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떡볶이’는 모든 재료 값을 공개해야 할까?

입력 2019.10.0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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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감장에 등장한 '국대떡볶이'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대떡볶이' 드셔 보셨나요? 이 재료가 몇 가지 정도가 되겠습니까? 떡하고 어묵, 고춧가루 그게 다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품목을 공개하라고 그러면 무슨 고춧가루 넣었는지까지 나라에서 알고 싶은 거예요. 왜 마진까지 공개를 하라고 성화입니까?"(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가맹본부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공산주의'라는 비난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국대떡볶이'가 국회 국정감사장에도 등장했습니다.

어제(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의원은 "정부가 품목·마진까지 공개하라고 성화니 어떻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겠나.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하니까 대표가 오죽하면 공산주의자라는 소리까지 하겠느냐"고 질타했습니다.

가맹본부가 창업희망자에 제공하는 정보공개서에 필수품목의 최근 1년간 공급가 상하한선과 차액가맹금 정보를 제공하도록 공정위가 지난해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표준양식을 고쳤는데 이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반한다는 취집니다. 이날 국감에서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도 "가맹점들이 가맹본부에 가격을 깎으라고 강요하면 가맹본부가 개선이나 노력을 할 요인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같은 규정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국대떡볶이는 영업비밀이나 다름없는 필수재료와 그 원가를 세상에 공개해야 할까요?

영업비밀 공개가 아니라 물품 공급으로 추가 마진을 떼는지 공개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영업비밀이 공개된다'는 주장은 공정위가 차액가맹금과 공급가 상·하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방침을 세운 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오던 것입니다. 하지만 개정된 정보공개서를 작성한 지 7개월여가 지났는데 아직 가맹본부가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정보공개서만 봐서는 영업비밀을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보공개서에 들어가는 물품 공급가격·차액가맹금 항목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정보공개서에 들어가는 물품 공급가격·차액가맹금 항목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올해 2월부터 가맹본부가 등록하는 정보공개서에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건에 추가로 본부 마진(차액가맹금)이 붙는지 ▲가맹점이 한 해 부담하는 평균 차액가맹금은 얼마인지 ▲가맹점 총 매출에서 차액가맹금이 차지하는 비율 ▲전년도 품목별 공급가격 상·하한 ▲공급자가 가맹본부 오너 등과 특수관계인인지 등 크게 5가지 정보가 추가로 들어갑니다.

예컨대 치킨브랜드 A 치킨에서 생닭을 공급할 경우, 정보공개서에는 생닭에 차액가맹금이 붙는지는 물품구입 항목에서 'O'나 'X'로 표시하고, 지난해 생닭의 공급가격은 상한과 하한이 별도 항목에 표시합니다.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얼마 받는지는 개별 물품이 아닌 가맹점 전체의 평균치로 보여주기 때문에 생닭 공급가에 얼만큼의 마진을 붙이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중요한 회계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가맹희망자 입장에서 차액가맹금 비중이 높거나 차액가맹금을 붙이는 항목이 많을 경우에는 장래 수익성에 의문을 갖고 가맹계약을 다시 생각해볼 여지는 생깁니다. 오히려 기존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의 존재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던 것을 막기 위한 정보제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공급받는지를 공개하라는 건 과거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치즈 유통 단계에서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이른바 '치즈 통행세'를 챙겼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로 만든 조항입니다.

게다가 정보공개서는 가맹희망자에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료로, 외부에 공시할 때는 이 같은 내용을 모두 비공개처리 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서 때문에 레시피가 유출될까? … 백종원의 말을 들어 보니

그러면 정보공개서 때문에 특정 브랜드의 '비법양념'은 드러날 수 있을까요?

외식업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보공개서의 정보만을 이용해 비밀 레시피를 알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가맹본부는 이미 가맹점주에게도 자신의 레시피를 숨기기 위해 고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때문입니다. 가맹점주가 브랜드 고유의 레시피를 알아내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의 매장을 차리면 가맹본부는 사업을 지킬 수 없어서 '잡은 물고기'인 가맹점주에게도 비밀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백종원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장사이야기 35회 캡처백종원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장사이야기 35회 캡처

