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건널목 위에 멈춘 버스, 65초간 무슨 일이?

입력 2019.10.0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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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마을버스 멈춘 후 20초 후 차단기 내려와…차단기 내려온 뒤 45초간 긴박한 탈출
기사 2명ㆍ승객 3명 경상…철도건널목 관리 직원의 긴박한 대처 때문에 피해 최소화?
목격자들, "서로 도우면서 45초간 극적으로 탈출…울고불고 난리였다"
차단기 내려오고 15초 후면 열차 진입…무조건 피해야!

밤이었습니다. 승객들은 10여 명, 대부분 늦게까지 일을 했거나 공부를 해서 하루를 늦게 마감하는 시민들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 눈을 붙이고 있었거나 누군가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거나 누군가는 이제 곧 집에 도착한다고 부모님께 문자를 보내고 있었을 시간이었습니다. 밤 10시 48분, 마을버스가 철도건널목 위에서 갑자기 정차합니다. 낡은 버스의 시동이 꺼진 겁니다. 시동이 꺼지고 65초 만에 마을버스는 경의선 전동차에 부딪힙니다. 자칫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졌을 순간, 경상자만 5명 발생했습니다. 65초간 버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마을버스 멈추고 20초 후 차단기… 45초간 긴박한 탈출

경기도 고양시 백마역 인근 철도건널목에서 고양시 80번 마을버스가 멈춘 건 6일 밤(어젯밤) 10시 48분쯤입니다. 견습중이던 기사가 운전 중이었는데 갑자기 시동이 꺼졌습니다. 견습중이던 기사는 다시 시동을 걸려고 했는데,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초 후… 철도 건널목 차단기가 버스 지붕 위를 때립니다. 경의선 전동차가 진입하기 45초 전이었습니다. 견습 기사 옆에 숙련 운전기사가 놀라서 자리를 바꿔서 시동을 걸려고 했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버스 뒷문은 열리지 않고 10여 명의 승객들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립니다. 마지막 승객 3명이 탈출하기 직전, 버스는 전동차에 부딪혔고 버스 운전기사 2명과 승객 3명이 다쳤습니다.


기사 2명ㆍ승객 3명 경상…피해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경기 고양경찰서는 다친 사람은 5명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모두 퇴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열차에 충돌한 버스 안에 남아 있었는데 경상을 입었다는 겁니다. 다행히 철도건널목 관리 직원이 차단기가 내려왔는데도 피하지 못하는 버스가 있어서 멈추라고 긴박하게 철도 기관사에게 신호를 보낸 겁니다. 그 신호를 보고 기관사가 급제동해서 그나마 버스와 가볍게 부딪히고 열차가 멈추게 된 거라고 코레일은 설명했습니다. 열차의 제동거리는 150m 정도, 실제로 KBS에 제보된 영상을 보면, 경의선 전동차는 버스와 충돌한 뒤에 바로 멈춥니다.

만약, 건널목 관리직원이 기관사에게 제때 수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면 전동차는 제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와 부딪혔을 것이고, 그랬다면 버스 안에 남아 있던 4명이 더 큰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고 건널목과 백마역 플랫폼까지 200m 정도 거리밖에 안 되기 때문에 기관사가 수신호를 보고 제동을 한 건지, 아니면 원래 역진입 전에 제동해야 해서 열차가 속도를 늦춘 건지는 따져 봐야 할 부분입니다. 열차 경적이 울린 후 8초 후에 열차와 버스는 충돌했습니다.

목격자들, "서로 도우면서 45초간 극적으로 탈출…울고불고 난리였다"

80번 버스 뒤에는 또 다른 마을버스가 대기 중이었습니다. 뒤 마을버스에 탑승하고 있었던 승객들이 당시 상황을 목격했는데요, 아찔한 순간에도 80번 버스 승객들이 서로 도우면서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목격자는 "승객들이 울거나 소리 지르면서 탈출했고 몇 명은 탈출을 도와주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왜 아직도 위험하게 철도 건널목으로 버스가 건너는 상황을 고양시가 내버려두는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건널목 밑으로 도로를 지하화 하거나 건널목 위로 다리를 놓으면, 이같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일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차단기 내려오고 15초 후면 열차 진입…무조건 피해야!

코레일의 철도 건널목 차단기 운용 기준은 열차 진입 전 15초 확보 의무가 규정이라고 합니다. 즉, 차단기가 내려온 뒤 15초 후에는 열차가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물론, 운용하는 직원의 재량 상 30초 전에 차단기를 내리거나 1분 전에 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이 15초인 만큼, 만약 철도건널목 위에서 자동차가 고장 났고, 차단기가 내려온 상황이라면, 무조건 차 밖으로 나와서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5G 시대에 아직도 열차 기관사에게 수신호를 보내야 하는 건지, 좀 더 수월한 방법은 없는 건지 궁금증은 남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철도건널목 직원의 순발력과 기지에 의존한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 아닐까요?

