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아이 뺏겼다” 주장하다 실형 받은 대리모, 사건의 전말은?

입력 2019.10.07 (14:31) 수정 2019.10.0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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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다음 아고라에 공분을 일으킬 법한 한 편의 글이 올라옵니다.

자신을 대리모라고 밝힌 작성자는 자신이 젊은 시절 한 부부의 겁박으로 그들의 아이를 출산하게 됐고 다시 아이를 만나고 싶었지만,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거절당했다고 네티즌들에게 호소했습니다.

그는 난임 부부의 남편이 유명한 학원 대표라며 부부의 실명을 공개했고, 이들 가족이 서류를 조작해 출생신고를 하는 등 사문서를 위조했다고도 주장합니다.

상류층 부부에게 몹쓸 짓을 받았다는 이 내용을 네이버 카페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여러 SNS에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부부의 가족 행사에 나타나 자해를 하겠다고도 하는가 하면, 언론에 제보도 하고 청와대에 청원도 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난임 부부에 8천만 원 받고 대리모 나선 20대 여성

작성자의 정체는 사기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분을 받았던 38살 여성 A 씨.

2005년 다음 '대리모 카페'를 통해서 알게 된 한 부부에게 자신의 자궁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남편의 정자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거쳐 체외수정된 배아를, 자신의 자궁에 착상하는 식으로 이들 부부의 아이를 낳아주고 약속대로 8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경위를 알 순 없지만, 대리모 A는 이들 부부가 유명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 명은 치과의사라는 점, 그 밖에도 이들 집안이 상당히 부유하고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출산 후 약 4년이 지났을 무렵.

대리모 A는 부부의 남편에게 전화해 3천만 원을 주지 않으면 서울의 본가로 찾아가 아이의 출생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남편이 직접 운영하는 영어학원에 찾아가 "중요한 일로 만나러 왔다", "본가를 찾아가겠다"라며 난동을 피워 3천만 원을 받아냅니다.

부부 재력 알고 출생비밀 겁박해 5억여 원 뜯어내

이런 식으로 2012년 1월까지 총 36차례에 걸쳐 5억 4천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만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식으로 말을 바꿔 많게는 1억 원에서 적게는 50만 원까지 뜯어냈습니다.

두 부부에게는 악몽 같았을 20개월.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일본에 가서 애를 낳아주기로 해 1억 원 이상을 받기로 했으니 경비로 쓰게 1,600만 원을 달라고 또 요구했습니다.

요구가 먹혀들지 않자 범행은 더 과감해졌습니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으면 언론과 블로그, 매스컴 등에 모든 사실을 알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겁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형사처분을 받더라도 2~3년 살면 된다며 문자를 보내고,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식으로 말해 부부를 두려움에 떨게 했습니다.

급기야 2017년 8월 서울가정법원에 자신이 출산한 아이가 부부의 자식이 아니라는 내용의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는 부부가 자신을 겁박했고 인격적인 모멸감을 줬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법정에서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7년 12월까지 총 76회에 걸쳐 온라인에서 아이의 출생비밀을 폭로하겠다는 글을 게시합니다.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금액은 모두 6억 5천만 원이었습니다.

협박 응하지 않자 온라인에 실명 폭로하는 등 7년간 괴롭혀

돈을 뜯긴 거로도 모자라 가족의 신상까지 공개됐던 가족.

7년에 걸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대리모 A를 형사고발 하면서 이 사건은 법정에 오르게 됩니다.

수사 결과 이 여성은 이미 사기 혐의로 여러 차례 형사 처분을 받았고, 부부를 협박하던 2016년에 이미 다른 사기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유죄가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5년에는 필리핀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재력가인데 상속받을 재산이 10억 원이 넘어 재판만 끝나면 돈을 줄 수 있다며 1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겨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아버지와의 인연은 끊긴 상태였고 당연히 상속받을 재산도 없으며, 모아둔 돈도 없이 빚만 잔뜩 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공갈죄와 사기죄·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 없는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 "가족에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징역 4년 선고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지난 8월 "아이에게는 아무런 애정과 관심이 없었음에도 돈을 목적으로 피해자 부부로부터 아이를 빼앗아 올 것처럼 피해자들(부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잔혹하고 비정한 행위를 했다"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마치 상류층의 횡포로 억울한 인생을 살게 된 피해자인 척했고, 이미 갈취한 5억7천만 원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일을 시켰으니 정당하게 받은 돈이다"라며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보셨던 대로 A 씨 때문에 부부는 가족의 신상이 털린 것도 모자라, 아이가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됐고 학교를 그만둘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 일을 저질러놓고도 A 씨는 수사기관에 자신의 가정을 지키게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불법 대리출산을 부탁한 피해자 부부에게도 이 사건 피해 발생에 일정 부분이 책임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영화 <하녀>(2010, 임상수)가 떠올랐습니다. 상류층의 하녀로 들어갔던 젊은 여성이 바깥주인의 아이를 가졌다가 강제로 유산하게 되고 버림받은 뒤 절망해 급기야 분신해버리게 되는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마치 영화 <하녀>의 주인공인 양 피해자 행세를 했던 그녀의 거짓말에 많은 이들이 속아 넘어갔고, 한 가정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결국, 상류층의 횡포이라는 프레임을 이용해 온라인 여론을 등에 업고 한 가정을 7년 넘게 괴롭혔던 A 씨는 사기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감옥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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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7 14:31:44
    • 수정2019-10-07 14:46:56
    취재후·사건후
2년 전, 다음 아고라에 공분을 일으킬 법한 한 편의 글이 올라옵니다.