외식 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내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35회'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내 메뉴를 '소스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백 대표는 "(고깃집이라면)고기도 나만이 쓸 수 있는 규격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절대 정육점에서 못 썰어주는 걸로. 고기를 별모양으로 썰든지‥"라고 했습니다. 가맹점주에 레시피와 재료 세부내용을 그대로 알려주면 가맹사업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역량을 뺏길 수 있고, 가맹점주가 개인적으로 재료를 사다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맹사업을 하는 떡볶이 브랜드 대부분은 이렇게 고춧가루, 고추장, 물엿, 설탕, 간장 등의 개별재료를 직접 공급하지 않고 고유의 비율로 자체 제작한 '떡볶이 소스'를 공급합니다. 상당수 치킨브랜드는 핵심 재료인 닭을 생닭이 아닌 공장에서 밑간(염지)과정을 거친 가공품 상태로 공급하기도 합니다. 가맹본부가 정보공개서에 가격정보와 차액가맹금 수취 여부를 쓰는 항목도 핵심 소스의 세부 성분이 아닌 소스 자체입니다.

정부가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도록 한다거나 품목별 마진을 공개하도록 한다는 것은 '가짜뉴스'에 가깝습니다.

'갑질의 원죄'…소모적 논쟁은 끝내고 로열티 제도 도입 고려해야

가맹본부에 이런 자료를 공개하도록 규정을 바꾼 것은 수많은 가맹점주가 이러한 정보부족 때문에 가맹계약 때와는 다른 조건으로 사업하면서 '갑질'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숟가락, 쓰레기통, 주방 가위 등과 같이 브랜드 고유 경쟁력과 거리가 먼 물품을 강제로 팔아 수익을 올렸던 업체들이 다수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해당 업체가 제재를 받은 것과 별개로 장사가 안된 가맹점주들은 점포 문을 닫거나, 가맹사업자단체를 구성해 목소리를 내려다 또 다른 갑질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가맹사업에서 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차례씩 진통을 겪은 이후로는 물품이 아닌 일정 매출에 가맹금을 부과하는 로열티방식을 채택하거나, 가맹점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싸게 물품을 구매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가맹본부는 당장 물품 공급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본사가 가맹점의 수익을 빼앗는 식의 영업을 이어가고, 가맹점주가 브랜드를 떠나는 비극이 반복되면 그 브랜드는 한 철이 지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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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대떡볶이’는 모든 재료 값을 공개해야 할까?
    • 입력 2019-10-08 07:02:21
    취재K
7일 국감장에 등장한 '국대떡볶이'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대떡볶이' 드셔 보셨나요? 이 재료가 몇 가지 정도가 되겠습니까? 떡하고 어묵, 고춧가루 그게 다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품목을 공개하라고 그러면 무슨 고춧가루 넣었는지까지 나라에서 알고 싶은 거예요. 왜 마진까지 공개를 하라고 성화입니까?"(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가맹본부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공산주의'라는 비난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국대떡볶이'가 국회 국정감사장에도 등장했습니다.

어제(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의원은 "정부가 품목·마진까지 공개하라고 성화니 어떻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겠나.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하니까 대표가 오죽하면 공산주의자라는 소리까지 하겠느냐"고 질타했습니다.

가맹본부가 창업희망자에 제공하는 정보공개서에 필수품목의 최근 1년간 공급가 상하한선과 차액가맹금 정보를 제공하도록 공정위가 지난해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표준양식을 고쳤는데 이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반한다는 취집니다. 이날 국감에서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도 "가맹점들이 가맹본부에 가격을 깎으라고 강요하면 가맹본부가 개선이나 노력을 할 요인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같은 규정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국대떡볶이는 영업비밀이나 다름없는 필수재료와 그 원가를 세상에 공개해야 할까요?

영업비밀 공개가 아니라 물품 공급으로 추가 마진을 떼는지 공개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영업비밀이 공개된다'는 주장은 공정위가 차액가맹금과 공급가 상·하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방침을 세운 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오던 것입니다. 하지만 개정된 정보공개서를 작성한 지 7개월여가 지났는데 아직 가맹본부가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정보공개서만 봐서는 영업비밀을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보공개서에 들어가는 물품 공급가격·차액가맹금 항목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올해 2월부터 가맹본부가 등록하는 정보공개서에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건에 추가로 본부 마진(차액가맹금)이 붙는지 ▲가맹점이 한 해 부담하는 평균 차액가맹금은 얼마인지 ▲가맹점 총 매출에서 차액가맹금이 차지하는 비율 ▲전년도 품목별 공급가격 상·하한 ▲공급자가 가맹본부 오너 등과 특수관계인인지 등 크게 5가지 정보가 추가로 들어갑니다.