[시청자 제보 : 이석희, 김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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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건널목 위에 멈춘 버스, 65초간 무슨 일이?
    • 입력 2019-10-08 07:02:21
    취재K
마을버스 멈춘 후 20초 후 차단기 내려와…차단기 내려온 뒤 45초간 긴박한 탈출 <br />기사 2명ㆍ승객 3명 경상…철도건널목 관리 직원의 긴박한 대처 때문에 피해 최소화? <br />목격자들, "서로 도우면서 45초간 극적으로 탈출…울고불고 난리였다" <br />차단기 내려오고 15초 후면 열차 진입…무조건 피해야!
밤이었습니다. 승객들은 10여 명, 대부분 늦게까지 일을 했거나 공부를 해서 하루를 늦게 마감하는 시민들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 눈을 붙이고 있었거나 누군가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거나 누군가는 이제 곧 집에 도착한다고 부모님께 문자를 보내고 있었을 시간이었습니다. 밤 10시 48분, 마을버스가 철도건널목 위에서 갑자기 정차합니다. 낡은 버스의 시동이 꺼진 겁니다. 시동이 꺼지고 65초 만에 마을버스는 경의선 전동차에 부딪힙니다. 자칫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졌을 순간, 경상자만 5명 발생했습니다. 65초간 버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마을버스 멈추고 20초 후 차단기… 45초간 긴박한 탈출

경기도 고양시 백마역 인근 철도건널목에서 고양시 80번 마을버스가 멈춘 건 6일 밤(어젯밤) 10시 48분쯤입니다. 견습중이던 기사가 운전 중이었는데 갑자기 시동이 꺼졌습니다. 견습중이던 기사는 다시 시동을 걸려고 했는데, 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초 후… 철도 건널목 차단기가 버스 지붕 위를 때립니다. 경의선 전동차가 진입하기 45초 전이었습니다. 견습 기사 옆에 숙련 운전기사가 놀라서 자리를 바꿔서 시동을 걸려고 했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버스 뒷문은 열리지 않고 10여 명의 승객들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립니다. 마지막 승객 3명이 탈출하기 직전, 버스는 전동차에 부딪혔고 버스 운전기사 2명과 승객 3명이 다쳤습니다.


기사 2명ㆍ승객 3명 경상…피해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경기 고양경찰서는 다친 사람은 5명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모두 퇴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열차에 충돌한 버스 안에 남아 있었는데 경상을 입었다는 겁니다. 다행히 철도건널목 관리 직원이 차단기가 내려왔는데도 피하지 못하는 버스가 있어서 멈추라고 긴박하게 철도 기관사에게 신호를 보낸 겁니다. 그 신호를 보고 기관사가 급제동해서 그나마 버스와 가볍게 부딪히고 열차가 멈추게 된 거라고 코레일은 설명했습니다. 열차의 제동거리는 150m 정도, 실제로 KBS에 제보된 영상을 보면, 경의선 전동차는 버스와 충돌한 뒤에 바로 멈춥니다.

만약, 건널목 관리직원이 기관사에게 제때 수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면 전동차는 제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와 부딪혔을 것이고, 그랬다면 버스 안에 남아 있던 4명이 더 큰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고 건널목과 백마역 플랫폼까지 200m 정도 거리밖에 안 되기 때문에 기관사가 수신호를 보고 제동을 한 건지, 아니면 원래 역진입 전에 제동해야 해서 열차가 속도를 늦춘 건지는 따져 봐야 할 부분입니다. 열차 경적이 울린 후 8초 후에 열차와 버스는 충돌했습니다.

목격자들, "서로 도우면서 45초간 극적으로 탈출…울고불고 난리였다"

80번 버스 뒤에는 또 다른 마을버스가 대기 중이었습니다. 뒤 마을버스에 탑승하고 있었던 승객들이 당시 상황을 목격했는데요, 아찔한 순간에도 80번 버스 승객들이 서로 도우면서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목격자는 "승객들이 울거나 소리 지르면서 탈출했고 몇 명은 탈출을 도와주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왜 아직도 위험하게 철도 건널목으로 버스가 건너는 상황을 고양시가 내버려두는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건널목 밑으로 도로를 지하화 하거나 건널목 위로 다리를 놓으면, 이같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일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차단기 내려오고 15초 후면 열차 진입…무조건 피해야!

코레일의 철도 건널목 차단기 운용 기준은 열차 진입 전 15초 확보 의무가 규정이라고 합니다. 즉, 차단기가 내려온 뒤 15초 후에는 열차가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물론, 운용하는 직원의 재량 상 30초 전에 차단기를 내리거나 1분 전에 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이 15초인 만큼, 만약 철도건널목 위에서 자동차가 고장 났고, 차단기가 내려온 상황이라면, 무조건 차 밖으로 나와서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5G 시대에 아직도 열차 기관사에게 수신호를 보내야 하는 건지, 좀 더 수월한 방법은 없는 건지 궁금증은 남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철도건널목 직원의 순발력과 기지에 의존한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 아닐까요?

[시청자 제보 : 이석희, 김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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