조선사들의 하청업체들은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수년째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요.

취재진이 확보한 현대중공업 내부문서와 녹취 등을 보면 해외 물량을 저가로 수주했다가 늘어난 비용 부담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하청업체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대중공업이 2015년 완성한 원유 생산용 해양설비입니다.

전기공사를 한 하청업체는 공사 넉 달째부터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김성훈/하청업체 대표 : "(대금의) 75%정도 이상은 받아야 그게 마지노선이니까 유지가 되는 거죠. 그런데 60%대, 50%대를 받아서는 계속 적자가 나는 거죠."]

다른 하청업체도 항의하자 자기네도 어렵다며 하소연합니다.

[현대중공업 담당자 : "((한 달에) 2억 날아가면 어떻게 일합니까? 50%도 안 되게 줘 버리면 그냥 죽는 거죠, 업체는.) 우리가 예산 운용을 잘못했는지 너무 힘들어 가지고..."]

현대중공업이 직접 설계까지 한 이 플랜트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하청업체들은 설계 지연을 꼽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설계까지 하면서 도면이 제때 안 나오거나 변경이 많아 늘어난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는 겁니다.

현대중공업 내부 자료를 보면 설계 변경 등에 따라 들어간 총 예산이 당초 계획의 두 배가 넘습니다.

예산이 추가된 주요 원인은 발주사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현대중공업의 자체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전기 공사의 대부분은 바다 위에서 이뤄졌는데, 땅 위에서 할 때보다 비용이 6배나 더 듭니다.

확인된 피해 업체만 열 곳, 평균 20억 원 정도를 못 받았습니다.

[추혜선/국회 정무위원/정의당 의원 : "설계의 역량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설계와 이 시공을 동시에 하다 보니까 자꾸 기간도 늘어나고 비용도 늘어나게 될 것 아닙니까? 이 부분들을 하도급 업체에 그대로 전가한 거죠."]

현대중공업은 자사 근로자의 임금은 최대한 챙겼습니다.

[당시 현대중공업 생산팀장/음성변조 : "사업기획부에서 연락 와서 직영(현대중공업 근로자)을 80%로 맞춰라... (내가) 업체가 그럼 63% 가져가는데 안 된다, 죽어도 못한다 (했는데)..."]

현대중공업에선 최근 4년간 사내하청업체 200여 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현대중공업은 "비능률로 작업시간이 초과돼 손실을 기록했으며 대금은 처리된 물량과 하청업체의 견적에 따라 정할 뿐 일방적은 삭감은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최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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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 해양플랜트 현대중, 하청업체에 “돈 덜 받아라”
    • 입력 2019-10-07 06:49:49
    • 수정2019-10-07 06: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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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조선사들의 하청업체들은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수년째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요.

취재진이 확보한 현대중공업 내부문서와 녹취 등을 보면 해외 물량을 저가로 수주했다가 늘어난 비용 부담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하청업체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대중공업이 2015년 완성한 원유 생산용 해양설비입니다.

전기공사를 한 하청업체는 공사 넉 달째부터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김성훈/하청업체 대표 : "(대금의) 75%정도 이상은 받아야 그게 마지노선이니까 유지가 되는 거죠. 그런데 60%대, 50%대를 받아서는 계속 적자가 나는 거죠."]

다른 하청업체도 항의하자 자기네도 어렵다며 하소연합니다.

[현대중공업 담당자 : "((한 달에) 2억 날아가면 어떻게 일합니까? 50%도 안 되게 줘 버리면 그냥 죽는 거죠, 업체는.) 우리가 예산 운용을 잘못했는지 너무 힘들어 가지고..."]

현대중공업이 직접 설계까지 한 이 플랜트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하청업체들은 설계 지연을 꼽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설계까지 하면서 도면이 제때 안 나오거나 변경이 많아 늘어난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는 겁니다.

현대중공업 내부 자료를 보면 설계 변경 등에 따라 들어간 총 예산이 당초 계획의 두 배가 넘습니다.

예산이 추가된 주요 원인은 발주사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현대중공업의 자체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전기 공사의 대부분은 바다 위에서 이뤄졌는데, 땅 위에서 할 때보다 비용이 6배나 더 듭니다.

확인된 피해 업체만 열 곳, 평균 20억 원 정도를 못 받았습니다.

[추혜선/국회 정무위원/정의당 의원 : "설계의 역량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설계와 이 시공을 동시에 하다 보니까 자꾸 기간도 늘어나고 비용도 늘어나게 될 것 아닙니까? 이 부분들을 하도급 업체에 그대로 전가한 거죠."]

현대중공업은 자사 근로자의 임금은 최대한 챙겼습니다.

[당시 현대중공업 생산팀장/음성변조 : "사업기획부에서 연락 와서 직영(현대중공업 근로자)을 80%로 맞춰라... (내가) 업체가 그럼 63% 가져가는데 안 된다, 죽어도 못한다 (했는데)..."]

현대중공업에선 최근 4년간 사내하청업체 200여 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현대중공업은 "비능률로 작업시간이 초과돼 손실을 기록했으며 대금은 처리된 물량과 하청업체의 견적에 따라 정할 뿐 일방적은 삭감은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최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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