자신을 대리모라고 밝힌 작성자는 자신이 젊은 시절 한 부부의 겁박으로 그들의 아이를 출산하게 됐고 다시 아이를 만나고 싶었지만,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거절당했다고 네티즌들에게 호소했습니다.

그는 난임 부부의 남편이 유명한 학원 대표라며 부부의 실명을 공개했고, 이들 가족이 서류를 조작해 출생신고를 하는 등 사문서를 위조했다고도 주장합니다.

상류층 부부에게 몹쓸 짓을 받았다는 이 내용을 네이버 카페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여러 SNS에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부부의 가족 행사에 나타나 자해를 하겠다고도 하는가 하면, 언론에 제보도 하고 청와대에 청원도 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난임 부부에 8천만 원 받고 대리모 나선 20대 여성

작성자의 정체는 사기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분을 받았던 38살 여성 A 씨.

2005년 다음 '대리모 카페'를 통해서 알게 된 한 부부에게 자신의 자궁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남편의 정자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거쳐 체외수정된 배아를, 자신의 자궁에 착상하는 식으로 이들 부부의 아이를 낳아주고 약속대로 8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경위를 알 순 없지만, 대리모 A는 이들 부부가 유명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 명은 치과의사라는 점, 그 밖에도 이들 집안이 상당히 부유하고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출산 후 약 4년이 지났을 무렵.

대리모 A는 부부의 남편에게 전화해 3천만 원을 주지 않으면 서울의 본가로 찾아가 아이의 출생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남편이 직접 운영하는 영어학원에 찾아가 "중요한 일로 만나러 왔다", "본가를 찾아가겠다"라며 난동을 피워 3천만 원을 받아냅니다.

부부 재력 알고 출생비밀 겁박해 5억여 원 뜯어내

이런 식으로 2012년 1월까지 총 36차례에 걸쳐 5억 4천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만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식으로 말을 바꿔 많게는 1억 원에서 적게는 50만 원까지 뜯어냈습니다.

두 부부에게는 악몽 같았을 20개월.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일본에 가서 애를 낳아주기로 해 1억 원 이상을 받기로 했으니 경비로 쓰게 1,600만 원을 달라고 또 요구했습니다.

요구가 먹혀들지 않자 범행은 더 과감해졌습니다.

자신을 만나주지 않으면 언론과 블로그, 매스컴 등에 모든 사실을 알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겁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형사처분을 받더라도 2~3년 살면 된다며 문자를 보내고,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식으로 말해 부부를 두려움에 떨게 했습니다.

급기야 2017년 8월 서울가정법원에 자신이 출산한 아이가 부부의 자식이 아니라는 내용의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는 부부가 자신을 겁박했고 인격적인 모멸감을 줬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법정에서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2017년 12월까지 총 76회에 걸쳐 온라인에서 아이의 출생비밀을 폭로하겠다는 글을 게시합니다.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금액은 모두 6억 5천만 원이었습니다.

협박 응하지 않자 온라인에 실명 폭로하는 등 7년간 괴롭혀

돈을 뜯긴 거로도 모자라 가족의 신상까지 공개됐던 가족.

7년에 걸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대리모 A를 형사고발 하면서 이 사건은 법정에 오르게 됩니다.

수사 결과 이 여성은 이미 사기 혐의로 여러 차례 형사 처분을 받았고, 부부를 협박하던 2016년에 이미 다른 사기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유죄가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5년에는 필리핀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재력가인데 상속받을 재산이 10억 원이 넘어 재판만 끝나면 돈을 줄 수 있다며 1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겨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아버지와의 인연은 끊긴 상태였고 당연히 상속받을 재산도 없으며, 모아둔 돈도 없이 빚만 잔뜩 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공갈죄와 사기죄·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 없는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 "가족에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징역 4년 선고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지난 8월 "아이에게는 아무런 애정과 관심이 없었음에도 돈을 목적으로 피해자 부부로부터 아이를 빼앗아 올 것처럼 피해자들(부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잔혹하고 비정한 행위를 했다"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마치 상류층의 횡포로 억울한 인생을 살게 된 피해자인 척했고, 이미 갈취한 5억7천만 원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일을 시켰으니 정당하게 받은 돈이다"라며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보셨던 대로 A 씨 때문에 부부는 가족의 신상이 털린 것도 모자라, 아이가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됐고 학교를 그만둘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 일을 저질러놓고도 A 씨는 수사기관에 자신의 가정을 지키게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불법 대리출산을 부탁한 피해자 부부에게도 이 사건 피해 발생에 일정 부분이 책임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영화 <하녀>(2010, 임상수)가 떠올랐습니다. 상류층의 하녀로 들어갔던 젊은 여성이 바깥주인의 아이를 가졌다가 강제로 유산하게 되고 버림받은 뒤 절망해 급기야 분신해버리게 되는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마치 영화 <하녀>의 주인공인 양 피해자 행세를 했던 그녀의 거짓말에 많은 이들이 속아 넘어갔고, 한 가정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결국, 상류층의 횡포이라는 프레임을 이용해 온라인 여론을 등에 업고 한 가정을 7년 넘게 괴롭혔던 A 씨는 사기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감옥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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