예컨대 치킨브랜드 A 치킨에서 생닭을 공급할 경우, 정보공개서에는 생닭에 차액가맹금이 붙는지는 물품구입 항목에서 'O'나 'X'로 표시하고, 지난해 생닭의 공급가격은 상한과 하한이 별도 항목에 표시합니다.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얼마 받는지는 개별 물품이 아닌 가맹점 전체의 평균치로 보여주기 때문에 생닭 공급가에 얼만큼의 마진을 붙이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중요한 회계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가맹희망자 입장에서 차액가맹금 비중이 높거나 차액가맹금을 붙이는 항목이 많을 경우에는 장래 수익성에 의문을 갖고 가맹계약을 다시 생각해볼 여지는 생깁니다. 오히려 기존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의 존재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던 것을 막기 위한 정보제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공급받는지를 공개하라는 건 과거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치즈 유통 단계에서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이른바 '치즈 통행세'를 챙겼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로 만든 조항입니다.

게다가 정보공개서는 가맹희망자에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료로, 외부에 공시할 때는 이 같은 내용을 모두 비공개처리 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서 때문에 레시피가 유출될까? … 백종원의 말을 들어 보니

그러면 정보공개서 때문에 특정 브랜드의 '비법양념'은 드러날 수 있을까요?

외식업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보공개서의 정보만을 이용해 비밀 레시피를 알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가맹본부는 이미 가맹점주에게도 자신의 레시피를 숨기기 위해 고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때문입니다. 가맹점주가 브랜드 고유의 레시피를 알아내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의 매장을 차리면 가맹본부는 사업을 지킬 수 없어서 '잡은 물고기'인 가맹점주에게도 비밀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백종원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장사이야기 35회 캡처
외식 사업가이자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내 '백종원의 장사이야기 35회'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내 메뉴를 '소스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백 대표는 "(고깃집이라면)고기도 나만이 쓸 수 있는 규격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절대 정육점에서 못 썰어주는 걸로. 고기를 별모양으로 썰든지‥"라고 했습니다. 가맹점주에 레시피와 재료 세부내용을 그대로 알려주면 가맹사업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역량을 뺏길 수 있고, 가맹점주가 개인적으로 재료를 사다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맹사업을 하는 떡볶이 브랜드 대부분은 이렇게 고춧가루, 고추장, 물엿, 설탕, 간장 등의 개별재료를 직접 공급하지 않고 고유의 비율로 자체 제작한 '떡볶이 소스'를 공급합니다. 상당수 치킨브랜드는 핵심 재료인 닭을 생닭이 아닌 공장에서 밑간(염지)과정을 거친 가공품 상태로 공급하기도 합니다. 가맹본부가 정보공개서에 가격정보와 차액가맹금 수취 여부를 쓰는 항목도 핵심 소스의 세부 성분이 아닌 소스 자체입니다.

정부가 가맹본부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도록 한다거나 품목별 마진을 공개하도록 한다는 것은 '가짜뉴스'에 가깝습니다.

'갑질의 원죄'…소모적 논쟁은 끝내고 로열티 제도 도입 고려해야

가맹본부에 이런 자료를 공개하도록 규정을 바꾼 것은 수많은 가맹점주가 이러한 정보부족 때문에 가맹계약 때와는 다른 조건으로 사업하면서 '갑질' 피해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숟가락, 쓰레기통, 주방 가위 등과 같이 브랜드 고유 경쟁력과 거리가 먼 물품을 강제로 팔아 수익을 올렸던 업체들이 다수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해당 업체가 제재를 받은 것과 별개로 장사가 안된 가맹점주들은 점포 문을 닫거나, 가맹사업자단체를 구성해 목소리를 내려다 또 다른 갑질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가맹사업에서 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차례씩 진통을 겪은 이후로는 물품이 아닌 일정 매출에 가맹금을 부과하는 로열티방식을 채택하거나, 가맹점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싸게 물품을 구매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가맹본부는 당장 물품 공급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본사가 가맹점의 수익을 빼앗는 식의 영업을 이어가고, 가맹점주가 브랜드를 떠나는 비극이 반복되면 그 브랜드는 한 철이 지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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